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십 생일에 교정을 보며 깨달았다.
‘인형이 나를 키웠다는 것을’
인형으로 만나는 세계 문화 예술
이『인형으로 읽는 세계 문화 예술』은 동화 작가 김향이가 오랜 세월 수집한 인형을 통해 세계 문화 예술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낸 ‘인형의 문화사’이다. 다양한 소재와 지역, 인형에 얽힌 이야기를 풍부한 사진 자료와 함께 엮어 놀이문화 탐구, 작품 소개, 인형 만들기 등을 꼼꼼하게 기록한 책이다. 직접 만들거나 여행지에서 만난 인형들 하나하나에 숨결을 불어넣어 스토리를 만들고 꿈과 희망의 메시지를 책에 담았다. 유럽, 미국, 일본, 동남아의 인형에 얽힌 이야기, 동화책 속 주인공 이야기, 영화와 그림 작품에 소개된 주인공 인형을 통해 독자들에게 세계 각국의 문화와 예술을 체험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여기에 인형이 탄생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더해 작가의 인형 이야기는 풍성한 스토리가 쌓여갔다. 앤티크 인형, 동화책 속 주인공 인형, 인형의 집 등 세계 여러 나라의 소녀들이 가지고 놀던 인형 이야기와 한국의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 인형들이 이 책에 모두 담겼다.
현대 사회에서도 인형은 더할 나위 없는 아이들의 놀이 친구로서 사랑받고 있으며 김향이 작가는 이렇게 수집한 인형들을 머지 않아 한곳에 모아 더 많은 사람들이 인형을 만날 수 있게 할 것이다. 현대인들은 아름다워지기 위해 갖가지 방법으로 성형을 하고 살을 빼다 못해 팔등신 바비 인형으로 대리 만족하기도 한다. 아름다움에 대한 욕망이 인형에도 반영된 것이다. 책에는 외모 지상주의를 경계시하는 아메리카 원주민 인디언이 만든 옥수수 껍질 인형의 얼굴에는 눈, 코 입을 그리지 않는 것처럼 각 나라마다 금기시되는 문화와 예술의 뒷이야기도 흥미롭게 펼쳐지며 직접 인형을 만들어볼 수 있는 특별 부록도 수록했다.
1장에서는 인류 최초의 인형에서부터 각국을 대표하는 인형을 소개하고, 인형의 역사를 주로 다루고 있다. 선사시대 사람들은 왜 인형을 만들었는지, 언제부터 인형이 어린아이들의 놀잇감이 되었는지, 인형 산업의 발달로 인형의 재료는 어떻게 달라졌는지 등 흥미로운 질문을 던지며 세계 인형의 역사를 살펴본다.
2장에서는 작가가 인형을 찾아 떠난 세계여행 이야기를 기록했다. 영국, 프랑스, 타이완, 중국, 독일, 네덜란드, 일본 등 인형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구석구석 찾아 나선 작가의 생생하고 즐거운 ‘인형 찾아 삼만리’가 펼쳐진다.
3장에서는 세상에 하나뿐인 인형 이야기, 마이클 잭슨, 비틀스 등 세계의 유명 인사를 모델로 한 인형, 혼례식 인형, 어머니 인형 등 전 세계의 스페셜한 인형을 소개하면서 다양한 문화 체험을 경험하게 한다.
4장에서는 『피터 래빗』, 『미운오리 새끼』, 『피노키오』 등 명작 동화를 인형과 함께 읽고 작가가 직접 만든 주인공 인형을 소개한다. 더불어 인형 수집기들에게 핫한 아이템인 디즈니 베이비 돌을 리폼한 패션 히스토리를 소개한다. 15세기 고딕 스타일에서 1960년대 영패션에 이르기까지 버려지는 소재들로 만든 세상에 하나뿐인 명품 업사이클 베이비돌 열 명의 모습을 책에 실었다.
마지막에는 풀각시 인형, 손수건 매듭 인형, 인디언 원주민의 옥수수 껍질 인형, 풀줄기로 만든 러시아 인형 등 독자들이 손쉽게 나만의 인형을 만들어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동화책 속 주인공을 인형으로 만나다!
동화 작가 김향이는 “인형은 운명처럼 내게 왔고 삶의 일부가 되었다.”고 말한다. 일곱 살 때 구호품을 싣고 온 미군에게 큐피 인형을 선물로 받았는데 태어나서 처음 품어본 장난감이었다. 어른 손바닥만 한 것이 말랑말랑한 데다 깜찍하게 생겨서 홀딱 반했다. 그날부터 큐피를 말동무 삼아 이야기 짓기 놀이를 시작했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큐피를 어린 동생이 망가뜨리는 바람에 어머니가 헝겊 인형을 만들어주셨지만 그 인형도 오래 가지 못하자 작가는 처음으로 어머니 반짇고리를 뒤져서 헝겊 인형을 만들었다. 인형 옷을 만들 고운 천이 없어서 벽에 걸린 어머니 한복 치마를 잘라 옷을 입혔다. 작가 김향이의 인형 사랑은 그때부터 시작된 셈이다.
어린 시절 인형놀이로 이야기를 짓고 상상놀이를 한 것이 동화를 쓰고 인형을 만드는 일의 시작이었다. 작가는, 자녀들을 키울 때 동화책 속 주인공 인형을 만들어 인형극 놀이를 즐겼다. 모든 아이들이 책과 친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동안 열 번 이상의 〈인형으로 읽는 동화전〉을 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