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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와 민족

젠더와 민족

  • 니라유발데이비스
  • |
  • 그린비
  • |
  • 2012-01-30 출간
  • |
  • 280페이지
  • |
  • 152 X 224 X 20 mm /440g
  • |
  • ISBN 97889768275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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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그린비 ‘트랜스 소시올로지’ 총서 11권. ‘젠더’와 ‘민족/국가’의 문제가 어떻게 교차하며, 어떻게 각각의 위계를 강화시키고 있는지 밝히는 책이다. 이 책은 또한 오늘날 인종ㆍ계급ㆍ직업 등 다양한 사회적 분할이 서로를 강화시키며 여성들 간의 위계를 구성하는 방식에도 주목하고 있다.
저자는 다양한 상황에 처한 여성들 간의 연대 가능성을 모색하면서, 근대 ‘민족/국가’의 담론에서 배제되고 통제되었던 이들 간의 ‘차이’를 드러내고, 다양한 정체성들을 가로질러 연대하는 ‘횡단의 정치’(transversal politics)를 주창한다. 이 책은 ‘횡단의 정치’라는 개념을 가장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는 저서로, 페미니즘 정치학에 머무르지 않고 오늘날 다양한 소수자 정치학에 많은 참조점을 제공하고 있다.

여성주의는 왜 다시 ‘민족’을 사유해야 하는가?
경계를 가로지르는 ‘횡단의 정치’를 말한다!!

민족이냐, 여성이냐. 이는 20년 동안 일본군 위안부 할머님들과 함께 싸워 온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가 줄곧 맞닥뜨려 왔던 문제다. 한편에선 여성의 문제라기보다는 우리 민족의 문제라고 언성을 높였고, 또 다른 한편에선 민족주의적 사고에서 벗어나 더 폭넓은 여성들 간의 연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 줄 수도 없는 상황 속에서, ‘젠더’와 ‘민족’이란 키워드는 많은 이들에게 풀리지 않는 숙제처럼 자리 잡아 갔다. 얼마 전 광복회와 순국선열유족회 등의 조직이 ‘독립운동을 폄하시키고, 순국선열의 명예를 훼손한다’는 이유를 들어 서대문 독립공원 내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 건립을 반대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불편한 문제는 또 다시 우리 앞에 출현했다. 이 사건은 여성이 민족으로서 존재하되, 민족의 주변부에 놓일 수밖에 없는 상황을 우리에게 단적으로 보여 주었다.
그렇다면 민족이라는 정체성에서 벗어나 모든 여성은 연대할 수 있는가. 한국 재벌 가문에서 태어나 대기업 임원직을 맡고 있는 여성 A, 필리핀에서 태어났지만 현재 미국에서 가사도우미로 일하며 수입의 상당 부분을 필리핀 가족들에게 보내고 있는 여성 B, 이슬람의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평생을 엄혹한 근본주의와 가부장제의 그늘 아래 살고 있는 여성 C, 평화 운동가인 여성 D와 군 고위급 장교인 여성 E. 그리고 그 밖의 다른 여성들……. 이들은 공통의 지점을 통해 연대할 수 있는, ‘같은’ 여성이라 할 수 있을까?
이 책 『젠더와 민족』(Gender and Nation)은 ‘젠더’와 ‘민족’의 문제가 교차되면서 각각의 위계 관계를 강화시키는 방식에 주목한다. 그리고 동시에 인종?계급?직업 등 다양한 사회적 분할이 서로를 강화시키며 여성들 간의 위계를 구성하는 방식에도 주목하고 있다. 이 책은 여전히 많은 여성들이 개별 민족의 담론 안에서 억압과 통제를 견뎌야 하는 상황과, 민족이라는 정체성에서 벗어난다 하더라도 수많은 분할들에 따라 차별적인 위치를 점하게 되는 상황을 나란히 보여 주면서, 여성들 간의 연대가 어떻게 가능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우리에게 던진다. 니라 유발-데이비스(Nira Yuval-Davis)는 바로 이러한 문제의식하에 다양한 정체성들을 가로질러 여성들이 연대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으며, 그 방안으로서 ‘횡단의 정치’(transversal politics)를 주창한다. 『젠더와 민족』은 ‘횡단의 정치’라는 개념을 가장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는, 저자의 대표 저서이다.
‘횡단의 정치’는 특정 성, 인종, 민족 등의 정체성을 앞세워 배타적인 권익을 주장하는 ‘정체성의 정치’와 대조되는 개념으로, 정체성의 차이를 토대로 하면서도 동시에 타자를 배제하거나 위계를 구성하지 않는 방식으로 인간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렇기에 이 책은 페미니즘 정치학에 머무르지 않고, 오늘날 다양한 소수자 정치학에 많은 참조점을 제공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우리가 추상적이고 무비판적인 연대의 함정이나 연대의 불가능을 점치는 회의주의의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더 나아가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각각의 정체성이 교차하는 접합 지점에서 서로 연대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좋은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다.

