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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어독본 3

조선어독본 3

  • 강진호 ,허재영
  • |
  • 제이앤씨
  • |
  • 2010-08-16 출간
  • |
  • 662페이지
  • |
  • 148 X 210 X 35 mm
  • |
  • ISBN 97889566879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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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 <조선어독본>은 어떤 책인가?
<조선어독본>은 일제치하 ‘국어’ 교과서이다.
일제강점기 식민 지배의 궁극적인 목적은 ‘조선인을 완전한 일본인으로 동화’하는데 있었다. ‘내선 일체’, ‘내선 융화’ 등의 이데올로기는 일본의 일부가 된 조선인으로 하여금 ‘신민(臣民)의 도’를 실천하고, 일본 제국의 번영과 이익 추구에 기여하게 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식민 정책을 실현하는 중요한 수단 가운데 하나가 교육이었다. 일제강점기의 교육은 근본적으로 ‘지배 교육, 노예 교육, 동화 교육’이었다. <조선어독본>은 이 일제 교육령에 의거해서 만들어진 식민지 조선의 국어 교과서이다. 본 <조선어독본>은 그것을 온전한 형태로 복원한 책이다.
* ‘국어’와 ‘조선어’ ; 일제치하에서 ‘국어는 일본어’였고, 우리 한글은 일개 지방어인 ‘조선어’였다.

1910년에서 1945년까지 일제는 조선을 식민통치하면서 이른바 ‘교육칙어’를 근거로 식민화 교육을 본격화하였다. 그 과정에서 총독부 편찬의 『조선어독본』과 『국어독본(일어)』은 식민정책을 알리고 시행하는 교본과도 같은 역할을 수행하였다. 교과서 전반에서 목격되는 것은 일제의 식민 통치를 용이하게 하기 위한 순응적이고 피동적인 주체이다. 종소리가 울리면 점심을 먹고 호각 소리가 들리면 체조를 하고, 또 가정에서는 효도하고 사회적으로는 충성하는 도구적 주체만이 교과서를 활보하고 있다. 이런 사실들은 교육을 도구화한 전형적인 경우로 우리 교육의 오랜 병폐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가를 시사해준다.

■ <조선어독본>의 내용은 무엇인가?
<조선어독본>은 일제의 식민 의도가 전면화된 강한 목적성을 특징으로 한다. ‘배우는 주체’의 신체적ㆍ정의적ㆍ지적 성장의 특수한 과정을 고려하기보다는 ‘가르치는 주체’를 중심으로 모든 학생이 도달해야 할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을 위해 학생들에게 동일하고 획일적인 교육을 시행하는 식이다. 그래서 조선어에 대한 교수ㆍ학습을 목적으로 하는 『조선어독본』은 『수신』 교과서와도 같은 다양한 실용 정보와 지식으로 채워져 있다.

『조선어독본』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수신적 내용’이고, 다른 글도 도덕과 교훈을 전달하기 위한 의도로 채워져 있다. 이과(理科)에 속하는 글들이나 실업, 심지어 문학 영역에 속하는 단원들도 대부분 도덕적 가르침이나 교훈을 전달하고자 하며, 조선의 인물과 지리에 대한 설명 역시 그런 의도로 채워져 있다. 그런데, 그 모든 것이 궁극적으로는 일제의 식민정책과 결부된 것이라는 점에서 교재의 내용이란 기실 일제가 조선 사람들에게 주입하고자 했던 제국주의적 이념과 가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절과 도덕
『조선어독본』에서는 ‘예절과 도덕’이 강조되는데, 그것은 식민치하의 특수한 상황에서 강요된 규율과 지침으로 정리된다. “황국 신민다운 자질과 품성을 구유(具有)케 해야 한다.”는 일제의 교육목표처럼, 도덕과 예절은 식민 주체로서 학생들이 갖추어야 할 행위의 구체적 내용들이다. 그래서, 「저녁인사」, 「아침인사」, 「선생님과 생도」, 「한식」, 「집안일의 조력」, 「문병」, 「인사」, 「이웃사촌」, 「애친」, 「친절한 여생도」, 「예의」, 「근검」, 「성실」, 「공덕(公德)」, 「자활」 등의 단원처럼, 모두 자신을 관리하고 원만한 사회생활을 하기 위한 덕목들로 채워져 있다.

