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바구니 담기 close

장바구니에 상품을 담았습니다.

말이라는 환영

말이라는 환영

  • 이연숙
  • |
  • 심산
  • |
  • 2012-06-25 출간
  • |
  • 273페이지
  • |
  • 148 X 210 X 20 mm
  • |
  • ISBN 9788994844176
판매가

23,000원

즉시할인가

23,000

배송비

2,500원

(제주/도서산간 배송 추가비용:3,000원)

수량
+ -
총주문금액
23,000

※ 스프링제본 상품은 반품/교환/환불이 불가능하므로 신중하게 선택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출판사서평




말이란 환영(幻影)

우리는 말(ことば)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우리는 말을 통해 서로 헤아리고 마음을 주고받으며 세계를 이해한다. 말이 우리 곁에 밀착되어 있는 한, 우리는 말을 일부러 의식하지는 않는다. 이것은 평소의 커뮤니케이션 경험을 되돌아보면 바로 알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 이것은 당연한 ‘현실’이다.
그런데 그 맞은편에는 전혀 다른 ‘현실’이 있다. 내가 하는 말이 주위의 많은 사람들에게 통하지 않을 때, 나는 어쩔 수 없이 말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 그때, 이제까지 그토록 친숙하던 풍경은 서먹해지고, 때로는 엄니를 드러내고 덮쳐오는 것처럼 느껴질 때마저 있다. 말이 의식될 때마다 나는 우물거리거나 침묵해 버릴지도 모른다. 이것은 나라는 개인에게만 생기는 일이 아니다. 예를 들어, 가족이나 친한 동료끼리 아무 거리낌 없이 쓸 수 있는 말이, 한 발짝 밖으로 나가는 순간 통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어쩌면 우리는 세계로부터 고립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휩싸일 수도 있다. 아니 단지 통하지 않는 것뿐이라면 그나마 낫다. 우리가 문득 내뱉은 말이 모멸이나 적대시하는 대상이 된다면 두 번 다시 자기들의 말을 하지 않겠다고 마음을 다질지도 모른다. 말을 부정당한다는 것은 존재를 부정당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사실 ‘소수자minority’로 불리는 사람들은 많든 적든 이러한 생각을 가슴 속에 숨긴 채 살고 있다. 슬픈 일이지만 이것 역시 ‘현실’이다.
한편에는 말을 통해 사람들이나 세계와 교감한다는 기쁜 현실이 있고, 다른 한편에는 말을 통해 차별이나 억압이 가해진다는 잔혹한 현실이 있다. 이질적인 이 두 현실 사이에는 도대체 무엇이 존재하는 것일까.
말할 것도 없이 말은 말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말이 구체적인 사회에서 사용되고 있는 한 정치, 경제, 문화 등 여러 차원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말 속에 침투되어, 말을 특정한 색깔로 물들여 버린다. 사회는 다양한 축을 기준으로 말을 분류하고 각각의 말에 특정한 가치를 부여한다. 정치적으로 지배적인 지위에 있는 집단의 언어는 사회에서 우세한 언어가 되고, 종속적인 집단의 언어는 소수 언어, 마이너리티minority의 언어가 된다. 경제적인 가치와 결합한 언어가 있는가 하면, 그 대척점에는 경제적 이윤과는 전혀 관련 없는 언어도 있다. 중요한 문화재로 존중받는 언어가 있는 한편, 다음 세대로의 계승조차 위태로운 언어도 있다. 이처럼 사회활동의 다양한 영역에서 말은 계층화되고 서열화되어 있다. 이러한 계층화나 서열화는 개인의 힘으로는 쉽게 바꿀 수 없다. 바로 거기에 ‘사회적’인 언어질서가 형성되어 있다.
이처럼 언어에는 사회적으로 일정한 가치가 매겨져 있다. 그것은 긍정적인 경우도 있고 부정적인 경우도 있다. 최근 영미의 사회언어학 연구에 따라 이러한 현상을 ‘언어 이데올로기’라는 용어로 불러도 되지 않을까. 예를 들어 국가의 공용어를 어떻게 정할 것인지, 소수 언어를 사회적으로 어떻게 인정할 것인지, 어떤 말을 학교에서 가르쳐야 할 것인지 등의 문제와 마주할 때는 이미 일정한 사회적 가치가 부여된 언어 상태를 상대할 수밖에 없다. 거기에 ‘언어 이데올로기’가 파고들 여지가 있다.
어떤 언어가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를 차지하는 한편, 다른 언어에 낮은 지위가 부여되는 것은 ‘언어 이데올로기’가 만드는 가치의 계층제가 명백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언어 사이에 상하관계가 존재한다는 상황에는 언어가 현실적으로 담당하고 있는 사회적 기능보다 사회에서 유통되고 있는 ‘언어 이데올로기’가 더 큰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경우가 많지 않을까. 이데올로기라는 것이 일정한 관념 형태인 이상, 그때 우리 앞에 가로놓여 있는 것은 현실의 언어가 아니라 ‘환영幻影’으로서의 언어인 것이다.
그렇다고 ‘이데올로기’니 ‘환영’이니 하는 것을 쉽게 지워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그것들은 이미 ‘현실’의 일부로 편입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우리가 의미와 가치의 세계에 사는 한, 완전히 무색투명한 현실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가 어떤 일을 하려고 할 때 거기에는 이미 이데올로기적 요인이 개입되어 있다. 그 이데올로기가 사회적으로 ‘옳은’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면 그것은 이미 이데올로기로 의식되지도 않는다. 말의 세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왜 사람은 특정한 언어를 배우려고 하는지, 왜 이 언어가 아니라 저 언어를 선택하는지, 어린이에게는 어떤 언어를 습득하게 하고 싶은지, 이러한 선택을 해야 할 때 사회에서 명백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는 ‘언어 이데올로기’가 사람의 행동 방향을 결정하는 것이다.
이미 많은 연구들이 밝히고 있는 것처럼 ‘국어’의 이념이야말로 근대 일본을 특징짓는 최대의 ‘언어 이데올로기’라고 할 수 있다. 근대 일본의 말을 조금만 생각해 보아도, ‘국어’라는 이념이 출현하여 의식의 방향을 결정해 왔고, 거기에 따라 특정한 가치를 성립시키는 역할을 해왔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국어’ 이념은 과거에도 강력한 이데올로기로 기능했을 뿐 아니라 지금까지도 마찬가지다. 이 책의 많은 부분은 과거의 일들을 문제 삼고 있지만, 관심의 한 방향은 늘 현재로 기울여져 있다. ‘국어’를 정점으로 한 계층제 아래 다른 언어는 ‘소수 언어’로 자리매김 되거나 아니면 보이지 않게 은폐되어 있다. 이 같은 언어질서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현재의 ‘언어 이데올로기’를 비판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과거의 시점으로 돌아가서 그것이 어떻게 성립되었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사회의 언어지배 제도는 정치적, 경제적인 요인뿐만 아니라 이데올로기적인 요인에 의해서도 뒷받침되고 있다. 그리고 그 이데올로기 내부에는 나름대로 고유한 논리가 있다. 물론 그 논리는 수많은 선입견이나 착오, 심지어 터무니없는 망상으로 이루어졌는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사람이 일단 이데올로기 세계의 내부로 들어가 거기에 갇혀버리면 어떠한 논리적 오류가 있다고 해도 그것을 ‘옳은’ 것으로 느껴 버리게 된다. 그래서 이데올로기를 비판하기 위해서는 그 이데올로기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드러내는 데 그치지 않고 왜 ‘옳다’고 인식되는지를 보여주지 않으면 안 된다.