민족 안에서 여성은 어떤 존재인가?

여성으로서 나는 조국이 없다. 여성의 조국은 세계다. ― 버지니아 울프

다양한 사회에서 정치가들은 여성에게 ‘민족/국민의 재생산자’로서의 역할을 부여해 왔다. 민족과 국가를 존속시키고 이 경계를 공고히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일정 수 이상의 구성원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재생산’에 인구 재생산만이 포함된 것은 아니었다. 민족의 정체성을 다른 집단과 구별시켜 줄 전통 문화를 후대에 전수해 줄 사람도 필요했다. 여기서도 여성은 민족 문화를 재생산하고 재현하는 몸으로 여겨졌다.

▶ 국민의 재생산자로서의 여성
상당수의 민족 집단체, 그리고 민족국가들은 ‘순수혈통’이라는 신화에 기반하여 그 경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그 신화를 공고히 하기 위해서는 인구의 재생산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이 책의 2장은 민족/국민의 재생산자로서 여성의 섹슈얼리티가 통제되고 억압받는 메커니즘에 주목한다. 재생산자로서의 여성은 민족 집단체 밖의 다른 종(種)과 관계를 맺어서는 안 되며, 피임이나 낙태와 관련한 일체의 권리를 보장받을 수 없게 된다. 이러한 섹슈얼리티에 대한 억압은 역사적으로 특히 소수인종, 소수민족, 제3세계 여성들에게 더 많이 가해지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 같은 사례에는 나치의 우생학적 인구정책뿐 아니라, 미국에서 흑인 공동체에게 시행한 피임(불임)장려 정책도 포함된다. 한편 민족/국가 간 전쟁 중에 ‘인종청소’의 일환으로 집단강간이 벌어지기도 하는데, 여기에는 타민족의 ‘순수혈통’을 오염시킨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담겨 있었다.

▶ 민족 문화의 재현체로서의 여성
민족 집단체를 외부 집단으로부터 구분시켜 주는 문화적 경계를 구축함에 있어서, 젠더 상징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한 사회 안에서 남성성/여성성이라고 구성되어 온 것들을 공고히 지키는 것이 바로 전통이고 민족 고유의 문화라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이 책의 3장은 상징적 ‘경계 수비대’이며 집단 문화의 재현체로서 여성의 역할에 대해 다룬다. 지금도 종종 제3세계 민족 집단체 안에서 행해지는 ‘명예살인’과 같은 행위는 여성을 민족의 전통과 명예 수호자로서 바라보는 데서 기인한 극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전통’에서 벗어난 행동은 곧 민족(가족/친족)의 명예를 더럽히는 일로 간주되었고, 그로 인한 폭력들은 집단체 안에서 손쉽게 정당화되곤 했다.

