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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속임 그림

눈속임 그림

  • 이연식
  • |
  • 아트북스
  • |
  • 2010-10-18 출간
  • |
  • 215페이지
  • |
  • 150 X 204 mm
  • |
  • ISBN 978896196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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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내가 진짜 같아 보이니?”
그림 밖으로 도망쳐 ‘실재’가 되려는 교활한 그림 이야기

벽에 바이올린이 걸려 있다. 바이올린을 내려서 연주해보려고 손을 뻗지만, 웬걸, 만져지는 것은 딱딱한 벽뿐이다. 그것은 실물과 똑같이 그려진 그림이었던 것이다. 그냥 실물과 똑같은 정도가 아니라 정말로 벽에 걸려 있는 듯 핍진하게 묘사돼 있어 대부분의 사람들이 속아 넘어가는 그림. 이런 그림을 ‘트롱프뢰유(trompe-l’œil)’라고 한다. ‘트롱프뢰유’는 ‘속이다’라는 뜻의 프랑스어 ‘tromper’와 ‘눈’을 뜻하는 단어 ‘œil’의 합성어로, 말 그대로 ‘눈을 속이는 그림’, 관객이 실제와 착각하도록 하기 위해 그린 그림을 뜻한다.
서양화에서 트롱프뢰유는 서양화의 역사에서 매우 중요하게 취급되는 역사화나 풍경화 등 거대 장르와 달리 우리 귀에 익숙하지 않은 화가들이 주로 그린 하위 장르의 미술에 속한다. 하지만 지은이는 트롱프뢰유라는 하위 장르에 큰 관심을 기울인다. 르네상스 시대부터 19세기까지, 서양미술을 관통해온 핵심, ‘3차원의 사물을 어떻게 2차원에 구현하는가’ 하는 문제를 관통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3D 영화관에 앉은 사람들이 스크린 밖으로 튀어나오는 영상을 보고 감탄하는 것처럼, 영화는커녕 사진조차 없던 시절의 사람들에게 진짜처럼 묘사된 그림을 구경하는 일은 놀라움과 감탄을 자아냈을 것이다. ‘잘 그린 그림’이 ‘좋은 그림’과 동일시되던 시절, 화가들이 자신의 능력을 모두 쏟아 부어 관객에게 놀라움과 즐거움을 준 트롱프뢰유의 세계를 만나보자.

참새가 내려앉고 말이 다가오는 그림
실물인 줄 착각할 정도로 잘 그린 그림에 대한 신화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존재한다. 일례로 신라의 화가 솔거가 사찰의 벽에 그린 소나무에 참새가 내려와 앉으려고 했다는 이야기나,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총애를 받던 화가 아펠레스가 암말을 그렸더니 진짜 수말이 올라타려 했다는 등의 이야기가 그렇다. 이처럼 오랫동안 화가란 실물을 꼭 닮게 그릴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이자, 그래야 하는 존재라고 여겼다. 하지만 그런 전설 속의 그림은 (당연히) 현재까지 전하는 것이 없는데, 트롱프뢰유 그림은 그 도달할 수 없는 전설의 세계에 가 닿으려는 화가들의 노력이 투영된 결과라고도 볼 수 있다.

왜 화가들은 트롱프뢰유를 만들었는가? 왜 사람들을 속이려 했는가? 트롱프뢰유는 화가가 실제를 꼭 닮게 그린다는 관념의 산물이다. 실제를 꼭 닮게 그리지만 그림이 실제는 아니니까, 말인즉 화가는 관객을 감쪽같이 속여야 한다. 첼리니는 “미술은 속임수”라고 했다. 미술은 진실을 반영하지만 그 수단은 어디까지나 속임수이고, 트롱프뢰유는 미술이 지닌 속임수라는 측면을 극대화시킨 영역이다. 이런 점에서 트롱프뢰유 장르는 미술가와 미술에 대한 관념을 날카롭게 드러낸다. 또한 트롱프뢰유는 현실과 환영의 경계에서 벌어지는 적극적인 게임이다. 이 게임을 통해 트롱프뢰유는 관객이 현실을 인식하는 방식, 미술을 받아들이는 방식을 예기치 못한 측면에서 다채롭게 드러낸다. _본문에서

지은이의 말처럼 트롱프뢰유 그림은 19세기까지의 미술의 존재 양태에 관해 ‘잘 그린 그림이란 무엇인가?’ ‘그림은 왜 실제와 똑같이 보여야 하는가?’ 같은 여러 가지 질문을 던진다.
트롱프뢰유는 2차원으로 3차원처럼 보이고자 했던 서양미술의 목표를 극대화한 장르로서, 서양미술의 핵심을 건드린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트롱프뢰유는 화가들이 자신이 가진 모든 기량을 동원하여 실제처럼 보이고자 한 그림이다. 그것만으로도, 사진에 3D 영화까지, 현실을 재현하는 좀 더 훌륭한 매체를 지닌 현대인들에게조차 큰 놀라움과 감동을 준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그것이 화가들의 ‘손’으로 그려졌다는 사실 때문일 것이다.