위생과 일상의 규칙
『조선어독본』에서 두드러지는 또 다른 항목은 사회 위생과 일상생활의 규칙이다. 갑오개혁 이후 서양문명이 유입되면서 서양의학이 들어오고 위생이 점차 개선되었으나 아직은 미미한 수준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위생 담론은 불결한 환경을 근대적으로 개선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지만, 그 또한 궁극적으로는 일제의 식민정책과 긴밀하게 관련되어 있었다. 일상생활에 필요한 각종 정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공공연하게 ‘국민의 도리’를 강조한 것은 위생 담론의 궁극적 의도가 국가의 근간이 되는 ‘국민의 관리’에 있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약물」, 「하계위생」, 「청결」, 「안향의 금무(禁巫)」, 「폐물 이용」, 「신선한 공기」, 「종두」 등은 모두 위생과 청결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조선과 몰역사적 과거
『조선어독본』에서 조선과 관련된 단원이 큰 비중으로 수록된 것은 매우 이채로운 모습이다. 하지만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런 외양과는 다른 식민주의적 의도가 깊게 숨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조선어독본』에 수록된 조선 관련 역사와 인물은 ‘조선어’ 교재라는 성격상 불가피하게 수록된, 이를테면 조선 사람으로서의 민족적 정체성이라든가 그에 대한 자부심 등이 배제된 기능적 배치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지 못하다. 「솔거」, 「박혁거세」, 「한석봉」, 「신라의 고도」, 「서경덕」, 「이퇴계와 이율곡」 등은 모두 조선의 명사나 신화적 인물이지만, 단원의 내용은 실상 이들에 대한 단편적인 일화나 추상적 교훈에 머문다. 솔거는 단지 그림을 잘 그리는 화가의 한 사람일 뿐 조선의 정신과 혼을 지닌 인물은 아니며, 한석봉 역시 글씨를 잘 쓰는 사람일 뿐 조선의 얼과 정신을 담지한 역사성을 갖지는 못하다. 인물이 지닌 역사적 맥락과 배경이 생략된 채 단지 교훈적 특성만을 언급한 까닭이다. 그렇기에 『조선어독본』에 수록된 인물들을 다른 사람으로 대체하더라도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즉 교훈적 덕목)에는 전혀 변함이 없다. 실제로 1937년에 새로 편찬된 보통학교용 『조선어독본』에는 「솔거」가 「솔거와 응거(應擧)」로 조정되어 있다. 솔거와 같은 일본의 유명 화가 응거를 덧붙여 두 인물의 일화를 단편적으로 대비하고 있다.

■ <조선어독본> 출간의 의의는 무엇인가?
‘조선어독본’은 현재 사용 중인 ‘국어’ 교과서의 모태와도 같은 책이다. 실제로 해방 후에 간행된 <초등 국어교본>은 단원의 60% 이상이 <조선어독본>과 동일하고, 상당수 단원들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국어’ 교과서의 역사와 연원을 알기 위해서 반드시 살펴야 할 도서이지만, 그 동안 학계에서는 거의 관심을 두지 않았다. 더구나 이 책은 일제의 식민통치, 특히 ‘국어’를 통한 식민통지의 구체적 내용들이 담겨 있다는 점에서, 일제 식민주의에 대한 이해를 위해서도 반드시 살펴야 한다. 언급한 대로 <조선어독본>은 식민정책을 알리고 시행하는 교본과도 같은 책이었다. 또한 이 책은 우리 교육의 오랜 병폐인 ‘교육의 도구화’가 어디서 기원한 것인지를 보여준다. 교과서 전반에서 목격되는 도구적 교육관, 강압적 교수 학습, 피동적이고 순응적인 주체의 양산 등은 모두 이책을 통해서 확인되는 대목들이다. 종소리가 울리면 점심을 먹고 호각 소리가 들리면 체조를 하고, 또 가정에서는 효도하고 사회적으로는 충성하는 도구적 주체만이 교과서를 활보하고 있다. 이런 사실들은 교육을 도구화한 전형적인 경우로 우리 교육의 오랜 병폐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가를 시사해준다.