저자는 이처럼 생물학적으로, 문화적으로 민족의 경계를 재생산하는 역할을 맡은 여성들이 대체로 남성에 비해 강압적인 정책과 폭력에 취약한 위치에 놓일 수밖에 없음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동일한 민족의 범주에서 벗어난 이들(예컨대 혼종들), 그리고 집단 외부의 수많은 타자들 역시 여성들과 마찬가지로 취약한 위치에 처해 있음을 밝힌다.

여성은 완전한 시민/국민일 수 있는가?

모든 인간이 자유롭게 태어난다고 했으면서도, 모든 여성이 노예로 태어나는 이유는 무엇인가?
― 메리 아스텔
오직 소수의 사람들만이, 아마도 세계의 소수 국가들에서, 적극적 시민권의 지위를 지니게 된다.
― 니라 유발-데이비스

루소는 일찍이 인간은 날 때부터 평등한 권리를 갖고 태어나며, 이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국가(사회)와 계약을 맺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그가 말한 시민 개념은 애초부터 ‘남성’을 상정하고 있으며, 여성, 이방인 등은 여기에 포함되지 않았다. 루소의 이론 외에도 많은 보편적 시민권 담론은 이처럼 주변의 수많은 ‘타자’들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다양한 인종, 민족, 계급들이 교차하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시민권은 더더욱 뜨거운 주제가 되어 가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같은 물리적 영토 안에 살고 있다고 해서 모든 이에게 똑같이 ‘시민권’이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현실에서 시민권은 성(性), 인종, 출신민족, 재산의 많고 적음 등 다양한 조건들에 따라 달리 주어진다. 하지만 ‘모두가 평등한 시민/국민’이라는 보편적 시민권 담론의 환상은 이 범주에서 벗어난 이들에게는 기본적인 권리조차 주어지지 않는 현실을 은폐한다. 아직까지 투표권을 보장받지 못한 채 불완전한 시민권을 구성하고 있는 제3세계 여성들, 형식적으로는 완전한 시민권을 보장받고 있지만 병역 등에 있어서 여전히 수동적인 시민권을 구성하고 있는 제1세계 여성들, 시민권은커녕 기본적인 인권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한국의 결혼 이주민 여성들, 취약한 이주노동 환경에서 일을 하고 있는 소수인종과 소수민족의 구성원들……. 보편적 시민권 담론의 환상은 이러한 차이들이 표면화되었을 때, 비로소 해체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공공 영역이 점차 축소되고 시장의 영역이 확대됨에 따라 ‘적극적인’ 시민권을 보장받을 수 있는 이들은 더더욱 극소수밖에 남지 않았다. 이는 공식적으로는 시민의 지위를 가졌다 하더라도 사회적으로 받는 혜택은 점차 줄었다는 이야기다(루스 리스터의 말마따나 “가난하다는 것은 조건부 시민권을 참아내는 것”이 되어 버렸다). 이에 따라 사회의 주변부는 점차 늘어나게 되었으며, 남성들보다는 여성을 비롯한 다양한 타자들의 취약성이 더욱 심화되었다. 저자는 전 지구적인 추세이기도 한 이러한 시민권 양상의 변화를 세밀하게 포착해 내고 있으며, 지구적 위기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방법론을 모색한다.
‘여성은 완전한 시민/국민일 수 있는가?’라는 물음은 ‘(거의) 모든 여성은 완전한 시민/국민일 수 없다’라는 절망적인 대답으로 우리에게 되돌아온다. 국민의 재생산자, 민족 문화의 재현체로서 여성은 민족과 국가 담론의 중심에 늘 서 있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온전한 시민/국민일 수는 없었던 것이다. 여성은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정치적 주체일 수 없는 것일까? 관점을 바꾸어 민족과 국가 담론 바깥에서 사유를 한다면 여성들은 오히려 더 많은 타자와 연대할 수 있는 주체가 될 수 있다. 그에 따라 우리가 품게 될 물음 또한 이렇게 바뀔 것이다. 다양한 상황들 속에서 완전한 시민일 수 없는 여성들, 그리고 주변부 타자들 간의 연대는 어떻게 가능할 것인가?

