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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의 유혹

여행자의 유혹

  • 미노
  • |
  • 좋은생각
  • |
  • 2010-07-30 출간
  • |
  • 255페이지
  • |
  • 134 X 198 mm
  • |
  • ISBN 97889919346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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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다만 내가 아는 한 가지는,
만약 외로움에 지쳐 사람이 사무치도록 그리운 이가 있다면
훌쩍 그곳으로 떠나 보라는 것.
그리하여 그곳 어느 거리나 광장을 서성대라는 것.
그러면 틀림없이 누군가 당신을 부르고, 차를 권하고, 집으로 초대하여,
결국에는 당신 심장 깊은 곳에 그리움으로 남을 것이라는 사실뿐.” (여행자_양학용)

열혈 여행자 12인의 짜릿한 여행 에세이
이 책은 ‘여행’ 때문에 인생 망친(?) 아니 새로운 인생을 찾은(!) 열혈 여행자 12인이 쓴 재미나고 뭉클한 여행 에세이다. 터키인처럼, 베트남인처럼, 아프리카인처럼, 태국인처럼, 유럽인처럼 살았던 짜릿한 경험들이 가득하다.
방송작가로, 기자로, 샐러리맨으로, 가수로 평범하게 살아가던 이들은 모두 ‘무작정’ 떠났다. 느릿느릿한 길 위의 여행자가 되어 곳곳을 누빈 이들이 겪은 일들은 참으로 황당하고 재미있으면서 동시에 뭉클하다.
국경을 넘기 위해 ‘인순이’(우리나라 가수 인순이)에 대한 질문지를 풀어야 했다. 사람을 잡아먹는 식인종 취급을 받기도 했다. 허허벌판에 똑 떨어뜨려진 적도 있다. 차비를 홀라당 사기당할 뻔했던 일도 있다. 구불구불 낭떠러지 같은 길을 다 건너오자마자 바퀴가 터져서 천만다행인 적도 있다. 환전하지 못해 쩔쩔맨 적도 있고 한여름에 크리스마스를 맞기도 했다. 값싼 랍스터를 찾아 칠레 땅 끝까지 간 적도 있다.
그럼에도 즐겁게 여행을 이어갈 수 있었던 건, 낯선 이방인을 따뜻한 마음으로 맞아 준 ‘그곳 사람들’과 ‘그곳 풍광’ 때문이다. 입으로 하는 말은 알아들을 수 없어도 눈빛은 통하기에, 따뜻한 차 한 잔이 마음을 녹였다. 악의 무리를 무찌르듯이 모두 낯선 이방인의 편에 서 주기도 했다. 쫄쫄 굶는 형편을 안 듯 한 끼 밥을 사 주기도 했다.
돌아와서, 여행자들은 고백한다. 비로소 새로운 나를, 새로운 삶을, 새로운 세계를 알았다고. 아니 지금도 알아가고 있다고. 아직 끝이 아니라고. 이들의 여행은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에.
한 번 짐을 꾸려 본 이들은 알 것이다. 단 한 장의 사진이, 단 한 사람에 대한 기억이 또 다시 우리 엉덩이를 들썩이게 한다는 것을. 여행은 돌아올 곳이 있어서 더욱 행복한 것이고, 또한 언제든 다시 떠날 수 있기 때문에 더더욱 행복한 것이라는 사실을.
이 책에서 내로라하는 여행가들이 우리 마음을 슬쩍 여행지로 훔쳐 갈 책이다. 단 한 장의 사진이, 단 한 사람에 대한 이들의 기억이 우리 엉덩이를 들썩이게 할 것이다. “이제, 그대 차례이다.”

