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휴양지 오키나와에서 만난 현실과 사람들
절망 속에서 길어 올린 희망과 연대의 이야기
일본의 제주도라 불리는 오키나와는 연중 따뜻한 날씨와 에메랄드빛 바다로 유명한, 한국인도 많이 방문하는 휴양지다. 그러나 제주도와 닮은 점은 그것만이 아니다. 아름다운 자연 속에 학살이 일어났던 아픈 역사를 감추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본래 류큐 왕국이라는 독립된 국가였던 오키나와는 일본에 합병된 이후로도 계속 차별을 받아왔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는 주민들이 방패막이가 되어 희생당했으며 현재는 주일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 이로 인해 개발이 제한돼 일본에서 가장 빈곤한 지역이기도 하다.
저자 우에마 요코는 이 오키나와에서 나고 자랐으며, 지금은 후텐마 미군 기지 인근에서 어린 딸을 키우며 여성 문제를 연구하고 있다. 저자는 오키나와 주민들의 반대에도 미군 신기지 건설이 강행되던 그 순간부터 글을 쓸 수 없게 되었다고 한다. 그때 담당 편집자가 자신의 일상을 SNS에 올리듯 가감 없이 써 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권유해 주어 쓰게 된 것이 바로 이 《바다를 주다》였다. 인생에서 가장 아팠던 순간의 내밀한 기억에서부터 자신의 조부모 이야기, 딸을 키우며 생긴 일, 조사를 하며 만난 소외 계층의 사람들……. 저자는 자신이 느끼고 겪은 모든 경험들을 다정한 시선으로 하나하나 기록한다.
저자가 살아가는 오키나와의 현실은 참담하다. 미군 기지로 인해 물은 오염되고, 주민들은 미군 전투기의 소음에 시달린다. 소외 계층의 여성들은 어린 미혼모가 되어 밤거리로 몰린다. 그러나 오키나와에 절망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좌절하지 않는 법을 배우며 자라나는 아이들이 있고 그런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단식투쟁도 불사하는 어른들이 있다. 《바다를 주다》는 그런 사람들의 모습 속에서 희망을 발견하고 우리에게 전해 준다.
자신의 고통을 이겨내고 소외된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다
2021년 서점 대상 논픽션 부문 대상 수상작
어느 날 남편이 외도를 고백했다. 상대는 이웃에 사는 내 친구였다……. 저자는 인생에서 가장 어둡고 힘들었던 시기를 담담하게 고백하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배신감에 힘들어하던 저자는 자신을 아끼던 친구들의 도움으로 저자는 맛있는 된장국의 맛을 느끼며 다시 삶의 의지를 되찾을 수 있었다.
그후 저자는 여성 문제 연구자가 된다. 저자는 주로 빈곤 가정에서 자라나 유흥업소에서 일하게 된 여성들, 어린 나이에 어머니가 된 여성들을 인터뷰하고 조사한다. 자신의 슬픔을 극복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발 더 나아가 소외된 이들, 고통받는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세상에 알리는 직업을 갖게 된 것이다.
이 책에는 저자가 조사 활동 중에 만난 사람들의 사연이 나온다. 이들은 모두 문제 가정에서 자랐으며, 지금도 힘든 상황에 처해 있다. 이들은 무조건 바르고 선하지는 않다. 어린 시절 학대를 당했던 남자 호스트는 자기 여자 친구를 원조 교제 시켜 돈을 뜯어냈고, 성폭력의 희생자인 십대 미혼모는 돈을 벌려면 어쩔 수 없다며 유흥업소에서 일한다. 그럼에도 어떻게든 살아남으려고 몸부림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저자는 듣고, 기록한다. 동시에 이들의 고통에 함께 가슴 아파하며 어떻게 도와주면 좋을지 치열하게 고민한다.
현재 저자는 오키나와에서 싱글 맘 쉼터 ‘오니와’의 공동 대표를 맡고 있다. 어떻게 하면 소외된 이들을 도와줄 수 있을까 고민하던 저자가 나름의 답을 찾아낸 것이다. 고통 속에서도 변화하기 위해 나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바다를 주다》는 일본 독자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키며 2021년 일본 서점 대상 논픽션 부문 대상 및 다수의 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