차이와 경계를 가로질러 연대하라 ― ‘횡단의 정치’

저자는 다양한 상황 속에 처한 타자들 간의 연대를 위한 방안으로 ‘횡단의 정치’를 제안한다. 횡단의 정치를 위해서는 우선 민족, 국가의 담론 안에서 여성을 비롯한 다양한 타자들이 취약한 위치에 놓일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여기서는 오히려 차이를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중요하다. ‘평등, 동일함’이라는 신화를 걷어 냈을 때, 민족 담론하에서 은폐되었던 각기 다른 어려움들이 드러나게 되기 때문이다. 저자는 여기서 비로소 ‘차이와 경계를 가로지르는’ 연대의 지점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제3세계 여성들이 놓인 상황들을 고려하지 않은 채 ‘계몽’의 의지만을 앞세웠던 제1세계 페미니스트들과 제3세계 페미니스트들 간의 갈등을 기억하고 이를 경계한다. 그리고 제3세계 안에서도 소수의 엘리트 여성들이 그 집단의 모든 여성을 대표(representation)하는 것 역시 경계한다. 하나의 강력한 목소리가 다양한 목소리들을 억압하고 은폐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나의 목소리나 이데올로기로 환원될 수 없는 다양성. 이를 위해 저자가 제안하는 주된 방법은 다름 아닌 ‘대화’이다.

횡단의 대화는 정착과 이동의 원칙에 근거해야 한다. 즉, 자신의 경험을 중심으로 하면서 대화상대자의 다른 입장에 감정이입하고, 이로써 참여자들은 헤게모니의 좁은 시야와는 다른 관점에 도달할 수 있다. 대화의 경계는 전달자가 아닌 전달 내용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대화의 결과는 여전히 다른 입장을 지닌 사람들과 집단들을 위한 다른 기획이 될 수도 있다. (본문 162쪽)

횡단의 정치는 고유한 정체성 자체를 부정하라고 하지는 않는다. 다만 그 정체성을 중심으로 사고하고 연대하는 것을 지양하자고 말한다. 이미 ‘닫힌(달리 말하면 완성된)’ 정체성의 범주 안에서 사고하는 것은 또 다른 타자들을 배제시킬 뿐이기 때문이다. 니라 유발-데이비스는 이들이 공유하는 지식, 대화, 공동체 모두 ‘미완’일 수밖에 없음을 강조한다. 이는 달리 말하면 이 정치 기획이 언제든 수정될 수 있으며, 누구든 참여할 수 있다는 말일 것이다. 이 책의 저자를 포함한 횡단의 정치가들에게 ‘마지막 목표’란 없다. 횡단의 정치는 늘 길 위에서 진행 중이어야만 한다.

▶ 추천사

<젠더와 민족>은 우리가 비판하면서도 넘어서지 못하는 “민족”이라는 거대 담론, “한 핏줄?공동의 운명”이라는 신화가 여성의 삶과 현실을 어떻게 구성하는지 비판적으로 분석한다. 이 신화는 지구의 수많은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실천되고 있다. 비판과 대안조차도 이 신화를 실어 나른다. 반영하고 경쟁하고 변용하고 차이를 만들면서, 민족이라는 신화가 삶을 잠식한다. 그러나 이 책은, 민족국가라는 이념이 문화전통과 지역의 역사에 따라 서로 다르게 현실화되는 다양한 사례들을 인용함으로써, 현실과 이념, 삶과 상징, 경제적 실천과 신화 언어 사이의 간극을 드러낸다. 해체는 거기서 시작된다.
니라 유발-데이비스는 현재의 지구적 위기현실에 대한 가장 솔직하고 현장에 밀착한 토론은 젠더?인종?계급의 교차 범주를 통해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이 교차 범주가 언어나 상징뿐 아니라, 몸과 언어에서 중층적으로 작동하는 권력을 구체적으로 포착하고 비판할 수 있게 해준다. 그 구체성만이 정체성 정치의 위험을 넘어, 차이를 횡단하는 연대의 정치를 가능하게 한다.
― 김애령, 부산대학교 인문학 연구소

