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우리가 가야 할 그곳, 그 마지막 장면 모음
이 세상 어느 누구도 죽음은 피할 수 없다. 이번 강승규 선생의 [다비식 사진집] 속 작품들 한 장 한 장을 보노라면 마음이 저절로 숙연해진다. 비록 각 사찰 스님들의 다비식 사진 작품 모음이기는 하지만, 우리도 끝내는 스님들처럼 한 줌의 재로 돌아간다. 사람의 일생은 살아가는 것이기도 하지만 매일 죽어가는 것이기도 한다. 생의 끝인 죽음을 향해 매일 걸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사진집은 단순히 사찰의 다양한 장례문화인 다비식의 소중한 기록에 그치지 않는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종종 이 사진집을 들여다보면,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될 것이고, 교만해진 자아를 조금은 내려놓을 수도 있으며, 흐트러진 자신의 삶을 좀 더 추스를 수도 있을 것이다.
특히 글을 쓰는 소설가나 수필가나 시인들은 이 사진 작품을 통해 필요한 영감을 얻거나 글의 소재를 찾는데 도움을 받을 줄 안다. 사진 작품 한 장 한 장에는, 수많은 언어와 수많은 사유와 수많은 철학과 수많은 감정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문인이라면 적어도 이런 특별한 사진집 한 권은 소장해도 괜찮을 듯하다.
1,600여 년 동안 변함없는 장례문화, 다비식
사람이 죽으면 장례를 치른다. 수천 년 동안 이어온 장례 풍습은 관에 넣어 땅속에 묻고 봉분을 만드는 게 관행이었다. 그러다 근래에 와서 화장을 하여 유골을 갈아 강이나 산에 뿌리는 게 차선이었다. 요즘에 와서 단지에 넣어 수목장(樹木葬)을 하거나 유골함을 보관하는 경우도 많아졌는데, 유골함은 사설 기관이나 사찰에 보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것도 무제한이 아니고 길어야 50년 아니면 30년 정도 기간을 정해서 혈육이 살아있는 동안 고인을 추모할 수 있도록 보관해 주고 있다.
우리나라 사찰의 장례 문화는 1,600여 년 동안 변함없이 한 가지만을 고수해 왔는데 그것은 화장이었다. 다비식이란 사찰에서 거행되는 장례 문화를 말하는데 그 의식이 제법 까다롭다. 그러나 다비식에 대한 구체적인 기록이 없어 종파마다 일관되게 진행되지 않고 구전(口傳)에 의해 조금씩 다르게 진행되어 왔다.
30여년 다비식 현장에서 찍은 생생한 기록
이번 다비식 사진집 저자는 사찰 장례 문화의 뿌리를 하나로 집약하는 데 도움이 되고자 장례 문화의 다양한 현장을 취재하여 촬영했던 사진을 여기에 기록으로 남기고자 하였다.
대부분 사람이 스님의 법구가 화염에 싸인 모습만을 다비식이라 알고 있는데, 종파마다 제각각인 사찰의 다비식 과정을 낱낱이 밝혀 후대에 사찰 장례 문화의 기본을 정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싶다는 게 저자의 바람이다. 그동안 다비식을 촬영한 장면을 풍경 사진과 더불어 사진집에 실은 분은 몇 분 계셨지만 다비식을 집중적으로 취재하여 한 권으로 묶은 사진집이 출간된 적이 없었다. 저자인 월산 강승규 선생은, 30여 년에 걸쳐 오로지 다비식 그 현장을 찾아 촬영해 왔다. 이번 사진집에 실린 작품 대부분은, 디지털이 아닌 필름으로 촬영한 것들이다. 그중에서도 흑백사진만을 추려 책으로 묶은 것이다.
저자의 차기 사진집은 슬라이드 필름과 디지털로 촬영한 사진을 각 문중별로 정리해 해인사편, 수덕사편, 직지사편…… 기타 등 순차적으로 출간할 예정이다.
본 사진집을 보다가 의문점이나 다비식의 상세 내용에 관심이 많은 분은 저자가 집필한 『다비식』(2022. 해드림출판사) 책을 참고하면 다비식 전 과정을 일목요연하게 파악할 수 있다.
사찰의 다비식 문화는 오직 한국에만 존재하는 장례문화로, 한국의 다비식이 곧 세계적인 것이라고 믿어 저자는 일생을 다비식 촬영에만 집중하여 세월을 보냈다. 더러는 촬영에 애로도 많았지만, 전국의 사찰을 발로 뛰며 수집한 자료들이라 이대로 사장(死藏)되기엔 안타까움이 적지 않다. 사진과 관련하여 독자들께 일일이 밝히지 못하는 부분도 있다.
이 기록이 오랜 세월 우리나라만이 고집스럽게 지켜온 사찰의 장례 의식으로 세계적인 장례 문화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다만 저자는 이를 널리 알리는 데 의미를 둔다. 그동안 저자가 발로 뛴 기록이 헛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