근대 일본의 언어 이데올로기

저자는 책에서 근대 일본의 ‘국어’라는 이데올로기를 성립시켜 온 여러 논리들을 문제 삼아 그것이 어떤 요소로 이루어져 있는지, 어떤 논리로 연결되어 있는지 해명하고자 한다. 이 점에서 이 책은 「국어라는 사상-근대 일본의 언어 인식」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관점에 따라서는 「국어라는 사상」이 기초편이라고 한다면 이 책은 응용편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국어라는 사상」에서는 우에다 가즈토시上田万年, 호시나 고이치保科孝一, 야마다 요시오山田孝雄, 도키에다 모토키時枝誠記 등의 국어학자의 저작을 주로 문제 삼았다. 그래서 주된 논의는 ‘국어학’과 ‘국어정책’이라는 영역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이 책에서도 국어학을 논한 장도 있지만, 국어학 이외의 영역-예를 들어 야나기타 구니오柳田國男의 민속학이나 야마지 아이잔山路愛山의 역사학-에도 도전해 보았고, 현재의 수화언어 교육 문제를 논한 장도 있다. 또 어떤 때는 언어 일반에 대해서 논의해 보기도 했다. 말하자면 매우 다양한 문제와 맞선 것이며, 응용편이라고 한 것은 그러한 의미에서이다.
물론 다양한 대상을 다루기 때문에 논의가 확산된 인상을 주게 될 위험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으면 밝혀지지 않는 문제가 분명히 존재한다. 근대 일본의 ‘언어 이데올로기’가 ‘국어’의 이념을 중심으로 회전하고 있다는 것은 확실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언어 이데올로기’가 어떤 장면에서 사용되고 있는가에 따라 그 출현 형태는 다양하게 바뀔 것이며, 때로는 서로 정반대의 결론까지 도출될지 모른다. 동일한 이데올로기를 출발점으로 해서 담론이 만들어졌다고 해도 모든 담론이 말하려는 내용이 같다고는 할 수 없다. 따라서 각 담론의 의미내용은 구체적으로 그것이 성립된 맥락 속에 두고 보지 않으면 안 된다. 과거 그리고 현재의 일본에서 유통되고 있는 ‘언어 이데올로기’가 어떠한 논리로 이루어져 있는지를 해명하려면 언어학이나 국어학의 영역만 살피는 것으로는 아무래도 불충분하다. 그래서 때로는 억지로 익숙하지 않은 영역에 과감하게 뛰어드는 것도 필요했다. 그 모험이 실패로 끝나지 않았기를 바랄 뿐이다.


