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뻐지는 최고의 약을 찾다
뚱뚱할 때와 날씬할 때의 자신을 이중 잣대로 대하는 주위 사람들에게 화가 나면서도 동희는 자신의 시선 역시 그동안 어디로 향해 있었는지를 깨닫는다. 세빈이를 좋아하게 된 건 얼굴이 잘생겨서였고, 세빈이가 자신의 외모를 비웃는 걸 알면서도 외모를 변신해서라도 친해지고 싶었던 자신 역시 주변 사람들과 다를 게 없었다는 것을. 점점 작아지는 자신의 자존감을 주위 사람들 때문이라고 탓했지만 동희 역시 살찌고 힘센 자신을 누구보다 미워하고 창피해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런 동희 곁에는 늘 ‘동희’ 그 자체를 지지하고 좋아하는 재준이가 있었다. 동희 자신도 미처 발견하지 못한 ‘운동 잘하고, 인내심 강하고, 정의롭고, 털털하고, 건강하고, 기억력 좋고, 약한 것을 지킬 줄 아는 동희’를 재준이는 알고 있었다. 좋아하고 있었다. ‘예뻐지는 마법의 약’을 먹고 변신했지만 유일하게 마법에 걸리지 않고 나희를 ‘동희’로 알아볼 수 있었던 건 바로 재준이의 본질을 보는 눈 때문일 것이다. 마법의 일주일이 끝나고 ‘뚱희’로 돌아온 동희가 당당히 거울을 볼 수 있게 된 것 역시 그런 재준이의 지지 덕분이었다. 이제 동희에게는 어떤 마법의 약도 필요하지 않다. 자신이 얼마나 괜찮은 애인지를 알게 하는 최고의 마음을 얻었으니까. 자신은 이미 그 자체로 온전하게 반짝이는 별이라는 걸 알았으니까.
마법의 공간에 숨겨 놓은 또 다른 마법
외모보다는 내면의 매력이 중요하다는 건 고대부터 일관되게 이어져 온 진리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조금은 보편적이고 교훈적인 주제라 식상한 이야기로 흐를 수도 있는 주제이기도 하다. 작가는 자신의 외모에 만족하지 못하는 현실 아이들의 대변자로 ‘동희’를 내세우면서도 마법의 공간을 설정하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다. 고양이 이빨을 가진 백발의 할머니, 사람의 얼굴을 닮은 듯 기괴한 고양이 열쇠, 그 안의 재미나고 다양한 약들. 그걸로 끝이 아니다. ‘마녀’, ‘마법사’, ‘신령’이라고 불리는 백발의 할머니는 자신과 고양이가 있는 마법의 공간을 ‘상자’라고 부른다. 그곳은 고양이 열쇠를 만나야만 문을 발견하고 들어갈 수 있으며 사람에 따라 다르게 열린다. 누군가에게는 죽음의 색을 띤 관의 모습으로, 누군가에게는 수수께끼를 담은 낡은 궤로, 누군가에게는 소원을 이루어 줄 마법의 방으로. 상자의 바닥에는 말라붙은 희망이 누워 있기도 하고, 나라를 다스릴 여섯 개의 알이 담기기도 하고, 고단한 삶을 위로할 보답이 들어 있기도 하다. 또한 그 안에는 시간과 세월과 인연이 응축되어 있다. 아이들에게 못생기고 흉측한 고양이라고 괴롭힘당하는 고양이를 돕다 상자 안으로 들어간 동희는 그곳에서 오래전 하늘나라로 떠난 아빠의 또 다른 시간을 만난다. 아빠와 마법 상자와 백발 할머니와 고양이 열쇠와의 인연, 아빠가 동희에게 온갖 운동을 시키고, 튼튼하고 씩씩한 아이가 되길 간절히 바랐던 이유가 그곳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곳은 단순히 날씬해지고 싶은 아이에게 약을 주는 뻔한 마법의 공간이 아니다. 전체의 이야기가 흘러들어 하나로 탄탄하게 완성되고 모두의 마음을 잔잔히 울리는 감동의 공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