다채로운 트롱프뢰유의 세계
트롱프뢰유 그림에서 주로 그려지는 건 정물이다. 거기엔 이유가 있는데, 아무래도 살아 있는 동물이나 사람을 실제와 착각하게 만드는 것은 그리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저 3차원을 2차원으로 표현하는 문제뿐 아니라 움직이는 것을 고정시킨다는 문제 또한 개입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트롱프뢰유에는 정물이 많고, 화가들은 그 중에서도 깊이감이 크지 않은 것들, 예를 들어 종이라든가 얕은 선반 같은 것들을 즐겨 그렸다.
<눈속임 그림>은 여러 가지 양상의 트롱프뢰유를 소개한다. 관객을 속이기 위해서 트롱프뢰유 화가들은 여러 가지 전략을 동원해야 했다. 그리는 대상도 면밀히 선정했다. 거칠게 요약하면 트롱프뢰유 그림은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다. ① 얕게 튀어나와 입체감을 주기 쉬운 것, 즉 그리기 쉬운 것을 그린다. ② 질감이 대비되는 것들을 배치해 대조 효과를 극대화해서 그린다. ③ 주변에서 보기 쉬운 사물을 그린다.
대체로 이런 기준에서 벗어나지 않지만, 의외로 트롱프뢰유의 세계는 넓고 다양하다. 실재처럼 보이기 위한 전략과 그려진 대상에 따라 트롱프뢰유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매달린 새
16세기 이래 음식물 그림의 유행은 음식물의 공급과 보존이 원활하지 않았던 당시의 상황과 관계가 있다. 이 음식물 그림의 하위 장르로 ‘사냥물 그림’이 있다. 말 그대로 사냥으로 잡은 새나 짐승을 그린 그림으로, 사냥의 기념물로서 소장자에게 뿌듯한 느낌을 주기 위한 목적으로 그렸다. 그런데 이 ‘사냥물 그림’은 종종 트롱프뢰유와 결합되기도 한다. 죽은 채 매달려 있는 새 그림이 대표적이다. 매달린 사냥물 그림에서 포인트는 새를 매달아 놓은 ‘못’이다. 못은 평면에서 튀어나와 있으되 그 단순한 생김새와 지나치지 않은 깊이감으로 인해 ‘매달린 새’를 진짜처럼 보이게 만드는 핵심 장치가 된다.

2. 벽에 꽂힌 종이
입체이되 평면처럼 보이는 것. 종이는 그 특징 때문에 트롱프뢰유 화가들이 가장 즐겨 그린 소재였다. 특히 옛 서구 사람들이 편지나 문서, 메모 등을 보관하던 ‘편지꽂이(letter rack)’ 그림은, 편지꽂이가 그대로 캔버스가 되고 종잇조각 같은 얄팍한 입체물은 눈을 속이기 쉽기 때문에 자주 그려졌다. 처음에는 다양한 종잇조각으로 구성되던 편지꽂이 그림은 후대로 갈수록 동전, 봉랍, 붓, 펜, 책자까지 다양한 질감과 형태의 ‘비교적 평면적인’ 사물을 담는 것으로 다채롭게 변화해간다.

3. 판화나 인쇄물을 흉내 낸 그림
이런 종류의 트롱프뢰유는 입체물이 아닌 평면을 흉내 낸다. 그림 속에 그림이 그려져 있고, 유화이면서 판화인 척한다. 실제와 가상의 경계를 시험하기보다 매체의 경계에 도전한다. 사진이 발명된 후에는 사진인 척 가장하는 그림도 그려졌다. 하지만 사진은 실재인 것처럼 착각하게끔 그려진 그림인 트롱프뢰유에겐 가장 큰 적이기도 했다. 사진의 발명 이후 회화는 더 이상 실재를 모방하고자 하는 목표를 상실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4. 그림 위의 그림
누가 보아도 그림이다. 실재라고 착각하게 되지는 않는다. 그런데 그림 위에 이상한 것이 붙어 있다. 예를 들어 파리 같은 것. 쫓으려고 팔을 휘휘 저어도 파리는 날아가지 않는다. 그제야 깨닫게 된다. 그림에 붙은 파리까지 그림이었다는 것.
아무래도 그림 전체를 실제처럼 믿게 하기는 어려우니 그림 위에 붙은 파리나 종잇조각처럼 아주 작은 부분만을 실제처럼 그려, 관객을 속아 넘어가게 하는 것이다. 이런 종류의 트롱프뢰유가 관객을 속이는 데 가장 뛰어나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5. 선반 그림
‘벽에 매달린 종이’보다는 움푹 들어가 있지만 벽이 막혀 있어 화면 안쪽으로 뻥 뚫린 공간까지 만들어내지 않아도 되기에 자주 그려졌다. 게다가, 선반에는 다양한 사물이 진열될 수 있으니 진기한 것을 과시하고 싶은 욕구를 지닌 고객을 만족시키기에 적당했다.

