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의 일상을 의미 있는 배움으로 가득 채우는
재미있는 놀이중심 생활교육 이야기
유아교육기관은 유아가 경험하는 첫 번째 사회적 기관이다. 태어나 줄곧 가족의 품에서만 생활해온 유아는 부모와 떨어져 하루 중 꽤 오랜 시간을 또래 친구들 및 교사와 함께 보내게 된다. 올바른 생활습관은 물론 사회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잘 적응하는 법, 성숙한 삶의 자세 등을 기초부터 차근차근 배우도록 다양한 경험을 쌓는 것이다. 이때 ‘놀이’는 중요한 배움의 마중물이 된다.
유아교육, 유아 스스로 배우고 성장하는 놀이의 힘에 주목하다!
유아교육 현장에서 놀이는 중요한 교육 방법이자 때론 목적으로, 2019년 7월 고시된 ‘개정 누리과정’의 핵심 키워드 또한 유아중심·놀이중심이다. 놀이의 힘에 한층 더 주목하는 한편, 유아를 ‘유능한 놀이자’로서 존중한 것이다. 유아교육 현장에서도 교사 주도의 활동보다는 유아가 주도하는 충분한 놀이 경험을 통해서 몰입과 즐거움 속에서 전인적 발달과 행복을 추구하고자 노력한다. 이와 함께 유아가 놀이를 통해 스스로 배움에 이르고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교사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무엇보다 유아들의 일상생활에 꼭 필요한 다양한 지식과 기능, 태도 등을 자연스럽게 배우는 생활교육은 현장에서 유아들과 늘 함께하는 교사들에게 늘 뜨거운 화두이다. 이는 유아가 진정한 성장과 배움에 이르려면 올바른 생활태도, 기본생활습관 등이 전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세 살 적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처럼 유아기부터 올바른 생활습관을 차근차근 형성해 나가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야생의 세계처럼 왁자지껄 변화무쌍한 유아교육 현장
유아 교사라면 누구나 공감하겠지만, 유아가 처음부터 모든 것을 알아서 척척 해낸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예컨대 친구들과 서로 양보하면서 싸우지 않고 사이좋게 지내며, 자율적으로 활발하게 놀이하다가도 필요한 순간에는 질서를 지키는 등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바람직한 생활태도를 보이면 좋겠지만, 현실은 야생의 세계를 방불케 할 만큼 정신없이 요란하고 시끌벅적하며 변화무쌍하다. 특히 새 학기가 시작되는 3월, 다양한 행동 유형의 아이들이 모인 반에서 교사는 몸이 여러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생활교육에 도움을 받고자 여러 책을 참고하여 제시된 이론을 토대로 잘 가르치려고 노력하지만, 어쩐지 아이들은 일방적인 잔소리로 여기며 지루해하거나 일회성 ‘반짝효과’로 끝날 때도 많다. 그 어떤 이론도 유아들의 다양한 예측불허 행동을 모두 담아낼 순 없다 보니 막상 현장에서 마주한 아이들의 반응은 책과 사뭇 거리감이 느껴지는 것이다.
생활교육, 좀 더 쉽고 재미있게 실천할 순 없을까?
어떻게 해야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효과적인 생활교육을 실천할 수 있을까? 사실 유아 생활교육은 한두 번으로 눈에 띄는 성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인내심을 갖고 올바른 생활태도가 몸에 밸 때까지 꾸준히 반복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이유로 생활교육은 놀이를 만나면 더욱 빛을 발하게 된다. 재미있는 놀이를 통해 아이들이 지루해하지 않고, 일상에서 스스로 꾸준히 경험하는 동안 교육적 효과 또한 배가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놀이로 풀어보려고 해도 막상 상황에 맞는 놀이들을 바로바로 떠올리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이에 이 책은 유아 생활교육으로 고민하는 현장의 수많은 교사들을 위해 재미있는 놀이들을 통해 생활교육의 길을 찾고자 집필된 놀이 사례집이다. 유아교육 현장에서 교사들은 정리정돈을 전혀 하지 않는다거나, 질서를 지키지 않는다거나, 자주 싸우거나 친구들의 놀이를 방해하는 등 유아의 다양한 행동 유형을 관찰하게 되는데, 이 책에는 그때그때 필요한 상황에 맞게 바로 적용해볼 수 있는 재미있는 놀이들이 가득 담겨 있다.
