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어떤 아이는 성공하고 어떤 아이는 실패할까?
모든 아기는 경이로운 “뇌”를 가지고 태어난다. 생후 3년까지 초당 700개에서 1000개의 뉴런이 새로 연결되는 폭발적인 성장을 해 언어, 정서, 운동 등 모든 기능을 주관하는 뇌 구조를 대부분 완성하는 마법을 부린다.(94쪽) 모든 아기는 또 “언어 연산의 천재”다. 단어를 전혀 이해하거나 말하지 못하는 갓난아기 시절부터, 심지어 엄마 자궁 속에 있을 때부터 소리를 나누고 이어 붙여 단어를 만드는 작업을 시작한다.(108쪽) 게다가 모든 아기는 수학의 기본인 “숫자 감각”까지 갖춘 채 태어난다. 겨우 생후 이틀 된 신생아가 소리의 음절 수와 도형의 개수를 연결하는 놀라운 능력을 선보인다.(131쪽)
이처럼 아이들은 누구나 어마어마한 잠재력을 지니고 세상에 나온다. 그런데 어째서 어떤 아이는 두뇌 발달과 학업 성취도에서 앞서 나가고, 어떤 아이는 뒤처지는 걸까? 왜 어떤 아이는 자신의 잠재력을 발휘하는 데 성공하고, 어떤 아이는 실패하는 걸까?
이러한 격차 문제의 원인과 해결책은 과연 무엇일까? 이 답을 찾기 위해 소아 외과 전문의인 데이나 서스킨드 박사는 의학이라는 익숙한 세계를 벗어나 심리학, 교육학, 경제학, 언어학, 신경과학, 뇌과학, 생물학 등으로 연구를 확장하는 학문적 변신을 시도한다. 막연한 추측이나 근거 없는 주장이 아니라 엄밀한 “과학적” 증거를 토대로 두뇌와 학습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서다.
“달나라 여행”처럼 무모해 보이는 이 여정을 통해 서스킨드 박사는 다음과 같은 놀라운 과학적 발견에 도달한다. “아이의 두뇌는 3세까지 대부분 완성된다.” “아이는 똑똑하게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부모의 말’ 덕분에 똑똑해진다.” 서스킨드 박사의 연구가 백악관까지 나서게 만드는 영향력을 발휘하고,(310~312쪽) 이 책이 유아 두뇌 발달과 학습 능력 향상에서 새 장을 연 것으로 평가받으면서 전 세계에 약 100만 부가 팔리고, 부모와 교육자, 정책 입안자의 필독서로 자리매김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이의 학업과 진로, 인생에서 성공은 타고난 지능이나 재능, 가정 형편, 속한 계층에 달려 있지 않다. 태어난 첫날부터 부모가 일상에서 건네는 따뜻한 말 한마디로 결정된다. 아이의 능력은 고정불변이 아니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으며, 부모는 말만으로 이 능력을 충분히 길러 줄 수 있다. 이 책이 알려 주는 이러한 육아와 교육의 과학적 진실은 양육 비용과 시간, 올바른 육아 방식으로 고민하는 세상 모든 부모에게 희망과 용기, 힘을 불어넣어 준다.
중요한 것은 IQ, 재능, 돈이 아니라 ‘부모의 말’이다
현직 의사가 사회과학 연구자, 유아 교육 전문가로 변신을 시도하는 것은 뜻밖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자녀를 똑똑한 아이, 성공한 사람으로 키우고 싶다는 부모들의 간절한 바람을 서스킨드 박사는 의료 현장에서 너무나 생생히 접해 왔기 때문이다.
인공와우(인공 달팽이관) 이식 수술의 권위자인 서스킨드 박사는 청각 장애 아동, 특히 불우한 환경의 아동에게 듣는 능력을 되찾아 주는 일을 해 왔다. 인공와우가 활성화되는 “귀 생일”은 감격스러운 날이다. 서스킨드 박사는 이 순간을 자기 일처럼 기뻐하며 부모와 함께 울고 웃으며 감동을 나누었다. 하지만 감격도 잠시, 아이가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해서 소리의 의미를 이해하고 말을 하게 되는 것은 아니었다. 똑같이 청력을 회복했는데 어떤 아이는 의사소통 능력을 얻어 정상적인 교육을 받으며 자신의 잠재력을 십분 발휘한 반면에, 어떤 아이는 끝내 말을 못 하게 되어 학습 능력이 현저히 뒤떨어진 상태로 머물렀다. 왜 이런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는 걸까?(26~45쪽)
이런 상반된 결과를 계기로 서스킨드 박사는 청각 장애 아동 치료에서 모든 아이들의 두뇌와 학습 문제 해결로, 의학에서 사회과학과 신경과학(뇌과학)의 세계로 눈을 돌린다. 이 여정의 끝에서 박사가 찾아낸 답은 아이가 타고난 IQ나 재능도,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도 아니었다. 답은 바로 “부모의 말”이었다.
