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이터세, 디지털세와 무엇이 다른가?
국내에서 막대한 이익을 누리고 있는 구글 같은 다국적 IT기업의 조세 회피를 막고자 OECD와 G20을 중심으로 개발된 디지털세는 2015년 BEPS 프로젝트 최종보고서가 발표된 이후에도 계속 논의되어 왔다. 최근 141개국이 참여하는 포괄적 이행체제의 합의 이후 디지털세 중 하나인 글로벌 최저한세(필라2)가 국내에서도 2024년에 시행될 예정이다. 그러나 15% 이하로 법인세를 부과하는 글로벌 기업에게 추가로 과세한다는 글로벌 최저한세는 법인세율이 17%인 싱가포르에 아시아 시장의 본점을 집중한 다국적 기업에게 타격이 되지도, 국내세수 증가에도 기여할 수 없다. 고정사업장이 없는 경우 연계성을 기준으로 과세하려는 디지털세의 통합접근법(필라1)에 대한 합의도 시장소재지 국가의 과세권 배분에 대한 이해가 상충하고 있어 제도가 도입이 되더라도 성공적인 안착을 장담하긴 힘들다. 즉, 과거 100여 년간 지속해 온 소득 과세 중심의 현행 국제조세 체계에서는 여전히 다국적 기업의 조세 회피를 막기 어렵다.
한편, 디지털 경제에서는 데이터 없이 구글, 아마존 같은 다국적 기업이 사업을 영위하는 것이 곤란하므로 데이터의 활용에 직접 과세하는 데이터세의 도입이 필요하다. 데이터세는 글로벌 플랫폼 및 크라우드 기업이 원료에 해당하는 데이터를 거의 무상으로 수집한 후 가공하여 얻는 초과이익을 환수하고자 물품세 형태로 개발된 것이다. 납세의무자는 데이터를 수집, 가공 또는 반출하는 자이며, 데이터 용량을 과세표준으로 하는 종량세 구조를 가진다. 기업의 영리활동에 소비세가 과세되면, 소득세 과세 이전에도 일정 세수의 징수가 가능하므로 디지털세의 분배 이전에라도 다국적 기업에 대해 시장소재지 국가의 조세채권 확보가 가능하고,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데이터의 특성상 안정적인 세수 운영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
▣ 데이터세법, 왜 필요한가?
과거 아날로그 산업혁명에서는 핵심자산이 자본과 노동력, 원료 등이라고 한다면, 디지털혁명으로도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자원은 데이터다.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디지털기술로 촉발된 초연결 기반의 지능화 혁명인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 되면서, 데이터가 마치 천연자원과 같이 채굴이 가능하게 되었고 데이터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플랫폼 회사들이 시장을 장악해 나가고 있다. 디지털 기업은 인공지능을 통해 원료인 데이터를 가공하여 수익을 올린다는 점에서 제조업과 같은 특성을 가지지만, 원재료비가 거의 들지 않으므로 막대한 초과이익을 거둘 수 있다. 데이터의 발생 주체인 사회구성원의 기여에 어떠한 대가도 지불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데이터의 수집·가공·판매 시점에 데이터세로 징수한 재원을 데이터 산업에 재투자한다면 사회 구성원이 데이터를 더 잘 사용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고, 서버의 위치를 강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경제적 제재에 의한 데이터 현지화 정책을 구현하여 데이터 주권을 확보할 수 있다.
▣ 세법 실무 전문가가 제안하는 데이터세법의 원리와 실제 법안
세법을 전공하는 학자들은 데이터에 관한 법률에 관심이 없고, 데이터 관련 법률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세법에 대한 접근이 곤란하다. 저자는 세법의 해석과 신고 등 제반 실무를 수행해 온 세무사로서 개인정보를 중심으로 데이터에 대한 우리나라와 주요국의 법제를 소개하고, 데이터의 경제적 가치에 대한 배타적 소유권 행사가 가능하지 법리적으로 검토하였다. 다음으로 실제 데이터세를 도입하기 위한 과세환경과 법적 근거를 제시하고, 과세요건을 포함한 구체적인 징수방법 등에 대하여 실현 가능한 방안을 마련하였다. 최근 입법된「데이터 산업진흥 및 이용촉진에 관한 기본법」에 명시된 재원 조달 방법으로서 데이터세가 활용될 수 있다는 점도 보여준다. 본서에서는 데이터세법의 원리 이외에도 국회 법제실에 제출하여 검토되었던 실제 법안을 소개하고, 스니펫세, 디지털서비스세, 디지털세 등 해외에서 도입되었거나 논의되었던 세제를 비교 설명함으로써 독자의 이해가 쉽도록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