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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주의: 판타지의 뿌리

낭만주의: 판타지의 뿌리

  • RudigerSafranski
  • |
  • 한국외국어대학교출판부
  • |
  • 2012-02-28 출간
  • |
  • 512페이지
  • |
  • 148 X 210 X 35 mm /732g
  • |
  • ISBN 9788974647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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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이 책은 2007년에 출간된 뤼디거 자프란스키(R?diger Safranski)의 「낭만주의(Romantik-Eine deutsche Aff?re)」를 번역한 것이다. 자프란스키는 독일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낭만주의 전문가로, 실러, 쇼펜하우어, 하이데거의 전기를 썼고 니체 평전으로 한국 독자들에게도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낭만주의는 독일의 문화와 정신을 대표하는 사조이자 독일과 동일시되기까지 하는, 가장 독일적이고 독일 정신을 가장 찬란하게 꽃피운 시기이다. 낭만주의는 18세기 후반 독일이 처한 특수한 상황에서 발생하여 지금까지 독일적 정신의 특징으로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그래서 자프란스키는 독일 근대문학의 태동기인 18세기 중엽 헤르더와 괴테의 만남으로부터 ‘낭만주의 항해’를 시작한다. 그는 이 항해에서 프랑스혁명이라는 세계사적 변혁과 칸트, 실러, 슐레겔, 셸링, 피히테, 헤겔과 같은 사상가들에 의해 독일 관념론이 탄생하는 과정을 보여주며, 나아가 낭만주의가 슐라이어마허의 신비주의와 결합하여 종교로까지 발전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때 종교라고 함은 “무한을 느끼고 맞보는 것”을 말한다.
이런 낭만주의는 피히테의 민족이념 및 나폴레옹에 대한 반감과 결합하여 항해를 계속하다가 1830년대 아이헨도르프와 E.T.A. 호프만에서 환상과 현실이 공존하는 세계를 보여주면서 문학사적 막을 내린다. 그러나 이런 낭만주의 전통은 ‘낭만적인 것(Das Romantische)’을 통해 계속해서 그 다음 세대에 이어져 내려온다고 자프란스키는 주장한다. 즉,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에 독일문학에 지대한 영향을 준 바그너의 신화적 세계와 니체의 디오니소스적인 것이 지배하는 예술이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이런 영향을 받은 예술가들은 히틀러가 지배하는 제3제국시대에 현실에서 낭만주의를 실현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이때의 낭만주의란 독일민족의, 독일민족에 위한, 독일민족을 위한 세계라는 ‘세상과 낯선’ 이념이라고 말할 수 있다.

자프란스키는 이렇게 낭만주의가 정치와 결합함으로써 빚어진 전쟁과 그 비참한 결과를 언급하면서 자신의 낭만주의 항해를 일단 마친다. 그래서 자프란스키의 항해는 결론적으로 낭만주의에 대한 경고라고 볼 수 있다. 물론 낭만주의는 개별인간의 ‘자아(Ich)’의 세계를 극도로 확장하고, 그 세계에 절대적인 의미를 부여해서 무한한 세계에 대한 동경을 그려낸다는 점에서 사회적 규범과 틀 속에 갇혀있던 개인에게 사고의 자유를 선사하고 있다. 그래서 낭만주의적 상상과 정신의 자유는 개별인간이 현실에서의 일탈을 원할 때 그 무엇보다도 달콤한 청량제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자프란스키는 이런 낭만주의 사상을 집단적으로 현실에 무리하게 적용하려고 시도할 때, 다시 말해서 정치적 의도와 결합시키고자 할 때 발생하는 부작용을 이 항해 중에 항상 경고하고 있다. 현실에 기반을 두지 않은 환상은 항상 불완전하고 붕괴될 위험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경우로서 지나친 민족주의를 내세운 히틀러의 나치즘과 유대인 혐오가 왜곡된 낭만주의의 전형인 것이다.

타고난 이야기꾼이자 다독과 박학다식으로 유명한 자프란스키는 독자에게 읽는 재미와 지적 만찬, 나아가 비판적 안목을 위한 균형 감각을 제시해 주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은 어떤 면에서 독일의 근현대 문화사, 정신사를 낭만주의라는 코드로 풀어낸, 가히 인문학 명저라고 불릴 만하다.