여행서의 진화, 그 마지막 지점에 있는 열혈 여행자 12인의 짜릿한 가출 일기
바야흐로 휴가철이다. 저마다 다양한 콘셉트의 여행서들이 쏟아져 나온다. 어떤 책은 새로운 정보 전달에 충실하고, 어떤 책은 특정 여행지에 대한 저자의 감상이 가득하다. 갈수록 세분화, 다양화 되고 있다. 특정 도시, 특정 지역을 자세히 소개하는 책이 많아졌다. 맛집, 빵집, 와인, 서점, 카페, 박물관, 사찰 등 테마 여행서의 주제도 다양해졌다. 무조건 비행기 타고 해외로 떠나는 여행이 아니라, 걷기 여행, 자전거 여행, 버스 여행, 지하철 여행서까지 등장하는 시대다. 누구와 함께 하느냐에 따라 가족 여행이 되기도 하고 홀로 여행이 되기도 한다.
바야흐로 지금은 노마디즘의 시대다. 우리는 머물기보다 떠나기를 갈구한다. 생활 곳곳에서 떠나기에 편리한 도구들이 등장한다. 각종 여행서들이 그 가이드 역할을 자처한다.
그러나 정작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늘 떠남을 향한 마음뿐, 정작 지구 한 모퉁이 대한민국에서 벗어난 적이 손꼽는다. 이 책은 열혈 여행자 12인이 바로 당신을 위해 쓴 글들이다. 여행서들이 쏟아져 나올 때마다, 휴가철이 될 때마다 마음이 싱숭생숭해지지만 정작 현실의 그 어떠함을 떨쳐 버리기 힘들었던 당신을 위한 책이다.
이 책은 한 입으로 특정 지역을 안내하는 책이 결코 아니다. 어느 한 곳을 다녀온 뒤 쓴 보도서 같은 책도 아니다. 다만 이들은 자신을 낯선 환경에 내던졌을 때 경험한 아찔했던 순간, 짜릿했던 순간, 가슴 뭉클했던 순간들을 자분자분 이야기한다. 그 이야기들을 따라가다 보면, 방송작가로, 기자로, 샐러리맨으로, 가수로 평범하게 살아가던 이들이 왜 다시 떠날 수밖에 없는지가 보일 것이다. 이들의 고백을 읽으며 어느새 당신은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될 것이다.
단 한 장의 사진을 보고 마음이 흔들려 짐을 꾸려 본 적 있는가? 전혀 예상치 못한 황당한 상황을 몸으로 즐겨 본 적 있는가? 단 한 사람 때문에 피로가 눈 녹듯 사라지는 경험을 한 적 있는가? 신기루처럼, 풍경에 혹은 사람에 황홀하게 홀린 적 있는가? 낯선 이방인의 손길 덕분에 아직도 세상이 살 만한 곳임을 실감한 적 있는가? 진정, 당신 자신을 만난 적 있는가?

단 하루라도! 터키인처럼, 베트남인처럼, 아프리카인처럼, 유럽인처럼 살아 봐!
방송작가로, 기자로, 샐러리맨으로, 가수로 평범하게 살아가던 이들. 그들은 모두 ‘무작정’ 떠났다. 단 한 장의 사진에 홀려, 자유를 향한 내면의 갈망을 외면할 수 없어서, 자신이 쓰는 방송 대본보다 시시한 일상을 참을 수가 없어서. 느릿느릿한 길 위의 여행자가 되어 이들이 경험한 일들은 참으로 황당하고 재미있으며 동시에 가슴 뭉클하다.
주머니는 비어 있는데 발이 묶여 순식간에 쫄쫄 굶어야 할 상황에 놓이기도 했다. 국경을 넘기 위해 ‘인순이’(우리나라 가수 인순이)에 대해 묻는 질문지를 진지하게 풀어야 했다. 사람을 잡아먹는 식인종 취급을 받기도 했다. 허허벌판에 뚝 떨어뜨려진 적도 있다. 차비를 홀라당 사기당할 뻔한 일도 있었다. 구불구불 낭떠러지 같은 길을 다 건너오자마자 바퀴가 터져서 천만다행인 적도 있다. 환전하지 못해 쩔쩔맨 적도 있고 한여름에 크리스마스를 맞기도 했다. 값싼 랍스터가 있다는 말에 혹해 무작정 칠레의 땅 끝까지 간 적도 있다.
그럼에도 즐겁게 여행을 이어갈 수 있었던 건, 낯선 이방인을 따뜻한 마음으로 맞아 준 ‘그곳 사람들’과 ‘그곳 풍광’ 때문이다. 입으로 하는 말은 알아들을 수 없어도 눈빛은 통하기에, 따뜻한 차 한 잔이 마음을 녹였다. 악의 무리를 무찌르듯이 모두 낯선 이방인의 편에 서 주었다. 쫄쫄 굶는 형편을 안다는 듯 먼저 다가와 한 끼 밥을 사 주기도 했다.

