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팬인 나, 혹은 당신의 이야기”
한때 누군가의 팬이었던 당신, 혹은 지금 누군가의 팬일 우리에 대해 말한다.
학자의 눈으로 바라보는 케이팝에 관한 문화인류학적인 분석!
다채로운 현상과 조화로서의 케이팝
케이팝의 내부에서 케이팝이라는 현상의 총체를 그리다.
저자는 케이팝을 문화 현상을 수행하는 행위를 ‘케이팝하기(K-Popping)’로 규정한다. 이는 케이팝 관련 종사자들이 케이팝 음악을 작곡하거나 가수들이 그 노래를 부르는 행위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것을 넘어서 케이팝 음반 앨범 표지를 제작하는 일러스트 작업, 케이팝 가수들을 응원하기 위해 팬들이 자발적으로 현수막을 만들거나 음반을 구입하는 행위, 더 나아가 콘서트 장에서 쓰레기를 분리수거하는 행위 등 케이팝 현상이 발생하는 것의 지지기반 행위 총체를 아울러 ‘케이팝하기’라고 명칭하는 것이다. 케이팝하기를 이렇게 규정하는 것은 단순히 개념이 그것을 지시하기 때문이라기보다 저자의 체험이 케이팝의 현상들의 영역을 개현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저자는 케이팝 팬덤 내부에서 케이팝 현상이 일어나는 총체적인 모습의 이모저모를 탁월하게 그려 나간다.
케이팝의 내부에서 케이팝을 그린다는 것은 언뜻보면 저자가 말하는 ‘순덕’, 즉 무비판적으로 대상이나 현상을 수용하고 방어적인 자세로 해당 문화 현상을 보호하려는 경향을 뜻한다고 볼 수 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학문적인 자세를 견지하려는 태도 뚜렷한 태도가 엿보인다. 다시 말해, 저자는 케이팝 팬덤 내부인임에도 불구하고 케이팝 문화 현상이 지니는 맹점이나 팬덤의 문제들을 과감하게 노출한다. 예컨대, 연예인들의 ‘병크’, 즉 공인으로서 해서는 안될 범죄 혹은 큰 실수를 언급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연예인들의 문제나 범죄를 무비판적으로 보호하고자 하는 일부 팬덤들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물론 케이팝이 지니는 가치들, 팬덤이 케이팝 문화에 ‘입덕’하는 계기, 사회에서의 순기능 등은 필수적으로 속해있다.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케이팝의 한 단면, ‘공연하는 가수들’만을 생각하는 케이팝이라는 이미지를 벗어버릴 때 바라볼 수 있는 다채롭게 다양한 케이팝 현상의 총체를 명료하게 설명한다.
저자의 직접적인 경험으로부터 나오는 생생한 증언과 용어들
개인적 공감으로부터 사회적 공감에 이르기까지 확장하는 확실한 공감대를 형성한다.
저자는 학계 전문가임에도 불구하고 책 안에서 서술되는 그 용어와 개념들은 우리가 기대하는(?) 바와 달리 부드럽고 생생하며 심지어 몇몇 단어는 친숙하기까지 하다. 이는 대부분 저자의 생생한 경험을 바탕으로 다져진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책은 우리 모두가 친숙하며 혹은 우리 모두가 한번쯤 빠져봤을 법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어떻게 저자가 처음으로 누군가의 팬이 되었으며 어떻게 처음 케이팝에 입문하게 되었는지, 지극히 평범한 이야기로부터 시작하여 실제로 우리 사회에 ‘밈(meme)’으로 사용되고 있는 용어들까지 활용하여 ‘케이팝하기’를 소개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가 실제로 콘서트에 참석한 이야기, ‘떼창’을 연습한 이야기, 팬 미팅에서의 일화, 팬 카페는 어떻게 가입을 했는지의 이야기까지 빠짐없이 써 있다.
그러나 책이 가지는 생생함이 배가 되는 것은 단순히 저자 개인의 경험에 머물지 않는다 데 더 본질적인 이유가 있다. 학문적인 관점에서 개인의 경험과 관점을 다수인 대중이 누리고 함께 연대하고 있는지, 이 안에서 어떻게 대중은 케이팝을 ‘대중문화’로써 향유하고 누릴 수 있는지의 논의와 대중문화를 소비하는 소비자의 관점은 어떠해야 하는지까지도 결코 잊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개인의 경험이 우리 자신에게 와닿는 경험에서부터 우리 사회가 암묵적으로 혹은 가시적으로 합의하고 동의하는 정서적·의식적 공감대에까지 확장하는 총체적 공감대를 이끌어 낸다.
경제문제, 여성학 등 다양한 사회 전반에 대한 문제들
케이팝을 넘어 우리 사회와 관점에 대한 시사점을 남긴다.
‘케이팝하기’를 더욱 직접적이고 더욱 폭넑게 다루고자 하는 주된 원인 가운데 하나는 케이팝하기의 총체적 현상을 보다 뚜렷하게 보여 줌으로써 케이팝에 대해 아무렇지 않게 주어지는 혐오와 편견으로 인한 사회적 폭력을 거두고자 함이다. 팬덤에 대한 대우의 문제들, 여성학적 쟁점들 모두가 사실은 케이팝 문화를 바라보는 왜곡된 시선으로 인해 발생한다.
‘케이팝하기’ 또한 결국 ‘관계’의 문제다. 관객과 가수의 관계, 관객과 관객의 관계. 더 넘어서 사회적 관계와 관계들로 이루어져 있는 관계들을 수행하는 과정이다. 그 속에서 발생할 수 있는 억압의 문제, 차별의 문제, 혐오의 문제 등을 놓치지 않는다. 이를 위해 때로는 케이팝에 대해 만연해 있는 오해와 편견들을 지적하기도 하고, 여성학적 관점에서 사회 현상들을 비판하기도 한다. 혹은 케이팝 문화의 주 소비층인 팬덤이 괄시되는 것에 대한 모순을 드러내기도 하고 소비자층임에도 불구하고 서비스의 공급자인 연예인들에 대해 함부로 하지 않아야 한다는 관점을 제시하기도 한다. 그것은 모두 케이팝 문화 현상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행위들이 관계로 둘러 쌓여 있고, 현대 사회가 점차 잃어가는 관계의 진정성을 더하는 길로써 제시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