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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된 연못

하늘이 된 연못

  • 문삼석
  • |
  • 아평
  • |
  • 2013-10-15 출간
  • |
  • 112페이지
  • |
  • 153 X 210 mm
  • |
  • ISBN 9788985677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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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등단 50주년을 맞은 원로시인 문삼석 동시집 [하늘이 된 연못]
대한민국문학상ㆍ윤석중문학상ㆍ계몽사아동문학상 등 권위 있는 아동문학상을 가장 많이 받은 시인 중 한 분이며
초등학교와 중학교 교과서에 많은 시가 실린 문삼석 시인의 열여섯번째 동시집

이 시집을 읽는 어린이들에게
동심으로 하나 되는 세상
전병호(동시인ㆍ아동문학평론가)

2013년은 문삼석 시인이 작품 활동을 펼쳐 온 지 5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조선일보≫ 신춘문예 동시 부문에 당선해서 작품 활동을 시작한 해가 1963년이거든요.
흔히 시 쓰는 고통을 뼈 깎는 아픔에 비유하곤 합니다만 그 긴 기간 동시만을 써 왔다는 것은 올곧고 순수한 문학적 열정을 갖고 있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입니다. 시인에게 등단 50년이란 어린이들의 “건전한 성장 발달에 긍정적으로 기여하는” 동시를 쓰기 위해 하루도 빠짐없이 전력투구해 온,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하고 귀한 시간인 것입니다. 시인은 자신이 쓴 동시론 ?굴리고 자르고 깁고 다듬고?에서 스스로 밝히기를 만약 내가 쓴 시가 어린이의 건전한 성장 발달에 기여하지 못한다면 “죄를 짓고 있는 것”이라고 단언한 적도 있습니다. 그래서 “아동을 위한다는 단서는 나로 하여금 한시도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게 하는 족쇄가 되고 있다.”고 고백하기도 합니다. 항상 그런 마음가짐으로 시를 써 왔던 까닭에 시인은 동시집을 펴낼 때마다 문단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습니다. 그 결과 열네 번이나 문학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습니다. 특히 지난 2010년에는 윤석중문학상을 수상함으로써 우리나라에서 권위 있는 아동문학상을 가장 많이 받은 분 중의 한 분이 되지 않으셨나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펴낸 동시집은 모두 16권입니다. 1967년 첫 동시집 [산골 물]을 펴내고 10년을 넘겨서 1978년 두 번째 동시집 [가을 엽서]를 펴냈습니다. 아마 등단 초기에는 긴 모색기를 보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후로는 평균 2~3년에 한 권 정도로 동시집을 펴내는 왕성한 창작 의욕을 보여주었습니다. 2013년 초만 해도 짧은 시 100편을 골라 동시 선집 [그냥]을 펴내고 곧 또 한 권의 동시집을 펴내니 그것이 열여섯 번째 동시집 [하늘이 된 연못]입니다.
이 글에서는 [하늘이 된 연못]에 실린 나무와 숲을 노래한 시를 중심으로 시 세계의 특징을 살펴보겠습니다.

1. 긴 호흡을 지닌 시

시인은 동시집 [하늘이 된 연못]을 가리켜서 말하기를 “지금까지 많은 관심을 두었던, 짧고 간결한 유아동시적인 경향을 벗어나 비교적 긴 호흡을 지닌 작품들로만 엮었”다고 하십니다. 올해 초에 펴낸 동시집 [그냥]과 달리 이번에 펴낸 [하늘이 된 연못]은 ‘긴 호흡을 지닌 시’ 모음인 것입니다.
호흡이 긴 시는 시상을 구체화시키고 세부 감각을 적극적으로 되살리고자 합니다. 또 동화적 상상의 세계를 산문체 문장에 담아내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체로 시가 길어집니다. 짧은 시와 달리 호흡이 긴 시를 쓰다 보면 그동안 보여주지 못한, 또 다른 많은 시적 특징들을 새롭게 보여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또 독자층도 유아나 저학년에서 중학년이나 고학년으로 높여 잡아야 할 것입니다. 호흡이 긴 시를 수용하려면 일정 수준 이상의 독서력이 뒷받침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 동시집은 4부로 나뉘어 있습니다. 제1부 ‘납작한 우리 집’ 13편, 제2부 ‘숲 빛’ 13편, 제3부 ‘하늘이 된 연못’ 12편, 제4부 ‘하나라도 없으면 안 돼’ 12편 이렇게 모두 50편입니다. 50편이라니까 문득 등단 50주년을 기념해서 수록 작품 수를 정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작품의 선정, 작품의 배치, 작품 수 결정 등 눈에 잘 띄지 않는 일도 시인은 매우 치밀한 계획을 세워 실행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독자는 시인의 이런 의도를 알아차리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일들이 알게 모르게 시인과 작품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것은 틀림없어 보입니다.