세계는 한 권의 책, 다음 페이지는 당신 몫이다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이렇게 말했다. “세계는 한 권의 책이다. 여행하지 않는 자는 그 책의 한 페이지만 읽을 뿐이다.”
세계 각지를 다니다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온 여행자들은 고백한다. 하나하나 짐을 내려놓듯이 자신을 내려놓았더니 더 큰 세계를 만났다고. 이제야 비로소 새로운 나를, 새로운 삶을, 새로운 세계를 알았다고!
아니, 지금도 알아 가고 있다고, 아직 끝이 아니라고. 왜냐하면 이들의 여행은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에.
한번 짐을 꾸려 본 이들은 알 것이다. 단 한 장의 사진이, 단 한 사람에 대한 기억이 또다시 우리 엉덩이를 들썩이게 한다는 것을. 여행은 돌아올 곳이 있어서 더욱 행복한 것이고, 또한 언제든 다시 떠날 수 있기 때문에 더더욱 행복한 것이라는 사실을.
이 책에서 내로라하는 여행가들이 우리 마음을 슬쩍 여행지로 훔쳐 갈 것이다. 단 한 장의 사진이, 단 한 사람에 대한 이들의 기억이 우리 엉덩이를 들썩이게 할 것이다. “이제, 당신 차례이다.”

<책속으로 추가>
인순이를 모르면 갈 수 없는 에스토니아(미노)
“컴 히어!”
앞자리부터 승객들의 여권을 흘낏흘낏 들여다보던 경찰은 손가락을 까딱하며 내게 따라오라고 말했다. 40여 명의 승객 중에 오로지 나만 국경 초소로 끌려갔다. 한참 동안 내 여권을 샅샅이 뒤져 보던 경찰은 몇 번이나 나더러 한국인이 맞느냐고 물었다. 여권에 ‘한국’이라고 쓰여 있느니 당연히 한국인이지, 달리 ‘한국인’이란 것을 어떻게 증명하란 말인가. 나는 몇 분 동안 “예스! 예스!”를 외쳐 댔지만 경찰은 나를 쉽게 보내 주지 않았다.
그렇게 30분이 흘렀다. 결국 천국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우울한 러시아로 돌아가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하며 울적해져 있는 내게 경찰이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시험이야. 이거 백 점 맞으면 국경을 통과할 수 있어.”
그 종이는 ‘한국인 시험’이라는 시험지로, 문제는 아래와 같다.

1. 다음 중 인순이의 직업은? ①가수 ②정치인 ③화가 ④운동선수
2. 다음 중 여배우가 아닌 사람은? ①심은하 ②전도연 ③이선희 ④고소영
3. 다음 중 한글을 창제한 사람은? ①이순신 ②유관순 ③세종대왕 ④광개토대왕

믿을 수가 없었다. 여기가 정말 입국 심사를 하는 국경 초소가 맞을까? 갑자기 앨리스가 사는 이상한 나라로 잡혀 온 건 아닐까? 대체 이런 시험지는 누가 만들었는지 궁금해서 견딜 수 없었지만 국경 경찰의 무시무시한 눈초리를 보니 물어 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심지어 한 문제라도 틀리면 그 우울하고 외로웠던 러시아로 되돌아가야 한다니 비장함마저 느껴졌다. 혹 틀리기라도 할까 봐 한 문제, 한 문제 풀 때마다 손에 힘이 들어갔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이후, 이렇게 긴장되는 시험은 처음이었다.

