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를 보면 중동 정세와 국제 정세가 보인다’
중동 아랍권 국가와는 다른, 독특한 행보를 걷고 있는
‘중동의 이단아’ 카타르
보통 ‘유니크Unique하다’라는 말은 다른 것과 달리 ‘독특한’ 특징을 지닌 것을 지칭할 때 사용한다. 극동아시아에 있는 작은 반도 국가 대한민국과 비행기로 10시간 정도 이동해야 하는 아라비아반도에도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작은 반도 국가 ‘카타르’가 있다. 전 세계 국가 중 159번째, 중동 국가 중 네 번째로 작은 나라인 카타르는 ‘유니크하다’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나라이다.
영문 국명 ‘Qatar’만 봐도 유니크하다. Quality(질), Quantity(양), Question(질문), Quarantine(격리), Quite(조용한), Quick(빠른), Quebec(퀘벡) 등 Q로 시작되는 영어 단어들을 떠올려보면 보통 ‘Q’ 다음에는 ‘u’가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카타르만 이러한 영어 표기 법칙과는 다른 ‘Q’ 다음 ‘a’가 나오는 독특한 표기 법칙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영어 국명마저 유니크한 카타르는 ‘중동에서 가장 재미있는 혹은 튀는 나라’, ‘중동의 이단아’라고 불릴 만큼 우리가 알고 있는 아랍권 국가들과는 다른 독특한 카타르만의 정치 외교적 행보를 달리고 있다.
카타르의 독특함이 가장 잘 드러나는 분야는 외교 분야이다. ‘카타르를 보면 국제 정세가 보인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카타르에서는 중동, 나아가 글로벌 차원의 변화와 갈등이라고 할 만한 이슈가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카타르는 친미와 반미가 동시에 공존하는 외교가를 지닌 나라로 세계 최대 규모의 미 공군 기지를 가지고 있으며 1만 명 이상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지만 미국과 앙숙 관계인 탈레반, 하마스 같은 반미 성향이 강한 무장 정치 단체들의 공식 사무소 또한 카타르에 자리 잡고 있다. 중동 지역의 앙숙 관계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과도 동시에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튀르키예 경제 위기 때는 발 벗고 나서서 재정적 지원을 해주었을 뿐 아니라 튀르키예 군대에 카타르에 주둔할 만큼 카타르와 튀르키예는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 또한 왕정 중심의 중동 산유국에 눈엣가시 같은 존재인 무슬림형제단에 포용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독특한 주변국과의 관계로 인해 카타르는 한때 형제국이라 부르며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걸프협력회의GCC 국가들로부터 단교 조치를 받기도 했다.
천연가스와 석유 수출로 쌓은 막대한 부
세계에서 손꼽히는 부자 나라, 카타르
중동의 외교, 교육, 미디어 허브, 소프트파워 강국을 향해 성장하다
단교 사태가 벌어질 만큼 주변국들에게 미운털이 박혀 위기에 처하기도 했지만 카타르는 이에 굴하지 않고 독자적인 행보를 계속 유지해나갔다. 그 결과 카타르 단교 사태는 2년여 만에 막을 내렸고 카타르는 중동 지역뿐 아니라 글로벌 차원에서도 일정 수준 이상의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렇게 카타르가 주변 강대국을 신경 쓰지 않고 ‘마이웨이 노선’ 전략을 펼칠 수 있는 배경에는 카타르의 ‘특별한 황금’인 천연가스와 석유로 벌어들인 ‘가스머니’와 ‘오일머니’가 있다.
카타르는 경기도만 한 크기에 불과하지만 세계에서 3번째로 많은 천연가스와 14번째로 많은 석유를 보유하고 있으며 1인당 국민소득 및 국민 복지 수준도 세계 최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천연가스와 석유 자원에만 의존하지 않고 산업 다각화 노력과 전략적인 투자를 통해 건실한 경제 구조를 꾸준히 만들어나가고 있는 미래가 밝은 나라이다.
‘중동의 CNN’, ‘중동의 BBC’로 통하는 글로벌 미디어 알자지라방송과 ‘중동의 ESPN’이라 불리는 스포츠 방송 beIN, 미국 및 유럽 유수의 명문대를 한곳에 유치해 ‘중동의 아이비리그’라고 자랑하는 국제적 교육 연구 특구 에듀케이션시티, 유적지 대신 아랍 전통문화와 카타르만의 예술 세계를 보여주는 박물관과 미술관 설립, 전쟁·빈곤·자연재해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카타르재단 등 카타르는 중동의 허브, 소프트파워 강국으로 나아가기 위한 다채로운 활동들에 대해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그뿐 아니라 카타르는 국가 공휴일로 ‘스포츠데이’를 지정해놓을 만큼 운동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많아 막대한 자금 지원으로 2006 도하아시안게임에 이어 2022 카타르월드컵과 2030 아시안게임을 유치했다. 특히 2022 카타르월드컵은 중동 및 아랍권 최초의 월드컵이며 최초의 겨울 월드컵, 하루에 두 경기 이상을 직접 관람할 수 있는 동선 등 이전 월드컵과는 다른 특별함으로 전 세계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국제 이슈, 중동이라는 확실한 전문성을 가진 18년 차 현직 기자
기자의 현장감과 분석력으로 카타르의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주다
어린 시절부터 축구를 좋아했던 이세형 기자는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아시아 축구 최종 예선 경기에서 카타르라는 나라를 처음 알게 되었다. 1990년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해 발생한 걸프전을 계기로 중동 지역에 관심을 갖고 있었지만 그 전까진 카타르라는 나라의 존재를 몰랐다. 이후 그는 2001년 9.11테러,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사태 등을 보면서 중동 정세에 촉각을 세우고 〈동아일보〉 사회부, 경제부, 국제부 기자를 거쳐 중동 특파원으로 카이로에 가기 전 1년 동안 카타르 아랍조사정책연구원에서 방문연구원으로 공부하면서 ‘중동’이라는 확실한 전문성을 쌓아나갔다.
이 책에서 저자는 2022 월드컵 개최국인 카타르가 월드컵을 준비하면서 달라지고 있는 모습에 주목하고 있다. 작지만 강한 나라, 중동의 외교·교육·문화·미디어 허브이자 소프트파워 강국으로 성장하기 위해 시행하는 아낌없는 투자와 정책, 주변 강대국들 틈에서 생존, 나아가 성장을 위해 치열하게 펼치는 외교 안보 전략은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북한을 상대해야 하는 우리나라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갈등과 변화를 관찰하고 취재할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는 ‘뼛속까지 기자’인 이세형 저자는 카타르의 다양한 현장을 누비며 다양한 사람과의 만남을 통해 있는 그대로의 카타르 모습을 담아냈다. 기자의 현장감과 분석력으로 카타르의 정치, 경제, 역사, 사회, 문화 등을 실용적이고 재미있게 전달하고자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