2. 나무와 숲을 노래하다

[하늘이 된 연못]을 읽다 보니까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나무와 숲을 노래한 시들이 돋보였습니다. 우듬지와 나뭇가지 끝 잎새에 비가 왜 한 방울씩 나뉘어 내리는지 그 의미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나뭇가지 사이로 밧줄 타고 내려와서 작은 풀잎들을 골고루 비춰 주는 햇빛이 왜 눈이 부신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바람이 간지럽혀서 나무가 잎을 흔들며 깔깔깔깔깔! 웃을 때는 같이 웃었고요. 풀숲에 사는 풀벌레가 풀빛 노래를 연주할 때는 조용히 귀를 기울였습니다. ?뿌리? 연작시를 읽고는 존재의 이유에 대하여 한참 생각해 보았습니다.
이 동시집에서 빈도 높게 쓰인 시어는 햇빛, 비, 바람, 뿌리, 숲, 나무입니다. 이것들을 하나로 아우를 수 있는 대표적인 시적 사물은 무엇일까요? 이것은 시인이 들려주고자 하는 메시지, 중점적으로 보여주려는 이미지를 파악하는 데도 매우 유용합니다.
이 동시집에서 핵심이 되는 시적 사물은 나무 또는 숲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무가 잘 자라려면 먼저 뿌리가 땅을 굳게 딛고 서야 합니다. 햇빛, 비, 바람은 나무가 잘 자라도록 돕는 역할을 하고요. 새가 날아와 지저귀면 더 좋을 것입니다. 나무가 많이 자라면 숲이 될 것이고요.
그럼에도 우리는 이것들이 얼마나 고맙고 소중한지 모르고 지냅니다. 눈앞에 있어도 보지 못하고, 은혜로워도 고마워할 줄 모릅니다. 희생을 해도 그 의미를 되새기려고 하지 않습니다.
이때 시인이 이것들을 다시 불러내서 잊혀진 의미를 새롭게 밝히거나 새로운 의미를 부여합니다. 그 결과 사물들이 생기 있게 다시 살아납니다. [하늘이 된 연못]에는 숲이 다시 살아나는 생명의 소리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럼, 이것들을 하나씩 자세하게 살펴볼까요? 먼저 뿌리가 하는 일을 알아보겠습니다.

나무를 만든 이/ 맨 먼저 무엇부터 만들었을까?// ?예쁜 꽃이었겠지./ ?파란 잎이었을걸./ ?맛있는 열매가 아니었을까?/ ?튼튼하게 받쳐 주는 기둥이었을 거야.// 그렇지만 나무들은/ 고개를 저었대요.// ?아니야! 아니야!/ 그게 아니야!/ 맨 처음 우리들은/ 땅속 작은 뿌리들이었어!
??무엇부터 만들었을까?? 전문

뿌리가 없으면 나무가 땅에 설 수 없다는 것, 더 말할 필요가 없지요. 하지만 시인은 모르는 척 시치미를 뚝 뗍니다. 그리고 “나무를 만든 이/ 맨 먼저 무엇부터 만들었을까?” 하고 묻습니다. 그러자 “?예쁜 꽃이었겠지./ ?파란 잎이었을걸./ ?맛있는 열매가 아니었을까?/ ?튼튼하게 받쳐 주는 기둥이었을 거야.” 하고 답을 말합니다. 하지만 모두 틀린 답입니다. 시적 화자는 나중에야 “땅속 작은 뿌리들”이라고 말해 줍니다. 모두 다 아는 것도 재확인시킴으로써 뿌리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있는 것입니다.