로맨틱 코미디보다 미스터리가 좋아(황희연)
내 기준으로 보면, 이탈리아 사람들은 예상을 뒤엎는 짓을 자주 한다. 60대 할아버지가 휘파람을 불며 20대 처녀를 꾀기도 하고, 고상한 아주머니가 아이스크림을 쭉쭉 핥으며 거리를 활보하기도 한다. 예상대로 움직이는 세상보다 예상을 깨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세상은 훨씬 활기차고 흥미롭다. 에너지가 폭포처럼 샘솟는다.
나는 예상을 깨는 사람들을 만났을 때 살짝 흥분하는 경향이 있다. 이것은 영화의 반전을 즐기는 심정과 비슷하다. 멋쟁이 브루노가 그날 저녁 호화로운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대접하겠다고 나섰다면 그건 분명 닳고 닳은 로맨틱 코미디의 재미없는 결말과 비슷했을 것이다.
하지만 브루노는 그러지 않았다. 그는 어이없게도 아무렇지 않게 불법을 저지르는 남자였다. 그에겐 남모르는 사연이 있을 것이고, 내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복잡한 사건에 연루되어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나는 끝까지 살인 미소를 멈추지 않는 브루노를 바라보며 첩보 혹은 미스터리 영화의 한 장면을 상상했다. 이것은 어색하고 지루한 이탈리아 기차 여행에서 가장 흥미진진한 보너스처럼 느껴졌다.
그 덕분에 지나가다 들른 밀라노에서 나는 쓸데없이 오래 머물기로 작정했다. 그것은 예상을 깨는 사람들의 모순과 불규칙을 실컷 관찰하고 싶은 짜릿한 반전의 욕구였다. 내 생각은 틀리지 않았고, 모순과 불규칙함으로 가득 찬 이탈리아는 하루하루 새로운 에너지로 내 앞에 신선한 얼굴을 들이밀었다. 그들의 모순은 말하자면 그들의 에너지인 것일까. 역시 세상은 반전 없는 로맨틱 코미디보다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미스터리로 빠질 때 훨씬 재미있다.

첫 여행의 가르침(이지상)
그렇게 시작한 첫 여행길에서 낯선 사람들을 만났고 작은 사건들이 일어났다. 히치하이킹을 한 차를 타고 태평양이 내려다보이는 수아오꽁루란 해안길을 달리는데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길이 118.5킬로미터로 수아오에서 후알리엔까지 이어진 이 도로는 태평양을 바라보는 절벽을 깎아 만들었는데 여차하면 바다 속으로 처박힐 것 같았다. 창밖으로 바다만 보여서 바다 위를 둥둥 떠가는 기분이 들었다.
수아오에 도착해서 버너에 사용할 가스를 사려는데 말이 안 통하니 동네 사람들이 다 몰려들었다. 수첩에 버너와 음식 냄비가 끓고 있는 그림을 그리자 사람들은 나를 라이터 가스 파는 곳으로 데려가기도 했고, 커다란 프로판 가스를 파는 곳으로 데려가기도 했다. 나중에는 영어를 할 줄 아는 군인까지 동원되었다. 결국 버너는 한 번도 쓰지 못했지만 나를 신경 써 주는 마음들이 고마웠다. 준비가 부족한 여행이어서 늘 헤매고 당황했지만 묘하게도 그때마다 도와주는 사람들이 꼭 나타났다.
후알리엔에 도착해서 타이루꺼 협곡을 올라가는데 19킬로미터의 대리석 협곡의 경치가 기가 막혔다. 수십 길 낭떠러지 밑으로 콸콸 계곡물이 흐르고, 바위산을 뚫어 만든 그리 넓지 않은 길은 구불구불 하늘을 향해 솟아오르고 있었다. 힘은 들었지만 걸음을 옮길 때마다 기쁨이 솟구쳤다. 청량한 공기와 계곡 물소리, 그리고 산의 맑은 정기가 내 몸을 가볍게 했다.
그런데 터벅터벅 걷는 나를 보고 오토바이를 탄 청년 세 명이 다가와 곧 날이 저물 테니 오토바이 뒤에 타라고 했다. 결국 나는 오토바이 꽁무니에 매달려 달리기 시작했다. 아찔했다. 잘못하면 협곡 밑으로 떨어질 수 있는 데도 생각지 못한 인연과 사건을 만나 신나는 여행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 기쁘기만 했다. 협곡 종착점에 있는 텐샹 유스호스텔에 도착해, 우리는 같이 술을 마시고 춤도 추었다. 경찰학교 학생이라는 그들은 다음 날 나에게 두유와 찐빵까지 사 주었다. 그리고 "짜이지엔(다시 만나자)" 이란 인사말을 남기고 떠났다. 그들의 인정에 코끝이 시큰거렸다.

