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발한 상상력과 재치 있는 언어의 결합
“절대 절대/ 안 먹어// 안 먹어 안 먹어 안 먹어/ 안 먹어안 먹어안 먹어먹어먹어앙”(「꽈배기」 부분), “버찌는// 풋내를 벗지// 빨강을 벗지// 까망을 입지// 눈 딱 감고// 까치를 입지// 마침내// 버찌를 벗지”(「오월이 오면」 전문)
말의 우연성에서 오는 말놀이의 재미는 기발한 상상력을 재치 있게 표현하는 언어유희의 수단으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언어의 뜻을 다양한 형식으로 표현하고 구성하며 그 의미를 재창조하는 즐거움을 선사하기도 한다. 장세정 시인의 동시집 『모든 순간이 별』에는 언어에 대한 감각을 일깨워 주는 말놀이 형식의 동시가 자주 등장한다. 이러한 말놀이 형식은 경쾌함과 흥겨움을 동시에 가져다준다.
“서율이는 먹어/ 과자 사탕 아이스크림 껌/ 안 가리고 먹어/ 만날 만날 먹어/ 언니 것도 훔쳐 먹어/ 그러다 머리 꽁 쥐어박혀/ 돼지라고 욕도 먹어/ 입을 함지박만 하게 벌리고는/ 울보 떼쟁이로 일등 먹어/ 언니랑 안 놀아 줄 거야/ 큰소리치면서/ 놀이터를 씩씩 내달려/ 그렇게 또 한 살을/ 훌쩍 먹어 치워”(「먹기 대장」 전문)
1부 첫 번째로 등장하는 「먹기 대장」이라는 동시이다. ‘먹다’라는 동사가 다양한 의미로 쓰이는 모습을 경쾌한 리듬감과 함께 흥미롭게 보여 준다. ‘먹다’라는 동사가 ‘음식을 먹는 행위’라는 의미로 출발하여 ‘욕, 핀잔을 듣는 모습’이라는 의미로 쓰이더니, ‘등급을 차지하거나 점수를 따다’의 의미로 바뀐다. 급기야 마지막에는 ‘일정한 나이에 이르거나 나이를 더하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동일한 언어가 다양한 의미로 쓰이는 상황을 활용하여 재미있고 경쾌하게 표현함으로써 독자들을 즐겁게 한다.
김유진 시인은 해설에서 “이 동시집의 말놀이는 어린이 인식을 외면한 언어 형식이 아니라 어린이 인식을 새롭게 발견하고 구성하는 방식이다. 언어의 발견으로 세계를 새롭게 인식하고 감각하는 시 장르의 핵심으로 어린이와 그의 세계를 발견한다.”고 말했다.
생명에 대한 존중과 사랑
『모든 순간이 별』에 나타나는 또 다른 특징은 자연과 생명에 대한 무한한 긍정이다. 동시집 속 화자는 본능적으로 자연과 어울려 지내려고 한다.
“아빠/ 개울에 꽃 보러 갔는데/ 어떤 아저씨가 제초기로 꽃을 벴어/ 향기 맡고 있는데/ 꽃이랑 이야기하는데/ 기계 소리 높이고 마구 벴어/ 왜 꽃을 베냐고 따졌지/ 아저씨가 말했어/ -필요 없어서!/ 필요가 목숨보다 중요한 거야?/ 아빠랑 아저씨랑 꽃이랑 나 임서율/ 넷 중 누가 세상에 젤 필요해?”(「봄날」 전문)
「봄날」은 제초기로 개울가에 핀 꽃을 베는 아저씨의 모습을 보고 느낀 아이의 심정을 솔직하게 표현한 동시이다. “꽃을 베고 있는 아저씨”는 꽃의 존재를 필요의 유무로 판단하지만 “나 임서율은”은 꽃과 인간을 동등한 생명체로 인식한다. 인간과 자연이 똑같이 중요한 존재라는 사실을 자각하게 한다. 이러한 생명에 대한 존중과 사랑은 「강가에서」 「돌멩이의 노래」 「흰제비꽃」 「비상 캡슐」 등 동시집 곳곳에서 발견된다.
아이들의 사랑스러운 일상과 웃음
장세정 시인의 동시집 『모든 순간이 별』은 아이들이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친숙한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가족 이야기, 친구 이야기 그리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모든 것들이 멋진 동시가 되어 나타난다. 시인은 놓치기 쉬운 일상의 모습들을 섬세하게 들여다본다. 새 크레파스를 품에 안고 아까워서 한 개도 쓰지 못하는 어린이의 마음을 색깔별로 표현한 감각적인 동시 「아까워」부터 서로를 하마와 문어에 비유하며 부부 싸움을 하는 엄마 아빠의 모습을 보고 “엄마 아빠가 이렇게 속 썩일 줄 알았다면 난 다른 집에 태어났을 거야”라고 외치는 「막상막하」에 이르까지 장세정 시인은 어린이가 일상에서 겪는 소소하고 즐거운 사건들을 세밀하게 포착하여 위트 있는 표현으로 독자들을 즐겁게 한다. 동시집을 읽는 내내 동시 속의 화자들과 함께 울고 웃을 수 있을 것이다. 장세정 시인의 동시집 『모든 순간이 별』이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으로 다가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시인의 말에서 시인은 “교실에서, 철길에서, 강둑에서, 빗줄기를 보면서, 꺾인 꽃을 보면서, 돌멩이를 던지면서, 너를 기다렸어”라고 말하며, “이제 만났으니 우리 실컷 놀자”고 한다. 시인의 마음이, 아이들의 마음이 『모든 순간이 별』이 되어 마침내 우리에게 왔다. 시인의 말처럼 『모든 순간이 별』과 함께 이제 실컷 놀아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