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아이들도 자치 할 수 있을까?
아이들에게 선택할 기회만 주면 자치일까?
유아들과 함께 자치의 길을 찾는
유치원 교사들의 알콩달콩 성장 기록
◎ 유치원 아이들도 자치를 할 수 있어요!
자치는 자신의 일을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지는 행위로 민주 시민의 기본 자질이다. 그래서 유치원 교육과정에는 자신의 일을 스스로 해결하는 ‘자주적인 사람’이 추구하는 인간상 중 하나로 제시되어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 유아 자치를 실천하는 교사들은 어려움을 토로한다. “자치가 어려워요. 아이들도 어리고.”, “뭐부터 시작해야 좋을지 모르겠어요.”
수업나눔 동아리 ‘모꼬지혜움’을 수년간 같이 해온 박은미, 조윤재, 허경아, 권세나, 심재경 등 다섯 유치원 교사들이 함께 써낸 《유치원 아이들의 학급 자치 이야기》는 바로 이런 고민에서 출발한 책이다. ‘자치란 무엇일까? 어린 유아들도 자치를 할 수 있을까?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자치활동은 뭐가 있을까? 교사로서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추고 있을까?’ 등 막막하기만 했던 문제들을 아이들과 부딪쳐보면서, 또 동료교사들과 경험을 나누면서 하나씩 풀어갔다.
결과는 놀라웠다. 아직 어려 힘들 거라 생각했던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같이 결정하고, 함께 실천해갔다. 오히려 아이들을 주체적인 존재로 보지 않고 일방적으로 결정하려고 한 것은 교사들이 아니었나 반성도 되었다. 저자들은 아침 인사 정하기, 놀잇감 선택하기, 바깥놀이 규칙 정하기, 어린이날 행사 기획하기, 모둠 자리 정하기, 환경판 꾸미기, 줄 서기, 반 애칭 만들기, 아이돌 쇼 등 아이들과 함께했던 자치활동들을 소개한다. 이야기 속에는 유아 자치의 길을 찾아가는 교사들의 고민과 배움의 과정을 생생하게 그려진다.
아이들도 주체를 가진 존재다. 교사가 할 일은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여 결정할 기회와 시간을 주고 결정된 내용이 다소 허술해 보이더라도 일단 믿고 존중하는 것이다. 자치는 거창한 것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란 저자들의 솔직담백한 이야기는 자치에 대한 부담감을 내려놓고 지금 당장 실천해볼 용기를 북돋아준다.
◎ 놀이로 성장하는 아이들과 교사들
《유치원 아이들의 학급 자치 이야기》에서는 ‘아이들에게 선택권만 넘겨주면 자치일까’라는 의문을 제기한다. 선택권을 주는 건 자치의 한 형식일 뿐 진정한 자치는 자기 주도적 행위와 반성적 사고를 전제로 한다고 저자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다시 말해 자치는 아이들이 자신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 성찰하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의견을 제시하며 방법을 선택하고 실천하는 행위인 것이다.
교사가 학급 운영이 수월할 수 있게 아이들 자리를 배정하고 학급 규칙을 정하는 대신 아이들에게 선택권을 넘겨보았다. 아이들은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정확하게 상황을 인식하고 교사들의 우려를 가뿐히 뛰어넘는 해결책을 제시했다.
그러자 교실이 달라졌다. 교사중심의 교실이 학생중심으로 바뀌자 교실은 즐겁고 신나고 행복해졌다. 자기들이 정한 인사를 하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은 즐거워했다. 선생님이 주도하는 재롱잔치가 아니라 순서도 동작도 어설프지만 직접 기획하고 준비한 아이돌 쇼에 신나했다. 초대장을 만들어 형님반을 초대해 같이 놀고, 머리를 맞대고 모형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책상을 배치했다. 장난감데이를 만들어 제일 소중한 장난감을 가져와 친구들과 놀고, 유치원 생일 파티를 해주자며 생일 축하 카드와 놀이를 준비했다.
이 과정에서 아이도 교사도 성장하였다. 아이들은 자신의 의견을 솔직하게 말하고 타인의 의견을 듣고 의사결정 하는 법을 배웠고, 교사들은 혹시 그동안 교사의 일방적인 의사결정은 없었는지 돌아보며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보려고 노력했다.
◎ 사례로 보는 유아 자치
《유치원 아이들의 학급 자치 이야기》는 유아 자치는 이런 것이라며 딱딱하게 이론을 설명하는 게 아니라 교실에서 벌어지는 일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아이들과 함께 활동한 다양한 사례들을 아이들의 반응과 대화는 물론 현장에서 교사들이 느낀 감정과 생각까지 솔직하게 써냈다.
교사들이 현장에서 직접 경험한 사례들을 읽다 보면 “맞아 맞아.” 맞장구를 치기도 하고, “이렇게 하면 되겠네.” 하고 무릎을 치기도 하고, “이런 일도 생길 수 있군요.”라며 경험을 공유하며 자연스럽게 유아 자치란 무엇인지 알 수 있고, 어떻게 실천해야 할지 아이디어를 얻게 된다.
또한 ‘왁자지껄 선생님들의 모꼬지’와 ‘엉뚱발랄 톡!톡!’ 코너에는 유치원 교사라면 한 번쯤 고민해보았을 문제에 대한 선배 교사들의 다정한 조언이 담겨 있어 읽는 재미를 더한다.
[모꼬지혜윰]
모꼬지(모임)와 혜윰(생각)을 합한 순우리말을 간판으로 단 광주광역시 유치원 교사들의 수업나눔 동아리. 3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으로 구성된 교사들로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학급 운영을 위해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