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없을 그날,
이루어질 수 없는 약속을 했다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는 《별의 목소리》로 주목받는 신예였던 신카이 마코토가 처음으로 제작한 장편 애니메이션이다. 지금은 발표하는 작품마다 엄청난 주목을 받으며 세계를 대표하는 거장 자리를 확고히 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초심을 지켜볼 수 있는 작품인 셈이다. 또 하나의 평행 세계를 그려낸 역사 변환 SF로, 신카이 감독은 《별의 목소리》에 이어 다시 SF를 발표한 셈.
이 책은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제작한 원작 애니메이션의 설정과 스토리라인을 충실히 재현하면서도 소설 작품으로서 독립성을 갖추고 있는 가노 아라타의 작품이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애니메이션 그림 콘티에는 본편에 들어가기 전인 프롤로그 이후에 세 사람이 함께 지낸 중학교 시절을 그린 제1부, 히로키와 타쿠야가 제각기 다른 곳에서 고등학교 시절을 보내는 제2부, 그리고 다시 만난 히로키와 타쿠야가 사유리를 구하기 위해 나서는 제3부로 작품이 나뉘어 있다. 이 책에서는 프롤로그가 ‘서장’으로, 제1부가 ‘여름’으로, 제2부가 ‘잠’으로, 제3부가 ‘탑’으로 각각 배
치되었다.
전쟁으로 분단된 또 하나의 일본, 그리고 거기 만들어진 터무니없을 만큼 높은 탑. 함께 있으면 그 무엇도 부족하지 않았던 히로키와 타쿠야, 사유리는 직접 비행기를 만들어 머나먼 땅에 있는 거대한 탑을 보러 가겠다고 약속한다.
하지만 갑자기 사유리가 사라지고, 타쿠야까지 멀어지면서 그 약속은 도저히 이룰 수 없는 것인 줄만 알았는데.
애니메이션 이상의 깊이가 담긴
독립적인 소설
한 작품의 소설화는 대개 원작인 영화나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 등과 같은 영상 매체로 된 작품을 소설의 표현 세계로 바꾸어 놓는 미디어 믹스의 일환으로 여겨진다. 어디까지나 원작이 주가 되고 그것을 바탕으로 한 소설은 부차적인 표현물로 간주된다. 가노 아라타의 글로 된 이 책 또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애니메이션을 소설로 만들어 놓은 작품이기는 하나 단순히 원작의 설정과 스토리를 글로 옮겨 놓은 것이 아니다.
소설화된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에는 원작을 보완하는 디테일이 많이 들어 있다. 예를 들면 하얀 날개라는 뜻을 가진 베라실러라는 이름을 지어 준 사람이 사유리라는 점이다. 혹은 윌터 해방 전선의 비밀 기지에 침입한 히로키에게 오카베가 총을 겨눈 아슬아슬한 위기를 타쿠야 덕분에 벗어나게 되는 장면. 아미 칼리지 시설에서 사유리를 데리고 나오다가 타쿠야가 토미자와 교수와 대치하는 장면 등. 이밖에도 많은 장면에서 원작에는 나오지 않는 이야기의 간극을 메우는 시도를 소설에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