역자 서문

최근 <아바타>나 <반지의 제왕>과 같은 영화에서 인간이 하늘을 날고 꿈의 세계와 현실의 세계를 넘나들며, 도저히 믿기 어려운 일들과 미지의 세계가 현실로 나타날 때 우리는 낭만주의를 생각하게 된다. 200년 전 독일에서 시작된 ‘낭만주의 운동’이 컴퓨터와 스마트폰 시대에 다시 각광을 받게 된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 이런 궁금증을 풀기 위해서 우리 역자들은 2007년에 출판되어 현재까지 독일에서 스테디셀러로 많은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는 뤼디거 자프란스키(R?diger Safranski)의 「낭만주의(Romantik)」를 번역하기로 했다. 첨단과학기술 시대에 중세와 미지의 세계를 동경하는 현상이 얼핏 서로 맞지 않는 것 같지만, 역설적으로 이러한 최첨단기술이 영상 매체를 통해 더욱 완벽하고 생생하게 가상의 세계를 ‘재현(Repr?sention)’해줄 수 있기 때문에 현대인들은 더욱 환상의 세계를 즐기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자프란스키는 독일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낭만주의 전문가로, 실러, 쇼펜하우어, 하이데거의 전기를 썼고 니체 평전으로 한국 독자들에게도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저자는 현재 독일 제2공영방송인 ZDF의 교양토론프로그램 <철학 사중주(Das philosophische Quartett)>의 공동 진행자로서 인기를 얻고 있는 유명인사이기도 하다.
자프란스키는 이 책의 부제를 ‘독일적 스캔들’이라고 붙였다. 혹시 ‘스캔들’이라는 부제가 지니는 모종의 부정적 뉘앙스, 모종의 부적절한 사건을 암시하려는 것일까? 낭만주의는 저자도 서문에서 밝히고 있듯이 독일의 문화와 정신을 대표하는 사조이자 독일과 동일시되기까지 하는, 가장 독일적이고 독일 정신을 가장 찬란하게 꽃피운 시기이다. 대부분 독일문학 전공자인 역자들은 이 점에 주목하면서 이 책에서 진정으로 말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일까, 이 책은 낭만주의에 어떻게 접근하고 있는가,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는 ‘낭만주의열풍’ 역시 하나의 ‘독일적 현상’으로 보아야 하지 않을까라는 관점에서 관심을 가지고 읽고 토론하고 번역하게 되었다.
낭만주의는 18세기 후반 독일이 처한 특수한 상황에서 발생하여 지금까지 독일적 정신의 특징으로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그래서 자프란스키는 독일 근대문학의 태동기인 18세기 중엽 헤르더와 괴테의 만남으로부터 ‘낭만주의 항해’를 시작한다. 그는 이 항해에서 프랑스혁명이라는 세계사적 변혁과 칸트, 실러, 슐레겔, 셸링, 피히테, 헤겔과 같은 사상가들에 의해 독일 관념론이 탄생하는 과정을 보여주며, 나아가 낭만주의가 슐라이어마허의 신비주의와 결합하여 종교로까지 발전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때 종교라고 함은 “무한을 느끼고 맞보는 것”을 말한다.
이런 낭만주의는 피히테의 민족이념 및 나폴레옹에 대한 반감과 결합하여 항해를 계속하다가 1830년대 아이헨도르프와 E.T.A. 호프만에서 환상과 현실이 공존하는 세계를 보여주면서 문학사적 막을 내린다. 그러나 이런 낭만주의 전통은 ‘낭만적인 것(Das Romantische)’을 통해 계속해서 그 다음 세대에 이어져 내려온다고 자프란스키는 주장한다. 즉,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에 독일문학에 지대한 영향을 준 바그너의 신화적 세계와 니체의 디오니소스적인 것이 지배하는 예술이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이런 영향을 받은 예술가들은 히틀러가 지배하는 제3제국시대에 현실에서 낭만주의를 실현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이때의 낭만주의란 독일민족의, 독일민족에 위한, 독일민족을 위한 세계라는 ‘세상과 낯선’ 이념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래서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제1부는 ‘낭만주의’라는 표제 아래 제1장부터 제11장까지이고, 제2부는 ‘낭만(주의)적인 것’이란 표제 아래 제12장부터 마지막 장인 제18장까지이다. 제1부는 저자 서문에서 밝힌 대로 문학사적으로 한 시기, 한 시대로서의 ‘낭만주의’를 다룬다. 여기서는 제2부의 표제이기도 한 ‘낭만(주의)적인 것’이 어떻게 태동, 생성, 발전되어 왔는지를 추적해서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낭만주의적인 것’이란 자프란스키의 말대로 하나의 정신 자세, 정신적 태도를 의미한다. 제2부에서는 낭만주의 정신이 최근 현대사로 오면서 개인 차원에서 집단 차원으로, 무엇보다 정치적 차원으로 유입되면서 어떠한 변질과 왜곡을 낳게 되었는지 거시적 맥락은 물론 미시적 맥락에서 조목조목 짚어가며 독자에게 보여준다.
