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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6세대 영화, 예술철학 페르소나

중국 6세대 영화, 예술철학 페르소나

  • 함순용 ,심현성
  • |
  • 함박누리
  • |
  • 2017-01-09 출간
  • |
  • 282페이지
  • |
  • 154 X 227 X 19 mm /514g
  • |
  • ISBN 9791195976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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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제1장 가족, 판도라의 상자

가정에는 가족 구성원들의 욕망, 거기서 비롯되는 갈등과 충돌, 이를 해결하기 위한 소통, 그 결과로서의 화해와 타협이 담겨 있다는 뜻에서다. 여기서는 네 편의 영화가 소개되는데, <공작(The Peacock, 2005)>, <해바라기(Sunflower, 2004)>, <그 산, 그 사람, 그 개(Postmen in the mountains, 1999)>, <영화소년 샤오핑(Electric Shadows, 2004)>이다.

<공작>은 꾸창웨이(Changwei Gu) 감독의 영화로 삼남매 중 막내인 ‘나’의 회상을 통해 문화혁명 직후 당시 가족의 삶을 보여준다. 치열하게 살아볼 기회조차 갖지 못한 채 내몰려진 삶의 단면들이 보는 이의 심금을 울린다. 훗날 성인이 된 삼남매가 동물원의 공작에게 날개를 펴라고 주문을 하는 모습과 이에 대한 공작의 무반응은, 아름다움이란 강요될 수 없고, 날개를 펴지 않아도 공작은 여전히 공작이라는 것을 깨우쳐 주며, 외적 아름다움을 강요하는 그들과 우리는 과연 아름다운지를 돌아보게 한다. 꾸창웨이 감독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촬영감독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영화 <붉은 수수밭(Red Sorghum, 1988)>, <패왕별희(Farewell My Concubine, 1993)> 등의 촬영을 맡았고 <공작>은 연출로서의 데뷔작이다.

<해바라기>는 아버지와 아들의 갈등을 소재로 했다. 아들이 태어날 무렵 문화혁명으로 하방(下枋)조치를 당했던 아버지가 유년기의 아들 앞에 나타나며 아들의 삶을 구속하기 시작한다. 아들의 저항은 아들의 성장과 함께 점점 커지고 거세진다. 성인이 된 아들과의 갈등이 계속된 끝에 결국 아버지는 자신만의 삶을 찾아 집을 나간다. 감독 장양(Jhang Yang)은 주로 가족과 인간에 관하여 이야기를 해 온 것으로 유명하다.

후오지안치(Huo Jianqi) 감독의 <그 산, 그 사람, 그 개> 역시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를 다룬 영화다. 산골 마을에 우편배달을 하는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를 자주 만나지 못했던 아들이 서로가 살아온 시간과 공간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 소통하는 과정을 그렸다. 소통의 재료는 무겁지 않으며, 아버지의 우편물, 우편배낭을 메고 오르내리는 산길, 그리고 평생을 아버지와 함께 해 온 충견(忠犬) 등이다. 광활한 중국의 대자연을 담은 영상 역시 큰 볼거리다. 후오지안치는 뒤에 소개될 영화 <누안>의 감독이기도 하다.

<영화소년 샤오핑>은 어릴 적 협동공장에서 함께 영화를 보며 자라난 두 남녀의 이야기다. 한 소녀가 새 아빠와 엄마 사이에서 태어난 동생이 사고로 죽자 집을 나가 은둔생활을 하게 되는데, 우연히 어릴 적 영화친구를 만나 과거의 아픈 상처를치유 받고 가족과도 화해 한다는 내용이다. 중국영화 100주년 기념작으로 씨아오지앙(Jiang Xiao) 감독의 작품이다. 감독은 72년생으로 6세대 분류 기준 중 60년대 출생에는 부합하지 않는다.

제2장 여성, 선택의 다른 이름

역사적, 사회적으로 상대적 약자인 여성의 선택이 영화에서는 때론 딜레마일 뿐이고 그것 역시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묘사된 까닭이다. <둑길(Dam Street, 2005)>, <투야의 결혼(圖Tuya"s Marriage, 2006)>, <누안(Nuan, 2003)>, <빨간버스(The Road, 2006)>의 여성들이 그렇다.

