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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향

귀향

  • 베른하르트슐링크
  • |
  • 이레
  • |
  • 2010-01-25 출간
  • |
  • 395페이지
  • |
  • A5
  • |
  • ISBN 978895709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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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열세 살, 금지된 원고의 뒷면을 읽는 순간,
페터 데바우어의 기나긴 귀향은 시작되었다

현대 독일작가의 작품 중 가장 성공한 소설로 평가받고,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등 전 세계 41개국에서 번역 출간되었으며 독일어권 소설 최초로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한 『더 리더-책 읽어주는 남자』저자 베른하르트 슐링크의 장편소설 『귀향』이 도서출판 이레에서 출간되었다.
아버지 없이 홀어머니와 함께 독일에 거주하는 주인공 페터 데바우어(이하 페터)는 어린 시절 스위스에 거주하는 할아버지 댁에서 매년 여름방학을 보냈다. 『기쁨과 재미를 주는 소설』 총서를 편집하는 일을 하는 할아버지는 잘못 인쇄된 종이들을 모아 페터에게 연습장으로 쓰라고 주곤 했다.
연습장 뒷면에 쓰여 있는 이야기들 중 페터의 눈에 띈 것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러시아군에게 붙잡혔다가 포로수용소에서 탈출한 독일 병사 카를의 귀향 이야기였다. 몇몇 동료들과 함께 탈출했으나 혼자만 남게 된 카를은 우여곡절 끝에 고향에 도착하여 꿈에 그리던 자신의 집으로 갔다. 하지만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줄 알았던 아내는 어린 딸을 품에 안은 채 조금 큰 어린 아이의 손을 잡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뒤에 낯선 남자가 서 있었다.
그 다음의 내용을 연습장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페터는 할아버지 방에 들어가 완성된 작품들을 뒤져보기도 했지만 끝내 못 찾는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성인이 된 페터는 어느 날 이삿짐에서 나온 종이꾸러미에서 카를 이야기를 발견한다. 페터는 카를 이야기에 나온 배경이 어디선가 보았던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직접 결말을 찾아 나선다.
『귀향』은 페터 데바우어가 ‘카를 이야기’의 잃어버린 결말을 찾아가는 것을 중심 내용으로 페터의 아버지 찾기 과정을 함께 변주하고 있다. 슐링크는 페터의 20년에 걸친 잃어버린 소설의 결말 찾기 여정 속에 나치 독일의 현대사와 법의 정의 문제를 씨실과 날실처럼 엮어놓았다.

머물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시 출발하기 위해 귀향하는 것이다
아버지와 아들, 남자와 여자, 전쟁과 평화에 관한 21세기의 오디세이아

1. 잃어버린 소설의 결말 찾기와 부재하는 아버지 찾기
할아버지로부터 받은 연습장 뒷면에 쓰여 있는 한 독일 병사의 귀향 이야기, 카를 이야기를 읽은 열세 살 소년 페터는 그 소설의 배경을 어디선가 본 적이 있다고 생각한다. 법학 분야의 편집자로 일하게 된 페터는 직장 근처로 이사를 하면서 이삿짐에서 어린 시절 읽었던 카를 이야기를 발견한다. 페터는 흥미롭게 카를 이야기를 읽지만 결말이 분실되어 그 다음 내용을 알 수가 없었다. 결국 페터는 잃어버린 소설의 결말을 직접 찾아 나선다.
페터는 자신의 과거이자 시작인 아버지에 대해서 알지 못했다. 그녀의 어머니는 아버지에 대해서 그에게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고 침묵으로 일관한다. 할아버지가 남긴 회고록을 통해서만 알고 있는 자신의 아버지와 뿌리에 대한 막연한 궁금증이 페터를 기나긴 자아 찾기 여정으로 데려간다.
페터는 잃어버린 결말을 찾는 과정에서 카를 이야기의 저자를 찾아내고, 그 저자가 자신의 아버지임을 직감한다. 페터는 현재 이름을 개명해 존 드 바우어로 살고 있는 아버지를 찾아 미국으로 떠난다. 존 드 바우어가 주최하는 세미나를 통해서 아버지의 진짜 모습을 알게 된 페터는 분노와 실망감을 안은 채 독일로 돌아온다. 독일로 돌아온 페터에게 어머니는 카를 이야기의 마지막 결말을 알려준다.
카를 이야기에서 보여주는 귀향은 페터에게 있어서는 자신의 뿌리를 뜻한다. 페터가 귀향 이야기의 결말 찾기에 더욱 집착했던 것은 완성되지 못한 자신의 자아를 찾기 위함이었는지도 모른다.