그전까지는 아이가 공부를 잘하고 못하고는 타고난 머리가 좋거나 나빠서, 즉 유전 때문이라고 여겼으며, 가정 형편에 따른 성적 차이는 바뀔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하트와 리즐리의 연구는 이 통념을 여지없이 깨뜨렸다. 아이의 학습 능력을 좌우하는 요인은 아이의 타고난 재능이나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와 교육 수준이 아니라 “생애 초기 언어 환경”, 바로 “부모의 말”이었다. “아이가 태어나서부터 3세까지 듣는 말의 양과 질”이 “최종 학업 성취도에서 나타나는 현저하고 예측 가능한 격차”를 낳는다는 사실이 마침내 과학적으로 규명된 것이다.(49~50, 62~70쪽)
“팔 수도, 쌓아 둘 수도, 뉴욕 증권 시장에 상장할 수도 없지만 양육자의 말은 모든 국가, 모든 문화권에서 모든 사람의 존재 자체, 행동 양식, 능력의 구석구석에 속속들이 배어드는 핵심 자원이다. 그리고 말에는 한 푼도 들지 않는다.”(120쪽)
0~3세는 아이의 뇌가 대부분 완성되는 결정적 시기다
생애 초기 언어 환경의 중요성은 신경과학(뇌과학) 연구로도 입증된다. “3세 끝자락이 되면 뇌와 거기 포함된 1000억 개의 뉴런은 물리적 성장의 85퍼센트를 마치고 사고와 학습의 토대를 상당 부분 완성한다.” 그리고 언어 습득을 위한 신경가소성은 태어나서 3~4세까지 어린 뇌에서 집중적으로 발휘된다. 이처럼 “두뇌 발달은 영유아의 언어 환경과 절대적 상관관계에 있다는 사실”이 과학으로 증명되었다. 물론 이는 3년이 지나면 두뇌가 더는 발달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다. 두뇌와 학습 능력 발달에서 이 3년이 그만큼 중요한 “결정적 시기”라는 뜻이다.(30~31쪽)
모든 아이는 1000억 개의 뉴런이라는 잠재력을 품고 태어난다. 머릿속에서 뉴런 1개당 1만 번의 연결로 1000억 개의 뉴런을 잇는 뇌 신경망을 “커넥톰”이라고 한다. 커넥톰은 아이의 사고방식과 행동 양식, 성취, 존재 자체를 정의한다. 이 막대한 잠재력의 실현 여부를 좌우하는 것이 바로 생애 초기 언어 환경이다. 다시 말해 아이의 성공은 “부모의 말”에 따라 결정된다. 아무리 사소해 보여도 관심과 따스함 속에서 부모가 하는 “엄마가 많이 사랑해” “우리 깜찍한 귀염둥이” “이야” “우와” 같은 말이 하나씩 쌓이면 수십억 개의 뉴런을 연결해서 아이의 두뇌가 눈부시게 발달하도록 돕는다.(91, 94, 120~124쪽)
부모의 말은 학습 능력뿐 아니라 마인드셋, 인격까지 길러 준다
부모의 말에는 단순히 아이의 어휘력을 늘려 주는 것 이상의 마법 같은 영향력이 있다. 부모의 말은 단어의 “숫자”와 말하는 “방식”을 아울러 가리킨다. 이 때문에 부모의 말은 “수학, 공간 추론, 문해력, 자기 행동을 통제하는 절제력, 스트레스 대처 능력, 끈기, 심지어 도덕심”까지 길러 준다.(124쪽)
부모의 말은 아이의 마인드셋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마인드셋》의 저자인 심리학자 캐럴 드웩은 “성장 마인드셋”을 아이들에게 불어넣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성장 마인드셋”은 능력은 절대적이지 않으며 노력이야말로 성취를 좌우하는 요소라고 여긴다. 반면에 “고정 마인드셋”은 능력이란 절대적이며 변하지 않는다고 믿는다. 그래서 “넌 굉장해!” “넌 못 하는 게 없어!” 같은 “재능” 칭찬을 듣고 자란 아이는 고정 마인드셋이 생겨 장애물을 만났을 때 쉽게 포기해 버린다. 이때는 재능에 초점을 맞춘 “사람 중심 칭찬” 대신 노력에 초점을 맞춘 “과정 중심 칭찬”을 해야 한다. 심리학자 앤젤라 더크워스의 연구로 널리 알려진 자질인 “그릿”(끈기)도 과정 중심 칭찬으로 키워진다.(144~154쪽) 공감 능력과 도덕심도 부모의 말로 길러진다. 단 이때는 “과정 중심 칭찬” 대신 “사람 중심 칭찬”이 필요하다.(174~176쪽)
