인간의 조건에 대한 충격적인 진실을 말하다
매혹적이지만 무시되어 온 주제에 대한 독창적인 연구
혐오는 본질적으로 회피하는 감정이며, 혐오 부류의 사촌지간이라 할 수 있는 다른 감정들과는 의미 있게 다르다. 그러므로 이러한 독특함은 특히 철학적인 질문들을 유발한다. 질문들을 간단히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다. 실제 우리에게 본질적으로 해롭지 않은 것인데도, 우리는 그것을 왜 그토록 싫어해야 하는가? 혐오는 유해성과 무관하게 독립적으로 대상을 식별한다. 그렇다면 대상의 어떤 다른 특성에 반응하는 것인가? 무엇 때문에 혐오스러운 것들을 혐오스럽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혐오 대상의 특성 안에 해를 끼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는 것이 아니라면, 혐오의 회피적 특성은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는가? 우리는 우리에게 해를 끼치거나 우리에게 잘못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회피하지만, 혐오 대상이 우리에게 무엇을 했기에 우리는 그에 대해 극단적인 거부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것인가? 소위 혐오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 혐오의 의미는 무엇인가? 그 골자와 핵심은 무엇인가?
혐오는 생물학적 세계에 대한 인간의 태도를 반영하는 일종의 철학적 감정이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가 억누르려고 애쓰는 감정이다. 그것은 처음에 우리의 강력한 상상력에서 비롯된 탐욕스러운 인간의 욕망을 억제하는 방법으로 발생했을 수 있다. 우리는 한 종으로서 자신에 대해 혐오감을 느끼기 때문에 극심한 정서적 곤경에 처해 있다. 우리는 우리의 성취에 대해 스스로를 존경하지만 우리에게 필요한 유기적 본성에 혐오감을 느끼기도 한다. 이 때문에 우리는 정서적 분열의 대상이 된다. 죽음은 썩어가는 시체의 형태를 한 역겨운 것을 포함하며, 죽음에 대한 우리의 복잡한 태도는 역겨운 감정을 낳는다. 우리는 동물이나 신과 달리 “혐오 의식”을 가진 존재이며 자기 양가성을 떨칠 수 없다.
이 책은 철학, 심리학, 생물학, 문학을 혼합한 융합적 저서이다. 여기서 다루는 주제는 “불순한”이라는 형용사가 어울리는 것들이기에, 이것을 “불순한 철학”이라고 부를지도 모른다. 이것은 우리가 혐오스럽게 느끼는 것들의 본질과 중요성에 관한 것이다. 이 책은 유기적인 몸을 가진 자의식적인 감정적 존재로서의 우리 자신에 관한 불편한 진실을 드러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러나 이 책은 (훌륭한 작가이기도 한 프로이트와 사르트르가 그러했듯이) 설득력 있게 그 작업을 수행하기 위한 시도를 한다. 이 책은 자기비판과 자기 연민으로 쓰인 하나의 에세이로 분류될 수도 있다. 이것은 일종의 비가(悲歌)이다.
육체적인 해악은 혐오가 관련되는 거부감을 일으키는 자극이 아니다. 우리는 혐오 대상이 우리 몸에 해를 입힐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데, 만약 해로울지도 모른다 생각한다면, 그때는 두려움이 적절한 반응이라 할 것이다. 우리가 피하려 하는 것은 의식 그 자체의 침입이다. 즉, 우리는 특정 경험을 피하는 것이다. 따라서 그것은 혐오스러운 냄새 앞에서 코를 막는 것이 합리적이지만 무시무시한 주먹 앞에서 그러고 있는다는 건 이치에 맞지 않는다. 우리는 코가 부러지는 것(그리고 코를 망가뜨리는 사람)을 두려워하지만, 후각적 의식을 파고드는 냄새에 대해서는 혐오를 느낀다. 이런 의미에서 혐오는 의식 중심이지 몸 중심이 아니다. _ 2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