자프란스키는 이렇게 낭만주의가 정치와 결합함으로써 빚어진 전쟁과 그 비참한 결과를 언급하면서 자신의 낭만주의 항해를 일단 마친다. 그래서 자프란스키의 항해는 결론적으로 낭만주의에 대한 경고라고 볼 수 있다. 물론 낭만주의는 개별인간의 ‘자아(Ich)’의 세계를 극도로 확장하고, 그 세계에 절대적인 의미를 부여해서 무한한 세계에 대한 동경을 그려낸다는 점에서 사회적 규범과 틀 속에 갇혀있던 개인에게 사고의 자유를 선사하고 있다. 그래서 낭만주의적 상상과 정신의 자유는 개별인간이 현실에서의 일탈을 원할 때 그 무엇보다도 달콤한 청량제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자프란스키는 이런 낭만주의 사상을 집단적으로 현실에 무리하게 적용하려고 시도할 때, 다시 말해서 정치적 의도와 결합시키고자 할 때 발생하는 부작용을 이 항해 중에 항상 경고하고 있다. 현실에 기반을 두지 않은 환상은 항상 불완전하고 붕괴될 위험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경우로서 지나친 민족주의를 내세운 히틀러의 나치즘과 유대인 혐오가 왜곡된 낭만주의의 전형인 것이다.
이 책은 독일철학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나 독일문학 전공자들에게 문학사나 철학사 또는 세계사에 기록되어 있지 않는 역사적 인물들에 대한 재미있는 일화를 제공해줄 뿐만 아니라, 200년에 가까운 항해를 통해 세계사와 작가들의 전기를 읽는 즐거움도 선사하고 있다. 우리 역자들은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현재의 ‘낭만주의적인 것’이 무엇인지 인식하고, 그 뿌리를 발견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래서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잘 구분하고, 보다 건실한 현실생활의 바탕 위에서 보다 즐거운 미지의 세계에 대한 환상을 즐길 수 있기를 기대한다. 즉, 낭만주의는 그 자체로 우리 삶에 필요한 ‘낯섦’과 ‘아름다움’에의 동경, 상상력의 발로로서 가능해야 하며 절대로 사라지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드러나지 않은 자프란스키의 주장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한국외대 독일어과 문학 콜로키움에서 2년에 걸쳐 번역하고 연구ㆍ토론한 결과물이다. 가급적 비전문가들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번역하려고 노력했으나, 200년에 걸쳐 펼쳐지는 역사적 사건과 인물들에 대한 완전한 이해에까지 다다르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서 이 책을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한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에 대해서만 역주를 달았다. 이 책은 문학사만이 아니라 철학과 역사적 사건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기 때문에 독서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주석은 미주로 처리했다. 타고난 이야기꾼이자 다독과 박학다식으로 유명한 자프란스키는 독자에게 읽는 재미와 지적 만찬, 나아가 비판적 안목을 위한 균형 감각을 제시해 주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은 어떤 면에서 독일의 근현대 문화사, 정신사를 낭만주의라는 코드로 풀어낸, 가히 인문학 명저라고 불릴 만하다. 이런 책을 한국의 독자들에게 선보이게 되어 역자들은 뿌듯함마저 느끼고 있다. 그리고 번역자에게 책임감을 고취시키기 위해 각 장 끝에 역자의 이름을 밝혔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출판을 흔쾌히 수락해주고 오랜 기간 동안 묵묵히 지원을 아끼지 않은 한국외대 출판부 관계자들께도 심심한 감사를 드린다.