앙코르와트의 미소(박사)
오토바이를 개조하여 만든 삼륜차의 이름은 ‘툭툭’이다. 새벽 일찍 일어나 넓은 지역에 흩어져 있는 사원들을 찾아가고 낮에는 숙소로 돌아와 잠깐 낮잠을 잔 뒤 밥을 먹고 다시 못 본 사원을 찾아 떠나는 강행군 일정은 늘 이 툭툭 기사와 함께한다. 우리의 툭툭 기사 이름은 소카. 숙소에서 소개해 준 사람이었는데, 착한 눈으로 수줍게 웃곤 했다.
어디에나 잡상인들이 있었지만, 앙코르톰 왕궁 정원의 코끼리 테라스 앞 넓은 잔디밭에는 주로 먹을 것을 파는 잡상인들이 모여 있다. 변변찮은 그늘조차 없는 이곳에서는 오직 툭툭의 그늘에 의지해 쉬며 열대과일들을 먹는 것이 일종의 코스이다. 우리도 파인애플을 샀는데, 우리 일행 세 명 몫을 빼도 하나가 남았다. 자연스럽게 우리는 소카에게 그 파인애플을 권했다. 그러나 그는 우리가 무안할 정도로 과일을 사양했다. 날은 덥고 점심 즈음이라 출출할 텐데 왜 그럴까? 우리가 우격다짐하다시피 해서 건네주자 겨우 받아든 그는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코끼리 테라스와 문둥이 왕 테라스를 구경하고 돌아오자 그는 툭툭 안에 자신이 사다 놓은 바나나를 가리켰다. 우리가 선물을 주었으니 자신도 그냥 넘어갈 수 없다는 것이다. 관광지에서 관광객을 상대하느라 순수한 마음이 닳았을 것도 같은데 그는 전혀 그런 기색이 없었다. 일정이 끝났으니 먼저 들어가라고 해도 숙소에 도착하는 것을 제 눈으로 보아야 안심할 수 있다며 추가 요금을 바라지도 않으면서 기다려 주었고, 갑작스러운 폭풍으로 몰아치는 빗속을 한 시간이 넘도록 달리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서비스 정신’도 아니었고 ‘프로 의식’도 아니었다. 사람이 사람을 대하는 도리와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 우리 동네에 놀러온 손님을 홀대할 수 없다는 인정이 녹아 있는 마음이었다. 바탕이 순하고 잘 웃으며, 상대가 즐겁기를 바라는 마음. 그런 그들이 행복하기를 어찌 바라지 않을 수 있을까. 그들이 보고 싶어서 다시 앙코르와트에 가고 싶을 때가 있다. 아무래도 머잖아 한 번 더 가야겠다.

하나를 버리니 둘이 다가왔다(박기영)
한 달이 넘는 기간. 갈아입을 옷 한 벌과 살림살이를 몽땅 배낭 하나에 넣고 오로지 내 몸 하나에 의지해 걸어야 하는 순례의 길. 그렇게 걷고 걷기를 여러 날, 카미노 데 산티아고는 내게 말했다.
“지금 당장 잘 때와 길을 걸을 때 필요한 것 말고는 모두 네 배낭에서 비워 내라. 그러지 않으면 더는 걷지 못하리라.”
받아들여야 했다. 내 몸 말고는 의지할 데가 없었으므로.
머리를 감고 얼굴과 몸을 씻고 빨래를 하는 용품을 달랑 비누 하나로 통일했다. 비상약과 일기장을 제외하고, 책들을 포함해 버릴까 말까 고민했던 것들을 다 버렸다. 이내 나의 어깨와 두 다리가 가벼워졌다. 이리 편한 것을 왜 그렇게 집착했을까?
앞서서 이 길을 걷고 있는 다른 순례자들의 배낭 무게가 내 것에 비해 훨씬 가볍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그들은 걷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고 있었는데 나는 그 멀리까지 가서도 버리지 못한 삶의 무게에 짓눌려 있었던 것이다. 배낭에서 짐을 덜어낸 뒤 나는 순례자들과 서로 돕고 위로하며 길을 걷게 되었다. 그것은 버림으로써 얻을 수 있었던 값진 경험이었다."배낭의 무게"는 곧"삶의 무게"이다. 배낭이 가벼워야 다른 사람을 생각할 수 있는"배려"의 마음을 행동으로 실천할 수 있다. 내 삶이 무겁고 버거운데 남이 눈에 들어오지는 않을 것 아닌가?
그때부터였다."내 삶의 무게와 부피를 줄여 보자. 여행을 마치고 돌아가면 이곳에서 배웠던 것처럼 나를 둘러싼 삶의 무게와 내가 버리지 못해 끌어안고 있던 것들을 과감히 쳐내자."고 결심하게 된 것이.
가지면 가질수록 삶의 무게는 무거워진다. 욕심은 배가 되고 삶은 강퍅해질 것이며 더 가지고 지키기 위해 애쓰다 보면 자기 자신이 어디로 가는지조차 잊어버리게 될 것이다. 내게 주어진 하나를 버릴 때 아깝다고 생각지 말자. 버리고 나면 마음은 한결 가벼워질 것이며 그로 인해 얻는 것은 두 배가 될 것이다.