그 동안 교과서에 대한 연구가 일천했던 것은 교과서 자체가 온전한 형태로 복원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필자들은 『조선어독본』을 면밀하게 조사한 뒤 자료를 정리하고 체계화해서 이렇게 그 전모를 공개한다. 이런 작업이 계기가 되어 향후 교과서에 대한 다양한 관심이 촉발되고 또 활발한 연구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책속으로 추가]

예절과 도덕

『조선어독본』 전반을 통해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은 예절과 도덕이다. 예절과 도덕이란 원래 강제적 규범이나 구속이라기보다 스스로 타인을 존중하는 자세라 할 수 있다. 일상생활에서 그것은 어떤 일의 순서나 절차, 말투나 몸가짐, 행동의 양식 등으로 구체화되어 드러나는 일종의 실천 덕목이다. 그런데, 『조선어독본』에서 그것은 식민치하의 특수한 상황에서 강요된 규율과 지침이라는 점에서 구별된다. “황국 신민다운 자질과 품성을 구유(具有)케 해야 한다.”는 일제의 교육목표처럼, 도덕과 예절은 식민 주체로서 학생들이 갖추어야 할 행위의 구체적 내용들이다. 그래서, 「저녁인사」, 「아침인사」, 「선생님과 생도」, 「한식」, 「집안일의 조력」, 「문병」, 「인사」, 「이웃사촌」, 「애친」, 「친절한 여생도」, 「예의」, 「근검」, 「성실」, 「공덕(公德)」, 「자활」 등의 단원처럼, 모두 자신을 관리하고 원만한 사회생활을 하기 위한 덕목들로 구성되어 있다.
저학년용인 1권의 「저녁인사」와 「아침인사」는 아침이 되면 아버지, 어머니, 형님을 비롯한 이서방, 복동이에게 잘 주무셨냐고 공손하게 인사를 하고, 또 저녁이 되면 같은 식으로 인사를 한다는 내용이다. 「선생님과 생도」에서는 선생님의 가르침을 ‘귀애’하고 ‘잘 들어’야 하며, 「문병」에서는 친구가 감기로 결석을 하면 다정하게 안부편지를 보내고, 「인사」에서는 경조사를 당한 사람들에게 보내는 각종 인사 문구가 소개된다. 부자와 사제, 친구와 어른을 공경해야 한다는 이런 내용들은 대부분 유교적 가치와 이념에 바탕을 둔 것으로 위계적 서열의식과 그에 따른 품성의 함양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공손하고 친절한 주체를 형성하고자 하는 의도로 이해되지만, 그것은 다음에서 알 수 있듯이 사회와 국가의 윤리와 결합되어 있다는 점에서 개인적 덕목의 단순한 강조에만 머물지는 않는다.
「이웃사촌」에서는 개인의 윤리가 사회적 부조의식으로 연결되고, 「근검」에서는 국가의식으로 확대되어 나타난다. 이웃에 가까이 사는 사람은 ‘어떠한 일에든지 서로 구조하는 일이 많은 고로, 멀리 살아서 자주 상종하지 못하는 친척보다 오히려 친근하’며, 더구나 “아무리 번족한 사람이라도 이웃사람의 부조를 받지 아니하고 사는 사람은 전혀 없”기 때문에 이웃사람과 ‘서로 친목하고 서로 부조하는 게 가장 좋다’고 한다. 「친절한 여생도」에서는 길거리에서 만난 안면부지의 노인에게도 공손한 태도를 취하는 착한 여학생이 소개되며, 「한식」에서는 그런 마음이 조상으로 확대되어 한식날이면 산소에 가서 정성껏 제사를 올려야 한다는 진술로 이어진다. 고학년용인 『조선어독본』 5-6권에서 ‘근검’과 ‘성실’ ‘예의’ ‘순서’ 등의 덕목들이 강조된다. 「근검」에서는 “일가를 풍족케 하며, 일국을 부유케 함에 가장 필요한 것은 근(勤)과 검(儉)”이라는 사실이 언급되는데, 여기서 ‘근’이란 노력을 아끼지 않고 업무에 힘쓰는 것이고, ‘검’은 자기의 신분에 따라서 절약하고 남용하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사업의 성취’는 이 ‘근과 검’에 의해 좌우되는 관계로 천품이 둔한 사람이라도 힘써서 근검하면 성공할 수 있고, 그것이 바로 “가(家)를 흥하고 국(國)을 강하게 하는 요체”라고 말한다. 「성실」에서는, 성실이란 추호라도 허위의 마음이 없이 여하한 일에든지 진정 근직(謹直)을 위주로 하는 선행이다. 그래서 성실한 사람은 그 행동에 표리가 없고 이심(二心)을 갖지 않으며, 궁극적으로는 “군에 충”하게 된다고 한다. 유가의 수신과 충군의 이념을 그대로 재현한 형국으로, 이는 「공자와 맹자」에서 ‘동양의 대성인’으로 공자를 평가하고 그의 ‘수신(修身)·제가(齊家)·치국(治國)·평천하(平天下)의 도(道)’를 강조한 것과 같은 의도로 볼 수 있다.