어머니는 내게 아버지에 관해 전혀 이야기를 해주지 않았고, 아버지 사진도 걸어놓지 않았다. 나는 조부모로부터 아버지가 스위스 적십자사의 일원으로 전쟁에 나갔다가 목숨을 잃었다고 들었다. 전쟁에 나가면 죽거나 실종된다는 것은 어린 시절 어찌나 자주 들었던지 내게는 일종의 변하지 않는 공식이나 굳건한 비석처럼 여겨졌다. --- p.31

내가 읽은 첫 소설은 러시아에 포로로 잡혀 있다가 탈출해서 천신만고 끝에 고향으로 돌아온 한 독일 병사에 관한 이야기였다. 그런데 주인공이 겪은 모험과 고초는 곧 잊어버렸지만, 그의 귀향만큼은 잊을 수가 없었다. --- p.45

나는 이 물음들에 대한 답을 알아내지 못했다. 이 소설의 원고는 내가 벌써 연습장으로 사용하고있었는데, 하필 가장 먼저 찢어버린 부분이 소설의 결말이었기 때문이다. --- p.46

사람은 반드시 아버지를 갖고 태어날 수밖에 없어요. 제가 원하는 건 다른 게 아니에요. 아버지에 대해 어머니가 아시는 대로만 말씀해주세요. --- p.254

나는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페터 그라프로 산다고 해서 안 될 이유가 있을까? 바바라의 성을 ?라 페터 빈딩거라고 부른다고 해서 안 될 이유가 있을까? 없었다. 나는 다만 내 이름이 좋았다. 그것은 조부모와 나를 잇는 소중한 끈이었다. 반면에 아버지와 나를 잇는 끈은 한층 가늘고 덜 중요했다. 하지만 그 끈이 끊어진다면 조부모와의 다른 끈도 성할 수 있을까? 문득 조금 전의 생각이 틀렸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버지와의 끈은 조부모와의 끈보다 가늘지만 덜 중요하지는 않았다. 아버지는 내게 낯선 이방인이었다. 그러나 종이 모자를 쓰고 목마를 탄 아이의 모습과 헐렁한 무릎 반바지를 입은 채 초조해하는 청년의 모습, 집에 머무는 것을 싫어해서 멀리 떠나버린 모험가의 모습, 까칠까칠한 어머니까지 삽시간에 홀려버린 바람둥이의 모습은 모두 내 마음에 흥미롭게 다가왔다. 나는 아버지의 아들이고 싶었고, 아버지를 내 아버지로 인정하고 싶었다. 속으로만 품고 사는 것이 아니라 공식적으로 내 아버지임을 드러내고 싶었다. 아버지는 나의 일부였다. 우리의 이름이 같다는 것이 그것을 증명했다. --- p.258

2.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전후 세대가 찾아가는 역사의 퍼즐 맞추기
『귀향』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독일의 역사를 간접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페터가 할아버지께 들었던 수많은 전쟁 이야기들과 할아버지의 우울증은 독일의 전쟁 역사와 전후 독일인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귀향』 안의 또 다른 이야기, 카를 이야기에서 귀향 이후의 실향민들의 모습은 가해자임과 동시에 피해자인 전후 세대들의 혼란스러운 상황과 상처를 이야기하고 있다. 카를 이야기의 결말이 분실된 것은 전쟁이 남긴 생명의 손실과 개인적인 기록의 손실을 뜻하며 작가는 귀향 이야기를 소재로 하여 전후 세대의 자아 찾기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그리고 페터가 찾아낸 아버지, 존 드 바우어의 모습은 역사의 끔찍한 한 부분을 장식해놓고 무책임하게 도망쳐 과거를 지운 채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나치의 모습을 나타낸다. 페터의 고통스러운 자아 찾기는 지워버리고 싶은 전쟁 이후의 독일 역사를 보여주고 있다.

