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트릭스>와 <아바타>도 불교영화다
조계종 승려, 불교 독립영화 현장 감독인 구담 스님이 전하는 ‘불교영화’
<매트릭스> (1999), <아바타>(2009), <인셉션>(2010), <인터스텔라>(2014)를 불교영화의 범주에 넣을 수 있을까? 우리는 <만다라>(1981),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1989),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2003) 등 불교를 직접적 소재로 한 영화를 불교영화로 이해해 왔다. 그러나 불교영화를 ‘깨달음의 해석에 관한 영화’로 확대 해석한다면 <아바타>도 <인터스텔라>도 불교영화가 될 수 있다.
<매트릭스>는 SF영화라는 심미적 세계 안에 철학과 종교의 문제를 흥미롭게 전개하였다. 이른바 사성제인 고집멸도(苦集滅道) 체계로 풀 수 있는 매트릭스의 세계는 괴로움의 원인을 소멸하여 최종적인 깨달음에 이른다는 불교 교리에 적용이 가능하다. 마찬가지로 <아바타>, <인셉션>, <인터스텔라>, <신과함께-죄와 벌> 등의 영화 또한 인간의 무의식을 알아차리는 자각과 해탈의 이야기거나, 상호 의존성을 말하는 연기적 관계로 설명할 수 있다. 인(因)과 연(緣)의 관계 속에서 누구나 성불이 가능한 존재임을 드러내고 그러한 잠재적 가능성이 담겨있는 영화는 불교영화라 해도 틀리지 않는다.
국내 최초의 불교영화는 <마음의 고향>(1949)이다. 극작가 함세덕의 <동승>을 원작으로 한 문예영화로 해방 이후 조선영화의 감수성을 담은 수작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한국 불교영화는 임권택 감독의 <만다라>를 통해 널리 알려지며 대중성과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불교영화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이후 불교영화로 제작된 몇몇 영화들이 있었으나 국내 영화 환경의 변화와 제도적 격변기, 상승하는 사회의식에 부응하지 못하고 불교영화만의 차별성을 부각하지 못한 채, 관객의 눈높이에서 점점 멀어져갔던 것도 사실이다.
이 책은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과거 불교영화의 자산을 바탕으로 지금의 정체된 영화 현실 너머 현대 불교영화의 방향성을 인식하는 필요성에서 논의를 시작하게 되었다. 조계종 승려이자 불교 독립영화 현장 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불교영화의 논의를 개관하고 특징적인 담론을 소개하면서 불교영화의 주요 사례를 들어 그 의미와 가치를 주목한다. 또한 불교영화의 기획과 제작, 배급을 현재 시점에서 재조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