대범(大凡) 사물은 여차히 정연한 순서가 잇어서 성취되는데, 아등(我等)이 학업을 수(修)하야 실사회에 출(出)함에는, 더욱 순서를 요하는지라. 만일 사(事)의 선후를 바꿔하든지, 속성하기를 위하여, 순서를 밟지 아니하고 엽등(?等)하야 하면, 도로무공(徒勞無功)할 뿐 아니라, 도로혀 실패하는 일이 만으니, 우리들은 하사(何事)를 당하든지, 신중한 태도로 선후 경중의 순서를 잘 밟아서 행할지니라.(5권, 75면)

모든 사물에는 정연한 ‘순서’가 있다는 점, 그것을 어기거나 소홀히 하면 도로무공(徒勞無功)하게 되며, 그래서 어떤 일이든지 신중하게 선후의 경중과 순서를 밟아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러한 내용들을 종합하자면, 피교육자는 매사에 순응하고 공경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것으로 정리되는데, 이는 일제가 양성하고자 했던 식민 주체의 성격이 어떠했나를 시사해준다. 일상생활에서 윗사람을 공경하고 조상을 숭배해야 한다는 윤리는 ‘효’를 사회의 질서 유지를 위한 근본 원리로 삼고자 하는 의도와 관계되고, 그것이 사회적 상하관계로 확대되어 ‘충’으로 발전하는 식이다. 이는 인간 내면에 존재하는 도덕성에 주목하고 그것을 계발해서 사회의 혼란을 구제하고자 했던 공자의 의도를 일제치하의 현실에 적용한 형국으로, 유교 가족국가의 모습을 보였던 일제의 특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일본과 조선을 문명 대 미개, 천황의 나라 대 신민의 나라로 구분하고 조선이 일본을 공경하고 따라야 한다는, 천황을 정점으로 한 가부장적 윤리 규범을 강조한 형국이다. 여기에 의하자면 조선인은 윗사람(혹은 강자)에게 순응하고 복종하는 공손한 내면의 주체로 스스로를 정립할 수밖에 없게 된다.

