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설 중에서
**현상에 대한 사물의 본질 탐구
손희락(시인·문학평론가)
1. 시에서 감지되는 느낌
제4시집을 상재하는 유승배의 시는 언어적 따스함이 감지된다. 여성 시에서 시적 온기가 느껴진다는 건, 아름다운 세상을 소망하는 자아가 겸손, 온유하다는 뜻일 것이다. 시의 독자는 주제 안에서 시인을 유추한다. 단 한번 눈빛 마주친 적 없어도, 자주 만나 교감한 듯, 착시 상태에서 행복에 젖는다. 언어를 사이에 둔 황홀한 교감이 아닐 수 없다. 시공간은 언제 어느 때 만나자는 약속도 필요 없다. 한 편 시를 음미하기만 하면, 시공 초월, 교감이 가능하다.
『독백』(2007), 『작은 행복』(2008), 『가슴에서 피는 꽃』(2009) 등 시집을 출간할 때마다 시적 상상력이 점층적으로 확대되었음을 확인하게 된다. 의미 소통 면에서도 별 문제가 없다. 주제와 연결된 메시지를 안착할 때, 독자를 배려한 소통을 중시한다. 이는 진정한 시인이기를 염원하는 고뇌의 몸짓이다.
혼자서 식탁에 앉는 사람을 보면
살며시 그 옆에 앉아
친구가 되어주고 싶을 때가 있다
외롭게 살아가는 것이 힘들지 않느냐고
몇 마디 물어보고 싶을 때가 있다
밥그릇 비워지면 가득 물을 부어
목마른 갈증 씻어버리도록 도와주고 싶을 때가 있다
고독한 식사를 즐기는 사람들은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 같이 돌아서는 뒷모습도
쓸쓸해 보이기 때문이다
-「고독한 식사」 전문
2연 10행으로 짜인 이 시에서 ‘시인의 천성’을 감지할 수 있다. 혼자서 밥을 먹는 손님을 바라보면서 “친구가 되어주고 싶고 / 외로운 삶을 위로하고 싶다”는 화자는 지금 카운터에 앉아 있다. 그의 관심은 동행이 있는 테이블보다 혼자 있는 ‘손님’에게 집중된다. 오랜 단골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고독한 손님을 향한 심적 관심이 돋보인다. 1연 6행에서 “밥그릇 비워지면 가득 물을 부어” 주고 싶다고 진술한다. 2연 2행에서는 그렇게 하고 싶은 이유가 표출되었다. “돌아서는 뒷모습도 / 쓸쓸해 보이기 때문이다.” 참으로 고운 심성이다. 화자는 음식을 팔고, 돈만 받는 그런 사업을 하고 있지 않다. 맛깔스런 식사와 함께 사랑의 온기를 최대한 제공한다. 유승배의 시가 진솔하면서 따뜻한 것은 유전된 DNA 때문이다. 움켜쥐기보단 나누고 싶고, 받기보단 주고 싶어 하는 심적 욕망이 언어와 혼합된 탓에 독자가 체감하는 시적 느낌이 따스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