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에서 상담교사가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선생님은 누구세요?”
뿌리 없는 갈대처럼 존재를 의심받는 상담교사의 마음속 이야기
교육대학을 안 나왔고 초등교육을 전공하지 않았는데 초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하는 사람들이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가? 상담·심리 관련학과 졸업자로 교직을 이수했거나 교육대학원을 거쳐 중등학교 교사 임용시험에 합격하여 ‘전문상담교사’로서 초등학교에 발령받은 경우다. 중등학교보다는 늦었지만 초등학교에도 전문상담교사가 배치되기 시작한지 7년이 넘었다. 초등학교에서 상담실과 상담교사의 존재는 여전히 뿌리 없는 갈대처럼 느껴질 때도 있지만 ‘전문상담교사’인 만큼 적극적으로 마음을 열고 초등교육과 초등학생에 대해 탐구하고 나누며 초등학생의 마음 성장을 위해 열정을 다하는 교사들이 있다. 강원도 초등상담연구회의 교사 세 명이 함께 쓴 책 《초등 상담교사의 마음 수업》에 그 이야기가 자세히 담겨 있다.
#초등상담교사의 TMI 자기소개서
초등 상담교사라는 직업을 가지려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 걸까? 이 책의 저자들은 각자 시작은 달랐지만 아이들 곁에서 고민을 함께하고 싶은 마음 하나를 붙들고 한 걸음 한 걸음 걸어온 저자들이 초등학교에서 ‘전문상담교사’가 되어 만났다. 초등 상담교사는 어떤 길을 걸어온 사람들인지, 어떤 일을 하며 무슨 꿈을 꾸는지, 그리고 말하지 못한 속마음까지… 자세한 자기소개가 펼쳐진다. 일반교사와 학부모의 의구심을 속 시원히 씻어줄 만큼 자세하다. 아이들의 마음성장을 돕고 학교 안팎의 동료들과 협업하며 초등학교에 뿌리내리기 위한 초등 상담교사의 분투기가 잔잔한 감동을 준다.
#상담실에서는 어떤 일이 펼쳐질까?
“선생님은 왜 간식 안 주세요? 상담실은 간식 먹으러 오는 건데.”
예전 상담 선생님은 간식 주셨다면서 다짜고짜 간식을 요구하는 아이에게 신규 상담교사는 어떤 말을 해줄 수 있을까? 아이들이 상담실을 편하게 찾고, 상담교사에게 마음을 열게 하려 애쓰는 가운데, 때로 막무가내로 밉게 구는 아이에게도 웃으면서 모든 일에는 절차와 규칙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그것을 110번 반복하기.
“선생님, 우리 반 아이가 어제 상담을 받았는데 아무 변화가 없네요?”
학급에 수업을 방해하는 아이가 있어 상담실로 보냈는데, 아이에게 아무 변화가 없다며 어떻게 된 일이냐고 의문을 제기하는 담임교사의 쪽지를 받고, 아침부터 살짝 기운이 빠졌다는 상담교사의 에피소드. 덧셈, 뺄셈, 구구셈을 한 번 가르쳐서 척척 푸는 아이가 없듯이 아이의 마음을 살피는 일도 단번에 되는 일이 아닌데, 때로 상담을 마법처럼 여기는 어른을 대할 때면 답답하기도 하다. 그럴 때 상담교사는 어떻게 대응할까? 상대방의 말을 감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그대로 수용하며 다음 걸음을 향해 바른 방향을 찾아가는 상담교사의 마음 지도가 그림처럼 펼쳐진다.
“선생님, 아이 문제도 문제지만… 제가 시댁에서요….”
학생 상담을 위해 상담교사와 통화하던 학부모가 어느날부터인가 아이보다는 자기 문제로 상담교사에게 전화상담을 요청해 시간을 길게 뺏기 시작했다. 아이를 보는 어른의 마음이 편안해야 아이와의 관계도 좋아질 거라 생각해서 학부모나 담임교사의 개인적인 문제도 상담할 때가 있다. 이럴 때, 상담교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상담교사가 수업도 한다고요?
상담자는 내담자와 이중관계를 맺어서는 안 된다는 룰이 있다. 상담교사는 이 원칙 때문에 학교에서 교실 수업을 요구받는 것이 불편하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초등학생에게는 상담에 앞서 마음에 대해서 배우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 상담교사가 하는 마음수업은 정규교과가 아니어서 교과서조차 없지만, 마음수업이야말로 초등교육과정의 필수과목이 되어야 한다고 저자들은 주장한다. 이 책의 2장에 아이들의 마음을 채우고 성장시키는 마음수업을 하나하나 만들어가는 상담교사의 수업 내용을 충실하게 담았다.
#그런데 상담이 뭐예요?
상담교사가 아이들에게 가장 많이 받는 질문 1위가 ‘선생님은 누구세요?’라면 2위는 ‘그런데 상담이 뭐예요?’다. 저자는 상담을 초등생들에게 뭐라고 설명해야 좋을지 몰라 이렇게 답했다, “응, 너희가 어렵고 힘든 일이 있을 때 같이 이야기하면서 문제를 해결해가는 과정이야.” 그렇다면, 우리는 모두 상담이 필요한 존재가 아닌가? 우리는 어렵고 힘든 일이 있을 때 같이 이야기하면서 문제를 해결해가야 한다. 이 책의 저자들은 학교 안팎의 여러 어른들에게 함께하자고 손 내밀기 위해 이 책을 썼다. 저자들 역시 하나하나 배워가는 중이다. 아이들의 마음과 성장과 상담에 대해, 자기자신과 이 세상에 대해서도…. 상담은 결국, 서로의 마음을 열고 나누는 과정이다. 우리들 각자가 걸어가는 길이 다른 사람들의 길과 다정하게 포개어질 때, 그 자리가 우리 아이들이 자라날 단단한 땅이 될 거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