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형들이랑 같이 놀고 싶어요
어리다고 만만하게 보지 말아요
“넌 너무 어려서 잘 몰라.”
알폰스는 이 말이 정말 듣기 싫었어.
하지만 잠깐!
알폰스는 오늘 사촌 형들 코를 납작하게 해 줄 거야. (본문 5쪽)
사촌 형들은 알폰스가 어려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매번 놀이에 끼워 주지 않습니다. 시계도 볼 줄 알고, 글도 읽을 수 있는 사촌 형들이니까, 사촌 형들의 의견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알폰스 혼자 남아 속상하고 심심한 건 어쩔 수 없습니다.
하지만 알폰스는 자기가 어려서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촌 형들의 말에는 도저히 동의할 수 없어요. 어떻게든 사촌 형들이 이 말을 더는 하지 않게 하고 싶은 알폰스. 때마침 할머니가 카드놀이 끝나고 먹자면서 선반 위에 올려놓은 쿠키 상자를 보자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요. 도대체 어쩌려는 걸까요? 알폰스는 사촌 형들의 말을 가지고 역공을 펼칩니다. 어려서 아무것도 모른다고 했으니,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인 척하기로 한 거죠. 알폰스는 쿠키 상자의 쿠키를 혼자 먹기 시작해요. 혼자 남아 속상하고 심심하니까 쿠키를 먹는 건 괜찮다고 스스로를 달래면서, 또 난 아무것도 모르니 나중 일은 알 바 아니라는 이유를 대면서 말이죠.
카드놀이를 마친 사촌 형들은 쿠키와 주스를 마실 생각에 한창 들떠 있는데, 쿠키 상자를 열었더니 쿠키가 하나밖에 남지 않았네요. 알폰스의 짓인 걸 바로 알아차린 사촌 형들은 화가 잔뜩 나서 알폰스에게 달려들어요. 하지만 전혀 위축되지 않는 알폰스. 알폰스는 다 계획이 있었거든요. 알폰스는 어떻게 사촌 형들의 코를 납작하게 할까요?
성장통을 딛고 자라는 아이를 응원해요
알폰스는 또 카드놀이에 끼지 못했어.
혼자 부엌에 남았지.
어리다고 같이 놀아 주지 않다니!
알폰스는 속상하고 심심했어. (본문 10쪽)
아이들은 어떤 상황에서 속상해할까요? 어른들은 놓치거나 잊고 있지만, 아이들에게 일어날 수 있는 마법 같은 일상을 그리는 작가 구닐라 베리스트룀은 무리에 끼지 못하고 혼자가 된 아이의 속상한 마음에 주목합니다.
아이들이 여럿 어울리다 보면 자연스레 무리가 만들어집니다. 어른들처럼 아이들이 무리를 지을 때도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내가 어리다고?》에서는 ‘나이’를 이유로 삼습니다. 알폰스 입장에서는 사촌 형들하고 같이 노는 데 나이가 전혀 문제 될 게 없을 것 같아 속상하고 야속하고 억울하기도 할 거예요.
아이들 사이에 이런 갈등 상황이 벌어진다면 어른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재판관이 되어 옳고 그름을 따져 아이들이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의 해결책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내가 어리다고?》에 등장하는 알폰스의 할머니는 어느 쪽의 편도 들지 않고, 문제 상황에 개입하지도 않습니다. 성장 과정에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로 받아들이고, 아이들이 스스로 문제의 해결책을 찾아가고,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를 주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작가는 알폰스를 통해 아이들이 어리다고 아무것도 모르는 존재로 대해서는 안 된다고 어른들에게도 경고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