2012년 2월
역자 일동

한국 독자를 위한 서문

“낭만주의”에 대한 저의 책이 한글로도 나오게 되어 기쁩니다. 문학이나 회화, 음악에 나타나는 낭만주의는 보편적 현상입니다. 낭만주의는 어디에나 있어서, 어느 문화든 고유의 낭만주의를 발전시킵니다. 하지만 1800년 경 독일에서 낭만주의는 특별한 위상을 지니고 있었고 그 영향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습니다. “낭만주의”란 무엇일까요? 낭만주의는 하나의 양식입니다. 일상적인 사실주의를 뚫고 벗어나려는 정신적 경향입니다. 낭만주의는 환상을 좇고 유희적이며, 비밀스런 것에 몰두합니다. 낭만주의는 통상적인 삶에 만족하지 못하고 동경의 감정을 드러냅니다.
저는 해외여행을 하면서 낭만주의가 독일 문화의 전형적 특징이라는 말을 듣곤 했습니다. 저는 이 말이 맞는지 자문해 보았습니다. 그에 대해 숙고한 결과가 이 책입니다. 이 책을 통해 한국의 독자들이 낭만주의의 놀라운 열정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뤼디거 자프란스키

저자 서문

1800년경 사람들이 ‘낭만파’라고 불렀던 것, 슐레겔 형제 주위로 몰려든 사람들이 발행기간은 짧았지만 격정적이었던 잡지 「아테네움」를 통해 이루어졌던, 자신만만했지만 가끔 독단적이었던 선언, 피히테와 셸링 철학의 시작을 알리는 폭발적인 사유의 정신, 티크와 바켄로더의 매력적인 초기 단편소설에 나타난 과거에 대한 동경과 새로이 인식된 ‘경이로운 사건’의 의미, 밤과 문학적 신비주의에 경도하는 노발리스의 작품, 새로운 시작에 대한 자부심, 새로운 세대의 활기찬 정신, 이와 동시에 혁명의 자극을 정신과 문학의 세계로 옮기기 위해 생각은 신중하고 행동은 경쾌한 젊은 세대의 등장 등, 이 모든 움직임에는 물론 그 이전의 과정, 즉 그 시작에 앞선 시작이 있었다.
자긍심이 대단했던 젊은 사람들은 새로운 시작을 감행하려고 함과 동시에 한 세대 앞선 ‘질풍노도’가 이미 시작했던 것 또한 계속 이어갔다. 독일의 루소라고 불리는 요한 고트프리트 헤르더가 거기에 자극을 주었다. 그렇기 때문에 낭만주의의 역사는 헤르더가 1769년 프랑스로 항해를 시작한 그 순간부터 시작한다고 볼 수 있다. 헤르더는 그 당시 리가에서의 답답한 생활환경에 진저리가 나서 황급히 도망치듯 항해에 올랐다. 리가에서 헤르더는 젊은 목사로서 엄격한 교리를 따르는 사람들과 다투어야 했으며 성가신 문학논쟁에 연루되어 있었다. 항해 도중에 헤르더에게 떠오른 생각들은 비단 자기 자신만을 고무한 것은 아니었다.
헤르더는 근심스럽게 바다로 나아간다. 여기서 낭만주의와 독일문화에서 ‘낭만적인 것’의 흔적을 찾는 우리의 여행이 시작된다. 이 여행은 낭만주의자들이 자신들의 본거지를 마련하고 생각의 불꽃을 태웠던 베를린, 예나, 드레스덴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낭만주의자들은 꿈을 꾸고 비판하고 환상의 나래를 펴지 않았던가. 좁은 의미의 낭만주의 시기는 아이헨도르프와 E.T.A. 호프만에 이르러 끝난다. 이들은 낭만주의의 정점을 이루었던 예술가들이었지만 다른 분야와도 관련을 맺고 있었다. 한 사람은 독실한 가톨릭신자이자 참사관이었고, 자유주의를 표방하던 다른 한 사람은 고등법원의 판사였다. 이 두 사람의 이중생활은 낭만주의에만 국한되지 않았고, 영리하고 현실적인 낭만주의의 이면을 보여주었다.