자조기술을 포함해 올바른 기본생활습관을 키우는 놀이중심 생활교육
어떤 상황에서 어떤 놀이를 적용하면 좋을지 교사들이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먼저 유아교육기관에서 자주 관찰되는 유아들의 행동 유형을 크게 11가지 범주로 정리하였다. 즉 정리정돈 잘하기, 질서 지키기, 바른 식습관 만들기, 청결하게 생활하기, 공격적 행동 줄이기, 친구와 함께 놀며 사회성 기르기, 주목받고자 하는 욕구 채워주기, 자존감 높이기, 주의집중력 키우기, 한글에 관심 가지기, 수학적 감각 기르기의 범주로 나눈 후, 이를 일상생활에서 놀이로 교육할 방법을 모색한 것이다. 그리고 11개 범주마다 유아들에게 적용할 수 있는 놀이 사례를 10가지씩 제시하였다.
모든 놀이 사례들은 유아들이 생활교육을 ‘억지로 따라야 하는 교사의 지시’가 아닌 ‘내가 기꺼이 참여하고 싶고, 즐기고 싶은 재미있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구성했다. 무엇보다 2019 개정 누리과정의 신체운동·건강, 의사소통, 사회관계, 예술경험, 자연탐구의 5개 영역별 배움요소도 충실히 반영하였다. 총 110가지의 놀이마다 단계별 사진과 놀이 도움말을 상세히 곁들여 유아교육 현장의 교사들이 필요한 상황에 맞게 편리하게 참조하고, 또 얼마든지 유아들과 함께 나름대로 응용 및 확장시켜볼 수 있게 구성하였다.
학부모와 긴밀히 협조해야 하는 유아 생활교육
놀이중심 교육이 현장에 올바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학부모의 협조와 가정에서의 역할 수행이 매우 중요해졌다. 이는 놀이중심 생활교육이 기관 밖 가정에서도 계속 이어질 때 교육적 효과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학부모가 놀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거나 놀이의 가치를 폄훼하는 경향마저 없지 않아 학부모의 협조를 구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이에 이 책은 현장 교사에게 필수적인 학부모와의 소통과 연계에 대해서도 별도의 장을 할애하였다. 저자는 오랜 시간 유아교육 현장에서 많은 아이들과 학부모들을 만나온 경험을 바탕으로 학부모 상담이 단순히 형식적인 자리에 머물지 않고, 서로의 마음을 진심으로 터놓으며 유아의 성장을 위해 기꺼이 협조하는 파트너로서 신뢰관계를 쌓는 자리가 될 수 있도록 조언한다. 이를 위해 각 단계별로 섬세한 배려를 통해 학부모에게 다가가는 방법과 학기 초부터 신뢰를 쌓아가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한다. 특히 긍정적 인간관계를 관통하는 비결로 상대의 말을 귀 기울여 듣고 정성스럽게 반응하는 경청의 자세를 강조한다.
재미있게 놀이하는 동안 즐겁게 배우고 성장하는 슬기로운 놀이생활
유아기는 앞으로 어떤 어른이 될지, 어떤 생활습관을 갖게 될지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시기이다. 교사는 유아들이 어엿한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규칙과 규범의 존재 의미를 깨닫고, 이를 자발적으로 준수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가진 어른으로 잘 성장하도록 도와야 한다. 하지만 조급한 마음에 자꾸 억지로 뭔가 가르치려 한다면 오히려 역효과만 일으킬 뿐이다. 때론 먼저 나서서 알려주기보다 유아 스스로 깨달을 때까지 그들을 믿고 기다려주는 인내의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교사가 노력하는 유아의 모습에 애정을 가지고 끈기 있게 지켜보며 생활교육과 관련된 놀이를 꾸준히 반복하다 보면, 작은 변화가 모여 어느새 훌쩍 성장한 아이들의 모습을 만나게 될 것이다.
유아들이 여러 가지 놀이를 통해 바른 생활태도를 즐겁게 내면화할 수 있도록 구성한 이 책은 따뜻하고 행복한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지혜가 구석구석 담겨 있다. 비단 생활교육뿐만 아니라 현재의 유아중심·놀이중심 교육 전반에도 두루 활용해볼 수 있는 슬기로운 놀이 익힘책이다. 유아들과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기 위해 항상 연구하고, 유아와 눈높이를 맞추고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하며 진심으로 다가가려 노력하는 모든 교사에게 이 책은 행복한 일 년을 만들어가는 열쇠가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