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골목바이닐앤펍
한때 이태원에서 골목바이닐앤펍이라는 뮤직바를 운영했던 저자는 2010년대 들어 점점 잦아지는 뮤지션들의 부고를 접하곤 그들을 애도하며 그들의 음반을 턴테이블에 올리면서 이 책을 구상했다.
‘골목바이닐엔앤펍’은 지친 삶을 위로하는 작은 가게였다. 누군가는 어느 날 좋아하는 뮤지션이 세상을 떠나 영원히 이별하면, 그냥 집으로 돌아갈 수 없는 비통에 잠긴 사람들은 자신만의 영웅을 위해 ‘골목바이닐앤펍’에 들려 술 한잔과 함께 추모를 위한 곡을 신청한다. 저자는 그렇게 7년이라는 세월을 보냈다. 술에 취했다고 하더라도 시간은 흐르고, 내일이면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일상으로 돌아간다. 또 아무리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고 노래하고 연주한다고 해도 생명은 영원할 수 없다. 그렇게 시간 속에서 탄생하고 사라진다. 저자는 음악가의 죽음을 ‘골목’의 방식으로 추모하는 한 권의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슬픔은 오고, 우리도 또 살아간다
이 책에는 뮤지션 452명. 1938년에 사망한 로버트 존슨부터 2022년 8월에 사망한 올리비아 뉴튼존까지 팝과 록, 포크와 소울, 재즈와 힙합을 망라하고, 한국과 라틴아메리카, 저 멀리 아프리카를 오가며 음악이 죽은 날들을 되뇐다. 뮤지션의 생몰월일과 사인을 얼핏 스친 후 뮤지션의 간략한 삶의 흔적을 지나치며 그들로 인해 행복했던 기억, 그들이 주었던 위안, 안타까운 현실의 한계를 되짚는다. 그렇게 그들을 그리워하고 애도하며 삶을 추스른다. 뮤지션이 죽은 날을 ‘음악이 죽은 날’이라고 했지만, 실제로 그날들은 우리가 그들을 다시 기억하며 우리의 남은 생에 다시 한 번 불을 밝히는 날이기에 반어적인 뜻이며, ‘음악과 우리가 살아 있음을 알려주는 날’이 될 것이다.
음악과 죽음, 그리고 내가 있는 책
나이가 들면 뇌세포가 사라져서 기억력이 전 같지 않으면 음악과 관련한 뉴스를 소개하는 매체나 방송이 부족하기에 이 책을 읽다가 “알리야가 죽었어”라고 중얼거릴지 모른다. 어느 철학가의 말처럼 죽음 반복될 수 없기에 ‘사건이 아니’며, 어느 시인의 말처럼 ‘단련될’ 수 없다. 우리 모두 천천히 자살하는 것이라는 말도 있다. 이 책에 펼쳐진 죽음은 그래서 결국 나 자신을 다시 바라보게 만든다. 음악과 죽음, 그리고 내가 담긴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