이 책에서는 낭만주의와 ‘낭만적인 것’을 다루고 있다. 낭만주의는 한 시기이고 낭만적인 것은 한 시기에 국한되지 않는 정신자세이다. 이 정신자세는 낭만주의 시대에 완전히 표현되었지만 그 시대에 제한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낭만적인 것은 오늘날까지 계속된다. 그것은 독일적인 현상만은 아니지만 독일에서 특히 독특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 모습은 너무나 강렬해서 외국에서는 가끔 독일문화를 낭만주의나 낭만적인 것과 동일시 할 정도이다.
낭만적인 것은 그것을 극복하고 싶었던 하이네나 그의 친구인 칼 마르크스에게도 나타난다. ‘삼월전기’는 낭만적인 것을 정치에, 그리고 민족과 사회의 꿈속으로 옮겨놓았다. 그 다음에 낭만주의자가 되려고 하지 않았던 리하르트 바그너와 프리드리히 니체도 디오니소스의 제자들이었다. 1900년경의 청년운동도 거침없이 낭만적인 것이었다. 1914년 제1차 세계대전이 시작되자 토마스 만과 다른 작가들은 유럽 문명에 맞서 독일의 낭만주의 문화를 지켜야만 한다고 믿었다. 불안했던 1920년대는 갑자기 늘어난 사이비 종말론자들, 종교적이거나 정치적인 단체들, 동양을 동경하는 사람들에게 낭만적 자극의 온상이었다. 사람들은 위대한 순간 즉, 정치적 해결을 기다리고 있었다. 존재에 적합한 정치라는 하이데거의 정치적 비전은 치명적인 정치적 ‘낭만주의’로 빠져들게 되었고, 결국 그는 나치 혁명을 지지하게 된다. 나치즘은 얼마나 낭만적이었을까? 나치즘은 혹시 야만화된 낭만주의라기보다 타락한 합리주의가 아니었을까? 토마스 만의 「파우스트 박사」는 “야만적인 사건을 너무 고상하게 해석한 것” (토마스 만)은 아닐까? 말하자면 낭만주의를 법정에 세우지만 그 자체는 낭만주의 소설이 아닐까? 그리고 나서 전후시대의 각성에 이어 낭만적인 것에 의구심을 갖는 ‘회의적인 세대’가 온다. 기이한 독일정신의 풍경을 돌아보는 여행은 일단 비교적 규모가 컸던 낭만적 궐기에서, 즉 1968년 학생운동과 그 결과들과 더불어 끝난다.
‘낭만적인 것’에 대해 가장 잘 내린 정의는 노발리스의 정의이다. “나는 세속적인 것에 고상한 의미를, 평범한 것에는 신비에 찬 모습을, 널리 알려진 것에는 미지의 품위를, 유한한 것에 무한한 빛을 부여하면서 그것을 낭만화한다.”
이 정의에서 사람들은 낭만주의의 토대가 종교와 관계를 맺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낭만주의는 200년 전부터 끊임없이 이어져오는 ‘찾기 운동’에 속하며, 세속화되고 탈마법화된 세계에 저항하려는 운동이다. 낭만주의는 다른 많은 의미가 있을 수 있지만 무엇보다도 ‘미학적 수단에 의한 종교의 지속’을 의미한다. 이렇게 하여 낭만주의는 상상에 전례 없는 높은 지위를 부여하게 되었다. 그래서 낭만주의는 현실 원칙을 넘어선다. 따라서 만약 낭만주의가 정치적인 것 속에서 길을 잃으면 시문학에는 좋지만, 정치에는 나쁜 영향을 미친다. 바로 여기에서 낭만적인 것과 더불어 우리의 문제가 시작된다.
낭만주의 정신은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음악적이고 실험적이며 유혹적이다. 그 정신은 아득한 미래와 과거를 사랑하고, 일상에서의 놀라운 일이나 극단적인 것, 무의식적인 것과 꿈, 광기와 성찰의 미로를 사랑한다. 낭만주의 정신은 그대로 머물러 있지 않고 계속 모습을 바꾸고, 모순적이며, 무언가를 동경하고 냉소하며, 이해할 수 없는 것에 홀딱 빠지고 대중적이며, 아이러니하고 열광적이며, 자기사랑에 빠졌지만 사교적이며, 형식을 의식하지만 형식을 해체한다. 만년에 괴테는 낭만적인 것은 ‘병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괴테도 그 낭만적인 것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목차


