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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고코로

유리고코로

  • 누마타 마호카루
  • |
  • 서울문화사
  • |
  • 2012-05-10 출간
  • |
  • 332페이지
  • |
  • ISBN 9788926393253
★★★★★ 평점(10/10) | 리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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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저처럼 아무렇지 않게 살인을 하는 사람은 뇌 구조가 다른 걸까요?”

‘2012 오오야부 하루히코’ 대상
‘2012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5위
‘2012 일본 서점 대상’ 6위

일본에서 ‘누마타 붐’을 일으킨 작가, 누마타 마호카루의 국내 첫 소개작!

2011년과 2012년, 일본 문단에서 연일 화제를 불러 일으켰던 소설가 누마타 마호카루의 미스터리 소설 『유리고코로』가 국내에 출간되었다.
누마타 마호카루는 장편소설 『9월이 영원히 계속되면(九月が永遠に續けば)』으로 제5회 호러서스펜스대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이후 발표하는 작품마다 탄탄한 완성도를 선보이며 많은 독자를 매료시켰다. 2011년에 발간한 『유리고코로』로 ‘뒤늦게 꽃을 피운 슈퍼스타’라는 찬사를 받았고, 일본 전역에서 ‘누마타 붐’을 일으키며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2012년에는 최고의 미스터리, 하드보일드 소설에게 수여하는 ‘오오야부 하루히코 대상’을 수상했으며,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5위, ‘일본 서점 대상’ 6위, ‘이 미스터리가 읽고 싶다’ 9위에 올랐다.
이렇게 각광을 받고 있는 문학계 슈퍼스타의 나이는 놀랍게도 예순이 훌쩍 넘었다. 신인 작가라고 불리는 칭호가 무색할 정도로 세련되고 섬세한 문장과 이야기를 끌고 가는 탄탄한 구성을 선보이는 능력은 주부, 승려, 회사 경영을 거치며 살아온 인생의 내공에서 뿜어져 나온 것이 아닐까.

탁월한 심리묘사로 잘 짜인 한 편의 드라마를 완성하다

애완동물 개를 돌봐주고 훈련시키는 가게를 운영하며 평온하게 살아가던 료스케에게 어느 날 갑자기 불행이 잇따라 닥쳐온다. 약혼녀 치에가 실종되고 아버지는 췌장암 말기 판정을 받은 것.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어머니는 교통사고로 허무하게 사망한다. 믿을 수 없는 현실 앞에서 료스케는 하루하루를 간신히 버텨나간다.
병세가 짙은 아버지를 만나러 집에 들른 료스케는 서재에서 우연히 이상한 것들을 발견한다. 그것은 검은 머리털이 담긴 낡은 핸드백과 여백이 없을 만큼 빽빽한 글자로 가득한 빛바랜 노트 네 권이였다.
료스케는 어린 시절 어머니가 뒤바뀐 기억을 가지고 있다. 오랫동안 병원에 입원해 있다가 집에 돌아오니 모르는 여자가 어머니 행세를 하고 있었던 것. 수차례 어머니가 아니라고 말했으나 집안의 어떤 누구도 료스케의 말을 두둔하지 않았다. 결국 료스케는 그 여자를 어머니를 받아들이기로 했지만 풀리지 않은 의문은 머릿속에 여전히 남아 있었던 것이다.
료스케는 두근거리는 마음을 억누르고 노트를 읽기 시작한다. 내용은 놀랍게도 살인을 고백하는 생생한 수기였다. 대체 누가 이런 글을 쓴 것일까? 검은 머리털은 무엇을 의미하나? 료스케의 과거 기억과 맞물려, 노트를 한 권씩 읽어나갈 때마다 평범하게 여겨왔던 가족의 숨겨진 이야기가 보일 듯 말 듯 다가온다.

“그날 밤 모든 것은 부서지기 직전의 마지막 반짝거림에 휩싸여 있었다. 그 기억은 앞으로도 틀림없이 내 머릿속을 한없이 헤맬 것이다.”

평온한 삶의 이면에 녹아들어 있던 진실, 감추고 싶던 치부가 드러난다

『유리고코로』는 미스터리 소설 특유의 긴장감과 속도감을 팽팽하게 유지한다. 이는 중간 중간 삽입된 정체 모를 수기 덕분이다. 담담하면서도 엄중한 필체로 쓰인 이야기는 읽을수록 허구가 아닌 누군가의 고백이라는 확신을 갖게 한다. 누구나 누리는 시간의 흐름과 일상이 당연하지 않았던 사람, 사람을 누구보다 깊이 이해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해하지 못했던 사람, 자신만의 곤고한 세계를 가진 사람이 쓴 글이기에 몰입하게 된다. 결말에 다다를수록 수기의 주인공은 쉽사리 정체를 드러내지 않지만, 거짓 인생을 끝내고 평온한 삶에 녹아들었던 진실을 속속히 밝히고 싶어하는 마음은 고스란히 전해진다.

“뭐라고 써야 좋을까요. 이런 인간이 될 조짐이랄까. 계기랄까, 잘 설명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만 …(중략)… 의사는 이 아이에게는 ‘……의 유리고코로가 없다’는 식으로 말했습니다. 모두 갖고 있는 것 같은데 왜 내게만 없을까. 무슨 일을 해서든 나도 유리고코로를 갖고 싶다고 어렴풋하게나마 늘 생각했습니다. 저는 철들 무렵부터 계속 독특하고 불쾌한 감정 속에 있었습니다. 잘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사포를 핥는 것 같은, 스웨터를 맨살에 입어 가려워 죽을 것 같은 어쨌든 주변의 모든 것이 정체불명의 적의를 품고 무섭게 번뜩였습니다.”

“금이 가는 일을 막을 수만 있다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그것을 위해서라면 어떤 일도 할 수 있습니다. 있는지 없는지 모를 균열도 균열은 균열입니다. …(중략)… 이 욱신욱신 쑤시는 머릿속에 있고, 어둠의 우물과 곧바로 이어져 있습니다. …(중략)… 당신은 살려둬선 안 돼요. 당신에게 죽임을 당하는 것만이 제 구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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