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우리 아이의 치료 시기를 놓치게 만든다
그렇다면, 정신질환은 무엇일까요? 숨을 쉬거나 심장을 뛰게 하는 등의 생명 활동을 관장하고 몸 전체를 제어하는 사령탑 역할을 맡은 뇌의 구조나 기능에 문제가 발생한 것이 바로 정신질환입니다. ‘마음의 병’이라 불리는 것은 뇌가 기분이나 감정과 같은 ‘마음’(정신)의 작용도 담당하고 있어서지요.
정신질환 중에는 치매처럼 나이가 들수록 걸릴 확률이 높아지는 병도 있지만 대부분은 10대나 20대 때 발병률이 가장 높습니다. 어째서일까요? 사춘기 때는 단순히 몸이 커질 뿐 아니라 성호르몬이 분비되어 어른의 몸으로 성장합니다. 또한 이 시기에 자아를 확립해가느라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도 급속히 변하지요. 그런데 뇌는 비교적 발육이 느린 기관이라, 신체적·사회적 성장 속도를 따라잡지 못합니다. 이 성장 속도 차이가 큰 스트레스를 유발해 마음과 몸의 균형을 깨는 것입니다.
어린 시절은 이렇듯 정신질환이 발병하기 쉬운 환경임에도 어른들은 흔히 “마음이 약하니까 정신병에나 걸리지”라고 비난하며 약을 먹지 말라고 잘못된 충고를 하곤 합니다. 이는 전혀 과학적 근거가 없는 말입니다. 정신질환은 근성으로 고칠 수 있는 병이 아니며, 이러한 편견과 오해 때문에 병원에 가야 할 시기만 늦어지곤 합니다.
“부모는 보통 아이가 열이 나거나 아파하고 상태가 안 좋은 것 같으면 병원에 데려갑니다. 하지만 정신질환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자신의 아이가 ‘그런 병’에 걸렸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병원에 데려가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_ 본문 51쪽
우울증, 조현병, 불안 장애, 섭식 장애, 의존증 등
10~20대에 흔한 정신질환을 알아두자!
암을 조기에 진단받으면 몸에 부담이 덜 가는 방식으로 치료할 수 있고 완치될 확률도 높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상식입니다. 정신질환도 마찬가지로, 치료를 시작하는 시기가 치유 난이도를 좌우합니다. 이른 단계에서 치료를 시작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빨리 병의 증후를 알아차린 다음 주저하지 말고 의료기관을 찾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조현증이라면 환각이나 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우울증의 경우 기분이 가라앉고 무얼 해도 즐겁지 않은 날이 이어집니다. 이렇듯 각 병이 가지고 있는 특징적인 증상을 알아둔다면 병을 알아차리기 쉬울 것입니다.
이 책 《마음의 병에 걸리는 아이들》에서는 젊은 시기에 흔한 우울증, 조현병, 불안 장애, 섭식 장애 등 4대 질환과 의존증을 상세히 설명합니다. 각 질환이 무엇인지, 원인은 무엇인지, 증상은 어떠한지, 치료 방법은 무엇인지, 어떤 점에 주의해야 하는지 짚어주지요. 각 질환의 증상을 적은 체크리스트를 통해 독자가 자신의 상태를 점검해볼 수도 있습니다.
저자는 병을 앓는 당사자와 함께 주변 사람들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도 일러줍니다. 아이가 걱정될 때 부모 입장에서 걱정되는 것들만 말하려고 하지 말고 당사자의 의향을 물어야 한다는 것, 별일 아닌 듯 지나가는 말로 하지 말고 진지하게 대화하며 중요한 문제라는 메시지를 주어야 한다는 것 등은 10대와 함께 지내는 가정에 꼭 필요한 조언이지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이 책의 마지막 5장은 1문 1답 형식으로 본인, 친구, 보호자, 선생님의 질문에 답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내 상태가 좀 이상한 것 같다, 정신질환에 걸린 게 아닐까?’라고 느꼈을 때, ‘친구의 상태가 이상하다, 무슨 병에 걸린 걸까?’라고 느꼈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등 일반적인 문답도 있고 특수한 상황에 대한 문답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부모의 질문 중 “아이가 학교를 쉬고 싶어 합니다. 꼭 보내야 할까요?” “정신질환 진단을 받으면 학교에 알려야 할까요? 불리한 일을 겪지 않을까요?” “고등학생인 아이가 정신질환에 걸렸습니다. 치료가 장기간 이어지며 학교에 가지 못하는 날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학교를 그만두어야 할까요?” 같은 의문은 굉장히 실제적입니다. “정신질환에 걸린 학생을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요?” “자살을 막기 위해 교사로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요?” 등 교사의 질문에도 대답했습니다.
이는 정신질환이란 환자 혼자서 감당하기보다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본인도, 친구도, 부모도, 선생님도 이 질환들에 대해 잘 알아야 일찍 대처하고 치료해 나갈 수 있습니다.
현대사회에서는 다양한 스트레스로 정신적 문제를 겪는 사람이 많고, 이는 특히 젊은 층에게 중요한 과제입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고립감이 얼마나 개인의 삶에 영향을 주는지 모두가 경험한 바 있지요.
이제 단순히 정신질환의 증상과 치료법을 배우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회가 정신질환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마주해야 하는지도 배워야 합니다. 정신질환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널리 퍼져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전문가를 통한 상담이나 조기 치료를 받기 쉬운 사회 환경을 갖추고 정신질환과 환자에 대한 편견도 없애야 합니다. 저자는 말합니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속에 있는 정신질환에 대한 거부감에서 눈을 돌리지 말아야 합니다. 올바른 이해를 토대로 다양성을 인정하는 사회를 만들고 실제로도 그렇게 살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이 책을 읽고 주변인들에게 권해주는 것이, 그 좋은 출발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