역자서문ㆍi
한국 독자에게 보내는 글ㆍii
저자서문ㆍvi

제1부 낭만주의
제1장
ㆍ낭만주의의 시작과 헤르더의 출항 ‥ 3
ㆍ문화를 새로이 생각하다 ‥ 10
ㆍ개인주의와 제 민족의 목소리 ‥ 12
ㆍ시간의 흐름 속에 놓인 사물의 흔들림에 관하여 ‥ 16

제2장
ㆍ정치 혁명에서 미학 혁명으로 ‥ 24
ㆍ정치적 좌절과 문학적 과감함 ‥ 26
ㆍ실러가 위대한 유희를 고취시키다 ‥ 31
ㆍ낭만주의자들이 자신들의 시작을 준비하다 ‥ 37

제3장
ㆍ출판 붐의 시대 ‥ 38
ㆍ무미건조한 계몽주의와의 결별 ‥ 43
ㆍ기괴함과 경이로움 ‥ 45
ㆍ프리드리히 슐레겔과 아이러니 ‥ 52
ㆍ멋진 카오스 ‥ 55
ㆍ비평의 시대와 세상의 예술화 ‥ 59

제4장
피히테 그리고 자아를 찾아 나서는 낭만적 모험 ‥ 63
ㆍ감정의 과잉 ‥ 75
ㆍ무로부터의 창조 ‥ 76
ㆍ낭만적 친교 ‥ 79
ㆍ예나의 전설적인 공동생활 ‥ 81
ㆍ고공비행에 뒤따르는 추락에 대한 두려움 ‥ 82

제5장
ㆍ루드비히 티크 ‥ 85
ㆍ문학 제작소 ‥ 88
ㆍ윌리엄 로벨의 자아 탐닉 ‥ 89
ㆍ문학풍자 ‥ 91
ㆍ글쓰기의 대가와 예술을 숭상하는 바켄로더의 만남 ‥ 94
ㆍ꿈의 실현을 추구하는 두 친구 - 달빛에 빛나는 마법의 밤 그리고 뒤러 시대 ‥ 96
ㆍ어슴푸레한 빛 속의 비너스산 ‥ 100
ㆍ프란츠 슈테른발트의 방랑 ‥ 103

제6장
ㆍ노발리스 ‥ 108
ㆍ슐레겔과의 우정 ‥ 110
ㆍ실러의 병상에서 ‥ 111
ㆍ소피 폰 퀸 ‥ 113
ㆍ사랑과 죽음 ‥ 116
ㆍ초월의 쾌락에 관해 ‥ 119
ㆍ밤의 찬가 ‥ 121
ㆍ산의 신비 ‥ 124
ㆍ기독교 혹은 유럽 ‥ 127
ㆍ신들이 존재하지 않는 곳에는 유령이 지배한다 ‥ 130

제7장
ㆍ낭만주의의 종교 ‥ 137
ㆍ허구의 신과 슐레겔의 실험들 ‥ 138
ㆍ슐라이어마허의 등장 - 종교란 무한을 느끼고 맛보는 것 ‥ 140
ㆍ선악의 피안(彼岸)에 있는 종교 ‥ 144
ㆍ종교의 거장의 삶에서 ‥ 153

