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도 건강도 모두 챙기는 비건·글루텐프리 베이킹의 시작
누구나 이 세상에서 ‘잘’ 먹고 ‘잘’ 살다가 ‘잘’ 떠나길 염원한다. 그런데 어떻게 해야 ‘잘’ 하는 걸까. 정답은 없겠지만, 나에게 해롭지 않은 방향을 선택해 나아가다 보면 ‘잘’까진 아니어도 썩 나쁘지 않은 삶을 보냈다고 자부할 수 있지 않을까. 내가 먹는 게 나를 만든다는 말도 있듯 잘 먹는 일은 결국 잘 살고 잘 떠나는 일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우리는 무엇이 나에게 해롭고, 해롭지 않은지 알고 있다. 하지만 건강에 좋은 걸 먹겠다는 결심은, 얼마 지나지 않아 흐지부지 풀어지고 만다. 대체로 건강에 좋은 건 입에 쓰고 입에 달콤한 건 건강에 좋지 않으니… 이런 세상의 진리를 거스르는 먹거리를 만나기란 쉽지 않다.
정민 작가 역시, 이런 고민의 한가운데 있었다. 스트레스로 찾아온 건강 문제 때문에 밀가루 단식을 결심하게 됐는데, 회복하기 위해서는 식단 조절이 필수였지만 빵만큼은 포기하기 어려웠다. 처음에는 ‘비건·글루텐프리’를 추구하는 빵집에 찾아다녔다. 하지만 먼 곳까지 찾아갔는데 입에 맞지 않거나, 밀가루 단식 중인 사람이 먹을 수 있는 빵이 제한적이거나, 원인 모를 두드러기가 일어나는 등 도무지 채워지지 않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래서 ‘먹어도 몸이 아프지 않은 간식을 만들어 보자’는 생각에 직접 비건·글루텐프리 베이킹 세계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그것은 생에 큰 변화를 가져온 전환점이 되었다.
“아프고 얼룩진 마음을 치유의 시간으로 이끌어 준 건,
움츠러들었던 마음에 나다움을 되찾아 준 건 다름 아닌 베이킹이었다”
베이킹 덕분에 찾아온 ‘치유의 시간’
몸에도 마음에도 무해한 위로를 건네고 싶으니까
‘맛있으면서도 건강한 간식을 만들겠다’는 의지로 시작했지만, 그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관련 베이킹 클래스를 통해 기초를 다진 작가는, ‘맛있는 비건·글루텐프리 베이킹 레시피’를 찾기 위해 ‘실험’을 거듭했다. 다수의 베이킹 콘텐츠는 논비건 베이킹에 초점을 두고 있어서, 비건·글루텐프리 베이킹에 관해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제한적이었다. 적합한 재료를 찾는 일도 어려웠지만, 재료의 특성이나 상성, 맛을 극대화하기 위한 조리법 등의 정보는 더더욱 얻기 어려웠다. 그저 하나하나의 재료를 개량하고 넣고 빼고 더하는 과정을 거치며 베이킹을 반복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 과정에서 태어난 결과물은 기대 이상의 맛을 가진 경우도 많았지만, 때때로 입안을 헹궈내야 할 만큼 입에 맞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도돌이표 베이킹’을 하다 보면 보통은 지치기 마련인데 오히려 작가는 그 시간이 즐거웠다고 말한다. 실험 베이킹을 거듭할수록 사용하는 재료의 특성을 더 잘 알게 되고, 자신만의 레시피가 하나둘 늘어가는 기쁨이 아주 컸기 때문이란다.
또한 반죽이 구워지는 동안 즐겼던 ‘오븐멍’은 그간 신경 쓰지 못했던 자신을 돌아볼 시간을 만들어 주었다. 오롯이 ‘나’를 관찰하며, ‘나’를 이해하고, 평소 회피했던 ‘나’의 부정적 감정마저 받아들이게 해준 소중한 기회가 된 것이다.
나아가 베이킹은, 어찌할 수 없는 상황들 때문에 무기력하던 작가에게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역할도 했다. 여러 이유로 밀가루나 빵을 먹지 못하는 사람들 그리고 곁에서 힘을 주는 소중한 사람들을 위한 마음 덕분이었다. 그들에게 더 건강하고 맛있는 간식을 전하고 싶다는 생각에 도돌이표 베이킹을 거듭하면서, 깊이 숨어 있던 열정과 즐거움이 깨어나는 계기가 되었다.
결국 비건·글루텐프리 베이킹에 매진했던 순간들은, 아픔을 행복으로 바꿔준 치유의 장면들로 남았다. 힘들었던 순간을 떨치고 일어난 작가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어느새 나 역시 지금의 힘든 시간을 이겨내고 다시 일어날 용기와 힘을 얻게 된다.
도돌이표 베이킹을 통해 직접 만든
22가지 비건·글루텐프리 베이킹 레시피 대공개
뿐만 아니라 책에는 비건·글루텐프리 베이킹 레시피 22종도 담겨 있다. 다양한 블렌딩 티(tea)나 금은화, 갈근 같은 한약재를 활용하는 등 기존 비건·글루텐프리 베이킹에서 보지 못했던 시도들이 매우 흥미롭다. 도전 정신이 깃든 ‘실험 베이킹’과 열정 가득한 ‘도돌이표 베이킹’을 통해 직접 만든 레시피들이다. 간단한 과정으로 누구든 쉽게 만들어 볼 수 있는 데다 맛과 건강 모두를 잡은 결과물로 더없는 만족감을 줄 것이다. 비건·글루텐프리 베이킹이 전하는 치유의 효과는 덤이다.
이토록 ‘빵’에 진심이고 ‘빵을 만드는 일’에 진심인 사람이 이런 시도를 해주어 참 고맙게 느껴진다. 작가의 열정과 실험 정신 덕분에, 우리는 앞선 과정을 거치지 않고도 맛있고 건강한 빵을 즐길 수 있지 않은가.
“내가 만든 건강한 간식을 다양한 형태로 더 많은 이들과 나누고 싶다”는 작가의 바람처럼, 작가의 노력이 담긴 비건·글루텐프리 베이킹 레시피들이 많은 이들에게 전해져 더 많은 사람이 더 손쉽게 건강한 간식을 즐기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또한 작가가 베이킹을 통해 치유 받은 것처럼, 작가의 베이킹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위로와 희망이 되어 몸과 마음이 치유되는 시간을 선사할 수 있다면 참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