산산히 흩어지는 물방울들에서 세계 곳곳으로 흩어져 살아야 했던 독일인들의 운명을 떠올렸다. --- p.18

나도 이 세계의 일부로서 결코 이곳을 떠날 수 없다는 것을 절망적으로 깨달아버렸다. 이 세계를 떠나는 것은 불가능했다. --- p.59

사회적 적응과 편입의 어려움, 부부 간의 문제, 자식 문제, 알코올 중독, 그리고 세상에 대한 그들의 아연함이었다. 귀향자 문학이 다룬 주제도 주로 그런 문제들이었다. --- p.122

아프리카와 미국에서도 난, 원래의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살 수 있어요. 그러려면 고향과의 단절이 필수적이죠. --- p.240
서론에서는 법이 아니라 오디세이에 관한 내용이 나왔다. 작가는 오디세이를 모든 귀향 이야기의 원형으로 여기고 있었다. 오디세우스는 방랑과 실수, 좌절과 성공이 반복되는 온갖 모험을 겪으며 결국 집에 도착한다. 그러나 고향에는 뻔뻔한 자들의 저항이 기다린다. 물론 절개를 지킨 사랑과 저항을 물리치고 사랑의 행복을 완성할 칼도 기다리고 있다.
우리는 항상 진실과 거짓을 행하고 있다. 다만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에 대한 결정은 개인이 내려야 한다. 무엇이 선이고 무엇이 악인지, 그리고 악이 자유롭게 떠돌아 다녀도 되는지 아니면 선을 위해 이용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결정도 개인 소관이다. 이는 우리 개인이 올곧게 결정을 내린다는 것과는 다를 뿐 아니라 그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 pp.270-271

이런 이유로 과거에는 남은 사람들에 대한 희생자의 값어치에 비례해서 살인을 처벌했다. 예를 들어 아버지에게 있어서 아들이나 딸의 값어치, 주인에게 노예의 값어치가 그것이다. 오랫동안 흑인을 살해한 백인이 백인을 살해한 흑인보다 경미한 처벌을 받은 것도 그래서이다. 살인자로서의 행위가 더 관대한 처분을 받은 것이 아니라 희생자의 가치가 그만큼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종 청소의 경우는 별 양심의 가책 없이 편하게 살인을 저지를 때가 많다. 희생자들의 죽음을 슬퍼할 사람들을 아예 하나도 남겨 놓지 않기 때문이다. 인종 청소의 전제는 이렇다. 청소할 민족을 고립시키고, 그들을 다른 민족들과 함께 이루는 세계의 질서 속으로 편입시키지 않고, 다시는 일어서지 못하도록 그들의 뿌리까지 뽑아버려야 한다. --- p.275

“내 아버지인 것 같아. 미국으로 가서 이름을 데바우어에서 드 바우어로 바꾸었을 거야. 아니면 벌써 여기에 들어왔을 수도 있고. 정식으로 여권까지 만들어서. 그런 일엔 전문가니까. 브레슬라우에 있을 때도 어머니한테 스위스 여권을 마련해줬어. 관구사령관의 힘을 빌렸는지, 정보부의 힘을 빌렸는지, 아니면 돈으로 매수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아버지는 한동안 폰란덴이라는 이름을 쓰다가 또 한동안은 숄?라는 이름을 썼어. 전쟁 전에는 나치를 위해 글을 썼고, 전쟁 후에는 공산주의를 위해 글을 썼어. 대중 소설도 한 편 있지. 우리를 만나게 해 준 그 소설 말이야.” --- p.277

아버지가 내 존재를 아는 것에 그치지 않고, 나를 돌보고 나와 이야기를 나누고 나와 놀아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를 떠난 것은 태어나지 않은 상태로 버림받은 것보다 훨씬 상처가 깊었다. 아버지에게 나는 추상적 존재가 아니라 최소한 막스만큼은 사랑스러웠을 구체적인 사람이었다. 그런데도 내가 내 여자친구의 아들에게조차 하지 않았던 짓을 아버지라는 사람이 친아들에게 뻔뻔하게 저질렀다. 자신의 인생과 가슴속에서 아들의 자리를 지워 버린 것이다. --- pp.287-288