위생과 일상의 규칙

『조선어독본』에서 두드러지는 또 다른 항목은 사회 위생과 일상생활의 규칙이다. 위생이란 인체의 발육과 건강 및 생존에 유해한 환경을 살피는 것으로, 개인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전반의 노력을 전제로 한다. 당시 조선은 개항과 더불어 근대의 세례를 받기 시작했지만, 사회 전반은 여전히 전근대적이고 비위생적인 환경에 노출되어 있었고 근대적 위생관념 또한 거의 형성되지 못한 상태였다. 갑오개혁 이후 서양문명이 조금씩 유입되면서 서양 의학이 들어오고 위생이 점차 개선되었으나 아직은 미미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언급된 위생 담론은 불결한 환경을 근대적으로 개선하려는 의도로 이해되지만, 그 또한 궁극적으로는 일제의 식민정책과 긴밀하게 관련된 것이었다. 일상생활에 필요한 각종 정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공공연하게 ‘국민의 도리’를 강조한 것은 위생 담론의 궁극적 의도가 국가의 근간이 되는 ‘국민의 관리’에 있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약물」, 「하계위생」, 「청결」, 「안향의 금무(禁巫)」, 「폐물 이용」, 「신선한 공기」, 「종두」 등은 모두 위생과 청결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약물」(2권)에서는, 약물에는 좋은 것이 있고 그렇지 않은 것이 있으니 좋은 것을 가려 먹어야 하고 또 좋은 것이라도 너무 많이 먹지 말아야 하며,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관계로 약물터에서는 질서를 지켜야 한다는 내용이다. 「청결」에서는 만병의 근원은 불결에 있다는 사실을 예시와 함께 소개한다. 전염병에 걸리면 자기 일신의 불행뿐 아니라 부모와 형제에게도 화를 미치며 심하면 일가가 전멸하고 이웃동네에까지 전염되어 일대소동을 일으키니 각별히 주의해야 하고, 의복ㆍ취식ㆍ기구ㆍ가옥 등 주변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신선한 공기」(5)에서는 물에는 청수와 탁수가 있듯이, 공기에도 깨끗한 것과 더러운 것이 있어서 청결한 것은 위생에 유익하지만 더러운 것은 그렇지 않으며, 따라서 실내의 공기를 유통하여 신선한 공기를 호흡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그리고 「종두」(6)에서는 종두의 유래와 제너의 공적을 설명하면서 종두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종두 접종을 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이런 내용들은 당시 전근대적인 미신이 사회 구석구석에 만연되어 있던 상황에서 널리 알려야 될 유용한 정보였다. 「종두」에서 언급된 것처럼, 종두를 맞으면 “신체에 우모(牛毛)가 생(生)한다, 우성(牛聲)을 발(發)한다”는 등 미신에 사로잡힌 사람들에게 종두의 과학성과 효험을 설명하는 것은 마치 어둠 속에서 불을 밝히는 것과도 같은 일이었다. 그렇지만 이러한 위생 담론은 궁극적으로 사회를 건강하게 통제하고자 하는 정치적 의도에 의해 조율되고 있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파리ㆍ모긔ㆍ벼룩ㆍ빈대 갓은 벌어지들은 흔히 병독(病毒)을 매개하야, 악병을 전염식히는 일이 만은 대, 그러한 충류(蟲類)는 모다 더러운 곳에서 발생하는 것이오. 그러한 즉 누구든지 반다시 집의 내외를 청결하게 소제하고, 또는 파리ㆍ모긔ㆍ벼룩ㆍ빈대들을 잡아서, 항상 위생상에 해되는 일을 예방하기에 주의하지 아니하면 아니 되오.(4권, 24-25면)

