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집은 얼마에요?”
이 질문이 들어서면서부터 우리의 머릿속은 복잡해지기 시작한다.
이사 갈 집을 보러간다. 눈에 들어오는 곳부터 새로 들어가 살 집에 대한 구조도를 펼쳐본다. 거실의 크기, 주방 구조와 신상 냉장고가 들어갈 자리, 책상과 장난감과 채워질 아이 방... 드디어 찾았다, 우리집!
집의 의미란 무엇일까? 집은 쉼과 사랑의 보금자리, 아이들이 자라날 공간이다. 우리 가족이 오순도순 행복하게 사는 곳, 살아갈 곳을 찾는 게 무엇보다 우선이라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질문이 이렇게 바뀐다면?
“그런데, 이 집은 얼마에요?”
이 질문이 들어서면서부터 우리의 머릿속은 복잡해지기 시작한다. 온갖 부동산 용어들이 난무하고, 시세차익, 기회비용, 대출 등 사랑과 쉼의 보금자리였던, 집은 재테크의 대상이 되어버린다. 세입자, 매도인 매수인, 근저당과 같은 법률관계와 책임이 등장하여 수많은 이해관계에 얽어매놓는다. 자칫 어수룩하게 굴었다간 그동안 모아놓았던 금쪽같은 재산을 고스란히 떼이거나 골머리를 앓는 일을 얻게 되는 것이다.
결혼 5년차이자 30대 중반인 칠복이네 부부, 작은 구축 아파트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했다. 불편도, 부족함도 신혼의 재미이려니 했고, 월급을 열심히 모아 전세 대출도 갚고, 그러다 보면 언젠가 내 집을 장만할 날도 오겠지 싶었다. 하지만 칠복이가 태어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집이 아이 용품들로 미로가 되어버리면서, “딱 세 평만”이라는 이사의 꿈을 품게 되었고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 영끌, 재테크 열풍은 칠복이네 부부를 들썩이게 만들었다. 여기다 재테크의 롤모델이자 든든한 정보통이 되어주던 현대 언니의 강력한 말 한마디가 기름을 부었다.
“집 사라!”
부동산 계약 시 꼭 피해야 할 , 절대로 겪고 싶지 않은 일들
칠복이네 부부, 둘 다 학력에서는 어디 빠지지 않는 스펙의 소유자였고, 탄탄한 직장에서 사회 경험도 갖추고 있었다. 부동산을 잘 모르는 부린이였지만, 세상 돌아가는 일에도 무지하지 않아서 불리할 일을 당할 거란 생각은 ‘1’도 못 해봤다. 하지만 현실 공부가 많이 부족했던 걸까? 공부를 대하듯 진심과 성실이면 통한다는 생각으로 내 집 장만에 무작정 뛰어들었다가 울트라 롤러코스터급 스릴을 맛보게 될 줄이야....
이사를 하며 누구나 느끼고 겪었을 법한 이야기들, 특히나 뒷목을 잡게 한 특급 사건들이 연이어 일어나면서 칠복이네 부부는 제대로 현실공부를 해야 했다. 부동산에서 당장 고층 아파트가 들어선다는 얘긴 쏙 빼 놓은 채 유리한 정보만 늘어놓아 괜히 내 집 마련을 기대했던 일, 방송을 타면서 집 주인이 매물을 거둬들이면서 그림의 떡이 되어버린 일, 동원된 아르바이트와 모객꾼들의 현란한 말솜씨에 홀려 지역주택조합을 계약해 돈을 떼일 뻔한 일, 부동산 사장님의 말만 믿고 소유권이 신탁회사에 있는 집을 겁도 없이 계약한 일, 중도금을 수시로 요구한 것도 모자라 이사 열흘 전 이사불가 통보를 문자로 보내온 매도자, 주변 부동산의 부추김질에 전세금 1억씩이나 올려버린 주인, 실패한 전세 빼기와 꼬여버린 이사계획, 그리고 ‘이제 더 이상은 없겠지’ 했을 즈음 부동산 사장님과 은행 법무사간에 일어난 큰 싸움, 칠복이네 부부는 마지막까지 막장으로 치달으며 부동산 계약 시 절대로 겪고 싶지 않은 일들만 골라 겪어야 했다.
대망의 잔금일, 수많은 시련으로 다져진 드림팀인 시어머니, 시아버지, 칠복이 아빠가 부동산을 향했다. 멱살잡이까지 하고 싶을 만큼 마음고생을 시키던 매도자를 단단히 대비하고서. 텅 비어버린 집 앞. 자랑스럽게 걸려 있던 매도자의 군복입은 사진들, 자신의 아들의 미래를 품고 있던 물건들까지 말끔히 치워진 상태였다. 매도자는 마지막으로 집을 둘러보고는 칠복이 아빠를 힘껏 안아 주며 잘 살라는 덕담까지 해주고 그 자리를 떠났다고 한다. 막상 내 집이 생겼지만 누군가의 꿈을 밀어낸 것 같아 마음이 복잡했다는 칠복이네 부부였다.
칠복이네 부부처럼 타인을 바라봐 준다면
이해관계 속에서 서로 상처를 겪는 일도 조금은 줄어들지 않을까
이들의 이야기가 참으로 고마운 이유는 욕을 해도 모자랄 만큼, 힘든 일을 겪었으면서 분노하기 보다는 타인의 행복을 빌어주고, 그 분노를 자신들의 충실한 삶으로는 바꾸어버렸기 때문이다. 본래는 모두 다 평범한 사람들이고 선량한 사람들이었겠지만 가족의 꿈과 미래를 걸고 벌어지는 일이기에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칠복이네 부부처럼 타인을 바라봐 준다면 누군가를 사인 한 장으로 쉽게 삶의 보금자리에서 쫓아내고 이해관계 속에서 서로 상처를 주는 일도 조금은 줄어들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은 행복한 보금자리를 마련하는 데 부린이들의 시행착오를 줄이는 훌륭한 길라잡이가 되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