리위(Li Yu) 감독의 영화 <둑길>의 중문(中文) 제목은 ‘홍안(紅顔)’이다. 젊고 아름다운 얼굴을 뜻하는 홍안은 주인공 여성을 가리키면서, 동시에 중국의 붉은 색을 연상케 한다. 엉겁결에 임신을 한 여고생이 기성세대의 판단과 거짓으로 자식을 빼앗긴 후 다른 삶을 살다가 자신의 아들을 만났지만 결국 이별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박복한 삶’을 다뤘다.

영화 <투야의 결혼>의 투야는 내몽골에서 양을 치는 한 여성의 이름이다. 남편의 부상으로 인해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다 자신도 부상을 입은 그녀는 전 남편과 자식들을 모두 함께 살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을 재혼의 조건으로 내세운다. 우여곡절 끝에 재혼을 결심한 그녀가 결혼식장에서 입을 틀어막은 채 흘리는 눈물은 여성이 삶의 주인으로서 감당해야 하는 고뇌가 승화됨과 동시에 앞으로도 계속될 고단한 삶을 말해 준다. 단지 한(恨)이라는 표현은 그녀의 숭고함을 나타내기에 턱없이 모자라다. 왕취엔안(Wang Quan"an) 감독의 작품이다.

<누안> 역시 여주인공의 이름이다. 대학진학으로 고향을 떠난 남자친구를 기다리는 누안, 10년 동안 고향을 찾지 않았지만, 결국은 자신의 과거와 마주할 날을 기다려온 그녀의 남자친구 정하, 그리고 이들의 곁을 맴돌며 누안을 마음속에 두고 살아왔던 벙어리 남성, 기다림으로 구성된 그들의 삶을 만나볼 수 있다. 고향을 찾은 정하가 달라진 현실을 인식할 때마다 회상이 반복되며 그 범위가 점차 확장되는 방식이다.

<빨간버스>는 문화혁명이 갈라놓은 인민의 사랑과 개혁개방으로 달라진 사회의 모습을 여 주인공의 일대기로 그려냈다. 문화혁명과 개혁개방이라는 상반된 시기를 살아낸 여성의 시선과 경험은 여성 개인의 굴곡진 삶을 보여주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역사를 인식하고 기억하는 기술에 관한 주제에까지 이르게 한다. 장지아뤠이(Jiarui Zhang) 감독의 작품이며 <공작>에서도 여주인공을 맡았던 장징추(Jingchu Zhang)가 주연을 맡았다.

제3장 인간, 그 본성과 구조에 대하여

가족도 여성도 모두가 인간의 범주에 포함되는 이상 다소 광범위한 소제목이 될 수 있겠으나, 인간본성의 회복, 또는 내면의 모습 그대로를 표현한 영화를 대상으로 하였다. <낙엽귀근(Getting Home, 2007)>, <행복한 날들(Happy Times, 2000)>, <여름궁전(Summer Palace, 2006)>, <커커시리(Mountain Patrol, 2004)>를 소개한다.

<낙엽귀근>은 앞에서 소개한 <해바라기>의 감독 장양의 작품이다. 친구와의 생전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그 시신을 집으로 데려다 주는 과정에서 생기는 갖가지 에피소드를 다룬 로드무비다. 죽은 사람에게까지 신의를 지키고자 한 주인공의 행적이 불신의 사회를 부끄럽게 한다. 뒤이어 소개할 <행복한 날들>에서도 주연을 맡은 중국 최고의 코미디언 자오본산(Zhao Benshan)이 주연이다.

<행복한 날들>은 단지 결혼이 하고 싶어 거짓말을 시작했던 남자 주인공이 앞을 못 보는 한 소녀를 만나면서 거짓말의 용도와 색깔이 바뀌는 내용이다. 소녀는 자신을 위한 사려 깊은 그의 거짓말에서 생애 최고의 행복을 느낀다. <낙엽귀근>과 <행복한 날들> 모두 코믹하게 이야기를 전개하지만 그것은 방식일 뿐 내용은 더할 나위 없이 진지하다. <행복한 날들>은 영화 <붉은 수수밭>으로 유명한 장이머우(Zhang Yimou) 감독의 작품이다. 북경전영학원 78학번인 그는 주로 5세대 감독으로 분류된다. 이 책에서는 <낙엽귀근>과 메시지와 형식이 유사한 이유를 들어 소개하고자 했다.

