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세계관 만들기
때론 환경이 압도할 때가 있다. ‘풍류가’가 들어 선 공간도 그랬다. 풍류란 키워드로 세계관을 만들기로 한 뒤 익선다다트렌드랩은 ‘풍류’라는 말을 새로 정의했다. 소설과 브랜딩은 비슷하다. 이들은 ‘세상에 존재하는 판타지’라는 슬로건 아래 ‘새로운 풍류를 우려내는 티 룸’을 만든다는 결심 이후 F&B뿐만 아니라 톤 앤 무드, 공간, 사이니지, 그래픽, 심지어 소리나 향기까지도 한 세계관에 녹여냈다.
공격적으로 상상 펼치기
포틀랜드에서 경험한 ‘부두 도넛’이란 세계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박 대표는 부두 도넛처럼 괴이한데 사랑스럽고, 이상한데 귀여운 브랜드를 만들고 싶었다. 귀여움과 괴물스러움 사이 적정선을 찾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려 탄생한 ‘고니즈’. 촘촘한 캐릭터 설정을 통해 과감히 나아간 익선다다트렌드랩의 공격적인 상상력이 대중에게 통했다.
새로운 미장센 만들기
브랜딩이 되어 있는 고깃집은 많지 않다. 불이 가지는 이미지를 가지고 어떤 연출을 할 수 있을까 고민을 거듭하다 불이라는 워딩을 횃불로 변경했다. 횃불로 키워드가 잡히자 횃불의 속성, 즉 무언가를 비추는 역할이 바로 떠올려 냈고, ‘꺼지지 않는 불빛’이라는 슬로건까지 잡았다. 키워드와 슬로건은 공간 곳곳에 묻어나도록 풀어가기로 한 익선다다트렌드랩의 최종 목표는 상권에 부재한 미장센을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설명이 길어지면 버리기
브랜드를 만들 땐 어떤 스토리텔링을 통해 무엇을 어떻게 소개할 것인지가 명확해야 한다. 브랜드가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분명하지 않은 상태에서 잘 되는 것 같은 메뉴를 쫓아가서는 지속성을 가져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스토리라인을 만들기 위한 연결점인 것이지 궁극적으로 치앙마이나 빠이를 소개하고자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결론은 하나. ‘그렇다면 과감히 버린다.’
행동 유도하기
‘책이 주는 심리적 무게를 덜어야겠다’라는 생각은 ‘쉽게 책을 소비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야겠다’로 이어졌고, 그때 머릿속에 떠오른 건 마트였다. 진지하고 엄숙한 분위기에서 책을 신중히 고르는 ‘서점’이 아니라 이것저것 관심이 가면 부담 없이 장바구니에 담는 ‘책 마트’를 그렸다. 서점이라는 공간은 우리가 원하든 원치 않든 어떤 고정관념이 존재한다. 그런 무게감이 있는, 접근하기 어려운 장소일수록 진입 장벽을 낮추는 작업을 해야 한다.
익숙한 것을 새롭게 정의하기
그동안 서울이라는 메가 시티에서 알게 모르게 다들 지쳐있었다. 너무 빠른 속도로 달리면서 놓쳤던 무언가를 천천히 살피며 각자가 진짜 희망하는 삶의 방식을 찾으려 하고 있다. 이 결론을 정리해 ‘찾다’라는 뜻을 가진 네이밍, ‘파운드(Found)’를 지었다. 귀촌으로 충청도의 매력에 푹 빠진 청년이 느리게 흘러가는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공간이라는 하나의 세계관도 구축했다. 그러자 비로소 단순 키워드 나열이 아닌 할 수 있는 일이 구체적으로 손에 잡혔다.
지역 스토리 주목하기
‘소제호를 거의 100년 만에 다시 마주하게 된다면 어떨까, 어떻게 풀어가면 좋을까’ 끊임없이 질문하다 처음 생각해 낸 오아시스라는 키워드에 집중하기로 했다. 지역과 건물이 가진 스토리에 주목했다면 그 점을 살리는 브랜딩이 되어야 한다. 스토리는 우리 주변 도처에 있고, 관심을 가지면 스토리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박물관이나 고서에, 기사 한 줄에, 심지어는 지인이 스치듯 한 말 한마디에도 스토리는 있다. 관건은 스토리 발굴과 스토리텔링이다.
‘오아시스’가 동네 이야기를 고스란히 담아낸 좋은 예라고 자신 있게 소개한다. ‘지역이 가진 이야기를 브랜드화 할 수 있다면 이런 방법과 장치들이 존재할 수 있구나’ 하고 엿보는 좋은 기회가 되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