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 그 자체로 자족적인 결과를 내기보다는 콘텐츠로 구현함으로써 발현될 수 있는 것인 까닭에 항상 종합적인 관점의 전략을 요구한다. 구현 목적에 따라서 그 심도와 비중을 전략적으로 가늠해야 하고, 구현 미디어, 장르, 플랫폼, 디바이스 등 주어진 조건 안에서 최적의 구현을 시도해야 하기 때문에, 스토리텔링은 지극히 목적 지향적이고 구체적인 실천이어야만 한다. 하루가 다르게 미디어 환경이 고도화되고 있고, 향유자의 취향과 수요가 나노화됨으로써 스토리텔링 구현 목적과 양상이 다변화된다는 점까지 고려한다면, ‘지금 이곳’에서 스토리텔링과 관련한 실천이나 탐구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쉽게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작 문제가 되는 것은 스토리텔링과 관련된 어려움이 아니라 그것을 구체화하는 실천적인 탐구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스토리텔링의 가치와 중요성에 대한 강조는 차고 넘치지만 정작 그래서 어떻게 그 가치를 실현할 것인가에 대한 실천적인 고민과 모색은 찾아보기 어렵다. 선행 콘텐츠를 중심으로 스토리텔링 전략을 파악하려는 지극히 고단하지만 반드시 해야만 하는 과정을 빼놓고 어떻게 스토리텔링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다는 말인가.
한양대학교 ERICA 문화콘텐츠학과의 스토리텔링 관련 전공 강의들은 이러한 고민에서 출발한다. 우리는 그 고민을 스스로 문제를 구성하고 해결하기 위한 학습자 주도적인 탐색 과정을 통하여 해결하려 하였다. 2022학년도 1학기 문화콘텐츠학과 1학년 강의인 〈문화콘텐츠 스토리텔링 개론〉은 개론이라는 과목명이 무색할 정도로 학습자 스스로 안목을 갖출 수 있도록 스토리텔링 기초 이론을 익히고, IC-PBL(Industry-Coupled Problem-Based Learning) M유형(Merge, 현장통합형)을 기반으로 주체적인 분석력을 기르는 데 중점을 두어 진행했다. 새내기들에게 주체적으로 스토리텔링의 기초 이론을 사례 중심으로 이해하게 하고, 그와 관련된 문제를 스스로 구성하고 해결하기 위하여 텍스트를 정치하게 분석하는 과정을 체험하게 함으로써 길을 찾으려 하였다. 스토리텔링의 특성상 학습자 스스로 체득하지 않고서는 어떤 효과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또 하나 반복적으로 강조한 것은 분석을 통해 찾고자 하는 바를 분명히 할 수 있는 문제의식이었다. 텍스트 분석에서 모든 것을 다 분석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고, 그것의 전제는 문제의식이어야 한다.
콘텐츠는 스스로 보고 느끼고 생각하고 이해하고 판단하는 체험 과정이 탐구의 시작이다. 콘텐츠를 향유하는 데에만도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스토리텔링 분석을 하는 것 역시 많은 시간을 요구하는 번거롭고 고단한 과정이다.
세상의 모든 문제가 다르고, 문제를 풀어야 하는 사람의 역량이 다르고, 그 문제를 풀어야 하는 법도 다양하다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문제를 스스로 구성하고 해결할 수 있는 주도적인 역량이다. 따라서 미래를 선도할 인재들은 얼마나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느냐가 아니라 스스로 얼마나 주도적으로 문제를 구성하고 해결해가는 과정을 체험으로 내재화하여 체득하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무엇보다 급변하는 세계에 대응해야 하고, 특히 산업체 현장의 요구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서는 산업체와 문제 시나리오, 멘토링, 특강, 현장방문, 평가 및 피드백 등을 유기적으로 연계할 수 있어야만 한다.
스토리텔링은 구체이고 실천일 때 힘을 얻는 까닭에 그것은 단지 분석이거나 해석에 머물러서는 곤란하다. 스토리텔링 분석은 늘 평가와 판단을 지향으로 해야만 한다. 평가와 판단의 지표가 될 수 있는 분석과 해석이 필요한 이유다. OTT플랫폼의 전면화와 더불어 K-Content가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그 중심에 K-Story가 있다고들 한다. 문제는 그것을 어떻게 지속가능한 문화로서 내재화할 수 있느냐이다. 콘텐츠는 수익을 전제로 하지만 상품에 머물러서는 안 되는 이율배반적인 특성이 있다. 콘텐츠는 문화로서 향유될 수 있을 때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 상품은 더 좋은 상품이 나오면 언제든 대체될 수 있지만 문화는 쉽게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서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