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의 시간에서 길어 올린 나눔의 가치로
다음번 기회를 잡는 방법
우리는 현재의 시공간을 훌쩍 넘어 미래로 갈 수는 없다. 미래로 가려면 축적이 필요하다. 시간과 경험의 축적 말이다. 이런 기준으로 보면 과거라는 시간과 경험의 축적이 자신의 현재가 된다. 모든 사람들의 인생은 그야말로 ‘축적’이다. 문제는, 축적했던 시간과 경험을 어떻게 풀어내느냐에 따라 현재의 삶에 등급이 부여되고 미래의 인생이 결정된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게 대단히 어렵다. 지나온 시간과 경험을 돌아보라. 성취와 행복의 조각보다 살아남아야 한다는 치열함의 고통이 훨씬 클 것이다.
자기 살기도 빠듯하면서 남을 돕겠다고 나서거나 직장에서 필요 이상의 친절을 베푸는 사람, 과도하게 남의 안위를 살피는 사람은 지금 세상에서는 어리석은 사람, 아니면 철없는 이상주의자 취급을 당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인간의 역사는 증명한다. 인간에게 이타적인 마음이 없었다면 지금 우리가 머무는 이 순간은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그리고 앞으로도 이 세계는 한순간도 지속 가능하지 않을 거라고. 좁게는 우리 가족에서부터 우리 동네, 우리나라 국민이 죄다 자기 살기에만 급급하고 자기 욕심만 챙기고 나선다면 그 세상은 어찌 될까? 아마 지옥은 이불 밖이 아니라 바로 내 이불 속에서 먼저 펼쳐질 것이다.
저자는 23세 때부터 실질적 가장이 되어 생계를 도맡아왔다. 집안의 착한 딸, 든든한 딸이 되어 자기 꿈은 접어둔 채 희생했다. 그러다 인생 중반, 욕심을 내보기로 했다. 주산, 피아노 학원을 운영한 경험을 살려 프랜차이즈 영어학원에 투자했다. 그 길이 인생 내리막길을 가져왔다. 투자 실패로 빚더미에 앉아 간병인과 요양사로 버텨나갔다. 그러나 그 힘든 요양원에서 저자는 가장 친절하고 사려 깊은 요양보호사가 되었고, 병원에서는 환자들을 가장 편안하게 돌보는 간병인이 되었다. 어려운 현실에서도 저자가 이런 마음과 태도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실패의 긴 터널에서 깨달은 교훈 덕분이다.
저자는 자신이 욕심을 부리고 혼자 잘 살려고 했을 때 실패와 쓰라린 열패감이 찾아온 반면 다른 이들을 존엄하게 대하고 온전히 마음을 건넸을 때 인생을 다시 시작하고 삶에 도전할 수 있는 용기가 찾아왔다고 고백한다. 저자는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인생을 가치 있게 사는 사람과 흘러가는 대로 사는 사람의 차이는 실패에서 경험을 길어 올리고 그 실패를 바탕으로 다음번 기회를 다시 잡는 사람과 패인은 생각지도 않은 채 섣부른 자기 욕심만 앞세우는 사람에 있다고 단언한다. 부의 양극화가 가속화되는 세상에서 우리가 이 가치를 다시 생각해야 할 이유다.
저자가 따르고 실천하는 신념은 나이만 먹은 낡은 꼰대와 현명하게 나이 든 어른의 차이, 자기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사람보다 남과 나누고 기쁨을 공유할 줄 아는 사람이 가져갈 삶의 기회의 차이를 분명히 알려준다. 남에게 주고 베풀고 나눔으로써 훨씬 풍요로워진 저자의 인생관은 남들보다 가진 것 없는 것 같아 마음 졸이고 조급해하는 많은 이들에게 자신이 원하는 방향대로 삶을 살 수 있는 ‘유일하고도 풍요로운’ 방법을 들려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