목차


1부 서툴지만 따뜻한 속살을 보다
소똥 속의 인도 _ 인도 부다가야
연필로 배를 저을 순 없지만 _ 베트남 무이네
하노이에서 오토바이를 탄다는 것 _ 베트남 하노이
컬러드, 백인도 흑인도 아닌 사람들 _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
막심 고리키의 도시 _ 러시아 니즈니 노보고로드
한국 여자에 관한 그들의 환상 _ 베트남 하노이
이집트와 IBM 정신 _ 이집트 카이로
베트남, 소담스런 아침 _ 베트남 호치민
펭귄을 찾아 떠나는 기차 여행 _ 남아프리카공화국 사이먼스타운
인도 히말라야 산맥의 다람살라 _ 인도 히말라야

2부 때론 길을 잃어도 괜찮아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_ 태국 수코타이
헝가리 대탐험 _ 헝가리 키스쿤사그
짐바브웨에서의 버스 추격전 _ 짐바브웨 하라레
이생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들 _ 네팔 히말라야
드라큘라의 도시 _ 루마니아 브라소브
암만 가는 길 _ 요르단 암만
인순이를 모르면 갈 수 없는 에스토니아 _ 에스토니아 탈린
달러, 페소, 퀘짤, 그리고 여행자 _ 과테말라 안티구아
식인종은 아시아에 산다? _ 말라위 케이프 맥클리어
사랑이 꽃피는 곳 프라하 _ 체코 프라하

3부 로맨틱 코미디보다 미스터리가 좋아
런던 속의 이상한 나라, 니일스야드 _ 영국 런던
로맨틱 코미디보다 미스터리가 좋아 _ 이탈리아 밀라노
세상에서 가장 허접한 기차 타고 사막 건너기 _ 이집트 파라프라
강물 위에 떨어진 꽃잎 같은 섬들 _ 캐나다 록포트
지구 아닌 지구, 카파도키아 _ 그리스 카파도키아
우주를 닮은 도시, 바르셀로나 _ 스페인 바르셀로나
지구 반대편에서 온 이상한 여행자 _ 칠레 푸에르토 몽
폼페이 최후의 날 _ 이탈리아 폼페이
개와 늑대 사이의 시간 _ 일본 교토
시간을 잃어버린 섬, 잔지바르 _ 탄자니아 잔지바르

4부 사람이 그리우면 그곳이 생각난다
가장 정겹고도 무서운 ‘오투르’ _ 터키
체스키크룸로프의 소박한 축제?_ 체코 체스키크룸로프
사람이 그리우면 그곳이 생각난다 _ 이란 야즈드
해가?지면 그곳은 춤의 세상이 된다 _ 쿠바 비냘레스
한 여름 밤의 크리스마스 _ 말라위 은카타베이
바다 속 세상에서 만난 사람 _ 이집트 다합
앙코르와트의 미소 _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그의 이스탄불이 보고 싶다 _ 터키 이스탄불
호숫가에서 만난 천사 _ 헝가리 발라톤

5부 그러니 다시 새로운 길을 떠날 것이다
고양이 카페에서 고양이를 꿈꾸다 _ 일본 도쿄
옛날 영화를 보러 갔다 _ 크로아티아 자그레브
하나를 버리니 둘이 다가왔다 _ 스페인 산티아고
‘호텔 르완다’를 찾아서 _ 르완다 키갈리
세상 끝에서의 조우 _ 남극
매력적인 비수기 여행 _ 파키스탄 훈자
첫 여행의 가르침 _ 타이완 수아오
새로운 나를 만나는 짜릿함 _ 마다가스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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