3. 각기 다른 4가지 사랑
『귀향』에서는 다양한 관계의 사랑이 존재한다. 페터의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평범하고 일반적인 사랑이 나오기도 하고 그의 아버지와 어머니처럼 조건에 의한 계약결혼이 등장하기도 한다. 페터의 할아버지는 고모 집에서 만난 할머니에게 호감을 느껴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정을 쌓는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강렬한 사랑보다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면서 결혼생활을 유지한다. 반면에 페터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사랑으로 이루어진 관계가 아니었다. 그들은 강렬했던 첫 만남을 통해 하룻밤을 보내고 서로의 조건을 들어주는 계약결혼을 한다.
페터의 사랑은 크게 두 가지 패턴이 있다. 페터의 여자친구 베로니카는 아름다운 외모를 지녔지만 변덕스럽고 지조가 없으며 아들 막스가 있다. 베로니카는 막스에게조차도 무책임한 사람이었다. 페터는 그런 그녀에게 안정감을 느끼지 못하고 헤어진다. 페터와 베로니카와의 관계는 서로를 깊이 있게 이해해주는 마음이 존재하지 않았다.
페터는 베로니카와의 이별 후, 카를 이야기의 결말을 찾아가는 과정 중에 바바라를 만난다. 그는 바바라에게서 이전에 느껴보지 못한 새로운 느낌을 받는다. 바바라와의 첫 만남에서 페터는 카를 이야기에 대해 설명하고, 또 다른 단서를 찾기 위해 그녀와 몇 번 더 만나면서 편안함과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하지만 순탄했던 바바라와의 관계는 그녀의 전 남편이 나타나면서 끝나버린다. 카를 이야기를 비롯한 귀향 소설에 집착한 페터는 바바라가 자신을 버리고 전 남편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헤어진 그들은 서독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다시 조우한다. 페터는 다시는 전과 같은 바보 같은 행동을 하지 않으려고 결심하며 바바라에게 청혼을 한다.
하지만 그들의 사랑은 행복한 결말 앞에서 또 한 번 벽에 부딪히고 만다. 페터는 혼인신고를 하러 간 호적 관청에서 페터 데바우어라는 이름이 존재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자신의 정체성에 큰 혼란을 겪는다. 바바라와 페터는 서로 사랑하면서도 갈등을 일으킨다. 문서화되지 않은 자신의 탄생에 대해 혼란을 겪는 페터는 사랑의 결과가 결혼이라는 형식이 되길 원하지만 바바라는 정형화된 형식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결국 페터는 우연히 알게 된 자신의 아버지를 찾아 바바라를 남겨놓고 미국으로 떠난다. 그리고 바바라는 과거나 뿌리에 관계없이 페터를 변함없이 사랑하며 기다려준다.

나는 두 분의 결혼 생활이 행복했는지 모른다. 물론 결혼 생활이 행복했느냐고 묻는 것이 합당한 것인지도 모르겠고 할아버지와 할머니께서 그런 생각을 한 번이라도 해봤는지도 모르겠다. 그분들은 그저 인생을 함께 살아왔고, 좋은 날이든 궂은 날이든 서로를 존중하고 믿어왔다. 나는 두 분이 심각하게 다투는 것을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다. 다만 서로 장난치고 놀리고 농담하는 경우는 자주 보았다. 조부모는 서로 잘 통했고, 서로 같이 사는 것을 기뻐했다. 할머니는 나이가 들어서도 훌륭한 풍채를 유지하고 있는 남편과 함께 사는 것을, 할아버지는 나이가 들어서도 여전히 미모를 간직한 아내와 함께하는 것을 고마워하는 듯했다. --- p.30