자기 조절과 집행 기능도 두뇌 발달과 학습에서 대단히 중요한 능력이다. 이 능력 역시 부모의 말에 크게 좌우된다. 예를 들어 “이제 장난감 치워”라고 지시하거나 명령하는 대신 “장난감 다 가지고 놀았으니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라고 제안하거나 유도하는 말은 아이의 자주성을 키워 주고 자기 조절과 집행 기능을 크게 향상시킨다.(156~169쪽)
자연스럽고 간편하지만 효과는 최고인 부모의 말
부모의 말이 지닌 힘은 이렇듯 막강하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말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식일까? 이 책에서 저자는 최적의 두뇌와 학습 발달을 돕는 너무나 간편하면서 효과적인 프로그램을 제시한다. “주파수 맞추기(Tune In)” “더 많이 말하기(Talk More)” “번갈아 하기(Take Turns)”라는 “3가지 T” 전략이 그것이다.
“3가지 T”의 장점은 우선 실천하기 간편하다는 것이다. 아이가 무엇에 집중하는지 살펴서 그것을 주제로 이야기하고, 더 다채로운 단어를 사용해 이야기하고, 이야기에 아이를 참여시키는 3가지 일만 하면 된다. 또한 “3가지 T”는 자연스럽게 일상에 녹아든다는 큰 장점이 있다. 기존의 언어 습관을 바꿀 필요도 없고, 바쁜 삶에서 따로 시간을 쪼개 할애할 필요도 없다. 씻기고, 먹이고, 재우고, 입히는 모든 일상 활동이 이야깃거리가 된다. 책을 읽으면서 어휘력과 문해력을 길러 주고, 단추를 잠그면서 수학 능력을 길러 주고, 거품 목욕을 하면서 공간 추론 능력을 키워 주고, 그림 그리기를 하면서 창의력을 길러 줄 수 있다. 마트에서, 식당에서, 공원에서, 서점에서도 “3가지 T”로 대화를 나눌 수 있다.(188~254쪽) 나아가 “3가지 T” 프로그램은 기존의 아동 대상 프로그램처럼 부모의 희생을 요구하지도 않으며, 기존의 부모 대상 프로그램처럼 아이의 희생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대신에 “3가지 T”는 부모와 자녀를 모두 성장시키고 양쪽 모두의 삶을 개선하는 데 힘쓴다.(297쪽)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생애 초기의 풍부한 언어 환경, 부모의 말의 중요성을 우리 모두가 알고 실천하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세상 모든 부모와 양육자에게 이런 바람을 전한다. “당신에겐 당신 생각보다 훨씬 엄청난 힘이 있어요. 당신이 이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어요.”(322쪽)
아이가 듣는 말의 양과 질이 학업 성취도를 결정한다
육아와 유아 교육의 혁신가로 평가받는 서스킨드 박사의 여정은 아동심리학자들인 베티 하트와 토드 리즐리의 기념비적인 “3000만 단어 격차” 연구를 재발견하는 데서 출발한다.
저소득층 아동의 낮은 학업 성취도를 개선할 방법을 찾던 하트와 리즐리는 42개 가정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전문직 가정과 생활 보장 계층 가정의 아동이 3세까지 듣는 단어 수에서 무려 3000만 단어(반복되는 단어 포함)나 격차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