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은 이제 그만, 엉덩이를 움직여”
빨간불을 그린라이트로 바꾸는 삶의 기술
“이 책은 “안 돼”가 판치는 세상에서 더 많은 “예”를 받는 방법을, 그리고 어떤 “안 돼”가 실제로는 “예”일지도 모르는 때를 인지하는 방법을 다룬다. 이 책은 그린라이트를 받는 것에 대한 책이고, 노란불과 빨간불은 결국에는 파란불로 바뀐다는 깨달음에 대한 책이다.” _24쪽
미국 남부의 블루칼라 가정에서 자란 매튜 맥커너히는 “일을 잘하라고, 9to5로 일하는 회사의 사다리를 올라가라”는 가르침을 받으며 자랐다. 화이트 칼라, 정확히는 변호사가 되리라 생각했던 그는 어느 날 갑자기 필름스쿨에 가겠다는 선언을 한다. 매튜 맥커너히는 땀을 뻘뻘 흘리며 아버지의 대답을 기다렸고 아버지는 묻는다. “그게 네가 하고 싶은 일이냐?” 그렇다는 맥커너히의 대답에 아버지는 한 마디를 건넨다. “하려거든 제대로 해라.”
남들보다 뒤늦게 연기를 시작한 맥커너히는 “하려거든 제대로 하라”는 아버지 말대로 온갖 오디션을 보았고 역할을 따내기 위해 과감하게 행동했다. 완벽하게 그 캐릭터가 되어 자신의 역할로 만들었고 무명인 네게 주연 역할이 돌아갈 리 없다는 감독의 말에도 포기하지 않고 자신을 어필했다. 노동계급 출신 꼬맹이었던 매튜 맥커너히는 불가피한 상황들과 관계를 맺으며 세계적인 배우가 됐다. 그는 《그린라이트》에서 이렇게 말한다. “당신이 받은 빨간불을 그린라이트로 바꿔라. 지붕은 인간이 만든 것이니까.”
“당신이 싸움에서 질 수 없다면 그건 리스크가 아니다.”
할리우드에서 살아남았다는 것
우리나라에서 매튜 맥커너히는 〈인터스텔라〉로 유명한 배우지만, 한때 그는 미국에서 로맨틱 코미디 가이로 불렸다. “로맨틱 코미디는 박스오피스에서 꾸준히 히트하는” 그의 유일한 장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튜 맥커너히는 시간이 갈수록 연기가 목적이 아닌 수단이 된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결국 그는 1450만 달러의 출연료도 마다하고 약 2년간 로맨틱 코미디와 관련된 모든 제안을 거절한다. 재정적인 가뭄과 잊힐 거라는 두려움이 없었던 게 아니다. 페이지를 넘기려면 “나쁜 습관의 회전목마”에서 내려야만 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는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 〈킬러조〉 〈머드〉 같은 영화들에 출연하게 된다.
매튜 맥커너히가 할리우드를 거부함으로써 살아남고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으로 오스카 남우주연상을 거머쥘 수 있었던 건 그가 끊임없이 변화를 일으켰기 때문이다. 매튜 맥커너히는 아무도 자신을 모르던 무명 시절부터 안정감과 감동에 붙들리지 않았다. 간절하게 역할이 필요했던 초짜 때는 절박한 마음을 버리려 유럽을 횡단했고, 〈타임 투 킬〉 개봉 이후 모든 시나리오가 그를 원할 때는 사막과 아마존강으로 자신을 내던졌으며, “박애주의적인 역할들과 자기를 발견하는 이야기들”이라면 주인공이 아니더라도 맡았다. 무엇보다 그는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의 에이즈 말기 환자 ‘론 우드루프’를 연기하기 위해 14.5킬로그램을 뺄 만큼,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에 등장하는 단 몇 분 동안 도저히 잊히지 않을 연기를 선보일 만큼 지독하게 열심이었다. “당신이 싸움에서 질 수 없다면 그건 리스크가 아니다.” 매튜 맥커너히는 이 말을 삶으로 증명해낸다.
“유머는 나를 가르친 위대한 스승이다”
진솔하고 유쾌한 매튜 맥커너히만의 이야기
《그린라이트》를 관통하는 큰 정서는 단연코 유머다. 당신들끼리 세 번 이혼하고 두 번 결혼한 부모님(그들의 싸움은 주로 피가 나야 마무리됐다), 호주에서 지냈던 1년(함께 지낸 호주인들은 그를 ‘미이수욱한 미국인’이라고 생각했다), 연기를 막 시작했을 때 ‘내가 곧 그 역할이지’라는 생각에 대본을 쳐다보지도 않았던 일(촬영 직전 잠시 본 대본에는 스페인어로 하는 독백이 네 장에 걸쳐 쓰여 있었다), 알몸으로 봉고를 두드리다 경찰에게 체포된 이야기(그는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기 위해 이불을 두르지 않고 마당에 나갔다) 등 매튜 맥커너히의 삶은 재미있는 에피소드로 가득하다.
《그린라이트》에는 이 밖에도 믿지 못할 웃긴 일들이 줄줄이 나오지만, 하나하나 뜯어보면 사실 마냥 웃긴 이야기들이 아니다. 부모는 서로의 손가락과 코뼈를 부러뜨리며 싸우고 함께 살게 된 호주인들은 매 순간 자신을 가스라이팅한다. 어렵게 배역을 따냈지만 대본을 전혀 외우지 못했고 유명인이 됐는데 알몸으로 체포된 사진이 떠돈다. 분명 즐겁고 행복한 일들은 아니지만 매튜 맥커너히는 이런 상황들을 유쾌하게 받아들였다. 그에게 유머는 “고통과 상실감과 신뢰가 부족한 상황에서 대처할 수 있게 도와준” 스승이자 친구였기 때문이다. 《그린라이트》가 읽는 사람을 웃게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