아무리 둥치 큰 나무라도/ 정작 열심히 일하는 건/ 끝자리 나뭇잎들,// 그 작은 잎들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햇살과 바람 챙겨/ 크고 튼실한 나무를 만들지.// 아무리 굵고 큰 뿌리라도/ 정작 열심히 일하는 건/ 끝자리 실뿌리들.// 그 가는 뿌리들이/ 밤낮으로 쉬지 않고 물과 거름을 퍼 올려/ 크고 튼실한 나무를 만들지.
??정작 열심히 일하는 건? 전문

이 시는 앞의 시 ?무엇부터 만들었을까??에서 얻은 시상을 확장시켜 형상화한 것 같습니다. “정작 열심히 일하는 건/ 끝자리 나뭇잎들”이라거나 “정작 열심히 일하는 건/ 끝자리 실뿌리들”이라는 깨달음이 시작 동기입니다. 대개 큰 나무를 보면 기둥이 얼마나 굵은가, 키가 얼마나 큰가 등 겉으로 드러난 모습에 관심을 보입니다. 정작 나무를 위해 희생 봉사하는 것은 보이지 않는 끝자리의 나뭇잎이나 실뿌리라는 것을 잊고 있습니다. 잊혀진 존재를 불러내고 재인식한다는 것, 작지만 꽤 의미 있는 작업입니다. 시인이 할 일은 그런 것이지요. 이제는 나무를 바라보는 관점이 많이 달라질 것입니다.
다음에는 숲에 내리는 햇빛을 살펴볼까요?

맑은 날 숲에 가면/ 밧줄 타고 내려오는 햇빛들이 보여요.// 큰 나무들 서로 어깨를 짜고/ 하늘을 가리고 서 있는 숲 속에 가 보면,// 군데군데 밧줄을 타고/ 반짝반짝 내려오는 햇빛들이 보여요.// 가늘고, 길고,/ 그리고, 눈부시게 하얀 햇빛 밧줄!// 그 밧줄을 타고 햇빛은 내려와/ 간들간들 작은 풀잎들 옆에 앉지요.// 큰 나무에 가려/ 하늘 한 뼘 바라보기 어려운 자리를 찾아// 따뜻하고 하얀 손으로 가만가만/ 작은 풀잎들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지요.
??맑은 날 숲에 가면? 전문

사실적인 필치로 그렸지만 매우 감각적인 시입니다. 나뭇가지 사이로 내려오는 빛 내림이 눈에 선합니다. 아마 숲 그늘과 대비되기 때문에 더 선명하게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깊은 숲 속의 몽환적인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그렇지만 이 시는 빛 내림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게 아닙니다. “큰 나무에 가려/ 하늘 한 뼘 바라보기 어려운 자리를 찾아// 따뜻하고 하얀 손으로 가만가만/ 작은 풀잎들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는 모습을 부각시켜 보여주려는 시입니다. 시인이 들려주고자 하는 메시지를 이미지에 담아 선명하게 나타낸 것이지요. “하늘 한 뼘 바라보기 어려운 자리”는 무관심과 소외로 그늘진 자리입니다. 사람 사는 세상으로 치면 사회적 약자들이 모여 사는 곳입니다. 학교에 비유하면 왕따 당하는 어린이가 있는 곳이라고나 할까요? 어둡고 그늘진 곳을 찾아 희망의 햇빛을 골고루 비춰 주고자 갈망하는 시인에게서 진정성과 따뜻함이 묻어납니다.
이번에는 비 내리는 숲을 살펴볼까요?

숲 위로 비가 내립니다./ 숲은 모두 일어서서 수런대지만,/ 비는 한 방울씩 나뉘어/ 가볍게 뛰어내립니다.// 우듬지를 찾아간 비는/ 우듬지를 촉촉하게 적셔 줍니다./ 잎새를 찾아간 비는/ 잎새를 촉촉하게 적셔 줍니다.// 마른 잎들 또 어디 숨었나,/ 두리번두리번 내리는 비,/ 수천, 수만 개로 나뉘어/ 점점이 방울로 내리는 비…….// 그리고 비는 내려갑니다./ 나뉘었던 방울 다시 하나가 되려고/ 가지를 지나 기둥을 지나/ 아래로 아래로 내려갑니다.
??한 방울씩? 전문

