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여 년 전부터 150여 년 전까지 경복궁에는 사람이 살았고, 일을 했고, 놀기도 했다. 왕이건 신하건 모두 사람이며, 그들은 살아가는 와중에 글을 남겼다.
저자 박 순은 조선의 문장가들이 남긴 아름다운 옛글을 소개하며, 전시품이었던 경복궁에 다시 영혼을 입히고 생동감을 불어넣었다. 건국 초기 백성들의 평안과 행복을 염원하며 ‘경복궁’이라는 이름을 지었던 정도전, 뛰어난 신하에게 술을 내리며 칭찬하는 시를 쓴 세조, 외국 사신을 맞이하며 화답하는 시를 남기며 외교의 품격을 보여준 율곡 이이, 임진왜란으로 잿더미가 되어 버린 경복궁을 보고 서러워했던 의병장 정희맹, 오랜 시간이 지난 뒤 경복궁에 술 들고 놀러 오는 유람객들의 모습을 묘사한 김창집, 선조들의 업적을 기억하며 미래로 나아가려 했던 정조, 경복궁을 재건하고 새 나라를 선포한 고종에 이르기까지, 경복궁과 관련한 다양한 인물들과 그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글에는 사람의 마음이 담겨 있다. 옛 선인들이 남긴 글을 통해 지나간 삶의 궤적을 따라가다 보면, 그들이 염원하고 기뻐하고 슬퍼하고 탄식했던 그 모든 감정들이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지금도 그러하듯이 옛날 경복궁에도 해가 뜨고 달이 지고 비가 오고 바람도 불었을 것이다. 그러한 시간들 속에서 아픔도 많았지만, 오랜 시간 폐허로 누워 있기도 했지만, 그때 그 사람들이 쓴 기쁜 글 슬픈 글 모두 따뜻한 흔적일 수 있음을 알게 되는 것이다. 그 오랜 세월 동안 수많은 이들이 경복궁을 바라보며 썼던 기쁜 글과 슬픈 글들을 감상한다면, 역사라는 것이 단순히 지나간 이야기가 아닌 살아 숨 쉬는 삶의 역동적 과정이었음을 깊이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