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
파도 속에 묻힌 달 떠올라 희망을
해산하다
- 지율 이정록(시인 교수, 문학평론가, 칼럼니스트)
이종식 시인은 2021년 한용운문학상 공모전에서 중견부문
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였다. 그는 샘터문학(현, 샘문)에서
개최한 샘터문학상 공모전에서 시부문과 수필부문에서 이정록
선생에 추천과 작품 당선으로 등단한 후 2019년에는 샘터문
학상 대상을 수상한 기성 시인이다. 그는 현재 샘문대학교
강사이자 사단법인 문학그룹 샘문 부이사장이기도 한 이종식
시인이 이번에 제2시집 파도 속에 묻힌 달을 상제한다.
이종식 시인에 대한 인상은 맑고 고요한 느낌을 지닌, 유
한 카리스마를 가진 외유내강형이다. 시집을 출간할 원고들
을 감수하면서 시인에 대한 필자에게 각인된 인상과 그리 다
르지 않았다는 생각이다. 고요히 걸으면서 자연의 변화와 인
생의 흐름을 관조하면서 그 속에 융숭한 시정詩情을 담아내
려고 애를 쓴 흔적이 시편들 속에서 꿈틀거린다.
끝없이 걸으면서 삶과 풍경들을 관조하면서 빚어내고 무엇
보다 여미고 여민, 마음의 길은 독자들을 「하얀 오솔길」이라
는 사색의 오솔길로 데려간다. 시집의 구성을 살펴보면, “1부
가을은 한바탕 불꽃놀이”, “2부 빼앗긴 별을 찾아서”, “3부
사랑의 미소로 물들이소서”, “4부 넌 꽃이 되고 난 별이 되
어”로 구성되어 있다. 시의 계절, 사색의 계절 가을을 전반부
에 배치한 것도 시인의 의도를 읽을 수 있다. 유한한 존재로
서의 인간을 우리는 가을에 계절에서, 삶의 투쟁과 생활, 인생
의 허무감은 2부 빼앗긴 별을 찾아서 부분에서, 그래도 어려
운 시기를 잊고 새로운 희망에 대한 기다림은 3부에서 표출
하며 4부에서는 이 시집의 대미를 장식하는 이종식 시인만이
표현할 수 있는 시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스스로 휴머니스트요 자연주의자라고 고백하면서 이종식
시인은 삶에 대해 다듬고 다듬으며 추스르고 여미려고 한다.
세상을 여유와 고요 그리고 침착함이라는 정서에 머물면서
인생의 허망함, 고통, 상처도 잊으려 한다. 그가 코로나 확진
과 신장암 수술과 투병 생활로 고단하고 고통스럽고 피폐해
진 시인이 느끼고 경험하고 현재 진행형인 이러한 감정들은
모든 사람들이 겪고 있는 감정보다 몇 갑절 더 고통스러운
감정들인 것이다.
시인의 시가 공감이 될 수 있는 지점은 바로 이 부분이라
고 할 수 있겠다. 특히 「죽도 풍경」에서 이종식 시인이 읽어
낸 민초는 곧 가지 끝에 매달려 추위에 떨면서도 고독과 싸
우며 인고하는 민초다. 이 풍경에서 이종식 시인은 자신과
민초를 까치밥에 비유하면서 공감대를 형성해 나간다. 「은빛
눈꽃」, 「촛대바위 전설」, 「풀처럼 바싹 눕자」, 「해당화 연가」,
「허수아비와 참새」, 「가을은 한바탕 불꽃놀이」, 「빼앗긴 별을
찾아서」, 「사랑의 미소로 물들이소서」, 「넌 꽃이 되고 난 별
이 되어」, 시편들은 그의 시의 정수를 보여주고 있다.
시의 말이 영롱하며 하나하나에 깊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특히 「풀처럼 바싹 눕자」는 김수영의 시 「풀」을 연상하게 한다.
그러면서도 민초의 생활과 삶을 오랫동안 함께 한 시인의 한
생과 겹쳐지고 풀처럼 바싹 눕기도 하고 초연이 일어설 줄을
알아야 함을, 그렇게 살아온 이 땅의 민초가 풀처럼 살아왔
으리라는 것을 깨닫게 한다. 풀처럼 산다는 것은 바람에 눕
기도 하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기도 하는 민초의 삶이며 곧
풀의 본질이다. 풀은 지표에 생태 하는 존재로서 서리 내리
면 누렇게 되지만 봄이 오면 다시 푸르러지는 그 이치에 따라
살아가는 존재이다. 인간 역시도 삶의 조락과 부활을 반
복하면서 한 생이 저물어 가는 존재이므로 자연의 이치에 순
응하면서 여유와 비움의 삶을 살아가면서 이웃들과 함께 걸
어가는 존재임을 담담히 말해주고 있다.
이종식 시인의 시는 삶의 진리를 가르쳐 주는 풍모나 동
심을 간직한 어른의 심성, 인간 존재의 유한성에 순응하는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그가 비워가면서 끝없이 걷고 마음을
여미는 것은 인생의 허무나 고독, 고통과 상실감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걷고”라는 시 구절이 괜
히 나온 게 아닌 것은 이에 대한 반증일 것이다. 부디 이 시
집이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이종식 시인과 함께 걸으면
서 마음을 다독여 가는 인생의 가을과 겨울을 맞이해보자.
모든 이들이 함께 걸으면서 한결 가벼워지고 맑고 투명하며
동심과 민심과 같은 천심에 이르기를 바란다.
제2시집 파도 속에 묻힌 달 출간을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그리고 독자들로부터 큰 사랑 받기를 기원드리며, 앞으로의
문필활동이 겸허히 확장되고 문운이 창대하기를 응원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