비는 햇빛과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잎새를 골고루 적시기 위해 수천, 수만 개 방울로 나뉘어 내리니까요. 잎새를 적신 빗방울은 다시 하나가 되려고 가지를 지나 기둥을 타고 흘러내립니다. 시인이 나무에 비 내리는 모습을 잘 관찰해서 썼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 물의 속성도 잘 파악하고 있고요. 그래서 비가 한 방울씩 나뉘어 내린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입니다.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지만 언어로 처음 표현한다는 것, 이것이 중요합니다. 언어로 처음 표현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에는 엄청난 간극이 있습니다. 언어로 처음 표현한 사람이 감수성이 훨씬 더 예민하고 감성이 풍부한 것은 물론입니다. 뛰어난 시인은 그만큼 복잡한 감정을 세밀하게 구분해서 표현할 줄 아니까요.
잎새를 적시는 비는 소생, 부활, 성장 등의 의미로 쓰였습니다. 비에 젖은 나무가 초록으로 빛나는 것은 이 때문이지요.
이 밖에도 나무가 자라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 많이 있습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바람입니다. 바람은 “그동안 얼마나 자랐을까 궁금해/ 강아지처럼 연한 콧숨 내뿜으며/ 오르락내리락 나무 둥치를/ 살살 감고(?오월에 나뭇잎이 흔들리는 건? 일부)” 돕니다. 또 바람은 민들레 꽃씨를 태우고 하늘 높이 날면서 “땅에 묻혀야 다시 또 꽃이 될 수 있단다.(?바람과 민들레? 일부)”고 말해 주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민들레 꽃씨는 낯선 땅에 떨어져도 뿌리를 내려 꽃 피우고 숲을 아름답게 가꾸어 나갈 것입니다.
이처럼 한 그루의 나무가 잘 자라기 위해서는 햇빛과 비와 바람 등 대자연의 보살핌이 필요합니다. 마치 “한 명의 어린이를 올바르게 키우기 위해서는 온 동네가 나서야 한다.”는 아프리카 속담처럼 말이지요. 그 점을 생각하니 산과 들에 무심한 듯 자라고 있는 것 같은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도 얼마나 소중한지 모르겠습니다. 대자연의 힘이 참으로 오묘하고 은혜롭다는 것을 다시 깨닫게 됩니다.
그럼, 이제는 나무의 모습을 살펴볼까요?

저것 봐!/ 나뭇가지 끝 연두 새싹들.// 뭐라고 지껄이고 싶어하는/ 새 부리 같지 않니?// 그래./ 바로 그거야!// 겨우내 가지 속에 숨어 있던/ 새싹 부리들,// 참고 참던 그 수다/ 더는 참지 못하고// 예서 불쑥!/ 제서 불쑥!// 수다 떨려 마구마구/ 터져 나온 거야.
??연두 새싹들? 전문

수다라는 낱말이 일반적으로는 쓸모에 비해 말이 너무 많다는 뜻으로 쓰이지만 이 시에서는 생명의 외침이 더는 참을 수 없어 터져 나오는 것으로 읽힙니다. 화창한 봄날입니다. 밝고 희망적인 에너지가 쏟아집니다. 연두 새싹들이 터져 나오는 순간을 포착해서 의인화했지만 왠지 즐겁게 어울리며 뛰어노는 어린이들이 연상되는 시입니다.

숲 속 나무들이 저마다 하늘을 향해 열심히 키를 키우는 건 그 둥근 몸에다 튼튼한 가지를 달기 위해서야.// 몸통에서 나온 큰 가지들은 저마다 몸을 나눠 다시 작은 가지들을 만들고, 그 작은 가지들은 또다시 몸을 나눠 더 작은 가지를 만들지.// 나뉘고 나뉘어서 아주 작아진 나뭇가지 끝, 나무들은 그곳에서 비로소 손을 내밀지.// 한낮, 내리쬐는 햇살이 아무리 뜨거워도 피하지 않고 촘촘히 받아 내는,// 그러면서, 이 세상을 온통 푸름으로 하나 되게 만드는// 빛나는 손, 푸른// 나뭇잎// 손!
??빛나는 손? 전문

?빛나는 손?에서는 시인이 생각하는 나무의 모습이 더 구체적으로 나타납니다. “숲 속 나무들이 저마다 하늘을 향해 열심히 키를 키우는” 것은 큰 가지들이 작은 가지를 만들고 작은 가지는 더 작은 가지를 만들어서 하늘로 손을 내밀기 위한 것입니다. 왜냐고요? 햇빛을 받으려는 것입니다. 햇빛은 생명의 근원이지요.
시를 읽고 나면 나뭇잎에 반사된 햇빛이 반짝이며 눈에 들어와 눈부시게 빛나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뜨거워도 피하지 않고 햇빛을 촘촘히 받아” 내면서 “이 세상을 온통 푸름으로 하나 되게 만드는” 나뭇잎이기 때문에 그렇게 느낀 것이 아닐까요?
?오월 숲은 초록 공장이란다?에서는 시인의 생각이 더 구체적으로 나타납니다. 숲에서 “영차영차 풀들이 바닥에 초록을 까는 소리” 들리고, “나무들이 영차영차 초록 기둥을 세우는 소리”도 들립니다. 시인이 상상의 힘을 빌려 오월 숲의 초록 공장을 상세하게 그린 것입니다. 또 ?숲 빛?에서는 “어쩌다 풀빛이 아닌 풀들이 섞여 있더라도 모두들 조금씩 제 빛을 풀어내어 다 같은 풀빛이 되게” 하는 숲인 것을 알려줍니다.
시인은 이처럼 나무의 성장에 관련된 시적 사물들을 불러내서 새롭게 의미를 조명함으로써 숲의 속성을 빠짐없이 보여주려고 합니다.