개개인의 위생도 중요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환경 즉, ‘집의 내외’를 깨끗하게 ‘청소’하는 것이라는 주장으로, 학교에서 위생 담론을 강조한 궁극적 의도가 어디에 있는가를 시사해준다. 국민을 건강하게 관리함으로써 식민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노동력과 군사력을 양성하고자 하는 ‘국민 만들기’의 일환이었음을 새삼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사실은 위생 담론과 함께 큰 비중을 차지한 실생활에 필요한 각종 지식과 정보를 소개하는 단원들에서 한층 구체화되어 나타난다. 여기서는 물건을 구매하기 위해 주문서를 작성하는 법, 식목일의 의미, 세금의 중요성과 납세의 의무 등등을 통해서 국민된 도리를 알리고 실천케 하는 식민주의적 의도가 노골화되어 있다. 「주문서」(4)에서는 모필(毛筆)을 시용(試用)해 본 뒤 제품을 구입하는 주문서의 사례가 소개되며, 「식목일」에서는 신무천황(神武天皇) 제일을 식목일로 정하고 해마다 나무를 심는데, 그것은 조선은 어디든 붉은 산이 많고 그래서 수해와 한해가 심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이 언급된다. 「인삼과 연초」(5)에서는 인삼과 연초의 특성을 말하고, 이 둘은 ‘조선총독부 전매국’에서 주관하니 허가 없이 경작하거나 제작·판매하는 것은 금지되었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조선의 행정관청」(6)에서는 “조선은 대일본제국의 일부니, 조선총독이 천황의 명을 봉하야 차를 통치하나니라. 경성에 조선총독부를 치하야 정치를 행하나니, 총독의 하에는 정무총감이 있어서, 총독을 보좌하야 일반 행정사무를 지휘감독하나니라.”라고 하며, 총독 산하 전국의 행정기관과 업무를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납세」(6)에서는, 세금은 “국가가 국운을 융창(隆昌)케 하고, 국민의 복리를 증진케” 하는 경비가 되는 까닭은 “아등(我等)은 납세의 중요한 소이(所以)를 각성하야 국민된 본분을 다하도록 하야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를테면 조선의 행정 관청의 위상과 역할을 설명하고, 납세의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는 것이 바로 ‘천황의 명’을 받드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일상생활에 대한 이러한 정보는 조선과 일본의 지리적 특성을 소개한 「조선의 지세」(3)와 「부산항」(3) 등에서도 목격되는데, 특히 「후지산(富土山)과 금강산」에서는 이 모든 것을 일본과의 관계선상에서 설명한다. 내지의 웅장하고 신비로운 산야가 조선반도로 연결되어 있다는 식인데, 여기에 비추자면 조선은 지리적으로나 신분적 위계에서 일본의 하위체제의 하나일 뿐 그 자체로 독립적인 영역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실용적 지식과 정보는 생활의 편의뿐 아니라 궁극적으로 일제가 요구하는 근대적 주체의 기율과 관계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일제는 일상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자기들에게 충성하고 봉사하는 새로운 주체를 요구했고, 그것을 이렇듯 위생과 실용 정보를 통해서 주입시키고자 한 것이다. 그런 사실은 일제의 위생 행정이 경찰제도와 직결된 통치방식의 일환이었다는 점을 생각할 때 한층 분명해진다. 즉, 일제는 합방 이후 모든 위생 행정을 경찰관제의 경무총감부 위생과에서 총괄케 했는데(김진균 외, 『근대주체와 식민지 규율권력』, 문화과학사, 1997), 이는 위생문제가 그만큼 중요한 식민지 규율의 도구였음을 뜻한다. 건강하고 충성하는 국민을 만들고 그것을 통해서 궁극적으로 제국주의의 의도를 관철코자 한 것이다. 만약, 일제가 교육을 통해서 근대적 시민(市民)을 양성하고자 했다면 교과서의 내용을 이런 식으로 채우지는 않았을 것이다. 근대적 시민이란 인격적 주체로서 자신의 자유와 권리를 주장할 뿐만 아니라 타인을 존중하는 자각적 존재를 의미한다. 그런데 교과서에서는 그런 능동성은 배제되고 단지 의무만이 일방적으로 강조되고 있다. 권리를 모른 채 의무만을 강요받아야 하는 존재란 기실 자기 성찰이 배제된 순종과 희생의 주체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조선과 몰역사적 과거