<여름궁전>은 로예(Lou Ye) 감독의 작품으로 몇 차례의 파격적이고 노골적인 정사 장면이 등장한다. 인간의 내면에 자리 잡은 사랑에 대한 집착과 방황을극단적으로 묘사하고자 한 것으로 해석했다. 등장인물들의 시대적 배경으로 천안문 사태, 베를린 장벽 붕괴, 홍콩반환 장면이 사실적으로 그려지는데, 이 영화가 상영금지와 제작금지 처분을 받은 이유로 알려져 있다. 로예 감독은 <주말의 연인(Weekend Lover, 1995)>, <슈쥬(Suzhou River, 2000)>로도 같은 제재를 받았다.

루추안(Lu Chuan) 감독의 작품 <커커시리>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무인(無人) 구역 커커시리의 영양 밀렵꾼들과 이를 저지하려는 민간 순찰대원들과의 사투를 다뤘다. 정작 영양의 모피를 원하는 자들은 따로 있고, 밀렵꾼들과 순찰대원들이 각자의 생계와 신념을 위해 대립한다. 인간을 삼켜버릴 것만 같은 커커시리의 웅장하고도 두려운 기세는 <그 산, 그 사람, 그 개>의 광활한 대자연과는 또 다른 느낌을 선사한다. 각각 사투(커커시리)와 소통(그 산…)의 배경으로 제격이다.

제4장 사회, 삶을 가로막다

이 장에서는 인간의 ‘삶을 가로막는’ 사회를 다뤘는데, 단순한 사회 고발 영화가 아닌 사회가 무엇을 보다 소중하게 여겨야 하는지에 대하여 성찰해보고자 하는 뜻이었다. <스틸라이프(Still Life, 2006)>, <식물학자의 딸(The Chinese Botanist"s Daughter, 2006)>, <아이들의 훈장(Little Red Flowers, 2006)>, <사라진 총(The Missing Gun, 2002)> 등 네 편의 영화를 여기에 담았다.

<스틸라이프>의 중문 제목은 ‘삼협호인’이다. 삼협은 중국 장강(長江)의 3대 협곡을 일컫는데, 각각의 배우자를 찾아 삼협으로 온 두 남녀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그러나 보다 비중 있게 보이는 것은 개발정책으로 인하여 파괴되는 건물과 마을, 그리고 새로 건설될 댐이 야기한 삼협인들의 정지된 삶이다. 그들의 삶은 제목(still life)처럼 정물화로 전락한다. 지아장커(Zhang Ke Jia) 감독의 작품이며 여주인공 역의 자오 타오(Tao Zhao)는 그의 배우자다.

<식물학자의 딸>은 동성애를 소재로 했다. 식물학자의 딸과 실습생이 서로 사랑하다 발각되자, 딸이 아버지인 식물학자를 살해하고 말았는데, 검찰과 법원은 식물학자의 사인을 그녀들의 동성애로 규정한다. 성적 지향이 다르다는 이유로 사회적 살인을 당한 주인공들이었으나,다이 시지에(Sijie Dai) 감독은 그녀들을 살인자로 설정함으로써 동성애에 대한 직접적인 찬반보다는 사회적 담론을 생산한다.

<아이들의 훈장>은 중국의 작가 왕슈오(王朔)의 자전적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장위엔(Yuan Zhan) 감독의 작품이다. 장위엔 감독 역시 데뷔작 <어머니(Mama, 1990)>, <북경 녀석들(Beijing Bastards, 1993)>로 중국정부로부터 상영 및 활동금지 처분을 받았다. 돌봐줄 사람이 없어 유치원에 오게 된 한 아이가 유치원에 적응하지 못함으로써 벌어지는 일화 중심이다. 획일적 교육 그 자체도 문제지만, 적응력이 떨어지는 아이에 대한 교육방식, 나아가 사회화 과정에서 희생되는 존재에 관하여 생각할 ‘거리’를 제공한다.