3. 시인은 하늘에서 바다를 봅니다

가스통 바슐라르의 견해를 빌려 말하면 문삼석 시인의 시에 나타나는 물은 대부분 ‘맑은 물’ 이미지를 갖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시인의 대표작인 ?이슬? 연작시가 바로 그렇습니다.

처음엔 비 한 방울이/ 동! 하고 소릴 냈지.// 이윽고 또 한 방울이/ 당! 하고 소릴 냈어.// 그러자 예서제서/ 동! 당! 동! 당! 박자를 맞추는 거야,// 그러더니 웬걸!/ 글쎄, 사방에서 //?동당동당! 동당동당!/ 동당동당! 동당동당!// 야단법석을/ 떨지들 뭐야?
??소나기가 동당동당? 전문

이 시에서도 비는 맑은 물 이미지를 갖고 있습니다. 그 때문인지 빗방울은 양성모음 특유의 경쾌한 울림소리를 내며 떨어집니다. “동!” 하면, “당!” 하고 말이지요. 빗소리는 “동! 당! 동! 당!” 박자를 맞추다가 이내 “동당동당! 동당동당!/ 동당동당! 동당동당!” 빠르게 실로폰을 치듯 한꺼번에 떨어집니다. 템포가 빨라져도 경쾌함은 지속됩니다. 천진난만한 어린이가 즐겁게 뛰어노는 발소리처럼 들립니다.

?쟁가랑 쟁가랑…….// 파란 하늘이 그리워 나는/ 하늘에서 사는 물고기가 되었습니다.// ?쟁가랑 쟁가랑…….// 파란 하늘이 날고 싶어 나는/ 하늘 연못 헤엄치는 물고기가 되었습니다.// ?쟁가랑 쟁가랑…….// 바람처럼 날고 싶어 나는/ 바람처럼 가벼운 물고기가 되었습니다.// ?쟁가랑 쟁가랑…….// 바람 따라 살고 싶어 나는/ 바람 따라 노래하는 물고기가 되었습니다.
??물고기 풍경? 전문

2행이 1연이 되는 연과 연 사이에 의성어를 배치했습니다. 이 물고기 풍경의 의성어 표현이 생생하게 살아 있습니다. 또 ‘~습니다.’란 종결어미를 사용해서 차분하고 진지한 시적 분위기를 만들어 냅니다. 그래서 시를 낭송하면 물고기 풍경 소리가 끊이지 않고 “쟁가랑 쟁가랑…….” 귀에 울리는 듯합니다. 그때마다 처마 끝에 달린 물고기 풍경은 하늘 연못을 헤엄치듯 움직입니다. 하늘이 바다요, 바다가 하늘인 세계가 펼쳐집니다. 물아일체의 세계입니다. 이제 시인은 하늘에서 바다를 봅니다. 물고기가 하늘을 헤엄칩니다. 물고기가 바람 따라 노래합니다. 그런데 잠깐만요! 이것이 있을 수 있는 일인가요? 하지만 시인의 눈은 틀림없이 물고기가 하늘을 헤엄치는 것을 보고 있습니다.

더 내려갈 데가 없어진 물은/ 한데 모여 연못이 되었답니다.// 연못이 된 물은/ 세상을 안기 시작했답니다.// 작은 풀잎도 안고/ 커다란 나무도 안고,// 흘러가는 구름도 안고,/ 날아가는 새들도 안고…….// 그러다가 연못은/ 하늘이 되었답니다.// 깊고, 넓고, 맑고, 푸른/ 또 하나의 하늘이 되었답니다.
??하늘이 된 연못? 전문

