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하고 싶어? 그 욕을 네가 듣게 된다면?
그 뜻도 어감도 센, 다른 언어를 잠식하는 욕의 경고!
욕이 욕인 것은 상대의 인격을 무시하는 말이라고 사회적으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욕의 사전적인 정의를 봐도 ‘남의 인격을 무시하는 모욕적인 말. 또는 남을 저주하는 말’이라고 나온다. 그런데 욕의 뜻도 문제이지만 욕의 더욱 심각한 문제점은 거센 발음 때문에 각인 효과가 너무 강하다는 데 있다. EBS의 한 다큐멘터리에서 실험을 했듯이 욕을 하게 되면 우리의 뇌 속에서 다른 언어들이 점점 잠식되어 사라진다. 때문에 욕을 쓰게 되면 욕이 아닌 다른 표현들이 점점 더 떠오르지 않게 되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처음부터 욕을 쓰지는 않았다. 세 살 아이가 욕하는 모습을 우리 모두 떠올리지 못할 것이다. 아이들의 언어 세계는 싫으면 싫다, 배고프면 배고프다, 미우면 밉다 자기 마음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기 때문이다. 부모들 또한 아이에게는 되도록 좋은 것을 보여 주고, 좋은 말을 들려주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아이가 10대가 되어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기 시작하면서 욕의 문화에 노출된다. 학교에서 친구들이 쓰는 욕을 따라 하고, 개인 방송에서 진행자가 툭 내뱉는 욕을 멋인 줄 알고 따라 하기도 한다.
이렇게 아무 감각 없이 하는 욕, 그런데 그 욕을 내가 듣게 된다면 어떤 기분일까? 욕을 하는 사람은 별생각 없이 할지 몰라도, 듣는 사람은 상황이 다르다. 오랫동안 욕에 노출되거나 언어폭력에 시달리면 그 사람의 몸과 마음은 망가질뿐더러, 우울해지고 자존감도 낮아진다. 인내심 또한 한계에 다다라서 순간적으로 화를 참지 못하거나, 작은 일에도 욱할 수 있다. 마음이 아프게 되면 그만큼 위험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내가 무심코 장난으로 한 욕 한마디 때문에 친구들이 우울해지고, 삶의 의욕도 떨어진다면 그 친구의 인생에 나는 본의 아닌 가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욕이 주는 경고이다! 욕을 하고 싶을 때는 그 욕을 내가 들었을 때 어떨지, 역지사지해 보는 마음이 꼭 필요하다.
욕이 솔직한 표현을 이길 수 없지!
욕으로 뭉뚱그리지 말고 부사, 감탄사, 관용 표현 등 구체적으로 표현해 봐!
그렇다면 욕 대신 어떤 말들을 써야 할까? 이 책의 백미는 바로 욕 대신 어떤 말을 써야 할지를 알려 주는 ‘욕 대신 이렇게’ 부분이다. 우리말은 감정 표현도 풍부하고, 부사, 감탄사, 관형어, 소리와 상태를 말하는 흉내말(의성어, 의태어)이 발달된 언어이다. 뿐만 아니라, 예부터 내려오는 우리 조상들의 지혜와 해학이 담긴 속담 등 다양한 언어 표현이 있다. 그 언어의 세계로 일단 발을 들여놓으면 의외로 재미있는 세상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네 명의 저자가 이 책을 통해 꼭 얘기하고 싶은 것도 바로 이것이다. 욕이 아니더라도 내 감정을 더욱 적절하고 재미있고 유쾌하게 표현할 수 있는 다른 말들이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우린 모두 갓 태어났을 땐 아주 귀여운 아기였다. 토끼 새끼, 수달 새끼, 캥커루 새끼처럼 동물의 새끼들을 떠올리기만 해도 귀엽다. 그런데 사람을 동물의 어린 것에 빗대어 말하는 것은 그 사람을 얕잡아 보거나 욕되게 하려는 행동일 뿐이다. 동물의 어린 것이라는 표현 대신 친구의 별명을 지어 주고, 이름을 불러 주는 건 어떤가? 김춘수 시인은 〈꽃〉이라는 시를 보면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라는 표현이 나온다.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 주거나 친근한 별명을 불러 주는 것은 그에게 생명을 불어넣는 것과도 같은 행위이다.
