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생명들이 깃든 곳, 미호강
미호강은 충북 중부권역을 대표하는 하천입니다. 하천의 길이(유로연장)는 국가하천 상위 25개 중 20번째로 그리 긴 편이 아닙니다. 오히려 상대적으로 작은 편에 속합니다. 그럼에도 예부터 동진강, 미곶강, 북강, 서강 등 "강"으로 불려왔음을 역사문헌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1970~80년대 청주·청원지역에서는 미호천을 황탄(리)강이라고도 불렀습니다. 이제 국가가 인정한 어엿한 미호강 시대를 맞았습니다.
다시금 돌아보건대 미호강은 역사, 문화, 생명이 깃든 ‘작지만 큰 강’입니다. 미호강은 세계 최고(最古)의 볍씨와 금속활자본을 낳은 인류문화의 메카입니다. 옥산 소로리볍씨 유적이 미호강변에 위치하고 직지가 탄생한 청주 흥덕사지가 미호강 지류인 무심천 품안에 있습니다.
미호강은 또 생명의 보고입니다. 흰꼬리수리, 독수리 등 각종 국제보호조류가 찾아들고 미호종개와 미선나무 자생지가 가장 먼저 발견된 곳입니다. 한반도 텃황새(텃새로서의 황새)가 살았던 황새의 원고향이기도 합니다. 미호강 수계에는 어림잡아 천연기념물 22건, 멸종위기 야생생물 25종, 산림청 희귀식물 17종이 서식·분포합니다. 특히 금강수계의 천연기념물 46건 중 절반가량이 미호강 수계에서 서식 또는 자생하고 있거나 관찰됩니다.
보호종만이 중요하다는 건 아닙니다. 최소한 이들 보호종은 미호강의 자연생태를 대변하는 주요 생물 종으로서 미호강의 생태적 가치와 현주소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잣대란 점을 강조합니다. 또 미호강은 한국을 찾는 황오리의 절반 이상이 찾아와 겨울을 나는 ‘황오리의 강’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이런 점들이 모두 미호강을 가히 세계적인 강이라고 부르는 이유입니다.
미호강 물길을 답사하여 얻은 소중한 생명의 기록
그간 미호강 220리 물길(89.2km)을 여러 차례 오가면서 한 가지 절실함을 느꼈습니다. 강으로의 명칭 변경과 충북도의 대대적인 프로젝트 추진 등 역사적인 전기를 맞아 미호강은 이제 그에 합당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이름뿐인 국가하천 미호강이 아니라, 명실공히 지역을 대표하는 하천으로서 지역민이 진정으로 사랑하고 보듬어주는 하천으로 거듭나길 진심으로 기대합니다.
강은 그 지역의 얼굴이라고 했습니다. 지역의 얼굴인 미호강을 지역민 스스로 대우하는 일은 당연한 일입니다. 이 콘텐츠는 한 권의 책이라기보다 미호강의 환경 생태적인 특성을 나름대로 생각해 보고 그 안에 깃들어 사는 생명들을 소개한 안내서에 가깝습니다. 또 이런 시각으로 미호강을 바라볼 수도 있고, 그 안의 생명들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일종의 제안서이기도 합니다. 그러기에 저자가 아닌 기록자 또는 알림이로서 소명을 다하려고 나름대로 노력했습니다.
이 콘텐츠를 계기로 미호강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가겠다는 스스로의 약속도 해봅니다. 미호강에 관해 좀 더 많이 알고 싶어하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또 하나의 희망이 있다면 미호강에 현재 살고 있는 여러 생명붙이들의 무사안녕입니다. 특히 백척간두에 놓여있는 미호종개와 흰수마자 같은 멸종위기 야생생물들이 더 이상 "추억의 생물목록"에 오르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