더 내려갈 데가 없어진 물이 한데 모여 연못을 이룬다는 말이 매우 의미심장하게 들립니다. 더 내려갈 데가 없는 물은 세상에서 가장 낮은 곳에 머물게 된 겸손한 물이지요. 그래서 연못은 모든 것을 품을 수 있습니다. 풀잎, 나무, 구름, 새를 품고 미운 것, 못난 것, 작은 것도 품습니다. 시인은 연못을 또 하나의 하늘이라고 생각합니다.
바슐라르의 말을 빌리면 ‘맑은 물’은 거울 이미지를 갖고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맑은 물은 시인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거울이라는 말입니다. 연못에 비친 풍경은 곧 시인의 내면을 보여주는 풍경입니다. 시인은 연못에 비친 하늘처럼 “깊고, 넓고, 맑고, 푸른” 마음으로 세상 모든 것을 품고 시를 씁니다.

4. ‘푸름으로 하나 되는 세상’ 만들어요

이제 [하늘이 된 연못]에 나타난 시적 특징을 정리하고자 합니다.
첫째, 잊혀져 가는 존재를 다시 불러내거나 예리한 감성으로 재인식함으로써 사물의 새로운 면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익숙한 존재에 대해서는 소홀하거나 무심하기 쉬운데 시인은 그 점을 놓치지 않고 의미 있는 작업으로 승화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시인이 쓴 시를 읽으면 아직도 알지 못하고 있는 자연의 비밀을 많이 알게 될 것 같습니다. 마음이 활짝 열리고 감수성도 풍부해질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그 때문입니다.
둘째, 숲은 “이 세상을 온통 푸름으로 하나 되게” 만들려고 한다는 말에서 시인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읽을 수 있습니다. 초록은 불멸이요, 희망이요, 생명이요, 영원한 젊음을 상징합니다. 이 말을 달리 바꾸면 숲은 희망과 생명과 젊음이 충만한 세상입니다. 시인은 이런 세상을 꿈꿉니다. 그곳은 어린이들이 살아가야 할 미래가 되어야 합니다. 이 동시집에는 그곳으로 인도하는 상징적 기호들이 곳곳에 숨어 있습니다.
셋째, 어린이들이 어떤 마음으로 자라야 할지 그 본보기가 될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햇빛이 “큰 나무에 가려/ 하늘 한 뼘 바라보기 어려운 자리를 찾아// 따뜻하고 하얀 손으로 가만가만/ 작은 풀잎들의 머리를 쓰다듬고(?맑은 날 숲에 가면? 일부)” 있습니다. 시인은 그늘지고 어두운 자리를 찾아 사랑을 베푸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사랑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것이 다 같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길이요, 동심으로 하나 되는 세상이라는 것입니다


목차


1부 납작한 우리 집

어쩔래?*10
물구나무 아냐*12
돌담의 돌들이*13
다리*14
아빠랑은 언제*15
아빠가 차린 밥상*16
흔들흔들*18
소나기가 동당동당*20
풀벌레 악기*21
예쁜 가을*22
가을바람은 왜 불까?*23
할머니 이야기*24
납작한 우리 집*26

2부 숲 빛

봄비 노래*31
연두 새싹들*32
나는 보았지*34
바람과 민들레*35
꽃샘바람*36
풀밭에 누우면*38
한 방울씩*40
오월에 나뭇잎이 흔들리는 건*42
쉬지 않고*43
오월 숲은 초록 공장이란다*44
빛나는 손*46
맑은 날 숲에 가면*48
숲 빛*50

3부 하늘이 된 연못

하늘이 된 연못*54
손바닥에게*55
물고기 풍경*56
기름 한 방울이*58
미화원 할아버지*60
날개가 있어 좋은 건*62
햇빛은*64
유리잔의 물이*66
아파트 앞 풀 동네*68
빗소리*70
좀 빌려 주면 안 될까요?*72
두 나무 이야기*74

4부 하나라도 없으면 안 돼 ??뿌리? 연작

흙과 함께?뿌리 1*79
알 수 있다?뿌리 2*80
모습과 크기는 다르더라도?뿌리 3*81
나 뿌리는?뿌리 4*82
무엇부터 만들었을까??뿌리 5*83
파랗고 하얗고?뿌리 6*84
고구마?뿌리 7*85
나는 칡이다?뿌리 8*86
다 들었다?뿌리 9*88
누가 가장 좋아할까??뿌리 10*90
하나라도 없으면 안 돼?뿌리 11*92
정작 열심히 일하는 건?뿌리 12*94

이 시집을 읽는 어린이들에게
동심으로 하나 되는 세상_전병호*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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