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사회과 교육의 정체성을 오래도록 고민하고, 수십 년의 경험을 축적하여 펴낸 책이 있다. 제목에 표현되었듯이 저자는 삶과 유리되지 않는 그래서 세상살이에 활용될 수 있는 사회 교육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정년 퇴임을 눈앞에 둔 사회 교사가 교실에서의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사회 수업 장면을 펼쳐 놓고 있다. 그리고 자신 또한 교실에서의 가르침과 일치하는 삶을 위해 살아온 과정을 조심스레 보여 준다.
이 책은 크게 2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앞부분은 고등학교의 통합사회 수업과 기록까지의 과정을 소개하고, 뒷부분은 사회 교사로서 저자의 자아정체성을 드러내고 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사회과목을 ‘암기과목’으로 분류한다. 저자는 사회과목에 대한 이런 표현을 오명으로 생각한다. 저자는 오명을 쓰게 만든 과거의 사회과 교육과정을 비판하고, 현재 시행되고 있는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배움과 삶의 일치를 지향하고 있다고 본다. 특히 고등학교 통합사회는 새로운 이론이나 확장된 지식 쌓기를 위한 수업이 아니라 중학교에서 배운 기본 개념을 바탕으로 삶을 통합적으로 바라보는 관점 세우기와 현실 적용을 위한 공부를 목표로 하는 과목임을 확인한다. 그래서 〈고등학교 통합사회〉 교과의 목표를 충실하게 교실에서 실현하려 하며, 수업 활동이 평가와 기록에 이르기까지 오롯하게 일치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과정을 보여 주고 있다.
특히 이 책에는 교실에서 학생들의 생생한 느낌을 담은 글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이 글들을 읽으면서 살아 있는 교실 수업 장면을 그려 볼 수 있다. 시험 점수를 위해 경쟁하기보다는 모둠 활동을 통해 협동하는 삶을 연습해 보는 것이다. 지난 세기의 문제를 해결하고 21세기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 갈 능력 중의 하나로 ‘협업 능력’이 곧잘 언급된다. 협동적인 과제 수행 활동을 통해 집단 지성을 발휘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게 하는 경험이 중요하다. 이 책에는 사회과 수업이 지겨운 지식 기억 투쟁이 아니라 협업하는 즐거운 활동임이 잘 나타나 있다.
저자는 평가의 중심을 선택형 지필평가에서 과정형 수행평가로 옮겨서 배운 바를 평가하고, 그리고 수업과 평가의 과정을 충실히 기록하는 교육 활동 과정을 보여 주고 있다. 말하지 않던 수업 시간에 토의·토론하며, 친구들 앞에서 프레젠테이션하고, 일정 분량 이상의 논리적 글을 논술하게 되었음을 자랑삼는 학생들의 소감을 보면 즐겁고 행복한 학습 활동임을 읽을 수 있다. 학생들이 다른 이 앞에서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말하거나 쓸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야말로 교육의 성과가 아닌가?
‘지행일치(知行一致)’, 앎과 삶의 일치는 모든 사람이 지향해야 할 바다. 사회 교사가 가르치는 내용과 그 자신의 삶을 일치시키려는 일은 만만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솔선수범’, 교사가 기꺼이 짊어져야 하는 의무일 것이다. 저자는 교사로서 자신을 민주주의자로 규정하고, 민주주의자로서의 삶을 실천하려 하고 있음을 읽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