루추안 감독의 <사라진 총>에서는 영화감독이자 배우인 장원(Jiang We)이 주연으로 등장한다. 경찰관이 총을 잃어버리고 이를 되찾는 과정에서 목숨을 건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총의 있고 없음은 권력의 유무를 상징하며, 그에 따라 권력을 위해 목숨을 거는 인간, 권력의 유무에 따라 달라지는 인간상(像)을 발견할 수 있다. 루추안 감독은 앞서 소개한 영화 <커커시리>의 감독이기도 하다.

서문

중국은 무엇인가
중국은 G2 중 하나다. G2는 Group of Two의 약자로 세계의 양대 열강, 즉 미국과 중국을 의미한다. G2를 국제사회에서 공인된 용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중국이 스스로 만들어낸 말이 아니라면 국제사회에서 그만큼 격상된 중국의 위상을 나타내주는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우리에게 중국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많다는 것이다. 물론 중국의 인구는 약 13억 명으로 세계 1위다. 우리는 그 많은 사람들 중에서 중국 고전에 나오는 공자, 맹자와 같은 소위 성인(聖人)들, 유비, 관우, 장비 등 삼국지의 등장인물, 불로초와 만리장성으로 유명한 진시황, 황제의 마음을 사로잡아 권세를 누렸던 절세미인 양귀비, 그리고 마오쩌뚱, 덩샤오핑, 후진타오, 시진핑으로 이어지는 중국 현대사를 대표하는 고위 인사(人士)들, 또 저우룬파, 류더화, 장궈룽 등 <영웅본색(英雄本色)>과 같은 홍콩 느와르 영화의 주인공들을 쉽게 연상할 수 있다. 그 밖에 이소룡이나 성룡처럼 영화배우이자 무술의 고수들, 짜장면으로 대표되는 중국 음식점, 복잡한 한문, 아지랑이 보다 더 많은 봄날의 황사, 전세(戰勢)를 뒤바꿔놓은 인민군의 한국전쟁 투입 등 단편적인 것들도 순서 없이 마구 떠오른다. 언제부터인가 대한민국 각지에서 부쩍 자주 만나게 되는 중국 관광객들도 빼놓으면 섭섭하다. 물론 유명 연예인들이 대한민국을 대표해 중국의 팬들에게 환영받고, 국내에서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들이 중국 안방을 찾는 이른바 ‘한류’도 예외는 아니다. 한편으론 시끄럽고 더럽다며 손가락질을 하거나, 일 처리가 느리다는 뜻으로 ‘만만디(慢慢的)’라 부르기도 하고, 소위 짝퉁의 나라라고 흉을 보는 부정적 인식도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으며, 이른바 동북아공정이라고 하는 역사 왜곡, 한반도를 둘러싼 정치?군사적 긴장관계에서 비롯된 양국의 복잡한 갈등 관계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국이 우리에게 각광받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경제다. 최근 중국 경제가 다소 주춤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그것이 중국의 위상자체를 송두리째 뒤흔들어 놓을 거라고 섣불리 예단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현상에 대한 평가도 엇갈릴 뿐 아니라, 중국이 다양한 경기 부양책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산업 구조를 개편하기 위한 근본적 대책도 마련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륙의 경제 부침(浮沈)은 한반도를 뒤흔들 수 있기에 우리가 중국의 경제를 보다 넓고 깊게 이해하고자 하는 것이 결코 관심의 낭비이거나 그저 유행을 좇는 일만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중국의 경제는 어떻게 이해할 수 있는가, 혹은 어떻게 이해되어야 하는가. 주가의 흐름이나 환율의 변동처럼 중국 경제의 현 상태를 알아 볼 수 있는 지표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또한 내로라하는 전문가들도 다수고 관련서적도 풍부하다. 그러나 대개는 對 중국 투자의 성패를 가늠해 보기 위한 현상의 진단과 전망이 주류를 이룬다. 다른 사회현상들처럼 경제 역시 그 나라의 역사와 사회문화적 요인에 상당한 영향을 받고 그 반대도 성립한다. 따라서 중국의 경우처럼 우리와 -특히 경제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고, 그 관계가 일회성 이벤트에 끝날 성질의 것이 아니라면, 중국의 경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이면에 있는 것들, 즉 경제에 영향을 주었거나 영향을 미칠 것들에 대한 선행적 혹은 병행적 관심이 필요할 것이다.

