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미국에서 운전면허를 땄다.
한국에서의 학습방식에 익숙한 필자는 30분 정도 기출문제를 공부한 후 가볍게 필기를 통과했다. 하지만 미국인들은 대부분 2~3번 정도 떨어진 후에 합격한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도로주행에 있었다.
필자 본인도 무려 2번이나 떨어지고 3번 만에 붙었는데, 이 과정에서 미국인인 매형에게 교육을 받았다. 매형은 사이드미러를 맞추는 것에서부터 차선변경 때 운전자가 사각지대로 눈을 돌려야 하는 이유 등 사소한 상황들에 대해 ‘왜’라는 질문을 던졌고 그에 대한 합당한 이유를 알려주었다. 이 과정을 통해 30분 동안 공부하여 통과한 필기시험 내용들을 몸으로 체득하게 되었고, “잘한다”라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그리고 그 “잘함”을 위해 어떤 형태의 체화과정을 거쳐야 하는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완웨이강이 지은 저서 “이공계의 뇌로 산다”를 보면 음모론을 즐기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이유가 나온다. 사람이 패턴을 인지하는 것으로부터 안정성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한다.
굳이 음모론까지 가지 않더라도 우리나라의 지배적인 학습방식인 〈문제 유형을 통한 학습〉 역시 패턴이 주는 안정성을 이용한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
문제 유형을 반복할 때 생기는 인지력이 수학적 문제 해결에 도움되는 바가 없는 것은 아니나, 수학이 암기과목화 되는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들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기존의 학습방법을 완.전.히 탈피하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잘하는” 새로운 학습방식을 더 많은 학생들에게 전달해 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마음으로 교과 선행, 더 나아가 경시 학습 등을 통해 교과에 대한 해석방식이 더 다양해질 수 있도록 하는 학습방식을 체화시키고자 노력해온 지난 20여 년간의 필자의 경험을 하나의 책에 담았다.

이 책을 통해 단순히 정답을 맞히는 기하가 아니라 다양한 접근방법을 고민하고,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하는 차원이 다른 기하를 만나는 경험을 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