제8장
ㆍ아름다움과 신화 ‥ 155
ㆍ독일 이상주의의 최초의 체계적 강령과 이성의 신화체계 ‥ 158
ㆍ미래의 이성에서 근원의 진리로 그리고 괴레스, 크로이처, 슐레겔과 동방의 발견 ‥ 161
ㆍ 다른 고대 ‥ 166
ㆍ횔덜린의 신들과 신들의 현재와 무상함 ‥ 168
ㆍ이미지 속에서 사라지다 ‥ 174

제9장
ㆍ시적 정치 ‥ 178
ㆍ혁명으로부터 가톨릭 질서로 복귀 ‥ 179
ㆍ낭만적 제국이념 ‥ 181
ㆍ실러와 노발리스의 문화민족관 ‥ 183
ㆍ피히테의 민족이념 ‥ 184
ㆍ나에서 우리로 그리고 사회라는 모태(母胎) ‥ 186
ㆍ아담 뮬러와 에드먼드 버크 ‥ 187
ㆍ민중성과 하이델베르크 낭만주의 ‥ 188
ㆍ반(反)나폴레옹 해방전쟁 ‥ 192
ㆍ나폴레옹에 대한 증오 ‥ 195
ㆍ증오의 귀재 클라이스트 ‥ 197

제10장
ㆍ평범함에 대한 낭만주의자들의 거부감 ‥ 202
ㆍ계몽된 냉철함 - 합리성과 효율성 ‥ 203
ㆍ예술가의 자부심과 고뇌 - 클라이슬러 ‥ 205
ㆍ속물 비판 ‥ 208
ㆍ다양성의 상실 ‥ 210
ㆍ기하학의 정신 ‥ 211
ㆍ지루함 ‥ 213
ㆍ엄청난 지루함에 대항한 낭만주의적 신 ‥ 218
ㆍ서정적 가정(假定) ‥ 219

제11장
ㆍ낭만주의적 방랑의 시작과 중단 ‥ 221
ㆍ아이헨도르프의 상쾌한 여행 - 사이렌의 노래 ‥ 223
ㆍ신앙 ‥ 224
ㆍ창가에서 ‥ 225
ㆍ시인과 그 동료들 ‥ 226
ㆍ삶의 문학 ‥ 228
ㆍ경건한 아이러니 ‥ 231
ㆍ타우게니히츠 - 예수의 모습을 한 바보 ‥ 232
ㆍ호프만의 가벼운 터치 ‥ 233
ㆍ뿌리내리지 않고 ‥ 234
ㆍ유희자 ‥ 235
ㆍ공포의 미학 ‥ 236
ㆍ낙원도 지옥도 바로 곁에 ‥ 237
ㆍ브람빌라 공주의 큰 웃음 ‥ 239
ㆍ회의적 몽상가 ‥ 244

제2부 낭만적인 것
제12장
ㆍ이념의 혼란에 대한 회고 ‥ 247
ㆍ낭만주의 비판가 헤겔 ‥ 249
ㆍ세계정신의 명령과 교만한 주체 ‥ 250
ㆍ비더마이어와 청년독일파 ‥ 252
ㆍ참된 현실로의 도정과 폭로 경쟁 ‥ 256
ㆍ천상세계에 대한 비판, 지상과 몸의 발견 그리고 슈트라우스와 포이에르바흐 ‥ 259
ㆍ마르크스 ‥ 262
ㆍ전선 사이의 하이네 ‥ 265
ㆍ낭만파에게 주는 이별노래와 꾀꼬리에 대한 변호 ‥ 269
ㆍ인류의 해방전쟁에 참여한 병사, 그리고 시인 이외에 아무 것도 아닌 존재 ‥ 271

제13장
ㆍ청년독일파의 바그너 ‥ 275
ㆍ파리의 리엔찌‥ 276
ㆍ드레스덴의 낭만주의 혁명가‥ 277
ㆍ초기 낭만주의의 꿈 실현 - 새로운 신화‥ 278
ㆍ니벨룽겐의 반지‥ 282
ㆍ어떻게 자유로운 인간이 신들의 멸망을 초래하는가‥ 283
ㆍ반자본주의와 반유대주의‥ 286
ㆍ신비로운 체험‥ 288
ㆍ트리스탄과 낭만적인 밤‥ 290
ㆍ상징주의적인 도취‥ 292
ㆍ감각에 대한 총공격‥ 293