왜 영화인가
중국의 역사를 알기 위해 역사 그 자체나 중국인의 사상적 뿌리가 된 고전 -이를테면 논어와 같은- 을 탐독하고 연구하는 것은 상당히 유의미한 일이다. 그러나 역사와 고전은 그것이 또 하나의 과목과 주제가 될 만큼 방대하며 특히 고전의 경우 아무리 쉽게 풀어쓴다고 하더라도 선뜻 손을 대기엔 부담스러울 뿐더러 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야 하는 추가 작업이 필요하다. 그와 같은 현실적인 이유로 중국과 중국의 경제를 이해하는 데 역사와 고전의 귀중한 가치에도 불구하고 쉽게 엄두를 내지는 못했다.
한편, 대중문화 연구 역시 한 사회를 이해하는 유용한 방법론 중 하나다. 대중문화에는 그 사회의 얼굴이 고스란히 투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그 사회의 역사, 즉 당시의 시대상을 살펴보고자 할 때도 소위 대중문화사(史)는 이를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역사교과서로 활용될 수 있다. 노래(음악)와 영화에 관한 것이 대표적이다. 물론 그것이 자칫 단편적이고 흥미위주로 흘러가거나 역사에 대한 체계적인 이해를 불가능하게 만들 우려도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것은 유의사항이고 감안되어야 할 것들이며, 사회문화적 현상을 파악하거나 역사를 이해하는 데 있어 대중문화가 뉴스가 아니라는 이유로, 대중문화사가 역사나 사회교과서가 아니라는 이유로 경시될 까닭은 없다. 오히려 사회와 역사를 바라보는 시선의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긍정적 요소가 훨씬 많다.
굳이 따지자면 문제는 대중문화의 세계화에 있다. 세계화는 각국의 노래와 영화의 유사점을 늘렸고 차별성을 줄여 놓았다. 대중문화에 관하여 좀 더 분별력이 있고 깊은 식견과 넓은 안목을 가진 분들은 각 나라마다의 차이점을 얼마든 발견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정도의 경지에 이르지 못한 입장에서는 국경 없는 세상이 되면 될수록 대중문화의 소재와 표현양식이 국적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유사해져 간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러한 현상에 대한 가치판단은 또 다른 영역이다. 아울러 소재와 표현양식이 유사해진다고 하더라도 그 문화를 소비하는 대중들이 이에 만족한다면 그 나름의 의미는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소위 전통양식을 보다 강조하는 문화 영역에만 주목하는 것은 대중문화를 통한 사회읽기라는 전제와 목적에 부합하기 어렵다.
그래서 찾아낸 것이 바로 6세대 중국 영화다. 저자의 입장에서 -혹은 일반 독자의 입장에서도- 중국의 역사와 고전에 비해 덜 부담스러우며 대중문화의 큰 지분을 점유하고 있는 영화야 말로 중국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것은 우리가 미국에 대한 수많은 정보를 할리우드 영화에서 얻고 그것이 미국을 이해하는 데 적지 않은 도움을 주는 것 -물론 왜곡된 정보의 수용은 앞서 언급한 대로 유의사항이다- 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나아가 대중문화의 세계화 현상 소재와 표현양식의 균질화라는 에서 한 발 비켜나 있으면서 전통적 소재나 양식에만 치우치지 않는 6세대 영화는 최적의 대상이었다.