욕 속에는 비밀의 말이 숨어 있다는 것도 아는가? 바로 욕을 하는 대상인 ‘너는’이라는 말이다. ‘(너는) 바보!’ ‘(너는) 개짜증 나!’ 이처럼 욕은 ‘너는’의 대상인 상대를 대놓고 비난하는 말일 뿐이다. ‘너는’이라는 말보다는 ‘나는’이라는 말을 주어로 말하기! 춤 경연 대회를 앞두고 같은 팀의 리더가 팀원에게 이렇게 말한다면 어떨까? ‘너가 계속 실수를 하니 (나는) 속상하다.’ ‘너의 짜증을 들으니 (나는) 우울하다’ 이 말을 들은 팀원도 ‘너 왜 못하니?’라는 비난으로 받아들이기보다 ‘우리 같이 잘해 보자!’라는 격려의 말로 받아들일 것이다. ‘너’가 아닌 ‘나’를 중심에 놓고 말했을 때 비로소 기적은 일어난다.
교육자이자 언어학자, 우리말 전문가들의 욕퇴치 처방전
욕을 이기는 다양한 방법, ㅆㅂ·ㅈㄴ 욕을 넘어선 유쾌하고 경쾌한 말과 언어생활
네 명의 저자들은 교육자이자 언어학자, 사전을 편찬하는 우리말 전문가들로 다양한 욕 퇴치 처방전을 안내하고 있다. 욕이 아니더라도 나의 감정과 하고 싶은 말을 잘 전달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감칠맛 나는 우리말 표현들로, 욕을 이기는 다양한 방법의 처방전이다. 먼저 여러 감정을 담는 부사를 활용해 보는 건 어떤가? ‘존나 힘들어!’ 대신 ‘정말 힘들어!’ ‘엄청 힘들어!’ ‘겁나게 힘들어!’ 등이다. ‘와’ ‘헐’ ‘대박’ 같은 감탄사를 넣는 표현도 내 감정을 충분히 전달할 수 있다. 아니면 유쾌하고 재미있는 흉내말은 어떤가? 새로 산 교복에 음식물이 쏟아져 속상한 마음을 표현하고 싶다면, ‘존나 짜증나!’ 대신 ‘새로 산 교복인데 속이 상해 펄쩍펄쩍 뛰겠네요.’ ‘제 머릿속에 우르르 콩쾅 천둥번개가 치네요.’ 같은 유쾌하고 재미있는 흉내말로 표현해 보는 거다. 비록 속은 상하지만, 재미있는 말 표현 덕분에 그 상황이 덜 속상하고 재미있게 넘어갈 수도 있다.
그러고 보니 ‘까마귀 아래턱 떨어질 소리’ ‘삶은 호박에 이 안 들 소리’ ‘명문 집어먹고 휴지 똥 눌 놈’ ‘벼락 맞은 꽹과리’ 같은 그 상황에 딱 들어맞는 재치 있는 우리말 관용 표현도 많다. 평소에 관용 표현을 많이 익혀 두었다가 그때그때의 상황에 딱 맞는 표현들을 쓴다면, 의외로 친구들의 관심을 듬뿍 받는 반전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세 치 혀가 사람 잡는다’ ‘촌철살인’ ‘관속에 들어가도 막말은 말라’는 언어생활의 지혜를 알려 주는 선조들의 유산도 우리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말에는 힘이 있다.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불리고, 어떤 이야기를 들어왔는지에 따라 사람들은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게 된다고 한다. 내가 하는 욕은 나의 언어를 파괴하고, 내가 듣는 욕은 나의 자아개념을 파괴시킨다는 걸 꼭 기억하자! 욕이 아니더라도 내 감정을 더욱 잘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평소에 익혀 두자! 욕보다 힘이 센 우리말 표현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