『조선어독본』에서 조선과 관련된 단원이 큰 비중으로 수록된 것은 매우 이채로운 모습으로 다가온다. 교재를 편찬한 주체가 ‘조선총독부’이고 또 교재의 궁극적 의도가 식민지 질서를 구축하는데 있었기에 조선의 역사와 인물을 다룬다는 것은 그런 의도에 반하는 것으로 보이는 까닭이다. 하지만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런 외양과는 다른 식민주의적 의도가 깊게 숨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조선어독본』에 수록된 조선 관련 역사와 인물은 ‘조선어’ 교재라는 성격상 불가피하게 수록된, 이를테면 조선 사람으로서의 민족적 정체성이라든가 그에 대한 자부심 등이 배제된 기능적 배치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지 못하다. 「솔거」, 「박혁거세」, 「한석봉」, 「신라의 고도」, 「서경덕」, 「이퇴계와 이율곡」 등은 외견상 조선의 명사나 신화적 인물을 소개하고 있지만, 대부분 단편적인 일화의 소개와 나열에 머문다.
「솔거」(3)에서는 널리 알려진 노송도(老松圖) 일화가 소개된다. 즉, 솔거가 그림을 잘 그려서 일찍이 황룡사의 벽에 소나무를 그렸는데 그 줄기와 잎이 너무도 생생해서 새들이 가지에 앉으려다가 벽에 부딪혀 떨어졌다. 그런데 색이 바래 다시 칠을 했더니 새들이 일절 오지 않았다는 내용이다. 「박혁거세」(3)에서는 알에서 나온 박혁거세가 어려서부터 영민해서 13세에 신라의 시조가 되었다는 내용이, 「한석봉」(5)에서는 한석봉이 떡 장사를 하는 모친의 정성으로 큰 학자가 되고 또 명필이 되어 후세에 명성을 날렸다는 사실이, 그리고 「서경덕」(6)에서는 서경덕의 총명하고 호학하는 자세를 소개한 뒤 서경덕이 보인 ‘정신일도 금석가투(情神一到 金石可透)’의 정신을 잊지 말고 열심히 연구하면 무슨 일이든지 터득치 못할 게 없을 것이라는 내용이 소개된다. 이들은 모두 남다른 능력으로 업적을 이룬, 초등학생들이 존경하고 본받아야 할 역사적 인물들임에 틀림없다. 이들이 해방 후에도 다시 교과서를 장식한 것은 그만큼 우리 민족의 얼과 정신을 체현한 위인들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교재에 소개된 내용이란 ‘조선’과는 거리가 먼 추상적 정보와 교훈에 그치고 있다. 솔거는 단지 그림을 잘 그리는 화가의 한 사람일 뿐 조선의 정신과 혼을 지닌 인물은 아니며, 한석봉 역시 글씨를 잘 쓰는 사람일 뿐 조선의 얼과 정신을 담지한 역사성을 갖고 있지는 못하다. 인물이 지닌 역사적 맥락과 배경이 생략된 채 단지 교훈적 특성만을 언급한 까닭인데, 그런 사실은 같은 인물을 그대로 수록한 해방 후의 『초등 국어독본』(1946)과 비교해 보면 한층 분명하게 드러난다. 미군정기의 「솔거」(『초등 국어교본』 중권)에는, 솔거를 신라 진흥왕 때의 인물로 소개한 뒤 그림을 그리고 싶어서 하느님께 빌었고, 꿈에 ‘단군’이 나타나서 “신의 힘”을 주었으며, 그 후 열심히 노력해서 마침내 세상에서 제일가는 명화공이 되었다는 내용이다. 식민지 교과서에서는 전혀 언급되지 않았던 민족의 시조 ‘단군’이 언급되고 그의 정기와 얼을 이어받은 인물로 솔거가 형상화되어 있다. 또 「박혁거세」(『초등 국어교본』 중권)에서는 박혁거세가 임금이 된 내력이 상세히 소개되는데, 특히 백성을 다스리기 위한 덕목으로 학문과 용기ㆍ덕ㆍ다정ㆍ정직ㆍ지방 사정을 잘 알아야 한다는 점이 강조되어 신화적 사실의 단순한 재현이 아니라 민족의 지도자로 성격화되어 있다.
여기에 비추어 볼 때, 조선총독부의 『조선어독본』에 수록된 과거 인물에 대한 진술은 매우 기능적이고 단편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기에 『조선어독본』에 수록된 인물들을 다른 사람으로 대체하더라도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즉 교훈적 덕목)에는 전혀 변함이 없다. 실제로 1937년에 새로 편찬된 보통학교용 『조선어독본』에는 「솔거」가 「솔거와 응거(應擧)」로 조정되어 있다. 솔거와 같은 일본의 유명 화가 응거를 덧붙여 두 인물의 일화를 단편적으로 대비한 것이다.