6세대 영화감독은 어린 시절 문화혁명을 겪었으며, 성인이 되어서는 천안문 사태를 경험했다. 따라서 본문에서 소개될 영화중에는 문화혁명과 천안문 사태가 시대적 배경으로 등장하는 작품들이 있다. 물론 문화혁명과 천안문 사태는 중국 현대사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대대적인 사건이다. 그러나 문화혁명과 천안문 사태가 영화의 배경으로 등장했다는 것 자체를 6세대 감독 혹은 영화의 주요 특징이라고 설명하기엔 다소 미흡한 점이 없지 않다. 그것은 자칫 6세대 영화가 중국의 격동기를 다룬 시대극 정도로 오인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각각의 사건들은 중국 현대사의 변곡점이 되었다는 평가에 걸맞게 중국의 사회와 가족, 그리고 개인의 영역에까지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그것은 동일한 소재, 이를 테면 가족을 다룬 이야기라 할지라도 이제와는 전혀 다른 관점에서 영화가 제작되는 사상적, 사회적 환경을 조성했다. 따라서 6세대 영화의 특징은 바로 중국 현대사의 굴곡이 가져온, 혹은 그것이 영향을 미친, 이전 그리고 동시대 주류 영화와의 차별성에 있다. 그리고 그 차별성은 때로 파격적, 실험적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앞에서 예로 든 가족의 경우, 엄격한 가부장제에 의해 가정이 운영되는 모습이 전부가 아니라, 아버지에 대한 도전과 이로 인한 갈등이 주요 내용이 되고, 이러한 흐름은 아버지를 넘어선 기성세대의 권위에 대한 반발 양식으로까지 확장된다. 남녀 간의 사랑을 다룬 영화엔 수위 높은 정사장면이 등장하고 동성애를 소재로 하는 작품도 선을 보였다. 역사적으로 약자였고 여전히 사회적으로 약자인 여성들에 대한 억압을 드러내거나, 여성에 대한 새로운 발견을 가능케 한 작품도 있다. 물론 그와 같은 차별적이고 파격적인 행보를 중국 정부가 달가워할 리는 없었다.
중국의 정치체제와 경제체제는 지향하는 바가 서로 다르다. 문화혁명이 끝나고 덩샤오핑이 집권한 이래 중국은 정치로는 여전히 사회주의 체제를 고수하고 있으면서도 경제 분야에서는 ‘흑묘백묘론’(黑猫白猫論)을 필두로 하는 개혁개방의 기치를 내걸고 자본주의를 무섭게 흡수하고 있다. 따라서 개혁개방 정책과 그 물결이 각 부문에서 자유에의 갈망을 증폭시키고, 증폭된 자유가 정치적으로 억압되는 모순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중국 정부가 행하는 자유의 억압, 즉 제재수단은 일정기간 상영금지 또는 영화제작의 금지 조치가 대표적이었다. 그리고 이것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6세대 감독들이 해외로 눈을 돌려 영화를 상영하는 주요 원인이 된다.
6세대 중국영화의 이와 같은 특징에서 우리는 중국경제의 이면에 있는, 중국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역사적, 사회문화적 배경을 찾는다. 요컨대, 영화라는 대중매체 양식이 가져다주는 수월한 접근성, 문화혁명과 개혁개방 정책, 그리고 천안문 사태 등 현대사의 격동기를 겪어낸 중국인의 어제와 오늘을 엿볼 수 있다는 점, 그러한 역사적 사건이 중국인의 사고와 행동에 미친 영향과 결과를 추적해볼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 중국이 드러내고 싶지 않은 부위를 다양한 방식 -소재, 표현양식, 나아가 배급경로 등- 을 통해 과감히 들추어내고 있다는 점 등이 이유라고 하겠다.

