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선 시인의 세 번째 시집 『해독의 지느러미를 헤쳐간다』가 ‘사이편현대시인선 15번’으로 발간됐다. 2010년 《불교문예》로 등단한 이후 펴내는 세 번 째 시집이다. 무엇보다 김미선 시인의 시는 오밀조밀한 내밀함이 돋보인다. 시인의 정서적 지층은 작은 파고의 물결처럼 잔잔하지만 잘 짜여진 그물처럼 탄력적인 서정성으로 확장된다. 그만큼 시인이 지닌 내면적 깊이가 샘물처럼 맑다는 반증이다. 하여, 시집을 읽는 독자들에게는 현대시의 가벼운 수사들과는 변별되는 깊은 서정의 맛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이번 시집에서 주목하는 부분 중 하나가 언어의 지유로운 구사 속에서도 그녀의 서정적 밀도가 높다는 점이다. 이는 보편성에서 시적 화자의 완결성으로 나아가는 시인의 문학적 성취도를 보여주기에 시집에 대한 관심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전문가 서평
김미선의 시편들은 은유로 빛난다. 탈진한 생의 굴레를 어둠으로 지우고 싶었고, 조용히 앓던 슬픔이 자작나무둥치에 조명등을 켜고 있었고, 엷은 오솔길이 농담처럼 흐려지고 있었고, 지새는 밤에는 하루가 몇 장씩 숨어 있었고, 오후 3세의 사색이/나선형 계단을 내려서고 있었고, 모퉁이가 끌어당긴 하얀 벽들이/담론을 헤집고 물음을 쏟아내고 있었고, 무수한 태양계가 나의 저녁을 끌고 가고 있었고, 예측할 수 없는 곳에서 젖은 풍경들이 일어서고 있었다. 이처럼 아름다운 은유는 김미선 시편들의 향기의 진원지다. 김미선의 시문은 섬세하며 아름답다. 그녀의 시편들을 옷깃을 여미고 읽어야 하는 이유다.
-김윤배(시인)
김미선 시인의 몽상과 명상은 때로는 혼재하면서 혹은 때로는 명증하게 분리되면서 시인의 시에 불투명성과 투명성, 혹은 어둠과 빛이라는 음영을 부여하면서 시적 공간을 독특한 정취로 채색한다. 그러나 몽상과 명상은 혼탁한 세상, 불안과 번뇌로 우글거리는 세상에서 탈출구와 해방구의 길을 뚫고서 나아가는 것은 확실하다. 시인이 ‘길의 영혼’이라는 자유와 해방의 영역으로 들어선 것은 이러한 몽상과 명상이 고투한 간난신고의 결과일 것이다. 이제 시인은 어디로 나아갈 것인가?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된다.
-황치복(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