이 책은 강력한 민족주의 담론들로 움직이는 한국사회 분석에서 어떻게 젠더가 그것을 관통하며 또한 그것에 균열을 낼 수 있는지를 성찰하고자 하는 이들의 필독서가 될 것이다. 또한 민족 문제를 둘러싼 복잡한 차이와 연대를 다루면서 여성주의자들의 큰 공감을 불러낸 ‘횡단의 정치학’에 대한 저자의 초기적 개념들을 소개하고 있는 텍스트로서도 그 의미가 깊다.
― 허성우, 성공회대학교 NGO대학원 실천여성학전공 주임교수

‘젠더와 민족’. 이것은 일본군‘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활동을 하기 시작한 지난 20여 년 동안 늘 내 머릿속에 ?(물음표)처럼 맴돌던 말이다. 한마디 명쾌한 문장처럼 내 활동에 대한 정의를 만들고 싶었던 것 같다. 이 책을 한글로 출간하는 일을 맡은 박혜란 선생님으로부터 추천의 글을 부탁한다는 연락이 왔을 때 고민 없이 흔쾌히 받아들였다. 오랫동안 내 머릿속에 맴돌던 고민의 주제였고, 내 삶의 영역에 늘 친숙하게 함께 있었던 주제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추천의 글을 쓰려고 시작했을 때부터 몇 날 동안 이 글을 내가 쓰는 것이 맞는가를 가지고 얼마나 고심했는지 모른다. 그리고 어쩌면 이 책이 번역되어 출간되기를 가장 기다려 온 사람이 바로 나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용기를 내기 시작했다.
‘민족’이라는 범주 속에도, ‘국가’라는 범주 속에도, ‘공동체’라는 범주 속에도 들어갈 수 없었던, 어쩌면 ‘여성’이라는 범주 속에도 포함되지 못했던 여성들이 바로 일본군‘위안부’였다. 내가 처음으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간사로 활동을 시작했던 해에 마침 ‘정신대 신고전화’가 개설되었다. 그 전화통을 자주 울리며 호통치던 할아버지들의 목소리, “민족의 수치야! 뭐가 자랑스럽다고 그렇게 떠들어!” 어느 해 8월 15일, 일본대사관 앞에서 내게 폭력을 휘두르며 폭언을 해대던 어떤 할아버지의 목소리, “저리 가! 뭐가 자랑스럽다고 그 수치스런 일을 이렇게 내세워!”
그런데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사람들의 인식이 달라지고, 국제사회가 관심을 갖게 되고, 피해를 입은 여성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게 되자 이런 할아버지들의 목소리가 우리 앞에서 사라져 갔다. 현재에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세계의 전쟁과 무력갈등, 그 전쟁 속에서 폭력을 당하고 있는 여성들의 이슈와 일본군‘위안부’ 문제가 연계되면서 국제사회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고, UN과 ILO, 세계 곳곳으로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에게 법적 배상을 요구하는 운동이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일본 우익들의 협박전화를 빼고는 더 이상 정대협 사무실에 초기와 같은 전화를 거는 할아버지들이 없었다. 일본군‘위안부’에 대한 한국사회의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고 판단할 정도였다.
그런데, 일본 우익도 아닌 한국의 광복회와 순국선열유족회 등 일제 치하에서 조선의 독립을 위해 투쟁했던 독립운동가들과 그 유가족들의 조직이 다시금 우리 사회의 인식을 그대로 드러내 주었다. 서울 서대문독립공원에 일본군‘위안부’의 역사를 기억하고, 피해자의 인권회복과 평화를 위해 연대하며 활동할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을 건립하려 하자 이를 저지하고 나선 것이다. 서대문 독립공원 내에 ‘위안부’ 박물관을 건립하는 것은 몰역사적인 행위로서 독립운동을 폄하시키는, 순국선열에 대한 명예훼손이라는 것이다. 기자회견을 공개적으로 하기도 하고, 정대협 사무실에 대여섯 명이 방문해서 협박과 으름장을 놓던 할아버지들, 그 모습은 20년 전의 모습과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었다.
생각해 보면 우리의 싸움은 일제의 과거 만행을 청산하는 싸움이기도 했고, 전쟁에 대항하는 싸움, 전쟁을 일으킴으로 이익을 취하는 자들, 그런 군국주의자들과 제국주의자들에 대항하는 싸움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렇게 가부장제적인 체제 아래서 ‘선별받은’ ‘민족’처럼 군림하던 사람들과의 싸움이었다. 출발 자체가 그렇게 민족, 사회, 우리 등 어떤 범주에도 속하지 못했던 여성들의 이야기,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당시 진보적인 여성운동가들이 여성연구자들과 함께 시작한 것이 바로 정대협 운동이었다.
이렇게 바로 한국의 현대역사 속에서 ‘여성’으로, ‘나’로 살아온 지난 시절 경험을 더듬어 보니 그 기억 자체가 바로 추천의 글이다 싶다. 나뿐만 아니라, 5,60년대에 태어나서 박정희 군사독재정권과 전두환 군사독재정권을 거쳐, 민주화운동 과정을 거쳐 지금을 살며, 여전히 ‘민족’과 나, 군대와 나, 국가와 나를 놓고 갈등하며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공통으로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집단의 유무형의 폭력에 저항하며 그 속에서 끊임없이 여성의 목소리를 내려고 애쓰는 여성운동 현장 활동가들에게 길잡이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그것이 결국 지난 시기, 우리의 고민의 범주에도 포함될 수 없었던, 그래서 지금의 우리 가슴에 더 무거운 책임감으로 안겨 있는 일본군‘위안부’ 할머니들, 기지촌 여성들이었던 할머니들, 그리고 지금 계속 그 길에서 주홍글씨 낙인이 찍힌 채 살고 있는 여성들에게 좋은 에너지로 투사되길 빈다.
― 윤미향,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상임대표의「추천글」 중에서


