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파리가 프랑스의 전부라고 믿는 이들에게
프랑스 문화를 다룬 많은 서적과 관광 안내서는 수없이 많다. 하지만 프랑스라는 나라의 역사와 지리, 전설과 식도락, 예술과 유적 등 방대한 영역에 걸쳐 있는 각 지방의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프랑스의 지방은 역사적 형성과정과 문화 정체성에서 무척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십자군 전쟁, 아서 왕 이야기, 대혁명, 세계대전 같이 굵직한 프랑스의 역사적 사건들은 영토 개편과 국경의 변화, 언어와 관련된 지역적 특성, 본토와 해외 영토라는 다양한 요소들과 실타래처럼 얽혀 있다.
프랑스 본토의 각 지방, 13개의 주를 돌아보는 일은 13개의 국가를 들여다보는 노력과도 같기에 고작 파리를 여행한 후 프랑스에 다녀왔다고는 말할 수 없는 이유다.
치우쳐진 세상을 바로 보려는 노력
대서양의 바다는 지중해와 완전히 다르며, 브르타뉴의 들길을 채우고 있는 야생화는 프로방스의 라벤더와 완연히 다른 느낌을 제공한다. 협소한 땅에서 천의 얼굴을 제공하는 나라가 아이슬란드라면, 넓은 땅덩어리에서 세계가 압축된 느낌을 주는 나라가 프랑스다
한국의 프랑스 이해는 파리와 그 주변 몇 개의 도시, 혹은 프로방스에 쏠리는 지역성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아직 우리에게 생소한 지역들에 대한 이해를 통해 프랑스가 어떻게 세계사적인 관점을 확보하고 있고, 문화 다양성 논리를 축적하고 있는지를 살펴봐야 하는 시점이다.
이 책은 파리 중심의 세계관을 거부하는 동시에 지방의 중요성을 강조하고자 쓰였다. 파리의 눈을 통해서는 볼 수 없었던 프랑스의 참모습을 들여다본다. 그렇기에 그냥 지나치기 쉬운 작은 도시 구석구석에도 저자의 섬세한 관심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각 지방의 다양한 정체성을 파헤쳐보며 프랑스에 대해 보다 깊이 파고들기 위해 쓰였지만, 이해를 뛰어넘어 프랑스인들이 살아가는 방식에 편견 없이 다가가며 그들에게서 배울 점을 우리 것으로 만들기 위한 의미 있는 작업의 열매이기도 하다.
우리가 미처 몰랐던 프랑스, 정형화된 시선과 지루한 관점을 벗어나 중심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눈길을 돌리며 지식과 사유의 저변을 넓히는 경험을 함께하길 바란다.
지금껏 프랑스를 다룬 그 어떤 책에서도 다루지 않았던 자세하고 흥미진진한 최신 프랑스 지방 연구의 결정판!
한 나라를 자세하게 탐구하는 위대한 여정, 하지만 분량에 압도될 필요는 없다. 이 방대하고 복잡한 이야기를 간결하고 설득력 있는 한 권의 책으로 압축해냈다.
퀴르몽트(Curemonte), 생로베르(Saint-Robert), 튀렌(Turenne), 세귀르르 샤토(Segur-le-Chateau) 같은 지명들은 일반적인 여행 안내서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생소한 지명들이다. 이 책은 알려지지 않았던 프랑스 지방에 대한 살아있는 지식을 제공하고, 다른 한편으로 프랑스 여행에 대한 생생한 안내자 역할을 할 것이다.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프랑스의 지도가 머릿속에 들어와 있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다음 몇 개의 내용만으로도 프랑스의 지방은 충분히 사랑스럽지 않은지?
- <프랑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에 선정된 장소가 제일 많은 지방은 옥시타니(Occitanie)로 무려 47개 마을이 있다. 우리는 왜 프로방스에만 눈길을 주었을까?
- 일본의 아오시마 섬처럼 프랑스에도 고양이 마을이 있다. 라 로미외(La Romieu)의 거리가 고양이 조각상으로 가득한 이유는?
- 너무나 덥고 사람이 많으며 물가가 비싼 코트다쥐르를 참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매우 유용한 충고를 책 속에서 확인해보자
- 칼레(Calais)에 거대한 용이 출몰한다?? 도시 공간을 활성화하고, 특히 이민자들의 사태 이후 혼란스러워진 도시 분위기를 재정비하기 위해 추진된 이 기발한 프로젝트를 두 눈으로 직접 본다면!
- 도시 전역에서 작가의 흔적을 만나볼 수 있는 특별한 여정이 있다. ‘쥘 베른 투어’는 2.6km에 달하는 16개 장소를 거치게 된다. 작가의 팬이라면 안 가 볼 수 없는 일종의 성지순례!
- 화산학자들에게 천국인 자연의 걸작품 오베르뉴, 캉탈 화산(Volcan du Cantal)은 유럽을 통틀어 규모가 가장 큰 화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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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우리를 유혹하는 프랑스
지역에 대한 최대한 객관적인 정보를 전달하려 애썼기에 화려한 미사여구는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나만 알고 싶은 숨겨진 보석 같은 지방 소도시 몇 군데를 골라 당장 떠나고 싶은 충동을 누르기란 여간 어렵지 않을 듯하다.
Topito.com가 2021년에 선정한 ‘남프랑스의 가장 아름다운 마을 Top 10’이나 2018년 3월 Les Others 사이트가 선정 ‘프랑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로드트립 Top 10’목록을 보다 보면 설경이 바라보이는 환상적인 알프스 루트와 야성적이고 거친 브르타뉴 해안을, 또는 웅장하고 위엄있는 오베르뉴 지방의 화산지대와 고즈넉하고 여유로운 루아르 고성 지대를 묵직한 배낭 메고 두 발로 걷거나 자전거나 자동차로 이리저리 누비고 싶은 강렬한 로망을 한껏 품게 만든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색다른 프랑스 테마여행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이 책은 가장 듬직한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다.
프랑스를 향한 저자의 지독한 애정
전작 <나의 프랑스>에서 저자는 진지하게 승부하고 열렬하게 탐구했던 프랑스라는 나라에 대해 변치 않는 사랑으로 채워온 인생에 대해 이야기한다.
프랑스 3부작 중 1부인 전작 <나의 프랑스>에서는 40여 년의 시간동안 깊이 쌓아온 애정의 역사를 되돌아보려 애썼다면, 이번 2부 <프랑스 지방문화>에서는 그 노력이 공간적으로 확장되고 있다. 더 넓은 프랑스로 이끌기 위한 학자로서의 사명감을 무수한 고유명사와 지명을 망라하며 돋보기를 들이대듯 꼼꼼하게 파고들며 치열하게 담아냈다.
덕분에 <나의 프랑스>가 21세기의 <열하일기>였다면 <프랑스 지방문화>는 21세기의 <천일야화>처럼 더욱 풍성하며 다채롭게 다가온다.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학부전공 강의를 하던 때, 칠판에 별 모양의 프랑스 지도 한 장만 휙 그려 놓은 채로 한 학기 내내 수업을 이끌어 가던 저자의 강의는 프랑스 전 지역에 대한 탄탄하고 방대한 지식이 없이는 불가능했을 유례없는 방식이었기에 여전히 많은 학생이 기억하는 명강의로 손꼽힌다. 대학의 전공수업에서 어렵게 만날 수 있던 귀한 지식을 이 책 속에서 생생하게 만나볼 수 있다는 것은 독자에게 분명 커다란 행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