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밀레니엄의 두 가지 풍경
저자는 문학 장의 새로운 밀레니엄 풍경으로 두 가지를 꼽았다. 첫째, 아이폰을 비롯하여 ‘내 손안에서 가능해진 인터넷 세상’이 도래하자, 2012년 전후 본격문학의 온라인 연재가 활발히 이루어졌다. 온라인이라는 새 지면을 통해 문학의 활로와 미래를 모색하는 가운데 문학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둘째, 포스트 이데올로기 시대가 도래하자, ‘지각하는 주체’가 아니라 ‘감각하는 주체’가 부각 되었다. ‘합리적인 주체’가 아니라 ‘감정적인 주체’의 ‘불확실성’을 탐구하기 위해 정동(情動) 이론과 담론이 부상했다. 예컨대 2021년 이상문학상 수상작 이승우의 「마음의 부력」은 감정잉여의 시대, 사랑이라는 감정의 진지한 탐구 결과이다.
밀레니얼 세대 청춘 담론
저자는 새로운 밀레니엄에 청춘기를 보내는 세대의 감수성을 탐구했다. 신춘문예 당선작을 비롯하여, 문학동네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2010~2021)에 이르기까지 동시대 출간된 작품에 주목했다. 밀레니얼 세대는 꿈꿀 수 있는 권리보다 이방인으로 정처없이 거리 위를 표류하는가 하면, 동시대 문제에도 관심을 표명한다. 증여(贈與) 공동체로서 가족의 증여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고 공정성을 제안한다. 불확정적이고 가변적인 시대, ‘고발’과 ‘위축’, ‘윤리’와 ‘일탈’, ‘인류’와 ‘국가’ 양자의 사이를 부유하면서 하나의 특징으로 고정되지 않는 것을 이름하여 ‘사이(낀)’ 감수성이라 명명한다.
밀레니얼 세대의 ‘기억’과 ‘속도’
저자는 새로운 밀레니얼 사건으로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침몰에 주목하고, 문학이 이를 기억하는 다양한 방식을 분석한다. 이와 더불어 ‘기억’과 ‘속도’, 두 가지 화두를 제시한다. 우리는 현재라는 시공간에 발을 딛고 있지만 무수한 과거의 기억으로 이루어져 있다. 현실에서 기억이 원활히 작동함으로써 개인과 사회의 병리적 징후를 감지할 수 있다. 또한 발빠른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속도’를 간과할 수 없다. 우리 시대에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사람들’, ‘속도를 따라가지 않으려는 사람들’, ‘속도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공존한다. 세계 변화가 급박할수록 삶은 완급 조절이 필요하며, ‘느림’은 자기 삶을 객관적으로 조망하고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다. 우리는 속도 조절을 통해 자기 안에 내재한 가치를 찾아내고 이를 실현해 낼 수 있다.
문학, ‘뒤돌아 보며 걷기’
저자는 ‘문학’이 자본주의 경쟁력이 미비한 탓에, 역설적으로 자유롭고 순수하다고 보았다. 그 힘으로 문학은 속도에 부침을 당하지 않고 세계를 응시할 수 있으며, 세계에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작가는 질문을 던지고 독자는 그 질문을 사유한다. 작가는 느림의 방식으로 빠르게 지나쳐 왔던 것들을 돌아보며 삶의 빈 곳을 메우고 치유를 제안한다. 그 결과 문학은 삶의 곳곳을 돌보거나 돌아보는 시학을 구현할 수 있다. 쉬어가면서 동시대 현실의 좌표와 보편성을 의식할 수 있는 이러한 문학의 기능을, 이름하여 ‘뒤돌아 보며 걷기’라 명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