6. 실외로 나간 트롱프뢰유
건물 바깥에 그려진 트롱프뢰유는 주로 현대에 많이 나타난다. 건물 안쪽의 그림은 관객이 애초부터 그림을 볼 생각으로 오는 경우가 많고 시야가 제한돼 있어 관객의 주의를 끌기 쉽다. 하지만 건물 바깥의 그림은 다양한 시각적 소음 속에서 관객의 눈을 미혹한다. 이런 종류의 트롱프뢰유는 이 장르를 정물화의 변종이라고 무시하는 사람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준다.

7. 뛰쳐나오는 그림
그림의 틀, 프레임과 벌이는 유희이다. 프레임은 그림과 현실을 매개하고 분리하는 장치이다. 즉, 프레임이 있기에 프레임 안쪽의 것은 그려진 그림이고 그 바깥은 현실이라고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틀 밖으로 그림이 뛰쳐나온다면? 프레임을 붙잡고 그림 밖으로 나오려는 그림은, 평소에는 의식하지 않았던 프레임의 안과 밖, 그림의 이쪽과 저쪽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눈동자를 그려 넣었더니 그림 밖으로 날아가버렸다는 용이나, 그림 속으로 들어감으로써 현실의 곤경에서 도망쳐버린 전우치 이야기 등, 그림에 관한 전설이나 신화를 그대로 그림으로 만들어놓은 듯한 트롱프뢰유이다.

8. 조각이 된 그림
벽감에 놓인 대리석상이나 부조처럼, 입체감이 비교적 덜한 조각을 흉내 낸 그림도 있다. 혹은 비교적 평면적인 대상을 그 테두리대로 잘라내어 마치 입체물인 양하는 것도 있다. 그림이 놓인 이젤을 그림으로 그리고는 배경이 되는 부분을 모조리 잘라내는 것이다. 이쯤 되면 그림이 그림인지 조각인지 헷갈리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더 나아가 현대 작가 앤디 워홀은 가루비누 박스를 흉내 내기도 했다. 나무토막의 표면에 상표를 인쇄함으로써 실물과 구별되지 않는 예술품을 만들어낸 것이다.

풍부한 도판으로 감상하는 트롱프뢰유
지은이는 미술사라는 큰 담론에서 쉽게 지나쳐버리기 쉬운 작은 소재와 장르 이야기에 많은 관심을 품고 있는 젊은 미술사학자다. 베스트셀러 <무서운 그림> 1권과 3권을 번역했으며, <위작과 도난의 미술사>를 출간해 독자에게 미술계의 어두운 모습인 위작과 도난의 세계를 흥미진진하게 소개하고, <유혹하는 그림, 우키요에>를 통해 생소한 일본 목판화의 세계를 풍부하게 알린 바 있다. 긴 역사를 개괄하는 미술사 책에서 소홀히 하고 넘어가기 쉬운 작은 주제에 주목해 그 세계를 쉽고 풍부하게 독자에게 소개하는 것이 지은이 작업의 특장점이다.
104점의 도판을 큼직하게 소개하고 있는 것 또한 이 책의 장점이다. 하위 장르이기 때문에 미술사 책에서도 한두 점만 소개하고 넘어갈 뿐이어서 흔히 보기 힘든 트롱프뢰유 도판을 양껏 감상할 수 있다. 본문에서 언급된 그림들은 빼놓지 않고 수록해 독자들의 궁금증을 만족시킬 수 있도록 했다. 다채로운 도판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트롱프뢰유의 세계에 한껏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목차


책머리에

서장 |제욱시스의 포도
1. 산 것과 죽은 것
2. 그려진 종이
3. 그림 위의 그림
4. 열린 그림
5. 뛰쳐나오는 그림
6. 사물이 된 그림
종장|파라시오스의 커튼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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