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깊은 철학과 지혜,
아프고 높은 서정이
강물처럼 흐르는 동화 같은 책”
그림 그리는 시인 김주대
108점의 동자승으로 마음을 정화하다
『꽃이 져도 오시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시인 김주대가 2022년에 새롭게 그린 108점을 담은 문인화첩으로 돌아왔다. 가로 30cm, 세로 36cm의 큰 책으로 한 점 한 점 그림을 감상할 수 있다. 김주대 시인은 이번에도 700부 한정판 모두에 친필 사인과 넘버링을 남겨 책을 소장하는 사람들에게 특별한 흔적을 선물한다.
사람들의 소박한 일상과 사랑을 그려내던 김주대 시인이 이번에는 108점의 동자승으로 인간의 고독함을 수행과 예술로 승화해냈다. 동자승을 소재로 한 문인화첩이지만 불교를 훌쩍 넘어 인생의 깊은 철학과 지혜, 아프고 높은 서정이 강물처럼 흐르는 동화 같은 책이다. ‘108’이라는 숫자는 불교의 108번뇌에서 비롯되어 여러 방면에서 인용된다. 특히 108배는 종교적으로 자애를 닮아가는 수행이면서 종교가 없는 현대인들에게도 권하는 신체적·정신적 운동이다. 마치 108배를 떠올리게 하는 108점의 그림 수행은 김주대 시인의 새로운 예술적 경지를 만들어냈다. 책장을 넘기면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글과 그림, 언제 어느 곳에서 꼭 한번은 본 듯한 아기들이 때로 깊은 생각에 잠긴 모습과 귀여운 육성으로 생생하게 펼쳐진다.
인생의 지혜를 담고 있는
어린 승려, 동자승
『108동자승』에는 동자승을 소재로 한 그림 107점과 「화엄경」이라는 제목의 커다란 반가사유상 1점이 담겨 있다. 참선하는 동자승부터 장난꾸러기 동자승, 자전거 타는 동자승 등 해맑은 동자승의 모습에서 독자는 어느새 감동을 넘어 슬픔을 위로받는다. 나이 어린 승려인 동자승의 천진한 시선은 인생의 깊은 철학과 지혜에 더 빨리 가까워지는 길이기 때문이다. 진리와 깨달음에 대해 이야기할 때 아이의 시선은 꼭 필요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김주대 시인이 「인생상담」에서 “우물 눈에 붕어입 아기를 보고 있으면 마주앉아 의논하고 싶다”고 한 말에도 그러한 의미가 담겨 있을 것이다.
동자승의 표정은 생생하고, 동작은 생동감 있다. 얼굴이 강조된 그림은 「대화」처럼 눈에 많은 진실을 담고 있는 듯하다. 이에 대해 김주대 시인은 “눈은 입보다 진화된 입이고 최고의 발음기관”이라고 생각한다며, “오래 바라보면 말소리가 들리는 그런 눈을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아프고 높은 서정이 흐르는
동화 같은 책
개구쟁이 같은 동자승이지만 사회현실로 독자를 인도하기도 한다. “그대 너무 늦지는 않게 오시라”며 촛불을 들고 염원하는 동자승, “이대론 살 수 없지 않습니까”라며 노동현장에 뛰어든 동자승 등 사회 참여도 적극적으로 하는 모습이다. 그러면서 시인은 「심판」에서 “악이 부활하면 그와 같은 세기로 선이 부활한다”며 싸우는 사람만 가질 수 있는 어려운 낙관을 독자에게 전달한다.
“꺾이지 않는 갈대처럼 흔들”리라거나 “잡히지 않는 바람처럼 방황하라”는 「부처님 말씀 상상」은 김주대 시인의 혼이 들어간 듯한 걸작이다. 그중에서도 대미는 「화엄경」이라는 반가사유상이 장식한다. 이 그림은 펼쳐서 볼 수 있도록 큰 그림으로 담았다. 반가사유상은 고요한 미소가 특징이다. 김주대 시인은 이에 대해 미소는 안면으로 발산하여 몸 밖으로 나가는 것인데, 사유상의 미소는 얼굴에서 발현되자마자 곧장 얼굴 속으로 도로 들어가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더불어 얼굴 속으로 들어가는 미소가 가장 멀리 가장 오래 외부로 번져나가는 것 같다고 전했다. 『108동자승』은 높은 서정을 가진 동화 같은 책으로 읽는 이들이 종교에 상관없이 누구나 자신을 발견하며, 가장 멀리 뻗어갈 수 있는 고요한 미소를 띠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