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과 통제 불능을 특징으로 하는 위험사회를 살아가는 개인과 조직의 리더들은 기존의 지식과 경험, 문제해결 방식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면서 새로운 출구가 필요하게 되었다. 특히 현대 사회의 주역인 전문가들은 진리가 없는 반복적 행동과 기술적 합리성의 울타리에 갇혀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실천적 지식에서 ‘행위 중 성찰’로, 기술적 합리성에서 비판적 성찰에 기반한 성찰적 실천으로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기존의 사고방식과 지식을 뛰어넘어 고정관념을 깨트리고 새로운 관점으로 문제를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이 요청된다. 그것이 다름 아닌 비판적 성찰이다.
위험사회와 함께 현대 사회의 특징으로 볼 수 있는 프레임 전쟁에서 개인과 조직은 매스미디어와 지배 권력에 의해 일방적으로 설정된 프레임에 따라 판단의 길을 잃기 쉽다. 프레임 전쟁시대에 개인과 조직의 리더인 퍼실리테이터에게는 프레임을 분석 및 해체하고 재구성할 수 있는 비판적 성찰이 더욱 요구된다. 심원하고 극적이며 광범위한 사회적 프레임의 변화를 학문적 수준에서는 ‘패러다임 변화’라고 하고, 개인적 프레임의 변화를 ‘전환학습’이라고 한다. 전환학습은 곧 성찰 학습이 된다. 비판적 성찰은 전환학습의 모든 과정에서 핵심적인 요소이다.
비판적 성찰은 개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때 고려되어야 하는 과정뿐만 아니라 공동체와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영향력을 갖는 해방적 실천이론까지 연결된다. 비판적 성찰은 개인의 삶에서부터 사회공동체의 발전에까지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성인교육과 고등교육의 주요한 목적으로써 중시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레이건 행정부 시절 〈위기에 처한 국가(1983)〉라는 교육개혁 보고서가 발표된 이후 뉴욕타임즈와 교육계 저널들이 앞 다투어 시민들의 비판적 성찰 능력이 국가의 경쟁력을 향상하고 민주시민의 자질을 함양하는 데 도움을 주므로 국가적 우선순위를 두어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국내에서도 비판적 성찰을 강조한다. 다만 비판적 성찰보다는 비판적 사고라는 용어를 더 많이 사용한다. 제도적으로는 비판적 사고능력 개발이 초등교육부터 대학교육에 이르기까지 교육의 핵심 목표로 중시되고 있다. 그러나 비판적 사고를 하는 인재를 시민사회와 정치적 이익을 가져다줄 창조적 인력으로 보는 외국의 사례와 비교해 볼 때, 비판적 사고에 대한 인식은 문제해결을 위한 도구 또는 비판적 사고기법에 치중되어 있다.
인적자원개발 분야에서도 전통적인 인적자원개발이 현상 유지와 기존의 규칙과 가정을 받아들이는 차원의 학습만을 강조하는 점을 비판하면서 비판적 인적자원개발에 대한 논의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앞으로의 인적자원개발은 전형적인 교육형식인 학습자와 퍼실리테이터의 수평적 교류에 그칠 것이 아니라 사회적 체제와 정치권력의 영향력까지 고려하는 역동적인 비판적 성찰의 장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비판적 인적자원개발의 도래와 비판적 성찰의 만남은 인적자원개발의 실천적 전문가인 퍼실리테이터에게도 비판적 성찰에 관한 관심과 구체적 실천을 요구한다. 퍼실리테이터는 학습맥락에서의 역할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조직학습과 성과창출의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다. 퍼실리테이터는 교수자 뿐만 아니라 강사, 교사, 트레이너를 포함한 다양한 영역의 전문가들이 자신을 지칭할 때 사용하는 명칭이다. 주류의 교육계 저널에서도 퍼실리테이터라고 표현하는 것이 점차 일반화되고 있다. 퍼실리테이터의 역할이 다양화되고 증대됨에 따라 교수자 외에 기업의 리더, 트레이너, 지원자까지 그 영역이 확대일로에 있다. 최근에는 온라인기반 학습의 소셜 멘토의 역할까지 확대되는 추세이다. 오늘날 퍼실리테이터는 전문성 개발을 촉진하는 전문인으로서 그 위상을 굳혀가고 있다.
개인수준의 학습과 성장이 조직과 구성원의 역량 발전으로 연결되는 지점에 바로 퍼실리테이터가 위치한다. 퍼실리테이터는 개인수준의 비판적 성찰을 통해 직업적 실천의 깊이를 더해야 할 뿐만 아니라 학습자의 수행과 비판적 성찰 능력을 이끌어야 하는 이중의 책임을 진다. 그러나 정작 퍼실리테이터가 주체가 된 성찰연구는 아직 본격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에 본 저서는 퍼실리테이터의 성찰과 발전을 위한 긍정심리자본을 함께 통찰하여 퍼실리테이터의 자기 발전에 기여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