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에게 무한한 사랑을 쏟는 작가와
그의 샤르트뢰 고양이 네 마리가 만들어낸 문학 창작의 비하인드 스토리
작가란 얼마나 알쏭달쏭한 존재인지! 하지만 작가와 일상을 함께하는 고양이들이라면 그 누구보다도 그들 집사의 복잡다단한 내면의 삶을 잘 알려줄 수 있을 것이다. 뮈리엘 바르베리는 사랑스럽기만 한 모습 속에 발톱을 감춘 동맹들의 목소리 너머로 문학 창작의 흑막을 재치 있게 폭로한다.
작가의 고양이 네 마리는 털은 회색이고 눈동자는 오렌지색인, 샤르트뢰 종 출신들이다. 관찰력이 좋고 지적인, 샤르트뢰 고양이 협회가 따로 있을 만큼 애묘가들이 그 보존에 힘쓰는 프랑스의 대표 고양이 혈통이다. 뮈리엘 바르베리가 작가의 고양이로 샤르트뢰 고양이들을 설정한 것부터 매우 의미심장한 선택이다.
성격이 제각각인 이들 고양이 무리 중 대장인 오차는 차가워 보이지만 마음은 다정하다. 오차의 여동생인 미즈는 앞발 두 개가 뒤틀렸는데 사랑이 넘친다. 평온하고 섬세한 페트뤼스는 꽃을 좋아한다. 이 책의 화자인 키린은 영특하고 우아하다.
시골집에서 살며 차를 즐기고 맥주를 좋아하는 작가는 매일 새벽 일찍 일어나 글을 쓰는데, 이 네 마리의 고양이들 역시 작가 곁에 자리를 잡고 작가의 작업 과정을 지켜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당연히 고양이마다 창작의 전장터에서 수행할 역할이 있다. 글이 안 풀릴 때마다 좀쑤심과 의구심으로 괴로워하는 작가에게 애교를 부리고, 절망에 빠져 차를 두 주전자나 마시며 허우적거리는 작가를 위로하고, 감정의 기복으로 인한 신경전에 중재자로도 끼어든다.
하지만, 그저 위안을 주는 동반자밖에 되지 못하는 것에 만족하지 못하는 작가의 고양이들은 헌신을 다해 글을 읽는 법을 배우고 남몰래 그들 집사의 문학 자문위원이 된다. 작가가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잠자리에 들면, 고양이들은 작가가 책상 위에 가지런히 놓아둔 원고를 밤새도록 함께 읽고 검토하고, 본인들 기준으로 부족해 보이는 부분에는 어떻게든 표시를 남긴다.
“다음 날 아침 우리 작가가 전날 작업한 것을 다시 읽을 때 미즈는 허술한 문장 위에 앉고, 페트뤼스는 무심히 꼬리를 빗자루처럼 사용해서 그 문장을 쓸고, 오차는 연신 야옹거리고, 저는 잘못된 페이지를 잘근잘근 물어뜯어요. 우리의 유별스러운 행동에 은근히 이끌려 작가의 주의력이 깨어나고 날카로워져서 작가는 자신 있게 냉철함을 발휘하며 다시 읽지요. 그러면 기적이 일어난답니다. 우리 작가는 밤새 자신을 괴롭히던 의구심의 목을 비틀어버리지요. 어느 날 작가가 퇴고를 아주 멋지게 끝내고 나서 나한테 이렇게 말한 적이 있어요. 진지한 척하지 말고 진지하게 일해야 해.”
이제 고양이들은 드디어 자신들의 역할에 대한 보상을 요구한다. 진짜배기 문학 자문위원으로서 그들이 작가에게 제시한 대가는 무엇일까. 고유의 시정詩情을 타고난 이 고양이들이 세상에 제시하고자 하는 대의는 무엇일까.
“이 모든 점에서 이런 결론이 도출될 수밖에 없어요. 우리가 매일 사료 세 그릇과 몇 번의 무심한 어루만짐 말고는 어떤 보상도 받지 못한 채 착취당해 왔다는 겁니다. 우리 주인의 작업에 대한 우리의 기여를 사람들이 알까요? 우리의 호의와 전문성을 알까요? 작가의 내적 싸움에 대한 우리의 내밀한 이해를 알까요? 우리가 작가에게 안기는 영감을 알까요? 이 부유하는 세상에서 그녀가 말의 집을 세우는 공사를 할 때 우리는 굳건한 모래 역할을 해왔습니다.”
톡톡 튀는 유머로 일상의 시詩를 얘기하는 듯한 달콤하고 경쾌한 이 이야기를 다 읽고 나면, 독자들은 분명 이렇게 유능한 수호 토템을 가진 이 작가를 무한히 부러워하게 되리라.
그리고, 경쾌한 글 못지않게 이 책을 돋보이게 하는 요소는 삽화가 마리아 기타르의 그림이다. 사르트뢰 고양이를 상징하는 회색과 오렌지색, 두 가지 색만으로 작가와 고양이들의 일상을 섬세하게 포착한 30여 컷의 삽화는 그 자체만으로도 독자의 기분을 좋아지게 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