경제가 아니라고 한들
저자에게 글을 쓰게 된 이유를 묻는다면 중국을 좀 더 알고 싶어서라고 답하고자 한다. 그러한 생각의 기저에는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중국과 우리와의 관계, 특히 경제적 관계에 대한 긴밀함, 중요성 등이 있었다. 따라서 중국을 좀 더 알고 싶다는 것은 중국 경제에 대한 이해를 뜻했고, 이를 위해 외형상의 경제현상을 넘어 그 이면에 자리하고 있는, 혹은 중국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역사적, 사회문화적 배경들을 탐구하고자 했다. 그리고 그 중 하나로 6세대 중국영화에 주목했으며, 그 이유 역시 앞에서 어느 정도는 설명이 되었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각각의 영화에 대한 ‘글’들이 개인의 사유(思惟)를 담아 낸 사유(私有)라면 책은 다수의 사유가 존재하는 공유(共有)라 생각한다. 사유(思惟)의 교환과 공유는 각자의 영역에서 나름의 방식으로 이 책을 이해하고 재해석하는 것으로 우선은 충분하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여기 소개된 6세대 중국영화에 대한 후기가 반드시 경제를 이해하기 위한 사전 단계로만 활용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다. 이를테면, 6세대 중국영화를 통해 그들의 정치와 사회상을 우리의 그것과 비교해봄으로써 우리를 돌아본다면 그것은 상당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그들을 욕하면서 우리는 과연 어떠한지, 그들에게 감동하면서 우리가 배울 점은 없는지를 헤아려 볼 수 있다면, 설령 경제의 배경에 대한 이해라는 최종 목적지가 달라진다고 해도 그 자체로 큰 성과가 아니겠는가.
제1장에서 소개될 영화 <영화소년 샤오핑>의 ‘다시보기’에서 말했듯, 영화는 예술작품이자 미디어다. 미디어는 말할 것도 없이 예술작품 역시 -적어도 결과적으로는- 사회와 커뮤니케이션을 하며 영향을 주고받는다. 대중문화로서의 강한 속성을 지니고 있는 영화를 통해 중국인과 중국사회를 읽어낼 수 있는 까닭이다. 그러나 예술작품의 역할 혹은 활용에 있어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어쩌면 작품 자체의 감흥을 제외한 다른 용도가 있다거나, -그것이 설령 결과적이라고 할지라도- 다른 용도를 논하는 것은 예술의 본질과 부합하지 않을 지도 모른다. 그런 관점에서라면 6세대 중국영화 역시 감상의 즐거움과 사유의 대상이 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살면 살수록 세상은 팍팍해지고 가슴에는 굳은살이 박여간다. 크기와 분량을 불문하고 생활 속에서 미학(美學)을 실천하는 일이 더욱 아름다워지는 이유다. 이즈음에 이르면 어째서 중국이고, 경제이고, 6세대 영화여야 하는지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목차


서문

제1장 가족, 판도라의 상자
공작 (孔雀, The Peacock) - 그대는 아름다운지
해바라기 (向日葵, Sunflower) - 누군가에게 무엇이 될 것인가
그 산, 그 사람, 그 개 (那山 那人 那狗, Postmen in the mountains) - 소통의 조건
영화소년 샤오핑 (夢影童年, 電影往事, Electric Shadows) - 영화사회학 개론

제2장 여성, 선택의 다른 이름
둑길 (紅顔, Dam Street) - 관념, 그 부끄러운 얼굴에 대하여
투야의 결혼 (圖雅的婚事, Tuya"s Marriage) - 운명과 선택, 삶은 어느 쪽인가
누안 (暖, Nuan) - 기다림은 삶을 구성한다
빨간버스 (芳香之旅, The Road) - 기억의 기술(技術)

제3장 인간, 그 본성과 구조에 대하여
낙엽귀근 (落葉歸根, Getting Home) - 인간에 대한 예의
행복한 날들 (幸福時光, Happy Times) - 변하지 않는 것, 혹은 변할 수 없는 것
여름궁전 (?和園, Summer Palace) - 그 시절, 그 곳, 미친 사랑이 살다
커커시리 (可可西理, Mountain Patrol) - 그들도 우리처럼, 우리도 그들처럼!

제4장 사회, 삶을 가로막다
스틸라이프 (三峽好人, Still Life) - ‘정지’가 필요한 때
식물학자의 딸 (植物園, The Chinese Botanist"s Daughter) - 그대들의 자유를 위하여
아이들의 훈장 (看上去?美, Little Red Flowers) - 존재와 관계에 대한 진지한 물음
사라진 총 (尋槍, The Missing Gun) - 권력의 속성인가, 인간의 본성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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