그녀가 가구를 사면서 이제 우리 둘이 합치기만 하면 다 갖추어지겠다고 말하는 순간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따라 웃기만 했다. 그 다음에야 나는 우리가 정말 같이 잘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을 했고, 그 다음에야 내가 그녀와 같이 살고 싶어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또 그다음에는 그것이 내게 분에 넘치는 일이기는 하지만, 내 행복과 기쁨이 그것에 달려 있고, 내가 원하는 것도 바로 그것이라는 사실을 절감했다. 그것은 다름 아닌 그녀와 함께 살고, 그녀 옆에서 잠이 들고 깨어나고, 그녀와 함께 요리하고 식사하고, 그녀와 일상을 공유하고, 그녀의 아이를 갖는 것이었다. 이런 생각들 다음엔 내가 평소에 다른 사람들과 사랑에 빠졌을 때와 똑같은 증세가 나타났다. 내게 아직 멈출 기회가 있고, 이 사랑에 정말 풍덩 빠질지, 빠지지 않을지 나 자신이 결정할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부질없는 생각이었다. 나는 벌써 사랑에 빠져 버린 것이다. --- p.113

네 아버지가 온 건 1946년 가을이었다. 어떻게 나를 찾았는지는 모르겠지뢸 브레슬라우에 있을 때도 나를 귀신같이 찾은 걸 보면, 그 방면으로 재주가 있는 사람이 분명했어. 아무튼 네 아버지는 나한테 거래를 제안했다. 만약 자기가 죽었다고 내가 증언해주면 나를 아내로, 너를 아들로 만들어주겠다는 거였지. 그리되면 우리는 그이의 상속인이 되는 동시에 스위스인 시부모와 조부모까지 생기는 거였지. 나는 제안을 받아들였다. 너 때문이기도 했고, 나 때문이기도 했다. --- p.286

4. 자신과의 화해를 통해 새로운 관계를 정립
페터와 부모님과의 관계는 일반적이지 않다. 페터의 어머니는 보통 어머니와 달리 자식에게 데면데면하고 무뚝뚝하다. 아버지의 부재에 대해서도 페터에게 자세히 말해주지 않았다. 심지어 페터의 호적이 잘못되었을 때에도 어머니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페터는 어머니가 알려주지 않는 아버지에 대한 것을 할아버지의 회고록을 통해 처음으로 접한다.
페터는 자신이 자라면서 느낀 아버지의 부재를 베로니카의 아들 막스를 통해 느낀다. 페터는 막스에게 아버지의 빈자리를 채워주기 위해 노력한다. 베로니카가 새 남자친구와 여행을 가는 바람에 혼자 남은 막스를 맡아 함께 지내기도 한다.
페터는 잃어버린 소설, 카를 이야기의 결말을 찾으면서 알게 된 아버지에 대해 호감을 갖는다. 하지만 바바라와의 혼인 신고로 알게 된 아버지의 모습은 페터에게 큰 충격을 남겼다. 그런 아버지의 참모습에 분노를 느끼며 심한 우울증에 빠진 페터에게 어느 날 원고가 도착한다. 그 원고의 저자가 자신의 아버지임을 직감한 페터는 그를 찾으러 미국으로 떠난다. 아버지에 대한 분노에도 불구하고 아버지가 그리웠던 페터는 그를 아버지로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를 하지만 미국에서 알게된 아버지의 모습에 큰 실망감을 느끼고 독일로 돌아온다.

우리는 발코니에 앉아서 저녁을 먹고 있었다. 나는 항상 아버지가 아이에게 복잡한 세계에 대해 자상하게 설명해주는 장면이 무척 아름다울 거라고 상상해왔다. 나 자신이 어릴 때 아버지로부터 그런 설명을 듣고 싶어서 그랬는지 모른다. --- p.163

가끔 난 오디세우스가 그립다. 벤첼 슈트라핀스키에게서 고등 사기꾼의 기술과 거짓말을 배웠고, 급하게 인생 속으로 풍덩 뛰어들어 모험을 찾고, 위기를 이겨내고, 신사의 매력으로 내 어머니를 얻고, 재미와 기쁨을 주는 소설을 유쾌하게 쓰고, 유희적 가벼움으로 갖가지 이론들을 개발한 그오디세우스가 그립다. 물론 난 그것이 요한 데바우어나 존 드 바우어에 대한 그리움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그것은 내가 아버지에 대해 꿈꾸었던 모습, 내 심장이 간절히 원하던 모습에 대한 그리움일 뿐이다. --- p.390

5. 액자소설
『귀향』은 형식적인 면에서 액자소설의 형태를 취한다. 페터 데바우어의 자아 찾기 과정에는 가장 중요한 소스가 되는 카를 이야기가 중첩되어 있다. 그리고 카를 이야기는 『오디세이아』의 제3부에 해당하는 모험이야기와 일치하고 페터의 삶 역시 『오디세이아』 패턴에 들어맞는다.