목차


한국어판 서문/9
책머리에/13

제1장 언어라는 장치/19
말의 도구성
말의 힘
감정의말/말의 기계
단어연쇄장치와 로고크라시

제2장 문자에서 문체로-한자와 언어적 근대/39
“단일어Singlish” 우화
조선에서의 한자 ㆍ 한문
일본에서의 한자와 언어적 근대
한자 문제에서 문체 문제로

제3장 ‘도쿄어’ 표상의 성립/65
잃어버린 ‘교토어’ 의 위신
‘언어혼합’ 으로서의 ‘도쿄어’
표준어 정책과 도쿄어

제4장 야나기타 구니오와 ‘국어’ 의 사상/75
‘국어’와 ‘일국 민속학’-근대 비판과 내셔널리즘
‘표준어 제정’ 정책의 성립
‘선택’과 ‘동의’
‘표준어’와 ‘방언’ 의 개념
방언주권론方言周圈論과 언어지리학
지명의 권력
일본어와 일본인의 기원

제5장 ‘협의의 일본인과 ‘광의의 일본인’
-야마지 아이잔의『일본인민사』를 중심으로
‘일본인’ 이란 누구인가
야마지 아이잔의『일본인민사』
고대의 ‘일본제국’
아이잔의 ‘투란주의’
아이잔류 비교언어학과 진화론
맺음말

제6장 ‘정음’의 제국//143
음성으로서의 ‘국어’의 발견
‘정음’의 제국으로서의 ‘국어’
미국 ‘농아聾啞교육’의 전개와 시화법의 발명
‘시화법’과 이자와 슈지

제7장 국어학 ㆍ 언어학 ㆍ 국학/161
‘국어학’과 ‘국학’의 거리
유럽에서 문헌학과 언어학의 대립
도키에다 모토키의 언어학 비판

제8장 ‘국어’라는 말의 새로움/173
‘국어’라는 새로운 말
낱말인가 언어 전체인가?
보통명사인가 고유명사인가?
내부의 시점과 외부의 시점
국어와 조국

제9장 ‘일본어’와 ‘국어’의 틈새/185
일본어의 두 얼굴
식민지의 ‘국어’ ㆍ 제국의 ‘일본어’
‘국어/일본어’의 이분법

제10장 ‘일본어’에 대한 절망/195
‘질곡’으로서의 ‘국문학’
시가 나오야와 기타 잇키의 ‘일본어 폐지론’

제11장 ‘국어’와 언어적 공공성/209
‘국어’와 ‘일본어’
‘국어’와 ‘모어’
‘국어’와 글로벌리제이션
공용어와 언어적 공공성
글로벌리제이션과 내셔널리즘 사이에서

제12장 수화언어와 언어정책/227
소수자minority 언어로서의 수화
수화 언어정책-EU의 예
언어 육성과 언어 태도

제13장 다언어주의와 언어적 민주주의/225
근대국가과 ‘언어정책’
다언어 상황과 다원적 사회구조
다이글로시아와 기능 분담

후기/265
옮긴이의 말/269

교환 및 환불안내

도서교환 및 환불
  • ㆍ배송기간은 평일 기준 1~3일 정도 소요됩니다.(스프링 분철은 1일 정도 시간이 더 소요됩니다.)
  • ㆍ상품불량 및 오배송등의 이유로 반품하실 경우, 반품배송비는 무료입니다.
  • ㆍ고객님의 변심에 의한 반품,환불,교환시 택배비는 본인 부담입니다.
  • ㆍ상담원과의 상담없이 교환 및 반품으로 반송된 물품은 책임지지 않습니다.
  • ㆍ이미 발송된 상품의 취소 및 반품, 교환요청시 배송비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 ㆍ반품신청시 반송된 상품의 수령후 환불처리됩니다.(카드사 사정에 따라 카드취소는 시일이 3~5일이 소요될 수 있습니다.)
  • ㆍ주문하신 상품의 반품,교환은 상품수령일로 부터 7일이내에 신청하실 수 있습니다.
  • ㆍ상품이 훼손된 경우 반품 및 교환,환불이 불가능합니다.
  • ㆍ반품/교환시 고객님 귀책사유로 인해 수거가 지연될 경우에는 반품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 ㆍ스프링제본 상품은 교환 및 환불이 불가능 합니다.
  • ㆍ군부대(사서함) 및 해외배송은 불가능합니다.
  • ㆍ오후 3시 이후 상담원과 통화되지 않은 취소건에 대해서는 고객 반품비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반품안내
  • 마이페이지 > 나의상담 > 1 : 1 문의하기 게시판 또는 고객센터 1800-7327
교환/반품주소
  • 경기도 파주시 문발로 211 1층 / (주)북채널 / 전화 : 1800-7327
  • 택배안내 : CJ대한통운(1588-1255)
  • 고객님 변심으로 인한 교환 또는 반품시 왕복 배송비 5,000원을 부담하셔야 하며, 제품 불량 또는 오 배송시에는 전액을 당사에서부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