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코 혼자서는 할 수 없는 것들을 함께해 나가는 경험
우리 모두에게는 친구가 필요합니다. 친구와 함께라면 오르락내리락 시소도 탈 수도 있고, 가슴이 답답할 땐 함께 바람을 맞으며 자전거를 탈 수도 있고, 고르고 골라 주운 하트 모양의 은행잎을 선물할 수도 있으니까요. 모두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들입니다.
임순옥 작가의 동화집 《꽃샘추위》는 이제 막 자신에게서 눈길을 돌려 친구들과 마주한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나와는 다른 존재를 친구로 사귀고, 여러 일들을 함께 경험하다 보면 예상하지 못한 일들도 일어납니다. 아무리 친구라 하더라도 그 아이가 처한 상황과 속마음을 모두 알 순 없으니까요. 모든 게 완벽해 보여도 부족한 것이 있을 수 있고, 힘든 마음을 숨기고 홀로 끙끙 앓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친구의 진심을 모르고 오해할 수도 있지요. 서로를 오해하고 미워하다가 상처 입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어려움을 이겨 내는 것 역시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입니다. 먼저 손을 내밀고 그 손을 맞잡는 것, 상처 입은 마음을 위로하고 위로받는 것. 이러한 경험들은 나를 더욱 단단하게, 친구와 나의 사이를 더욱 끈끈하게 만들지요.
모두 다른 색으로 빛나는 우정의 빛깔
첫 번째 작품이자, 표제작인 〈꽃샘추위〉는 늦겨울 너무 빨리 솟아난 꽃눈처럼 여자아이들의 말랑하면서도 여린 우정을 다루고 있습니다. 같은 키에 같은 몸무게, 시소 위에서 언제나 수평을 이룰 것만 같던 세은이가 이사를 가게 되자, 민주는 마음의 변화를 겪게 됩니다. 그동안 샘이 났던 세은이의 다른 점들을 가시 같은 말들로 내뱉어 버리지요. 하지만 민주는 뒤늦게 시소를 제대로 타는 방법을 깨닫게 됩니다. 시소는 수평을 맞추기 위해 타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올라가고 때로는 내려가며 오르락내리락하며 타는 것이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친구라는 관계를 단편적으로 규정하지 않고, 조금 더 폭넓게 바라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두 번째 작품 〈자전거 비행〉은 오래된 자전거처럼 무디고 거칠어 보이지만, 앞으로도 오래 함께 달리게 될 남자아이들의 우정을 다루고 있습니다. 우영이는 함께 자전거를 타자고 해 놓고, 저 멀리 사라져 버린 선재의 자전거가 미웠습니다. 자신을 남겨 놓고 사라진 선재가 원망스러웠지요. 그러나 선재가 왜 자전거를 타면 속도를 낼 수밖에 없는지를 알게 되자, 우영이는 결심했습니다. 언제든 선재가 자전거를 타고 싶어 하면 함께 자전거 비행을 하기로 말이지요. 무뚝뚝해 보여도, 서로가 필요할 때면 언제든 옆자리를 내어 주는 다정한 아이들의 마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
세 번째 작품 〈노랑머리 신준호〉는 하트 모양의 노란 은행잎처럼 눈부시고 설레는 여자아이와 남자아이의 우정을 다루고 있습니다. 은재는 이웃 마을 바자회에서 우연히 손자와 똑같이 머리를 노랗게 염색한 할머니를 만났습니다. 할머니의 손자는 자신이 아는 유일한 노랑머리 남자아이였지요. 그날부터 은재의 마음도 노랗게 물들었습니다. 그리고 은재는 자신을 물들인 준호를 위해 용기를 냈습니다. 부끄러웠지만 상관없었습니다. 좋아하는 마음은 용기를 샘솟게 하는 마법 같은 힘이 있으니까요.
《꽃샘추위》에는 이렇게 세 작품이 담겨 있습니다. 모두 다른 온도와 빛깔, 가지각색을 띠고 있는 우정의 모습을 다채롭게 담았습니다. 세 편의 이야기가 모두 끝나고 나면 이제 내 친구에 대해 이야기해 볼 차례입니다. 나와 내 친구들의 우정은 어느 빛깔을 띠고 있을까요?
함께하는 것의 기쁨을 전하는 동화
《꽃샘추위》를 쓴 임순옥 작가는 이 작품들을 통해 친구와 함께하는 순간, 새로운 세계가 열리고, 뻔하지 않은 재미가 펼쳐진다고 말했습니다. 혼자 걷는 길보다 친구와 손을 맞잡고 걷는 길이 더욱 즐겁고, 더 멀리 나아갈 수 있음을 전하고 있지요. 여기에 이상권 작가의 포근하고 사랑스러운 그림들이 더해져 더욱 정다운 작품이 완성되었습니다. 이상권 작가의 그림을 글과 함께 감상하다 보면 친구를 시샘하고, 오해하던 불편한 마음은 어느새 눈 녹듯 사라집니다. 그리고 이야기 속 아이들의 화해를 응원하고, 함께 미소 짓게 되지요.
이렇게 민주와 세은이, 우영이와 선재, 은재와 준호의 이야기를 가만히 엿보면 내 친구들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내 안의 세계를 보다 넓고 충만하게 만들어 주었던 친구들과 앞으로 펼쳐질 새로운 이야기도 기대됩니다. 혼자서는 시소를 탈 수 없고, 혼자 먹는 떡볶이보다는 둘이 먹는 떡볶이가 더 맛있는 것처럼, 독자들이 이 작품들을 통해 함께하는 것의 기쁨을 깨닫게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