카를 이야기의 결말을 찾는 나의 노력에 촉매제가 되어준 것이다. 나는 이것을 앞으로는 전혀 양심의 가책 없이 그 결말을 계속 찾아나가도 된다는 신호로 받아들였다. 막스와 나는 영화관에서 커크 더글러스가 주연으로 나온 오디세우스의 모험을 보았는데, 이 영화를 보면서 나는 홀연히 깨달은 것이 있었다. 내가 그 소설에서 없다고 생각한 것이 카스피 해나 흑해가 아니라 에게 해였다는 사실이다. 에게 해라는 사실을 알아낸 것은 매우 중요했다. 그러니까 카를과 그의 동료들, 그들의 방랑, 모험, 위기의 극복, 좌절, 그리고 카를의 귀향을 하나로 짜 맞춰보니 바로 오디세이아의패턴이었다.
전반적으로 소설의 끝에 이르러 너무 많은 부분이 원작과 맞아떨어지지 않아 원작의 결말로도 내 수수께끼는 풀 수 없을 것 같았다. 게다가 카를에게는 텔레마코스 같은 든든한 아들이 없었고, 카를의 페넬로페도 구혼자들을 뿌리친 것이 아니라 그중 한 사람을 골라서 아이까지 낳았다. 오디세우스가 그간 페넬로페에게 치근덕거리며 위세를 부린 파렴치한 작자들을 분노의 칼로 처단했듯이 카를도 아내의 새 남자를 쳐 죽여야 당연하지 않았을까? 그러나 클라인뮐러 가 58번지든 클라인마이어가 38번지든 그런 피비린내 나는 소동은 없었다. --- pp.97-101

내가 읽은 소설은 작가가 빈 종이를 앞에 놓고 오디세이아의 전설적 세계에 나오는 온갖 모험을 상상력 없이 그대로 번역한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오디세이아로 놀이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 풍겼다. 우선 이야기를 써야 하는 누군가가 있었고, 그는 한 병사의 귀향 이야기를 쓰고 싶어 했고, 군대 용어와 오디세이아를 알고 있었고, 이야기를 쓰는 데 별로 수고를 들이지 않았다. --- pp.101-102

“귄터 그라스 이후 가장 성공한 독일 작가” 베른하르트 슐링크

흠잡을 데 없이 깔끔한 서사를 구축하는 ?링크는 독일어권 작가 중 단연 문장의 대가이다. 그는 이해하기 쉽고 명확하면서도 지적으로 쓴다. 매 작품마다 다양한 인물들을 통해 복잡다단한 구성을 전개하면서 동시에 도덕적 논쟁을 이끌어내는 데도 성공하고 있다. | 디 벨트
베른하르트 슐링크의 글은 정확하고 명료하면서 아름답다. 독일 현대문학이 오랫동안 찾아왔던 작품이다. | 베를리너 차이퉁
섬세하면서도 충격적이다. 태양을 향해 잎사귀를 펼친 식물처럼 독자들의 마음이 스토리를 향해 열릴 것이다. | 뉴욕 타임스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와 마찬가지로 슐링크의 《귀향》 역시 궁극적으로 사랑에 관한 이야기이다. 다만 사랑의 경이로움만이 아닌 고통까지, 되풀이되는 사랑의 실패만이 아닌 영원한 사랑과 다시 태어나는 사랑의 가능성까지 그린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 워싱턴 포스트
비틀면서 독자를 놀라게 하는 플롯, 때로는 노골적인 속임수들이 다층적인 귀향 테마를 한층 복합적으로 만들어준다. 슐링크는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 못지않은 귀향 이야기를 직조해냈다. | 시애틀 타임스
시종일관 미스터리로 작품을 이끌어가는 《귀향》은 역사와 정의의 문제, 악의 본성에 관한 힘 있는 통찰이다. 슐링크는 《더 리더》 이후 또 한 편의 군더더기 없이 치밀한 구성의 작품을 선보이며 독자들을 진지한 두뇌 유희의 세계로 이끈다. | LA 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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