목차


서문

1장 _ 젠더와 국가의 이론 정립
여성과 젠더 관계 분석 l 민족과 국가의 이론 정립
민족화된 젠더 그리고 젠더화된 민족

2장 _ 여성과 생물학적 국민 재생산
혈통과 소속 l 인구의 힘 l 우생학 담론
맬서스 담론 l 사회적 맥락
결론의 말 : 재생산권, 국민 재생산 그리고 페미니즘 정치

3장 _ 문화 재생산과 젠더 관계
문화의 개념 l 문화적 차이와 ‘타자’
인종차별주의와 섹슈얼리티 l 동화주의와 분리주의
다문화주의와 정체성 정치 l 문화 변화와 근대성
근본주의와 근대성 l 세계화와 문화 l 결론

4장 _ 시민권과 차이
시민권, 국가주의 그리고 공동체 l 사회적 권리와 사회적 차이
공적인 것과 사적인 것 l 적극적/소극적 시민권
시민권의 권리와 의무 l 결론

5장 _ 젠더화된 군대, 젠더화된 전쟁
군복무와 시민권 l 현대 전쟁과 여성의 군 편입
군인으로서의 여성 l 병역과 여성의 권리
젠더화된 구성물로서의 전쟁 l 여성의 정치와 반전 운동
결론

6장 _ 여성, 민족성 그리고 세력화: 횡단의 정치를 위하여
페미니즘과 민족주의 l 정체성 정치와 다문화주의
국제 여성 활동 l 반발 l 포스트모더니즘 페미니즘?
횡단의 정치 l 권말에 부쳐

참고문헌 l 옮긴이 후기 l 찾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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