제14장
ㆍ바그너를 경유한 니체 - 최초로 예술의 세계를 세계일주하다 ‥ 295
ㆍ반낭만적인 시대정신 ‥ 297
ㆍ유물론 ‥ 299
ㆍ리얼리즘, 역사주의 그리고 노동의 세계 ‥ 300
ㆍ디오니소스적인 것이 지배하는 낭만주의 ‥ 305
ㆍ세계언어 음악 ‥ 306
ㆍ니체, 바그너에게서 등을 돌리다 - 구세주로부터 해방 ‥ 311
ㆍ현세에 성실히 머물다 ‥ 318
ㆍ헤라클레이토스와 실러의 유희하는 ‘세계아이’. ‥ 320
ㆍ아이러니한 저항의 끝 - 붕괴 ‥ 322

제15장
ㆍ삶, 오로지 삶 그리고 청년운동 ‥ 324
ㆍ생활개혁과 란다우어 ‥ 328
ㆍ신비주의의 내습 ‥ 331
ㆍ후고 폰 호프만스탈 ‥ 333
ㆍ라이너 마리아 릴케 ‥ 337
ㆍ슈테판 게오르게 ‥ 338
ㆍ빌헬름 황제의 무대 마술 - 전함을 건조하는 강철 낭만주의 ‥ 341
ㆍ1914년의 이념들과 전쟁 기간 중의 토마스 만 ‥ 343
ㆍ윤리적 분위기, 파우스트적 향기, 십자가, 죽음 그리고 무덤 ‥ 346

제16장
ㆍ마의 산에서 평지로 ‥ 351
ㆍ랑에마르크 ‥ 352
ㆍ두 세계 사이의 방랑자 ‥ 352
ㆍ두 명의 모험가들, 에른스트 융어와 프란츠 융 ‥ 353
ㆍ튀링엔의 댄스 열풍 ‥ 360
ㆍ동방여행 ‥ 364
ㆍ엄격한 즉물주의 ‥ 367
ㆍ위대한 순간 기다리기 ‥ 370
ㆍ공화국 말기의 폭발적인 의고주의 ‥ 373
ㆍ하이데거의 정치적 낭만주의 ‥ 374

제17장
ㆍ비난 받는 낭만주의 ‥ 376
ㆍ나치즘은 얼마나 낭만주의적이었나? ‥ 379
ㆍ나치 문화기관 내에서 낭만주의에 대한 논쟁 ‥ 382
ㆍ나치 모더니즘 - 강철 같은 낭만주의 ‥ 383
ㆍ제3제국의 낭만주의 ‥ 384
ㆍ뉘른베르크 ‥ 385
ㆍ전사(前史)로서의 낭만주의적 정신 태도 ‥ 386
ㆍ디오니소스적인 삶 또는 생물학주의 ‥ 387
ㆍ세상과의 동떨어짐과 세속의 경건화, 그리고 세상을 파괴하는 광란 ‥ 389
ㆍ‘야만적인 사건’을 고상하게 해석함 - 하이데거의 예 ‥ 391
ㆍ히틀러와 낭만주의의 망상 ‥ 397
ㆍ환상과 진실 ‥ 399

제18장
ㆍ몰락 그리고 몰락에 대한 낭만주의적 해석 - 토마스 만의 파우스트 박사 ‥ 401
ㆍ야만적인 사건에 대한 고상한 해석 ‥ 405
ㆍ각성 ‥ 408
ㆍ회의적인 세대 ‥ 408
ㆍ제2의 신즉물주의 ‥ 409
ㆍ아방가르드 ‥ 410
ㆍ기술과 대중 ‥ 412
ㆍ아도르노와 겔렌의 논쟁 ‥ 415
ㆍ68학생운동은 얼마만큼 낭만적이었나? ‥ 417
ㆍ낭만주의와 정치에 대하여 ‥ 425

인용문헌 | 428
미주 | 448
인물색인 | 4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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