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과 혁신이 공존하는 커피 가공과 품종 이야기
커피 생산국들은 최근 ‘이상기후’와 ‘테루아의 한계’라는 문제를 직면했다. 뜨거워진 날씨와 습한 기후는 이전에 없었던 병충해를 만들어 냈고, 이는 쉽사리 전파되는 반면 치료는 잘되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할 자구책이 필요해지자 업계에서는 다양한 시도와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의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새로운 품종을 꾸준히 개발하고, 기존의 가공법을 튜닝하는 식으로 말이다. 커피와 인접한 음료인 맥주, 와인의 가공법인 ‘무산소발효’와 ‘카보닉 매서레이션’ 등을 차용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그 결과로 지금까지는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커피들이 탄생하면서 전 세계 커피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저자는 2008년 국내 최초의 커피 전문 매거진 월간커피의 기자로 커피업계에 처음 발을 들인 뒤 교수, 그린빈 바이어 등 여러 직책을 소화해왔다. 이런 그가 유독 큰 관심을 가지는 부분은 ‘가공법’과 ‘품종’. 그만큼 이 책은 관련 내용을 심도 있게 담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저자는 디플롬 비어 소믈리에 1기 과정을 수료하는 등 맥주에 관해서도 공부하며 더욱 폭넓고 깊이 있는 시각을 정립했다. 일반적으로 이야기되는 내용과는 조금 다른, 그가 바라본 커피 가공과 품종 이야기를 책을 통해 만나보자.
특별한 커피의 핵심, ‘발효’ 가공 실험 내용 수록
최근 업계를 뜨겁게 달군 커피들의 공통점은 ‘발효 단계에서 첨가물 혹은 이스트 투입 등의변주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즉, 발효는 오늘날 특별한 커피를 완성하는 핵심 단계나 다름 없다.
그린빈 바이어로서 페루, 볼리비아 등 커피 생산국을 종종 방문하는 저자는 페루의 커피 생산자와 함께 가공법을 꾸준히 설계 · 시도하고 있다. 그의 실험 역시 발효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커피를 발효하는 과정 중 한국의 누룩, 맥주 효모 등의 이스트를 피칭해 각 효모가 커피의 향미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책에는 2019년과 2022년에 진행한 두 번의 실험 내용이 상세하게 수록돼 있다. 그중 2022년의 실험을 통해 만들어진 커피는 페루 컵오브엑셀런스(Cup of Excellence)에서 4위라는 우수한 성적을 거두기도 해 더욱 이목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