이런 사실은 고전문학을 수록하는 과정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언급한 대로, 3권에 수록된 고소설 「심청」은 전통적인 효의 의미를 심청을 통해서 보여주며, 설화인 「영재와 도적」은 신라 원성왕 때의 스님인 영재의 일화를 짧게 소개하고 있다. 물욕에서 벗어난 노승 영재가 고개를 넘다가 도적을 만나지만 그의 무욕한 언행에 감동한 도적들이 무기를 버리고 스님을 따라 지리산으로 들어가 함께 살았다는 내용이다. 5권의 「사자와 산서(山鼠)」는 잠든 사자의 콧등에 올라 위엄을 뽐내던 쥐가 사자에게 혼이 난 뒤 용서를 빌지만, 얼마 후 처지가 역전되어 덫에 걸린 사자를 구해주었다는 보은담이다. 보은이라는 주제 외에는 이야기의 배경이라든가 지역적 특성 등은 전혀 언급되어 있지 않다. 「정저와(井底蛙)」(5)는 『장자』에 나오는 일화를 소개한 것으로, 견문이 넓지 못하면서도 자신의 재능이 출중하다고 망신하는 사람을 경계하는 내용이고, 「분수 모르는 토끼」 역시 자신의 분수를 망각한 채 사슴과 염소와 소의 뿔을 탐내던 토끼가 자신은 그들이 갖지 못한 귀를 가졌다는 사실을 깨닫고 기뻐한다는 내용이다. 「소화 이편(小話 二篇)」(6)에서는 여행자가 길을 가다가 곰을 만나자 죽은 척해서 위기를 모면했다는 내용과, 새벽잠이 없는 노파에게 괴롭힘을 당하던 여자 하인들이 닭을 죽여서 노파의 성화에서 벗어나고자 했으나 오히려 시도 때도 없이 괴로움을 당하게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이런 단원은 모두 효, 무욕, 지혜, 자만심의 경계, 안분지족(安分知足) 등 단편적 교훈으로 일관되어 문학으로서의 맛이라든가 민족의 얼과 정서를 느끼기 힘들다. 교훈적 덕목만을 건조하게 나열함으로써 작품에 수반되는 역사적 맥락과 풍토 등을 배제한 도덕 교과서와 다름없는 것이다. 그런 사실은 앞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미군정기의 『초등 국어독본』과 비교해보자면 더욱 분명해진다. 미군정기의 「심청」에서는 심청을 공양미 삼백 석에 팔아넘기게 된 아버지의 미혹함과 안타까움이 대화체 형식으로 제시되고, 그런 아버지를 측은히 여기는 심청의 심경이 사실적으로 소개되어 소설의 묘미가 십분 발휘되고 있다. 바닷가라는 공간적 배경과 부녀간의 사랑과 희생 등의 심리 묘사에서 우리는 우리 고유의 민족적 특성과 정신을 느낄 수 있다.
그런 사실과 비교할 때 일제의 『조선어독본』은 ‘조선어독본’이라는 외양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으로 조선의 역사를 자신(일제)을 위해서 써버리는 ‘민족에 대한 강력한 폭력’을 행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호미 바바의 언급처럼, 이런 담론들은 ‘문명화 과정에서 고착된 위계질서 속에 타자의 역사를 기록’한 것으로, 궁극적으로 ‘식민지적 팽창과 착취를 정당화’하는 역할(호미 바바, 나병철 역, 『문화의 위치』, 소명출판, 2002)을 수행한다. 조선인으로서 조선어를 학습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기 문화에 대한 특성과 전통을 배우지 못하는, 그래서 어떠한 자긍심도 가지지 못하는 상황에서 피식민지 주체는 교재 곳곳에서 언급된 일본적인 것에 대한 선망의식을 내면화할 수밖에 없다. 여기다가 식민사관이 더해지면서 그 정도는 한층 심각해져 우리 민족은 주체성이 없고 퇴영적이며 사대주의에 사로잡힌, 내적 발전이 전혀 없는 민족으로 전락하고 마는 것이다.


목차


제3차 교육령기
보통학교 조선어독본 권1 9
보통학교 조선어독본 권2 47
보통학교 조선어독본 권3 93
보통학교 조선어독본 권4 141
보통학교 조선어독본 권5 197
보통학교 조선어독본 권6 255

제4차 교육령기
보통학교 조선어독본 권1 321
보통학교 조선어독본 권2 365
보통학교 조선어독본 권3 421
보통학교 조선어독본 권4 469
보통학교 조선어독본 권5 523
보통학교 조선어독본 권6 583

해제 일제 식민정책과 조선어과 교과서ㆍ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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