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선가, 믿기지 않는 무언가가 알려지기를 기다린다.” - 칼 세이건
과학은 베일 너머의 진리를 찾아가는 과정
이 책은 ‘역사’, ‘실험’, ‘이론’, ‘연구방법 및 장비’의 4개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다. ‘인물’은 집중적으로 다루지 않는다. 그저 각 주제별 이야기에서 대표적인 과학자들을 언급하고 있을 뿐이다. 이는 과학이 절대적인 한 사람에 의해 발명된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세상의 법칙과 원리를 ‘발견’하고 그것이 진실인지 ‘실험’을 통해 ‘증명’하여 하나의 ‘이론’으로 정립하고, 이를 토대로 새로운 ‘진리’를 쌓아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과정은 한 사람에 의해서 이루어지기도 하고, 혹은 여러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가기도 한다.
다시 말해, 과학은 늘 존재했으나 과거에는 알려지지 않았던 사실을 밝히는 것이다. 지구의 크기를 계산하기 전에도 지구는 여전히 일정한 크기로 우주에 존재했으며, 천동설 대신 지동설을 처음 주장하던 그때에도 지구는 태양 주위를 돌고 있었다.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산소는 1700년대 후반에야 그 존재가 입증되었지만, 이미 그 전부터 우리의 호흡을 존재했다. 염색체 또한 바버라 매클린톡이 목격하기 전에도 끊임없이 재조합하며 후대에 유전정보를 전달해왔다.
고대 그리스부터 현재까지,
세상을 변화시킨 위대한 과학의 성취를 따라가는 책
물론 그렇다고 해서, 과학자들이 중요하지 않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들은 ‘나’라는 존재부터 ‘우주의 끝, 그리고 그 너머’까지도 알아내기 위해 물리학, 화학, 천문학, 생물학, 심리학, 신경과학, 지질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힘과 물질의 본질을 탐구한다. 지금 보면 간단하고 사소해 보이는 발견일 수도 있지만, 그것들은 이전까지 누구도 상상도, 시도도 못한 획기적인 발견이자 성취였다. 다만, 이 책은 과학자 개개인의 면모를 조명하기보다는 그들이 찾고, 발전시킨 그 혁신의 순간들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과학은 오래된 발견의 토대 위에 새로운 발견을 쌓아 올려야 한다. 224페이지에 걸친 이 책의 짧은 단편들은 과학적 발견과 그것이 고대 그리스부터 현재까지 수백 년간 어떻게 꾸준히 발전해왔는지를 보여주고자 했다.
네 개의 장을 오가며 펼쳐지는 과학 단편들
가려져 있던 비서구권·여성 과학자들도 조명
〈위대한 과학〉은 앞서 말한 대로, 4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역사’는 기원전 3천년 경 고대 천문학자로 시작해 최근의 끈 이론으로 이어진다. ‘실험’은 고대 그리스의 과학자 아르키메데스의 부력 연구부터 우주의 신비에 한걸음 더 다가간 암흑물질의 발견에 이르기까지, 지난 수백 년간 우리의 생활과 사고방식을 바꾼 60가지 위대한 과학적 성취의 순간들을 조명한다. ‘이론’은 진실을 밝히는 일종의 상상이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나 슈뢰딩거의 고양이 사고실험도 상상에서 출발했다. 마지막 ‘연구방법과 장비’는 과학의 역사와 실험과 어떻게 상호관계를 맺어 왔는지를 보여준다. 새로운 과학은 기술 개발에 필요한 통찰력을 제시하고, 그렇게 개발된 기술은 과학자에게 새로운 조사 방법을 제공한다. 그리고 각 장은 다른 장의 관련 항목과 상호 참조된다. 예를 들면, 1861년 루이 파스퇴르가 병원균은 썩은 물질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공기 중에 있다는 것을 증명한 ‘세균 이론’에 대한 ‘실험’ 항목은 ‘세포설’, ‘공중 보건’, ‘과학과 공익’에 관한 ‘역사’ 항목과 ‘현미경’이라는 ‘연구방법 및 장비’ 항목과 연계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동안 힘의 논리에 의해 가려져 있던 과학자, 특히 여성 과학자들을 조명하고자 했다. 우주의 광활함을 측정하는 수단을 발견하고, 원자 폭탄 내에서 일어나는 핵분열 과정을 밝히고, 과학계에 남은 가장 심오한 수수께끼였던 암흑 물질의 존재를 증명하고, 온실 효과를 최초로 규명한 것은 모두 여성 과학자들의 성취였음을 저자는 강조한다. 과학은 소수를 위한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을 위한 것이며 적어도 그래야만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